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43)
구룡전기-43화(43/217)
구룡전기 (43)
“살막곡의 수준은 이류지만 살막곡의 곡주를 포함하여 일류 살수가 세 명, 이류 살수가 열 명, 삼류 살수가 대충 스무 명 정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화린은 미옥을 찾아와 살막곡에 대한 정보를 물었고, 미옥은 자신이 화린의 섭혼술에 당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살막곡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었다.
“그렇습니다. 살수란 작자들은 워낙 음흉하여 급수가 낮아도 때와 시, 환경만 맞으면 자신보다 더한 고수들도 암습할 수 있는 자들이니 그들을 상대할 때는 조심하여야 합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터이니 걱정 마십시오. 놈들이 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녕강시에 있습니다.”
“시에 말입니까? 산이나 혹여 은밀하게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녕강시에서 작은 장원으로 위장을 하고 있고, 의뢰는 녕강시의 회령산 중턱에 있는 관묘에서 의뢰를 받고 있습니다.”
살막곡은 회령산에서 의뢰를 받아 마치 문파가 회령산에 있는 것처럼 꾸몄다. 이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살막곡이 회령산에 있는 줄 알고, 실제로 거짓으로 문파의 흔적을 몇 곳에 남겨 두어 사람들을 속이고 있었다.
“그렇군요. 장원의 이름은?”
“만수장입니다.”
“알겠습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이번에 모집한 기녀들은 어떻습니까?”
화린이 화제를 바꾸자, 미옥의 표정이 살짝 변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모두가 영민합니다. 소질도 있고, 특히 말을 잘하는 아이들이 많아 여러모로 구룡루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잘되었군요. 구룡루의 완공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수고해 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이리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데 누가 설렁설렁 일을 하겠습니까? 제가 맡은 일은 확실하게 해 드릴 테니 장주님께서는 저의 월봉만 꼬박꼬박 챙겨 주시면 됩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미옥 님의 월봉은 챙겨 드리겠습니다.”
화린은 이후에도 구룡루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눈 후에 그녀의 집을 나섰다.
“녕강시의 만수장이란 말이지.”
맹호사사혈전대의 임무는 비단 선제공격을 통해서 적을 섬멸하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요인 납치, 암살, 기물 탈취 등 수많은 임무를 함께 수행해 왔다.
화린은 요인 납치, 암살, 기물 탈취 등의 임무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맹호사사혈전대에서 그에 대한 훈련을 받은 적이 있었고, 또 황궁 보고에서 익힌 무공 중에 ‘살수전기’라는 일기장이 있었다.
살수전기는 한 살수가 자신이 언제, 어디서, 누구를, 어떤 방법으로 죽였는지 상세하게 기록해 놓은 책이었는데 그의 살행의 횟수가 무려 천 번이나 되었다.
그 일기장 마지막 편에 그 살수가 그동안의 살행을 통해서 깨달은 살수 무공이 기록되어 있어 화린은 이를 익혔다.
그 살수가 누구인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그가 황궁과 관련된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 살행에 나섰다가 동창, 금의위가 나서서 그를 추포하여 그를 죽인 후에 무공을 회수하여 황궁 보고에 보관을 하였을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었다.
화린은 그 살수의 무공이 다른 상승 무공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어 분명 대단한 살수였을 것이라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 살수였는지 살막곡을 통해서 한번 시험해 보면 되겠지.”
* * *
“뜻하지 않게 구룡장의 장주가 우리 송철 장로와 인연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송철 장로께서 그분을 보증하셨고 또 이번에 일이 있어 산문을 내려가 그 장원에서 묵으며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간 나돈 소문이 사람들의 질투로 인해서 생겨난 모함이라고 합니다.”
화명상단의 화정수는 종남파에 들러 은근슬쩍 구룡장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자신이 원하는 대답과 정반대의 대답을 듣고 조금은 실망하였다.
‘송철 장로는 종남에서도 손꼽히는 무인 중 한 명이다. 그렇다면 힘들겠군.’
화정수는 더 이상 종남을 통해서 구룡장을 압박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아, 제가 오해로 잘못 전해드린 소문으로 종남에 누를 끼쳤을까 걱정이 됩니다.”
“아닙니다. 다행히 송철 장로와 구룡장주의 인연이 끈끈하여 몇 마디 나눔으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었습니다.”
“아, 잘되었군요.”
“화 대인께서는 심려 놓으십시오.”
“그럼 그리하겠습니다, 장문인.”
화정수는 종남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 말하였다.
“이번에 트라빌 왕국에서 수입해 오는 곡물을 의문의 무리에게 탈취당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게 사실입니까?”
“상인들을 통해서 그자들이 누구인지 알아보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음…….”
“최근 들어 마교와 사혈맹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배교가 멸문을 당한 후, 삼십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니 이전의 군세를 회복하였다고 생각들을 한 모양입니다.”
“이번에 탈취당한 곡물의 양은 만 명이 석 달 동안 먹을 수 있는 많은 양입니다.”
중원 최고의 곡물 유통 상인답게 어마어마한 양의 곡물을 사 들여와 중원 각지에 유통시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지금의 중원십대상인으로 성장을 하였다.
곡물 백 가마니에 일반 백성 만 명이 하루를 먹을 수가 있으니 석 달이면 구천 가마니가 도난을 당했다는 말이었다.
“그 많은 양의 곡물을 누가…….”
“저희도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말씀을 드리는 건데, 혹여 그 곡물이 마교나 사혈맹으로 들어가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음.”
“혹시 개방을 통해서 그 곡물이 어디로 이동하였는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장문인께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개방의 정보력을 이용하자는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종남이나 정천맹이 나서서 곡물을 찾아 주신다면 곡물 전부를 기부하겠습니다.”
“곡물 전부를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상인에게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신용이 중요하니 이미 같은 양의 곡물을 다시 사기 위해서 트라빌 왕국으로 사람을 보내었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오는 곡물이 있으니 누가 가져갔는지 흉수만 알려 주시면 됩니다.”
“알려 주시면?”
화정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기면서 눈에 힘이 들어갔다.
“곡물이 때로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알려 줄 생각입니다.”
고대부터 식량이 무기로 사용되었던 적은 너무나 많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많은 다툼이 일어나기도 하고,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굴욕적인 항복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식량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종남파의 장문인인 송악은 화정수가 하고자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였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이를 정천맹의 지부에 알리고, 개방과 정천맹의 정보부의 도움을 얻어 화 대인께서 알고자 하는 정보를 얻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도움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혹여 무림에 큰 환란이 생기면 화명상단은 종남파를 비롯하여 정천맹을 지지하여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아, 화 대인의 결정에 많은 무림이 동도들이 큰 힘을 낼 것입니다.”
화정수는 송악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는데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 * *
화린은 미옥에게서 살막곡의 정보를 들은 후에 살막곡의 곡주인 이도문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청부한 자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 녕강시로 왔다.
녕강시는 섬서성에서 사천으로 오가는 관문이었기에 도로가 잘 닦여 있어 많은 짐을 수레에 싣고 상행을 떠나는 상인들이 자주 들르는 도시이기도 하였다.
등짐을 지고 중원 각지로 물건을 사고팔러 다니는 보부상들은 녕강시보다는 석천현을 통해서 오릉산을 넘어 사천성으로 들어가곤 한다.
화린은 녕강시에 도착하여 먼저 만수장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주변을 둘러본 후에 은밀하게 만수장의 담을 넘었다.
그는 살수의 일기장에서 익힌 살수 무공을 이용하여 만수장에서 기거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곡주인 이도문을 찾았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곡주가 살행을 나가지는 않을 텐데.’
화린은 만수장의 구석구석을 다 찾아보았지만 이도문을 찾을 수가 없어 결국 허탕을 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단 배를 채우자.”
화린은 만수장에서 조금 떨어진 객잔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며 만수장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식사를 다 한 후에는 차를 주문하여 천천히 차를 마실 동안 한참을 살펴보아도 만수장을 오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딱히 들락거리는 사람은 없는 것 같군.”
화린은 점소이를 향해 손을 들어 자신에 잠시 오라는 시늉을 하였다.
점소이가 손을 든 화린을 보자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필요하신 것이 있습니까?”
“뭐 하나 물어봅시다.”
“말씀하십시오.”
“저기, 저 장원 말입니다.”
점소이는 화린이 가리키는 장원을 보자, 아는 척을 하며 말하였다.
“만수장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이 인근에서 저 장원보다 조금 더 큰 장원은 없습니까?”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만수장이 아닌 다른 장원에 대해서 물었다.
“조금 더 큰 장원?”
“듣기로 저 장원의 크기가 적당하다고 하여 찾아왔는데 막상 와서 보니 조금 작은 듯하여 묻는 겁니다. 저 장원보다 조금 더 컸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아, 그럼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장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덕수장이라고 오래전에 형제가 장원을 지웠었는데 그 형제의 이름이 형님이 덕수, 동생이 만수라고 하여 장원의 이름도 그렇게 지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만수장보다는 덕수장이 조금 더 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형제? 그럼 덕수장도 살막곡의 소유일지도 모르겠군.’
살수 문파라 사람들의 눈을 피해야 함은 물론이고, 자칫 그들이 암습한 문파에 본거지가 들통난다면 멸문지화를 당할 수도 있어 정말 고강한 살수 문파가 아니라면 거처를 드러내 놓지는 않는다.
“그런데 저 장원을 판다고 합니까?”
“그건 아니고, 장원이 마음에 들면 웃돈을 주고서라도 흥정을 해 볼까 하였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 덕수장이란 곳을 한번 찾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요 아래로 일다경 정도 걸어가시면 장원이 보일 겁니다. 좋은 거래를 하시고, 거래가 성사되면 우리 객잔도 자주 찾아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화린은 점소이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철전 다섯 냥을 주었다.
점소이는 몇 마디 나눈 걸로 철전 다섯 냥을 벌어 기분이 좋은지 화린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덕수장을 한번 살펴봐야겠군.”
화린은 차를 다 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점소이가 가르쳐 준 방향으로 덕수장을 찾아갔는데 그의 말대로 일다경 정도 걸어 내려가니 우측 편에 장원이 하나 보였다.
화린은 장원을 마주 보고 있는 책과 지필묵을 파는 서점이 눈에 들어왔다.
화린은 덕수장의 담을 따라 걷는 척하면서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덕수장의 담장을 넘었다.
이후, 만수장을 살펴보았던 것처럼 덕수장을 살펴보았다.
생각대로 덕수장과 만수장은 살막곡의 본거지였다. 그런데 덕수장에서도 곡주인 이도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곡주가 살행을 나갈 만큼 중요한 의뢰가 들어왔나? 아니면 덕수, 만수장 말고 다른 곳이 또 있는 건가?”
화린은 혹시 몰라 자신의 단전을 활성화하여 기운을 끌어 올려 주변으로 퍼뜨렸다.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기운을 찾기 위함이었다.
화린의 기운은 덕수장의 전체로 퍼져 나갔다.
“어?”
그러다 화린은 일반인들과 다른 이질적인 기운을 가진 자들, 무림인이 있는 곳을 또 하나 찾아내었다.
“그러니까 덕수장 맞은편에 있는 서점도 살막곡에서 운영하는 곳일 수도 있단 말이지.”
어쩌면 살막곡은 하오문도 속이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이 놈들의 본거지고 두 장원은 위장일 수도 있겠어.”
화린은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점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점원이 활짝 웃는 얼굴로 화린을 반겼다.
“종이를 좀 사러 왔습니다.”
“아, 이리로 오십시오.”
점원은 화린을 데리고 서점 안으로 들어가더니 종이가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하였다.
화린은 안쪽으로 들어오며 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바닥의 울림이 다르다.’
화린은 서점 안을 걸으면서 발에 느껴지는 진동이 밖에서 걸을 때와 다르다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림을 그리십니까, 아니면 필사를 하십니까?”
“필사를 할 겁니다.”
“그럼 이 종이가 어떻습니까? 이 종이는…….”
점원은 화린에게 종이를 설명하며 그에게 다른 서점보다 자신들의 상점에 있는 종이가 더 좋다고 이야기를 하며 종이를 권하였다.
“그렇군요. 그럼 이걸로 주십시오.”
“얼마나 필요합니까?”
“서책 열두 권 정도의 양이 필요하니…….”
점원은 서책 열두 권이라는 말에 몇 가지 더 질문을 하였고 화린은 대충 대답을 하였는데, 그가 알아서 종이의 양을 정해서 권하였다.
“잘못 쓸 수도 있으니 조금의 여분을 가지면 서책 열두 권 반 정도 양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럼 일반 서책 한 권이 서른 장이니, 삼백육십 장에 열다섯 장을 더하면 삼백칠십다섯 장입니다.”
“그리 주십시오. 그런데 주인장은 안 계십니까?”
“안쪽에 계십니다.”
화린은 점원이 가리키는 안쪽을 보았다.
중년의 사내가 자리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화린은 그가 살막곡의 곡주인 이도문이라는 걸 확신하였다.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