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45)
구룡전기-45화(45/217)
구룡전기 (45)
악연의 시작
“나를 죽이라고 했던 놈이 영천상단의 놈이란 말이지. 이거 거대 상단과 엮이는 건 그리 좋은 건 아닌데.”
화명상단도 그렇고 영천상단도 그렇다.
화린은 뜻하지 않게 살막곡의 곡주 이도문을 만나 그를 수하로 삼을 수가 있었다.
화린은 그동안 살황을 기다려 온 그들의 신의를 중히 여겨 살황의 무공인 암흔삼공을 이도문에게 전수해 주었고, 그는 살막곡을 정리한 후에 구룡장으로 합류하기로 하였다.
“영천상단 그놈들의 주력이 광산이라, 그걸 무너뜨리면 성주가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텐데.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면 계속해서 나의 목을 노릴 테고. 뭔가 좋은 방법이 없나? 놈의 자식을 죽여 버릴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화린은 받은 것에 열 곱을 더하여 갚아 줘야 직성이 풀린다.
“그것도 좋겠군. 나의 목을 노리는 대가로 자식들을 한 명씩 죽여 버리면 결국 제풀에 떨어지겠지. 일단 미옥을 통해서 영천상단에 대해서도 조금 알아 둬야겠군.”
화린은 그렇게 결정을 하니 속이 한결 편해졌다.
“트라빌 왕국으로 곡물을 사러 간 자들이 이삼일이면 석취산에 도착하겠지.”
화린은 화명상단의 곡물을 한 번만 훔칠 생각은 없었다.
“지금 출발하면 어느 정도 시간을 맞추겠군. 일단 미옥에게 영천상단에 대해서 들은 후에 석취산으로 가면 되겠다.”
화린은 자신의 일정을 잡은 후에 행동으로 옮겼다. 먼저 미옥을 찾아가 영천상단의 상단주인 동서독의 가족 관계, 가족이 운영하는 영업장에 대해서 자세히 들은 후에 녕하의 석취산으로 이동하였다.
녕하의 주도인 은천시에 도착한 화린은 그곳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며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감숙성에 있는 교역 도시가 아주 쑥대밭이 되었다고 하더군.”
“왜? 그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자세한 건 모르겠는데 객잔에 투숙을 한 사람들이 교역 도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칼부림을 했나 봐.”
“저런.”
“밤이 깊은 터라 아주 피해가 컸는데…….”
화린은 상인으로 보이는 자들의 대화를 듣고 흠칫하였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정보가 샜군.’
변방과 새외 그리고 색목국의 입장에서 보면 중원의 맹호사사혈전대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위치가 알려졌으니 기습해서 맹호사사혈전대를 멸하려고 하는 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새외에 맹호사사혈전대를 공격할 다른 문파가 아직 남아 있었나?”
화린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모르는 세력이라면 몰라도 자신이 맹호사사혈전대에서 임무를 맡아 움직일 때, 이름깨나 떨쳤던 단체들은 다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어서이다.
“뭐, 그곳을 전역한 내가 신경을 쓸 일은 아니지.”
화린은 곧 관심을 돌려 다른 이야기를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간혹 이런 곳에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중요한 정보가 되기도 한다.
“그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마교와 사혈맹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잖아.”
“그건 오래전부터 해 왔던 거잖아.”
“화명상단의 곡물을 누군가가 털어 갔나 봐.”
“곡물을?”
“그래. 트라빌 왕국에서 가지고 오는 곡물을 한 톨 남기지 않고 다 훔쳐 가는 바람에 다시 곡물을 사러 갔다고 그러더군.”
“그게 가능해? 곡물의 양이 엄청날 텐데.”
“그러니까 신기하지.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삼십 년 전에 멸문당한 배교의 술법이 무림에 다시 나타났다고 하던데.”
“배교의 술법?”
“그렇다고 하더군. 그런데 내 생각에는 배교를 멸문시켰을 때, 마교와 사혈맹, 정천맹이 배교의 술법서를 빼돌리지 않았나 싶어.”
“그 당시 검수하지 않았나? 배교의 술법은 사장되어야 한다고 말이야.”
“앞에서는 그랬지만 뒤로는 배교의 술법을 빼돌렸을 수도 있잖아. 도교의 도술과는 그 경지가 다르니 말이야.”
화린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난번 자신이 상대하였던 술법사들도 그렇고, 사혈맹에서 술법사들로만 구성된 집단도 운영하고 있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배교의 술법을 그들이 뒤로 빼돌려 익히게 하였을 것이다.
“기회가 되면 술법을 회수하는 것도 좋겠지.”
화린은 조금 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 후에 석취산으로 향했다.
석취산 초입에 형성된 마을로 간 화린은 화명객잔에 들러 방이 있는지 물었다.
“방이 없습니다. 오늘 방이 전부 예약된 상황이라 다른 곳으로 가서 알아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화린은 점소이의 말에서 오늘 화명상단이 곡물을 싣고 석취산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린은 화명객잔이 잘 보이는 맞은편에 있는 객잔으로 가서 방을 잡으려고 하였다.
“잠깐, 무슨 용무로 석취산에 오셨소?”
객잔 입구에서 화린을 막아 세우며 용무를 묻는 사내가 있었다.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림인처럼 보이긴 하였으나 가진 기운이 미천하여 무림인이라기보다는 표사나 낭인에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걸 왜 묻지? 내가 무슨 일이 있든 없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지?”
화린이 그를 무시하는 말을 하자 발끈하여 말하였다.
“용무를 정확히 알려 주지 않으면 객잔에 머물 수가 없소. 그러니 돌아가시오.”
“객잔이 당신 거야?”
“객잔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였으니 그리 알고 다른 곳으로 가시오.”
화린은 난데없이 그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쿠다다다앙!
그 충격에 뒷걸음질을 치다 뒤로 넘어졌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그에게 다가가 화린은 손바닥으로 뺨을 강하게 때렸다.
짜아악!
경쾌한 소리가 객잔 안에 울리자, 안에 있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화린을 보았다.
“무슨 일이야.”
동료들로 보이는 이들이 나와서는 화린을 마주 보며 사나운 인상으로 말하였다.
“이렇게 우르르 몰려나오면 무슨 수라도 생길 것 같아?”
“네놈이 한 짓이냐?”
한 사내가 화린의 앞으로 와서는 어깃장을 놓았다.
“그렇다면?”
“죽고 싶은 게냐.”
화린이 손을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타격음이 경쾌하게 들려왔고, 어깃장을 놓던 사내가 뒤로 날아가 식탁과 부딪치며 넘어졌다.
체에에에엥!
그 모습을 본 동료들이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빼 들었다.
“감히 나의 앞에서 검을 빼 들었다는 건 너희들 모두를 죽여도 된다는 말이지?”
두려움은커녕 오히려 당당하게 겁박을 하니 사내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누구요?”
“누구? 내가 누구인지 묻기 전에 왜 여기를 통제하고 있는지부터 말해야 하지 않겠나?”
“그건…….”
순간 눈앞에서 화린의 모습이 사라졌다. 잠시 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에 있던 사내의 등이 새우등처럼 굽어지더니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손에 들어 있는 거 집어넣어라. 그러지 않으면 지금 다 죽여 버릴 테니까.”
화린의 겁박에 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 한 명씩 검을 검초에 착검하였다.
“우리는 화명상단에 고용된 낭인들이오. 이곳에 들어오는 투숙객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내는 임무를 맡았소.”
“이유는?”
“모르오. 우리는 그냥 하라는 대로 할 뿐이오.”
“그럼 너희들을 때려잡을 것이 아니라 그놈들을 때려잡아야겠구나.”
화린은 식탁 자리에 앉아 그들에게 물었다.
“여기만 통제하는 것이냐?”
“인근은 다 통제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나는 어디서 쉬어야 하는 거지?”
“그건 우리도 모르고, 우리는 그냥 시키는 일만 할 뿐이오.”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죽어야지. 시키는 일을 하다가 죽는 일은 다반사니.”
화린이 옆으로 손을 뻗자, 손에 검이 생겨났다.
“허엇!”
그 모습에 놀란 낭인들은 주춤하며 서로 눈치를 보다 뒷걸음질을 하더니 그대로 달아나 버렸다.
그들이 달아나는 모습을 보고 화린은 피식 웃더니 객잔의 주인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무사님!”
“간단하게 배를 채울 음식과 방이 하나 필요한데. 내어 주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다만…….”
“말씀하십시오.”
“이후, 화명상단과 얽히는 일에 대해서는 저는 책임이 없습니다.”
“그리하시지요.”
“조심하십시오. 화명상단은 대상인입니다. 무공이 뛰어난 자들도 제법 있습니다.”
“그게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마시고 음식이나 좀 주세요.”
주인이 화린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주방으로 가서 음식을 하였다.
화명상단이 손님을 받지 못하게 하니 숙수에게 쉬라고 말을 하였는데 화린이 들어왔으니 주인이 오랜만에 실력을 발휘해 볼 요량이었다.
“주인이 숙수인가? 열심히 사네.”
그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화린은 주인이 성실한 사람이라고만 생각을 하였다.
잠시 후, 일단의 무리들이 객잔 안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허리에 검을 차고, 그들이 입은 경장의 왼쪽 가슴에는 ‘화명’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네놈이냐?”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사내가 화린을 향해 물었고, 화린은 고개를 들어 객잔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을 보았다.
“그냥 하루 쉬었다가 갈 일인데,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드는지.”
화린은 앞에서 자신에게 물은 자에게 말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려 주면 듣고 따르겠소.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거요?”
화린이 묻자, 그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고는 말하였다.
“분명 이곳은 폐쇄를 하니 다른 곳으로 가 묵으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지 못하였느냐?”
“멀쩡한 객잔을 왜 폐쇄한단 말이오? 그리고 이 객잔은 당신들의 객잔이 아니지 않소. 그렇다고 이들의 손해를 메워 주는 거요?”
“뭐라!”
“당신들은 힘을 앞세워 힘없는 자들을 핍박하고 겁박하여 그들의 재산에 손실을 입히는 중임을 알지 못하는 거요?”
“내 이놈을 당장……!”
그가 발끈하여 허리에 찬 검을 빼 들자, 화린은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앞서 말하였을 텐데. 검을 뽑는 행위가 나의 죽음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이야.”
화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도 다가갔다.
“남의 영업장 엉망으로 만들지 말고 밖으로 나오는 것이 어때?”
화린은 사내에게 말을 한 후에 그들을 지나쳐 밖으로 나갔다. 그런 모습을 보고 화린이 꼬리를 내렸다고 생각을 하였는지, 그의 입가에 비열한 웃음이 걸렸다.
화린이 밖으로 나온 뒤에 몸을 돌려 사내들을 보았다.
“자, 너의 뜻대로 나왔다. 이제 어찌할 것이냐? 팔을 하나 남기고 이쯤에서 돌아가면 용서해 주마.”
그의 말에 수하들로 보이는 사내들이 껄껄거리며 웃었다.
“너희들의 논리대로 힘을 가진 자가 힘이 없는 자를 핍박하고 겁박하는 것이니 너무 억울해하지 말도록.”
화린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가락을 말아 쥐고 앞선 자를 향해 튕겼다.
탄강이 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가 화린을 겁박한 사내의 이마를 관통하였다.
그와 동시에 화린이 언제 움직였는지 죽은 사내가 들고 있던 검을 허공에서 낚아챈 후에 사내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스걱, 스걱, 스걱…….
사내들 사이로 파고 들어가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람들이 피를 뿌리고 쓰러졌다.
그들은 자신이 어찌하여 죽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길게 베어진 자신의 가슴을 보며 믿을 수 없는 시선으로 화린을 보다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찰나의 순간에 십여 명의 무인들을 베어 버린 화린은 검을 땅에 던져 놓은 후에 객잔으로 들어갔다.
“아이고, 손님!”
그 모습에 놀란 주인이 나와 화린이 괜찮은지 물으려고 하였지만 너무 멀쩡하여 자신의 눈을 의심하였다.
“음식부터 만들어 주시고, 화명객잔으로 가서 시체들 치우라고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