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46)
구룡전기-46화(46/217)
구룡전기 (46)
화린이 객잔에서 요기를 하고 있을 때, 화명상단의 무인들이 객잔 안으로 들어와 다짜고짜 화린을 공격하였다.
폐부를 찢어 버릴 것 같은 강렬한 살기에 화린이 곧장 반응하며 들고 있는 젓가락을 다가오는 놈을 향해 던졌다.
쉐이이익!
허공을 가르며 빛살같이 날아가는 젓가락은 앞선 자의 목을 꿰뚫고 지나가며 그 뒤에 있는 자의 심장에 박혔다.
한 번의 출수로 두 명의 무인을 죽인 화린이었고, 이 모습에 분노한 화명상단의 무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들이 뿜어내는 기세에 놀랄 법도 하였지만 화린은 아랑곳하지 않고 전통에 들어 있는 젓가락을 뽑아 몰려드는 놈들을 향해 던졌다.
화린의 손을 떠난 젓가락들은 부채를 펼치듯 펼쳐지며 무인들을 향해 날아갔다.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이거나, 혹은 적이라 판단하면 일말의 자비도 없이 손을 쓰는 화린이었는데, 이는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내가 죽어야 하는 군대에서 습득한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퍽…… 퍼어억…… 퍽…… 퍽…….
허공에 기다란 잔상을 남기며 날아가는 젓가락들은 화린을 향해 달려드는 무인들의 이마, 목, 심장 등과 같은 급소를 파고들었다.
그 충격에 무인들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라 뒤집히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십여 명의 무인들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객잔의 바닥에 쓰러졌다.
객잔의 주인이 혹여 몰라 허겁지겁 달려와서는 객잔 안의 상황을 보고 놀라 딸꾹질을 하였다.
“히끅.”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객잔을 더럽혔습니다. 객잔 청소비랑 기물 파손한 건 제가 화명상단에 말해서 받아들이겠습니다.”
“저, 저기…… 손님, 괜찮으십니까? 여기…….”
“저는 괜찮습니다. 그리고 다시 화명객잔으로 가서 이 시체들을 치우라고 전해 주십시오. 서두르지 않으면 제가 가서 객잔에 있는 사람들 다 죽여 버린다고 그리 전해 주세요.”
“그렇게…….”
“가서 전해 주시면 됩니다. 또 나 죽이겠다고 하는 놈들이 오면 그냥 죽여 버리면 되니까요.”
객잔 주인은 화린에게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다시 객잔 밖으로 나가 화명객잔으로 갔다.
화린은 객잔 주인이 나가자, 식탁 위에 놓은 음식을 먹으려다 젓가락이 없다는 걸 인지한 후에 먹는 것을 포기하는 듯 음식이 담긴 그릇을 내려놓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젓가락 하나는 남겨 놓는 건데.”
화린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객잔 입구로 걸어 나갔다.
화린이 객잔을 나서자, 화명객잔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런 그들을 보며 화린은 피식 웃으며 문턱에 걸터앉아 여유를 부렸다.
그런 화린의 모습을 본 화명객잔의 사람들은 흠칫하며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멈추어 섰다.
“무엇 때문에 이 사람들을 죽인 것이냐?”
말려 올라갈 것 같은 콧수염에 배가 볼록 나온 사내가 앞으로 나서며 화린에게 물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으로 보아 화명상단에서도 제법 직위가 있어 보이는 자였다.
“이제 그런 질문은 식상한데, 당신의 이름은?”
“나대용이다.”
“직책은?”
나대용은 화린의 물음에 어이가 없었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십수 명을 베어 버린 잔혹한 사내라는 것을 알고 순순히 대답하였다.
“화명상단의 녕하 지부장이다. 당신은 아직 나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왜, 죽였나?”
“그렇다.”
“간단하지. 이들이 나를 죽이려고 하였고, 난 살기 위해서 죽일 수밖에 없었지.”
화린의 대답에 나대용은 인상이 구겨졌다.
“처음에 당신네 객잔에서 묵으려고 하니 예약이 다 되어 있다고 해서 이리로 왔지. 그런데 당신 무사들이 투숙을 못 하게 막더군.”
“다른 객잔도 있지 않느냐?”
“여기가 석취산이야. 초입에 객잔이 몇 개가 된다고 그래? 그리고 물어보니 객잔을 당신네들이 강제하여 투숙객들을 받지 못하게 하였다고 하던데, 아니야?”
“오늘 본 상단에 중요한…….”
“그건 당신네들 일이지, 이곳을 통해서 대초원으로 넘어가는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어. 하루의 피곤함을 풀고자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른 현에서 하루 쉬고, 다시 오라고?”
나대용은 화린의 말에 마땅히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였다.
힘이라도 있으면 당장 요절을 내고 싶지만 어리게만 보이는 청년은 이미 상단의 무인 십수 명의 목숨을 단숨에 빼앗아 버린 무림의 고수였다.
“그런 개 같은 경우가 어디 있어? 당신네들이라면 그리하겠어?”
“그렇다고 이렇게 사람을…….”
“그럼 내가 죽어야 해? 이봐, 너희들의 논리로 나는 그저 죽은 자들보다 더 강했을 뿐이야. 힘없는 놈이 힘 있는 놈을 죽이려고 달려들면 어떻게 되겠어?”
나대용은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내가 당신이라면 그렇게 고개를 쳐들고 이런저런 물음을 하기보단 먼저 대가리 처박고 잘못했다고 빌었을 거야.”
“그게 무슨…….”
“나는 지금 너희들을 다 때려 죽이고 싶을 만큼 화가 나 있거든.”
화린의 살기가 나대용에게 집중이 되자, 나대용은 몸살이라도 난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갑자기 차가운 한기가 몸을 휘감으며 곧 얼어 죽을 것 같은 기분에 저도 모르게 두 무릎이 굽어지며 자연스럽게 땅바닥에 닿았고, 허리가 숙여지며 화린을 향해 절을 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지부장님!”
그 모습에 놀란 화명상단의 사람들이 황급하게 그를 불렀지만 전신을 난도질할 것만 같은 매서운 기운으로 인해서 나대용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귀인을 미처 알아보지 못하고 상단이 무례를 범해 귀인의 즐거움을 방해한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그가 화린에게 용서를 구하는 모습에 모두가 당황하였다.
“귀인의 노여움을 풀고자 본 상단에서 어찌해야 할지 알려 주신다면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겁에 질려 꼬리를 말아 엉덩이 밑으로 감춰 버린 개처럼 나대용은 엎드려 오돌돌 떨며 화린의 대답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객잔 안에 죽은 자들이 있으니 그들을 치우고, 흘린 피도 깨끗하게 지워. 그리고 기물 파손한 거 변상해 주고, 오늘 하루 동안 손님을 받지 못하게 하였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까지 해 줘.”
“신속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나는 여기 객잔에서 쉬고 있을 테니, 나에게 불만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찾아와서 칼부림을 해도 좋고, 독을 풀어도 좋은데 단 그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못하니 그렇게 알아.”
화린은 나대용을 내려다보며 말을 한 후 한참 뒤쪽에 서 있는 객잔의 주인을 불렀다.
“주인장, 방 하나만 씁시다.”
* * *
“그래서 무인 열다섯이 죽었단 말이냐?”
화명상단의 상단주인 화정수는 이전처럼 도난 사건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여 곡물이 석취산 초입에 도착할 시간에 맞추어 객잔으로 왔다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화를 내었다.
“죄송합니다. 이곳에 있는 무인들로는 감히 대적할 수가 없는 자라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자는?”
“건너편 객잔에서 쉬고 있습니다.”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고?”
“그가 드러내는 살기에 물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나대용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느낀 화정수는 더 이상 그에 대해서 물어보았다간 큰일을 치를 것 같아 일단 나대용을 내보내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리가 잘못한 것 같은데 그게 무인 열다섯 명을 죽일 정도로 잘못된 일인가?”
아무리 흉악무도한 자라 할지라도 사람들 이런 식으로는 죽이지 않는다.
“그럼 나 지부장이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든지, 아니면 우리 쪽에서 놈을 먼저 죽이려고 했겠지.”
아마도 후자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그를 만나 봐야겠군.”
화정수는 상대를 만나 어떠한 대화를 나눌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정리를 한 후에야 방을 나섰다.
화정수는 홀로 화명객잔의 건너편 객잔으로 가서 주인을 불러 낮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상세하게 들을 수가 있었다.
“우리가 고용한 낭인들이 그를 먼저 협박하고 죽이려 했다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손님께서는 그들을 모두 죽인 후에…….”
“자네도 무림인을 많이 봐 왔겠지.”
“그렇습니다.”
“어떤가? 그는 사파에 가까운 인물인가? 아니면 정파에 가까운 인물인가?”
주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손을 쓸 때의 그 단호함은 정파의 무인이라기보다는 사파의 무인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걸 들어 보면 억지를 부리거나 틀린 말을 하지는 않아 정파에 가까운 것 같고, 정사지간에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정사지간이라…….”
화정수는 정사지간이라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도 저도 아닌, 나쁜 말로 말을 하면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회주의자라 생각하고 있어서이다.
“그가 누구인지는 모르나?”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간이 덜컹하는데 감히 입을 열 수가 있어야지요.”
“알겠네. 그자는 방에 있는가?”
“그렇습니다.”
“그럼 내가 잠시 보자고 한다고 전해 주게.”
“제가 말입니까?”
화정수가 주인을 노려보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화린이 쉬고 있는 방을 찾아갔다.
이 층 안쪽 화린의 방 앞에 선 객잔 주인은 조심스럽게 화린을 불렀다.
“손님.”
“무슨 일입니까?”
“화명상단의 상단주이신 화정수 님께서 손님을 잠깐 뵈었으면 하고 기별을 넣어 달라고 하셔서 말입니다.”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주인의 속이 타들어 갔다.
“알겠습니다.”
그 대답에 표정이 변했다.
“지금 일 층에 계십니다.”
“알았으니 이왕 기다리는 거 조금 더 기다리라고 전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다른 소리를 할까 싶어 얼른 대답을 하고 계단이 있는 곳으로 달려간 주인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식탁에 앉아 있는 화정수에게 조금만 더 기다리면 화린이 올 것이라고 말하였다.
“알겠네. 차를 내어 주게.”
“알겠습니다.”
화정수는 화린이 내려오기를 기다렸고, 주인이 차를 내어 올 때쯤 화린이 이 층에서 내려왔다.
“나를 보자고 하신 분이오?”
“자네가 우리 사람 열다섯을 죽였는가?”
화린은 화정수를 빤히 보더니 숨을 한 번 내쉬곤 입을 열었다.
“맞아.”
화린의 하대에 순간 화정수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화정수가 연장자이지만 같은 집단에서 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에서 얼굴을 한번 본 사이도 아닌데 상대가 단순히 연장자란 이유로 하대를 하니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 화린 역시 하대로 응수를 한 것이다.
“그걸 또 따지러 온 건가?”
“커어엄!”
헛기침을 한 화정수가 물었다.
“자네와 같은 고수가 그들을 굳이 죽일 것까지 있었나?”
“그럼 내가 대신 죽어?”
“적당한 훈계를 하였다면 열다섯의 목숨이 살았을 것이네.”
화린은 화정수의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럼 당신은 그렇게 살아. 난 내 목숨을 비롯하여 내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 자들을 죽이며 살 테니까.”
화정수의 검미가 꿈틀거렸다.
“자네에게는 인정이라는 것이 없나?”
“있지. 그런데 내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게 인정을 베풀지는 않아. 이런 이야기를 할 것 같으면 그만 돌아가지.”
안하무인격의 화린의 태도에 얼굴이 붉어진 화정수는 심호흡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린 후에 물었다.
“자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화명상단의 상단주라고 하더군. 그게 지금 이 상황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건가?”
화린의 태도에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자네의 목숨을 원하면 자네가…….”
“이봐, 지금 당장 당신 목숨이나 걱정해. 당신이 돈으로 무인들을 사서 나에게 보내는 것이 빠를 것 같아, 아니면 내가 이 자리에서 당신을 죽이는 것이 빠를 것 같아?”
끝까지 자신을 무시하는 화린의 행동에 분노를 터뜨린 화정수는 살기를 드러냈다.
화정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는 그 순간 화린의 몸에서 기운이 뿜어져 나와 화정수의 살기를 삼켜 버렸다.
“허엇!”
화정수가 놀라 헛바람을 들이마실 때, 언제 꺼내어 들었는지 화린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고, 검 끝은 화정수의 목에 닿아 있었다.
“조금 전에 말을 했을 텐데. 내 목숨을 노리는 자는 살려 두지 않는다고.”
화정수는 지금까지 자신을 드러내 본 적은 없지만 어느 정도 무공과 술법을 익히고 있어 웬만한 무림인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고, 또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젊은 사내는 자신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었다.
‘내가 익힌 무공과 술법으론 어찌할 수 없는 자이다.’
“어설픈 살기를 한 번만 더 품었다간 그때는 정말 목이 날아간다.”
화린은 화정수의 목에 닿았던 검을 회수한 후에 몸을 돌렸다.
“네놈의 이름은?”
이 층으로 올라가려는 화린은 걸음을 멈춘 후에 뒤돌아보며 말하였다.
“알아서 뭐 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