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47)
구룡전기-47화(47/217)
구룡전기 (47)
늦은 밤 화생방이 트라빌 왕국에서 곡물을 싣고 화명객잔에 도착했다. 곡물을 창고 안에 넣어 둔 후에 도난 방지를 위해서 화정수는 자신이 배운 술법을 이용하여 침입자가 있으면 창고의 문이 폭발하여 침입자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는 폭음탄적이란 술법을 문에 각인시켜 놓았다.
그런 후에 자물쇠를 이용하여 문을 걸어 잠그고 열쇠를 자신이 보관하였다.
창고의 주변에 경계 무사도 이전보다 더 많이 투입하여 철저하게 도난에 대비하였다.
밤에 창고의 불이 훤히 밝혀졌고, 주변을 경계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그림자가 가득하여 아무리 뛰어난 도둑일지라도 이번에는 곡물을 훔쳐 가는 것이 힘들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화린은 이 층 자신의 방에서 건너편 화명객잔의 창고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법 신경을 쓴 것 같은데.”
화린은 불을 밝게 밝힌 것과는 상관없이 이 층 창문을 통해서 빠져나온 뒤 허공으로 도약하였다.
한 번의 도약으로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는 어기충소를 시전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피한 후에 기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창고 위 지붕으로 내려섰다.
불을 밝히 창고 아래는 대낮처럼 밝을지 몰라도 그 위, 즉 창고 위에는 어둠이 가득하였다.
더구나 화린이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이 검은색이라 지붕 위에 내려서서 바짝 자세를 낮추자, 아래에서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지붕 위에 사람이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아까 보니 화정수가 이상한 수작질을 하는 것 같았는데.’
화린은 화정수가 폭음탄적이라는 술법을 문에 각인시킬 때, 그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그 술법이 폭음탄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었다.
화린은 자신의 기운을 창고 주변으로 퍼뜨린 후에 이상한 점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음…….”
기운과 기운이 충돌하면서 일어나는 자극을 통해서 문에 위험한 장난을 해 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화린은 어둠 속에서 피식 웃었다.
“문이 아니면 지붕으로 들어가면 되지.”
화린이 조심스럽게 지붕을 이루고 있는 나무판을 손으로 찍어 악력을 가하자 지붕에 주먹만 한 구멍이 났다.
화린의 신형이 그 작은 구멍에 빨려 들어가듯 구멍을 통과하여 창고 안으로 들어왔다.
“많이도 가지고 왔네.”
화린은 창고 가득 쌓인 곡물을 보며 활짝 웃었다.
“한 몇 년 동안 굶을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군.”
화린은 술법을 이용하여 공간 주머니를 소환하여 창고 안의 곡물을 모두 쓸어 담았다.
곡물을 흡입하던 공간 주머니는 곡물 한 가마니를 남겨 두고 흡입을 멈추었다.
“곡물 가지고 온다고 고생을 하였으니 이걸로 따뜻한 밥 지어 먹고 먼 길 돌아갔으면 하네.”
화린은 남은 한 가마니의 곡물 위에 좋은 일에 곡물을 잘 쓰겠다는 서신을 남겨 두고 창고에 두고 뚫어 놓았던 지붕의 구멍을 통해서 빠져나왔다.
“그러니까 사람을 봐 가면서 건드려야지. 어디서 내 것을 빼앗으려고 지랄을 해. 이번에는 여기까지 하지만 다음에도 나의 것을 빼앗으려고 한다면 아주 뽕을 뽑아 버려야지.”
화린은 이 층에서 지붕으로 내려선 것과 반대로 어기충소를 사용하여 높이 뛰어올라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진 후에, 기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이 층 창문을 통해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내일이 되면 재미가 있었군.”
화린은 만족하는 미소와 함께 창문을 닫고 방바닥에 깔아 놓은 침구 위로 가서는 누웠다.
“아이, 편하네.”
누워 있으니 기분이 좋은지 입에서 절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혼자 흥얼거리던 화린은 내일 아침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다음 날, 화린은 시끌벅적한 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 창문으로 가서는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동을 내려다보았다.
“도대체 경계 근무를 어떻게 섰기에 지붕 위에 구멍을 뚫고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놈을 못 볼 수 있단 말이냐?”
분노에 찬 목소리가 동이 트기 전부터 화명상단의 창고가 있는 곳에서 쩌렁하게 울렸다.
“저놈들을 끌고 가서 죽인 후에 산에 파묻어 버려.”
“살려 주십시오!”
경계를 선 무인들이 살려 달라고 말하였지만 화정수는 막대한 손실을 입은 분노를 거두어들이진 않았다.
이 모습을 이 층에서 지켜보고 있던 화린은 피식 웃었다.
“인정을 운운하더니…… 하여간 입만 산 놈들은 지들이 안 당하면 그럴듯한 말만 하지.”
화린은 어딘가로 끌려가는 무인들을 보고 잠깐 고민을 하였다.
“데리고 간 놈들을 부상 입혀 놓으면 저들이 알아서 도망치겠지.”
화린은 그렇게 결정을 하고 방을 나섰다.
“주인장.”
일 층으로 내려와 주인을 부르자 그가 주방에서 얼굴을 빼꼼 내밀어 화린을 보더니 나와서 고개를 숙였다.
“아침 식사 좀 부탁합니다.”
“어떤 걸로……?”
“간단한 걸로 해 주십시오. 세면을 하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밖으로 나가서 객잔 뒤로 돌아가시면 우물이 있습니다.”
화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객잔을 나왔다. 그 순간 안개가 흩어지듯 화린의 신형이 흩어지면서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한편 경계를 서던 무인들을 산으로 끌고 가던 화명상단의 표두는 석취산 초입에서 조금 올라가더니 뒤를 돌아보곤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말하였다.
“모두 풀어 주어라.”
표두의 명령에 표사들은 서로 눈치를 보았지만 그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무인들을 모두 풀어 준 표두가 말하였다.
“이대로 멀리 도망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일은 입 밖에도 내면 안 된다.”
“장 표두님…….”
“상단주님께서는 너희들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너희들이 이삼 년 조심해서 지내면 다니다가 얼굴을 마주쳐도 알아볼 수 없을 게야. 하지만 오늘 일이 세간에 알려져 이야기가 나온다면 너희뿐만 아니라 풀어 준 나도, 여기 있는 표사들도 모두 곤란해질 것이다. 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감사합니다.”
“감사는. 너희들이 경계를 게을리 서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문을 열지 않고 지붕에 난 구멍으로 그 많은 곡물을 옮길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어.”
“그럼…….”
“도가의 술법이나, 배교의 술법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너희들의 힘으로는 불가항력과도 같은 일이니 그냥 재수가 없었다고 생각하여라.”
장 표두의 말대로 이치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이대로 산을 넘어 달아나. 우리는 조금 더 올라가서 땅을 파며 시간을 보내다가 내려갈 터이니.”
“장 표두님,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지랄 떨지 말고 어서들 가.”
장 표두가 소리치자, 무사들은 그 길로 산 중턱 위로 올라갔다.
“우리로 올라가자. 올라가서 너희들도 잘 생각해 봐. 상단의 표사로 남을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로운 삶을 살지.”
장 표두는 표사들을 데리고 석취산 중턱으로 올라갔다.
그들이 올라간 뒤, 그 자리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화린이었다.
“괜히 올라왔군. 장 표두, 저 사람 괜찮은 사람이네. 나중에 우리 장원으로 데리고 와야겠어.”
화린은 할 일이 없어진 표정을 짓더니 몸을 돌렸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 * *
화린은 객잔에서 맛있게 조식을 먹은 후에 만족하는 미소를 지었다.
“볼일도 다 봤으니 이제 돌아가 볼까?”
화린이 식탁에 음식값을 계산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할 때, 화명상단의 표사들이 우르르 객잔 안으로 들어왔다.
“놈을 잡아라.”
다짜고짜 객잔 안으로 들어와 검을 뽑아 들고 위협을 하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을 하였다.
“무엇 때문에 날 잡으려고 하는 거지?”
화린이 묻자, 화명상단의 상단주인 화정수의 셋째 동생인 화생방이 나서서 말을 하였다.
“네놈의 잔당들과 모의하여 곡물을 빼돌리지 않았느냐?”
화린은 그 말에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그랬다는 증거는?”
“조사해 보면 알 것이니 피를 보기 전에 순순히 포박을 당하여라.”
“당신, 그 말에 책임을 져야 해.”
“뭐라?”
“당신네 상단이 나에게 억지 누명을 씌워서 분풀이를 하려는 모양인데, 이 사실이 나의 가문에 알려지면 당신네 본가, 처가 할 것이 구족이 멸할 거야.”
그리 말하며 화린은 자신을 향해 검을 겨누고 표사들을 보았다.
“너희들도 그 화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거야.”
너무나도 당당한 화린의 모습에 모두가 흠칫하였다. 더구나 그가 가문을 들먹이며 구족을 멸할 것이라 말을 하니 그의 신분이 보통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허풍 떨지 마라. 도둑놈 주제에……. 놈을 잡아라.”
“화정수란 자가 나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짐작을 하였을 텐데……. 그가 빠지고 다른 놈들을 시킨 것을 보니 후에 책임을 면할 생각인가 보군.”
“형님께서?”
“화정수에게 가서 확신을 가지고 나에게 수작을 걸라고 전하라.”
화생방은 너무도 당당한 화린의 모습에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라.”
표사들이 눈치를 보았고, 화생방은 잠깐 머뭇거리다 결국 표사들을 물릴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자.”
화생방이 돌아가자, 일촉즉발의 상황이 허무하게 끝나 버렸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주인은 간이 조마조마하여 숨을 크게 내쉬더니 화린에게 다가와 말했다.
“얼른 달아나십시오.”
“내가 왜요?”
“지금은 저렇게 물러나도 또 표사들을 데리고 올 것입니다.”
“그럼 다 죽이면 되죠.”
사람을 죽인다는 말을 너무나 쉽게 하는 화린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주인은 용기를 내어 말하였다.
“손님께서는 무공이 강하니 그리 쉽게 말을 하지만 저들 대다수의 표사들은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자들입니다. 저들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손님께서 많은 목숨 살린다 생각하고 그냥 달아나시면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화린은 주인을 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좋은 말씀을 들어서요. 주인장의 말대로 내가 이 상황을 피하면 많은 목숨을 살리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그런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봤거든요. 나 죽이러 오는 놈들은 다 죽여 버렸는데 앞으로는 상황을 봐 가며 도망도 다녀야겠어요.”
주인은 화린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그러려니 하였다.
화린은 품에서 금 두 냥을 꺼내어 식탁 위에 올려 두고는 주인에게 말했다.
“아침 잘 먹고 갑니다. 장사 잘 하시고, 또 이곳에 들를 때,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휘리리링.
객잔 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생각한 주인은 화린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허엇!”
혹여나 하여 식탁에 놓아 둔 금 두 냥을 확인해 보았다. 금 두 냥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고, 주인은 얼른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그것참”
무림인 중에는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니 눈앞에서 그렇게 사라질 것이라곤 예상치도 못하였다. 주인이 식탁에 있는 음식 그릇을 치우려고 할 때, 표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놈은 어디로 갔느냐?”
“조금 전에 객잔을 나갔습니다.”
“조금 전에?”
“네. 표사님들이 객잔을 나가신 후에 그길로 객잔을 나섰습니다.”
식당 주인의 말에 표사들이 화린을 찾기 위해서 객잔을 나갔고, 주인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또 시체 치울 뻔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