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48)
구룡전기-48화(48/217)
구룡전기 (48)
하남성의 성도 정주에서 가장 큰 저택을 가진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영천상단 동서독의 장원이라고 말을 한다.
중원십대상단 중 한 곳으로 중원 대륙의 광산 개발은 영천상단에서 독점하다시피 하여 개발하고 광물을 생산, 정제, 공급하고 있어 막대한 부를 쌓았다.
광산 개발을 통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건설, 전장, 표국 등의 사업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업은 광산 개발에 비해서 많은 수익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있다.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지만 다른 십대상단의 견제로 인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영천상단에 큰일이 생겨난 것이다.
다름 아닌 영천상단의 상단주인 동서독의 장남이자, 광산 개발의 중책을 맡고 있던 동남우가 괴인으로부터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 일로 인해서 영천상단이 발칵 뒤집혔고, 동남우를 죽인 자를 찾기 위해서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였지만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목격자에 의하면 주루에서 술에 취한 자가 동남우에게 시비를 걸었고, 동남우는 그에게 손을 썼다고 하였다.
시비를 건 취객이 동남우에게 맞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에 놓인 술병을 들고 휘둘렀는데 그때 동남우가 머리를 맞았다고 하였다.
그 후 취객은 달아났고, 동남우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죽었다고 하였다. 동서독은 사람들을 풀어 취객을 찾았지만 끝내 찾지 못하였다.
동서독의 장원에는 장남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장원을 찾아와 슬픔을 나누었다.
동서독에게는 장남인 동남우 외에도 네 명의 자녀가 더 있었는데, 차남 동남천, 셋째, 동남수 이렇게 두 아들과 동남영, 동숙하 두 딸이 있었다.
장남 동남우의 죽음으로 인해서 동남천과 동남수의 입지가 묘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동안 형인 동남우가 맡아 진행하던 광산 개발을 남천과 남수가 동시에 눈독을 들여서였다.
둘에게 형의 죽음은 슬픔보다는 자신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둘은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 형의 장례식을 하는 도중에도 가문의 사람들을 만나 은밀히 의사를 타진하는 등 형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는 가문을 이어받기 위해 노력하였다.
“이거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동서독이 찾아오는 사람들의 손을 잡고 절을 하며 친분을 나누는 데 반해 두 아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여 편 가르기에 신경을 썼다.
장원의 넓은 뜰에는 장례식을 찾아온 손님들을 대접하기 위해서 상을 차리고 음식들을 내놓았는데 식탁 한쪽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는 화린의 얼굴에선 슬픔은 전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마주 앉아 함께 음식을 나누는 사람들은 상인들로, 그들 역시 동남우의 죽음보다는 상인으로도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였다.
“그런가?”
“요즘 섬서성 산양현이 그로 인해서 시끌벅적하다고 하더군.”
“규모가 엄청난 모양이야?”
“내가 듣기로는 아마 섬서성에서 가장 큰 규모가 아닐까 하는데 생각해 보게. 기루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박장에 숙박을 할 수 있는 객잔까지 한 곳에 다 있으니 돈 있는 한량들에게는 천당과 같은 곳이 아니겠나.”
“왜?”
“왜긴, 먹고, 이거 하고, 자고 어딜 싸돌아다닐 필요도 없이 그곳에서 다 해결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그런 곳은 돈이 한두 푼 들어가지 않을 텐데.”
“그건 모르지. 듣기로는 중원 대륙의 도수들이 구룡루가 영업하기만을 기다린다고 하더군.”
이들은 구룡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듣고 있는 화린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영업을 하면 더 기가 막히지.’
“듣기로는 구룡장의 장주가 기루에 새로운 영업 방식을 도입한 곳도 있다는데, 그곳 장사는 좀 되는 것 같소? 혹시 아시는 분 있소?”
“그건 내가 좀 알고 있소.”
화린이 그곳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인 척 끼어들어 말을 하였다.
“좀 어떻소? 기존의 기루와 수익이 비슷하게 나오?”
“루주는 돈이 안 되지요. 루주의 수익은 기녀들에게 내주는 방값, 술값, 안줏값이 전부인데 이것저것 떼면 루주가 가져가는 것은 없을 것이오.”
“그럼?”
“돈이야 기녀들이 많이 버는 것 아니겠소. 그러니 기녀들이 오송루에서 일을 하려고 줄을 서지.”
“기녀들만 돈이 되면 크게 재미는 없는 영업 방식이구료.”
“그런 걸로 알고 있소이다. 그래도 구룡장의 장주는 큰 영업을 할 것이니 오송루에서 버는 돈은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오.”
다른 사람처럼 말을 하는 화린이었지만 이들은 구룡장의 장주가 누구인지 알 수 없으니 화린의 말을 곧 믿었다.
화린 또한 틀린 말을 한 것은 없으니 허풍이 들어간 것도 없었다.
“그럼 기녀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거나 그러지는 않겠소. 일을 하려고 하는 이들이 많으니?”
“낸들 아오. 다만 들리기에 그렇다는 것이지요. 기녀들이 안 쫓겨나려고 열심히 일한다는 말은 들었소. 기녀들이 아부도 한다오. 그곳에서 일하려고.”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오. 기녀들이 서로 일하려고 하는 기루가 있다니 말이오.”
“그러게 말입니다. 세상 참 좋아졌지요.”
상갓집에 와서 웃는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만 그래도 소리를 내어 웃지 않으니 상관이 있을까 하여 화린은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네.’
“난 저쪽 가서 다른 이야기도 좀 들어야겠소.”
장사꾼들이야 늘 그러하듯 돈이 되는 곳을 쫓아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화린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상계가 대충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있었다.
‘이쪽에 너무 깊게 개입하면 서로 피곤해지겠지. 딱 구룡루에 몇 가지 영업장만 있으면 돼. 그다음은 투자를 통해서 수익을 내면 되니까.’
* * *
“이년이 미쳤나?”
술을 먹고 취한 사람은 간혹 스스로의 분을 이기지 못하거나, 혹은 부당함을 당했을 때 힘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고, 그 대상이 자신보다 약한 여자일 경우가 허다하였다.
이러한 싸움, 아니, 다툼은 기녀가 있는 기루는 물론이고 일반 객잔, 혹은 차를 파는 다루 역시 예외가 없었다.
우다다당!
한 여인이 바닥에 넘어져 있었고, 사내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여인을 향해 욕지거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스르르륵!
그 순간 갑자기 한 사내가 나타나더니 이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손님, 무슨 일이십니까?”
최근 오송루의 관리를 맡은 단리혁진이었다.
나타난 단리혁진으로 인해서 흠칫하더니 기녀를 향해 욕을 하던 사내는 씩씩거리며 말을 하였다.
“이년이 처음 나에게 화대가 철전 스무 냥이라고 했소.”
“개인의 차는 있지만 대충 그 정도로 받고 있습니다.”
단리혁진은 정중하고 침착하게 사내를 응대하였다.
“그런데 내가 술에 취했다고 술값에 안줏값에 자신이 나와 함께 있는 시간까지 하여 금액을 무려 은 한 냥 반을 달라고 하지 않소.”
단리혁진은 쓰러져 있는 여인을 보았다.
“그리하였느냐?”
“저 사람과 먹은 술이…….”
“나는 네가 손님께 은 한 냥 반을 달라고 하였는지, 안 하였는지를 물었다.”
기녀는 몸을 가늘게 떨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기녀의 대답을 들은 사내는 몸을 돌려 사내에게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였다.
“죄송합니다. 저희 집에서 일을 하는 아이가 욕심을 부린 것 같습니다. 이 아이는 돈을 벌려고 왔고, 그 욕심이 손님을 노여워하게 한 것 같습니다. 화를 푸십시오.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단단히 교육을 시키겠습니다.”
“커어어엄!”
단리혁진이 정중하게 말을 하자, 화가 난 손님 역시 더 이상 화만 낼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드신 건 돈을 받지 않겠습니다. 저희 측의 잘못으로 기분이 상하였다면 용서하십시오.”
“아니오. 내가 먹은 술값이랑 저 아이랑 같이 있었던 시간은 내가 돈을 낼 것이오. 그리고 순간 화를 참지 못하여 저 아이에게 손찌검을 한 건 내가 잘못하였으니 용서하시오.”
단리혁진은 자신이 먹은 걸 계산하겠다고 말하는 손님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송루가 다시 문을 열고 장사를 하면서 술이 취한 취객을 상대로 바가지 장사를 하는 기녀들이 몇 명 있었고, 그로 인해서 이러한 일들이 몇 번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 손님처럼 자신이 먹은 술값을 계산한다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서였다.
“손님께서 괜찮으시면 저와 술을 한잔하시겠습니까?”
“당신과?”
“저는 이곳 오송루를 관리하고 있는 단리혁진이라고 합니다.”
“단리혁진……?”
어디서 들어 본 이름인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는 너의 방으로 들어가거라.”
기녀를 돌려보낸 후에 단리혁진은 손님을 식탁으로 안내하고 점소이에게 말하였다.
“여기 구운 오리와 죽엽청을 가져다 다오. 술값은 나의 앞으로 달아 놓고.”
“알겠습니다.”
“사실 저도 이곳 관리를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을 하는 데 조금 서툽니다. 서로가 서투니 찾아오는 손님들께 온전히 즐거움을 드리지 못하고 간혹 이런 실수로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할 때도 있습니다.”
“아니오. 사실 이런 기루에 오는 사내치고 돈을 아끼려고 오는 사람이 어디 있겠소. 다 돈을 쓰기 위해서 오는 것 아니겠소.”
“그렇지요.”
“돈을 쓰는 데 아까운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것이 있지 않소.”
단리혁진은 사내의 말을 들었다.
“누구나 술을 마시고 난 후에 술값을 대충 계산한다오.”
“그렇지요. 저도 그리 계산을 합니다.”
“내가 한 계산과 얼추 비슷하면 아무런 말 없이 계산을 하겠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값을 달라고 하면 어이가 없는 걸 떠나 화도 나고 그런다오.”
“손님께서 무슨 뜻으로 그리 말씀하시는지 알겠습니다. 앞으로 아이들 교육을 잘 시켜서 그러한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리 말씀을 하니 내가 더 미안하오.”
“아닙니다. 손님께서는 당연한 권리를 말씀하신 겁니다. 저희가 잘못한 것이니 손님께서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단리혁진은 사내와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한잔하였다. 그와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있고, 그렇지 못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는 이곳 산양현의 관청에서 일을 하는 관리였고, 또 그가 하는 일이 사업의 인허가를 내주는 이방이라는 직책을 가진 사람이었다.
단리혁진은 그를 알아 두면 나쁠 것 없다 생각하여 그와 형님, 동생 하며 지내기로 하였다.
“자, 형님께서 이 아우의 술을 한 잔 받으십시오.”
“고맙네. 자네 같은 동생을 만나 내 정녕 기쁘다네.”
두 사람은 즐거운 듯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화린이 기루로 들어와 한 사내와 술을 마시고 있는 단리혁진을 발견하였다.
“오셨습니까?”
“저분은 누구신데 혁진이 저리 재미나게 술을 마시는 거야?”
점소이에게 물었다.
“실은 조금 전에…….”
점소이가 조금 전에 기루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서 소상하게 알렸고, 단리혁진이 일을 수습하였는데 말이 잘 통하였는지 형님, 동생으로 지내기로 하였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제법이네. 그런데 저 사람은 믿을 만한 사람이야? 세상에 사기꾼들이 좀 많아야지.”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관에서 일한다고 하니 알아보면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알아서 하겠지. 내일부터 우기라는 거 알고 있지?”
“알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은 조심해야 해. 미친놈들이 많이 돌아다니니까.”
“그런데 그게 사실입니까? 비 오는 날 미친놈들이 많이 돌아다닌다는 거.”
“그럼 사실이지. 비가 오면 인적이 드물지. 칼로 사람을 찔러 죽여도 비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 냄새도 안 나지. 물에 불어 있으니 흔적도 찾기 힘들지.”
화린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점소이는 마른침을 삼켰다.
“조심해서 나쁠 것 없잖아. 듣자 하니 작년에 여기 물난리가 났다면서?”
“하지만 공사하여 배수로를 깊게 파서 물을 아래로 흘러내려 가게 하였으니 작년처럼 물에 잠기고 그러지는 않을 겁니다.”
“다 잠기는데 우리 오송루만 통뼈야. 그래도 물에 젖을 수 있는 것들은 위층으로 올려놓고 그래. 혼자 하기 힘들면 사람들 고용해서 빨리 일을 끝내든가.”
“알겠습니다. 숙수장님과 이야기해서 창고를 깨끗하게 비우겠습니다.”
“그렇게 해. 난 분명히 말했다. 이번 우기에 뭔가 손해 보는 일이 생기면 그때는 죽었다고 복창을 해야 할 거야. 알았어?”
“알겠습니다.”
점소이 대답에 화린이 웃었다.
“그리고 혁진에게 술 너무 많이 먹지 말라고 그러고.”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럼 고생해. 그리고 그 기녀는 내보내.”
“네에?”
“상과 벌은 확실하게 줘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 다른 기녀들도 조심을 하지.”
“하지만 그녀를 내보내면…….”
“다른 기녀를 받아. 어리고 젊은 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