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51)
구룡전기-51화(51/217)
구룡전기 (51)
자작지얼自作之孼
굵은 비가 쏟아지는 아침, 화명상단의 본가로 스무 개가 넘는 관이 배달되었다.
관 안에는 죽은 사내들의 시체가 들어 있었는데 하나같이 목이 잘린 시체들이었다.
“이것들이 다 무엇이냐.”
“그게, 저도 잘…….”
아침부터 목이 잘린 시체가 실린 관이 배달이 되어 화명상단의 본가에 난리가 났다.
“저것들이 왜 우리 집으로 온 것이냐?”
“저희도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당장 관아에 이 사실을 알리고 저 관들을 집 밖으로 끄집어내어라.”
화명상단의 화정수는 식솔들에게 소리친 이후, 짜증이 가득 담긴 얼굴을 하고는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어떤 놈이 이런 짓을 한 거지?”
화정수는 찝찝한 기운에 잠깐 생각하다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내가 구룡장주를 죽이라고 청부한 것이 실패한 것인가? 그래서 내가 자신을 죽이라고 청부한 사실을 알고 회천문의 살수들을 죽여 나에게 그 시체들을 보낸 것이라면……?”
화정수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하였다.
“일단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야겠지만 그렇다고 구룡장주가 가만히 있을 자는 아닐 테고,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무식하게 자신을 노리고 죽이려고 달려들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가족을 해하거나 혹은 사업체의 운영을 훼방 놓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가족들의 경호를 늘리고, 사업을 훼방 놓지 못하게 하려면…… 음.”
무림의 문파와 계약하여 그들을 고용하여 안전을 맡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하였다.
“종남이나 화산은 일개 가문에서 움직이기는 무리가 있으니 섬서성에서 가장 큰 문파에 의뢰를 넣어야겠군.”
종남과 화산을 제외하면 정파 중에서는 석천파가 있고, 사파에는 음사문이 있었다.
“종남파와 연이 있고, 그들에게 한 말이 있으니 음사문보다는 석천파가 낫겠지. 그래야 종남과 화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화정수는 석천파의 장문인인 난창 석대영을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고 그들과 계약하여 당분간은 그들의 비호 아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석천파가 나서면 제깟 놈도 별수 없겠지.”
* * *
화린은 이도문과 함께 회천문으로 쳐들어가 그들을 몰살시켜 버렸다.
청부를 받았다고는 하나 자신을 비롯한 식솔들을 죽이려 한 회천문이었기에 한 명도 남기지 않고 모두 죽여 버렸다.
회천문의 문주인 일점사 나진은 화린을 상대로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당했고, 나진의 입을 통해서 화정수의 의뢰가 있었음을 들은 후에 모두 죽이고 시체를 화명상단으로 보내어 버렸다.
“이렇게 하면 화명상단에서 취할 수 있는 행동은 그리 많지 않겠지.”
화린은 구룡장 거처 퇴청마루에 걸터앉아 화명상단의 화정수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를 예상해 보았다.
“문파와 계약을 해서 자신의 가족과 영업장을 지키려고 하겠지.”
많은 방법이 있지만 이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고, 또 자신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였다.
“종남과 연이 있다고 하나 종남은 일개 상단에서 계약을 할 수 있는 그런 문파가 아니니 현실적으로 석천현에 자리 잡고 있는 석천파와 계약을 하겠지.”
회천문이 당했으니 어설픈 문파가 아니라 제법 세가 있는 문파와 계약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충분히 예상할 수가 있었다.
“그럼 화명상단은 석천파이고, 영천상단은 음사문이란 말이지.”
화린은 활짝 웃었다.
“뜻대로 흘러가는데 이왕 이렇게 된 거 화명상단과 영천상단도 손에 넣고 움직일 수 있으면 움직여야겠어.”
석천파와 음사문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구룡장이 상가가 아닌 무가로 알려질 것이고, 은밀한 작업을 통해서 화명상단과 영천상단의 사업장도 손에 넣게 되면 구룡장은 앞으로 큰 걱정이 없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물론 석천파, 음사문을 상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나 맹호사사혈전대에서 그 험한 경험들을 한 화린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이 호법!”
화린은 이도문을 부르자, 그의 곁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섬서성에 살수 문파가 몇 개나 되지?”
“회천문이 멸문당했으니 다섯 개가 남아 있습니다.”
“그들의 수준은?”
“사당을 제외하고는 이류, 삼류 문파입니다.”
“사당은 일류인가?”
“그렇습니다. 그들이 섬서성 최고의 살수 문파입니다. 물론 제가 무림에 나선다면 또 달라지겠지만 이제 그럴 리는 없으니 사당이 섬서성 제일 살수 문파입니다.”
이도문의 자부심은 대단하였다.
“그들도 살황 님의 존재를 알고 있나?”
“살황 님을 부정하는 살수들은 없습니다. 살황 님을 부정하는 건 살수가 아닙니다.”
단호하게 말하였다.
“그래? 그럼 살황의 이름으로 사당의 당주에게 공문을 보내. 내가 잠시 보자 한다고 말이야.”
“살황 님의 이름을 언급하여 공문을 보낼 때는 살황 님의 신물인 살황묵혈소가 필요합니다.”
화린은 이도문의 말에 품에서 살황묵혈소를 꺼내어 주었다.
“명을 받습니다.”
이도문이 연기처럼 사라지자, 화린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도 오는데 미옥 분타주를 만나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나누어 봐야겠군.”
화린은 자신의 집무실을 나섰다.
구룡장에서 일하는 식솔들이 화린을 보자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일하는 식솔들의 입장에서 화린은 참 편한 사람이었다.
장원에 대해서 딱히 신경 쓰는 것이 없고, 자신들에게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면 될 뿐이다.
다른 장원에서 일하는 것보다 편한데 보수를 많이 받으니 이들의 입장에서 화린은 분명 좋은 사람 축에 속하였다.
“비도 오는데 쉬엄쉬엄하세요. 이 총관에게 이야기해서 일 대충 마치면 술 한잔하시고 편히 쉬세요.”
화린은 인사를 하는 식솔들에게 말한 후에 내원의 문 앞 입구 벽에 걸려 있는 초의를 하나 챙겨 입었다.
비를 막기 위해서 만든 옷이지만 보온도 뛰어나 겨울에는 옷 대신 초의를 입고 생활하는 백성들도 있을 만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옷이었다.
초의를 입고 내원을 나서자, 총관대리를 맡고 있는 이서정이 멀리서 화린을 보고 말하였다.
“장주님, 어디 나가십니까?”
“미옥 루주에게 다녀올까 해.”
“네. 조심해서 다녀오십시오.”
“아, 비 오는데 식솔들 일 너무 시키지 말고 술도 한잔하며 쉬도록 해. 일만 하면 몸이 축나니까.”
“그렇게 하겠습니다. 일찍 오시면 장주님께서 드실 음식도 준비하겠습니다.”
“일없으니 식솔들끼리 많이 먹도록 해. 그렇다고 술에 취할 정도로 먹이지 말고.”
“알겠습니다.”
화린은 이서정에게 손을 흔들어 다녀오겠다는 시늉을 하고 구룡장을 나섰다.
미옥의 집으로 찾아간 화린은 마침 기예를 배우는 기녀들이 없어 곧장 그녀를 만날 수가 있었다.
“비가 오니 한가하신 모양입니다.”
“그렇죠. 장주님께서는 여전히 바쁘신 듯합니다. 화양루를 인수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그 일로 찾아왔습니다.”
“그 일? 설마 저에게 화양루에서 일하라고 하시는 건 아니겠죠?”
“설마요. 화양루는 구룡루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숙소로 사용할 생각입니다. 근처에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다른 성이나, 혹은 집이 먼 곳이라 출퇴근이 힘든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숙식을 할 수 있도록 제공할 생각입니다.”
“구룡루에서 생활해도 될 텐데 말입니다.”
미옥은 직원들에게 제공되는 숙식비를 아껴도 큰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이리 말을 하였다.
“기존의 기루라면 그리하면 되겠지만 제가 구상하고 있는 구룡루는 조금 다릅니다.”
“그래요?”
미옥은 흥미 있는 표정으로 화린의 생각을 물었다.
“구룡루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다양한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 객잔에서 방을 잡고 며칠 머무는 것처럼 운영을 할 생각입니다.”
“음…….”
“그렇기에 구룡루의 객방은 항시 깨끗해야 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그곳에서 생활을 한다면 아무래도 손님들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고, 자신들로 인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잠자리가 불편해질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서로에게 손해될 터이니 따로 숙식을 제공하는 것이 옳다 생각을 하는 거죠.”
“그렇군요.”
대답은 이렇게 하지만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라 여겼다. 굳이 아낄 수 있는 돈을 아끼지 않고 소비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 생각을 하여서였다.
“우기가 지나면 공사가 시작할 터이고, 공사는 한 달 하고 보름 정도가 더 걸린다고 하니 그동안 미옥님께서는 화양루에서 생활할 기녀들을 뽑아 주시면 됩니다.”
“기녀들을요?”
“네. 일하는 남자 직원도 숙식을 제공할 생각이지만 같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따로 분리해서 제공하는 것이 사건, 사고가 덜 일어날 것 같아서 말이에요.”
“그렇긴 하죠.”
“화양루가 완공되면 백 명 정도 생활할 수 있을 겁니다.”
“백 명이나요?”
“이인 일실, 혹은 삼인 일실로 사용하게 할 생각입니다. 혼자서 하나의 방을 사용하도록 하기에는 나도 부담스러우니 말입니다.”
미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이인 일실로 생각하고 있는데 일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난다면 삼인 일실도 생각을 해 봐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일단 백 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해 주십시오.”
말을 하는 화린의 눈빛이 자연스럽게 바뀌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미옥의 눈빛도 변해 갔다.
“최근에 화명상단에서 곡물을 도난당했다고 들었는데 이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화린이 묻자, 미옥은 자연스럽게 화명상단에 대한 정보를 화린에게 알려 주었다.
“이번이 두 번째로 알고 있습니다. 막대한 곡물을 도난당한 화명상단은 곡물 제공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요?”
“중원에 전역에 곡물을 제공해야 하는데 막대한 양의 곡물을 도난당하였으니 제때 곡물을 운송해 줄 수가 없고, 또 당장 많은 양의 곡물을 구할 수도 없으니 일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요.”
“신용을 잃겠군요.”
“하지만 그럴 리는 없을 것입니다. 우기가 지나면 운남성과 귀주성, 광서성에서 곡물이 생산될 것이고, 그 곡물로 급한 불을 끄게 될 터이니 말입니다.”
“그렇군요.”
“그럼 화명상단과 거래하는 거래처 중에서 지금 곡물이 가장 급한 곳이 어디입니까?”
“아무래도 각 성의 관과 강소성의 팔로수로군의 본영이 가장 시급하겠지요. 이 두 곳이 화명상단의 가장 큰 거래처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각 성을 다니는 것보다 팔로수로군의 본영에 곡물을 모두 푸는 것이 낫겠군. 그러고 보니 난 영친왕 숙부를 뵌 적이 없구나.’
황제에게는 세 명의 동생이 있고, 그들은 각기 영친왕, 흥친왕, 용친왕이라는 왕호를 황제에게 하사받아 중원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영친왕은 해상을 경계하는 팔로수로군을, 흥친왕은 중원의 서남쪽의 국경을 지키는 흥친어림군을, 용친왕은 중원의 북동쪽을 지키는 용천어림군을 맡아 중원을 수호하고 있는 중이었다.
화린은 어떻게 하면 영친왕을 만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호패, 즉 황제의 아홉 번째 아들이라는 걸 나타내는 구룡패를 이용할까도 생각하였지만 구룡패의 도움을 받게 되면 자신의 생활이 황궁에서 생활하고 있는 다른 왕자들에게 알려져 곤란해질 수도 있으니 일단은 직접 가서 부딪쳐 보기로 하였다.
“잘 알겠습니다.”
대답과 동시에 화린이 눈빛이 서서히 본래대로 돌아오자, 미옥의 눈빛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 그리고 너무 나이가 많은 이들은 배제하십시오.”
“왜요?”
미옥은 이전 화명상단에 대한 대화는 기억에 없는지 자연스럽게 화린의 말에 반문을 하였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함께 생활하는 어린 사람을 부려 먹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음…….”
“책임자급에 있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같이 일을 하는 입장인데 구룡루에서 힘들게 일하고, 숙소에 와서 나이 많은 이들 뒤치다꺼리를 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미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미옥 님께서 확실하게 교육시켜 주십시오. 이러한 일이 생기면 숙소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 일로 상대를 괴롭히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되니 그 또한 발견되면 구룡루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도 알려 주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교육 단단히 시켜서 그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미옥 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화린은 필요한 정보를 모두 얻었으니 더 이상 미옥과 마주 앉아 있을 이유가 없어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려고요?”
“다른 일도 해야 하고, 비가 많이 오니까 영업장에 들러 이것저것 또 알아봐야지요.”
“알겠습니다. 비가 많이 오니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