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55)
구룡전기-55화(55/217)
구룡전기 (55)
“뭐라? 그 말이 사실이란 말이냐!”
“그렇습니다. 간밤에 혈수무정 나성기와 두 아들 그리고 혈사파의 장로들이 죽는 바람에 지금 정주가 난리도 아닙니다.”
혈사파의 상황을 들은 영천상단의 동서독은 놀람을 넘어 두려움까지 밀려왔다.
“살수가 청부를 받아 그들을 죽인 것 같은데 살수의 실력이 보통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혈수무정 나성기가 어떤 사람입니까?”
그의 무호에서 가르쳐 주듯 그는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지라 사람을 찢어 죽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뿐 아니라 무공도 고강하여 초일류를 넘어 절정의 반열에 든 성급의 고수이기도 하였다. 비록 무림백대고수에는 미치지 못하나 하남성에서 만큼은 손꼽히는 고수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암살을 당했다고 하니 동서독의 심장이 조금 빨리 뛰었다.
“나성기 장문인이 죽었다면 이 소식이 사혈맹에도 전해졌겠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물었다.
“사혈맹뿐이겠습니까? 정천맹은 물론 소림과 개봉, 안휘성의 남궁세가, 섬서성의 종남과 화산에도 지금쯤 소식을 알리는 파발꾼들이 바쁜 걸음을 옮기는 중일 것입니다.”
“알겠네. 장례는 언제 치른다고 하던가?”
“자연사가 아니라 타살인지라 흉수가 누구인지 찾아내고, 복수를 한 후에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겠군. 자네는 그만 일을 보게. 난 생각할 것이 조금 있으니 말일세.”
자신의 집무실에 홀로 남은 동서독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아니겠지.”
최근 들어 하남성의 무림에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하남성 무림에 사건, 사고가 생기면 항상 소림과 개방이 나서서 중재를 하곤 하였기에 싸움으로 번지기 전에 해결이 되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혈사파에 원한을 가진 무림인이 있거나, 혹은 나성기 개인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였다.
최근 자신이 나성기를 만나 섬서성에 있는 구룡장의 장주를 죽여 달라고 청부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일이 실패하여 구룡장주가 보복을 하기 위해서 하남성으로 와서 나성기를 죽인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하였다.
만약 구룡장주가 나성기를 죽였다면 자신 역시도 위험해질 수 있으니 자신의 생각이 틀리기를 바랐다.
“아니겠지. 구룡루에 대해서 알아볼 때, 하오문에서 구룡장주는 왈패들을 상대할 정도의 무술을 익힌 정도라고 하였으니까 그가 나성기를 죽인다는 건 있을 수가 없어.”
그런데 불현듯 음사문의 문주 사도형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구룡장주를 말입니까?”
“구룡장주에게 겁을 줘서 구룡루를 저에게 팔도록 해 주신다면…….”
“죄송합니다. 구룡장주의 뒤에는 종남이 있습니다. 그를 겁박하였다가 종남이 나서게 되면 저희도 곤란해집니다.”
“종남이 뒤에 있다고 해도 음사문에서 제대로 겁박하면 두려워 종남에 알리지 않을 것이 아닙니까?”
“하나, 어느 정도의 무공도 익힌 것으로 추정되어 겁박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사도형은 구룡장주가 무공을 익혔을 거라고 했어. 만약에 구룡장주가 하오문도 못 알아볼 정도로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고 하지만 구룡장주가 죽였다는 확증이 없다. 자신은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에 분노하여 구룡장주를 죽이고 구룡루를 빼앗으려고 하였으니 따지고 보면 잘못은 자신에게 있었다.
구룡장주가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면 명분이라도 생길 테지만 추측과 욕심으로 벌인 일이라 구룡장주가 자신이 배후에 있음을 알고 죽이려고 한다면 딱히 이를 제지할 명분이 없었다.
“아니지. 추정할 뿐 확실히 그렇다는 말을 하진 않았잖아.”
동서독은 혼자서 구룡장주가 고강한 무공을 익혔는지 익히지 않았는지 전전긍긍하였다.
“그래. 살수라고 했어. 구룡장주가 아닌 살수가 나성기를 죽였다고 했으니……. 그 살수를 고용한 사람이 구룡장주면 어떻게 하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안절부절못하던 동서독은 생각이 깊어졌다.
“내가 사혈맹으로 가서 이 사실을 알리면 어떻게 되지?”
그렇게 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될 것이란 걸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짐작할 수가 있었다.
사는 것과 재산을 잃는 것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면 사는 것을 선택하겠지만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사혈맹에 넘겨준 이후의 삶은 그리 좋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구룡장주를 만나 이야기를 해 볼까?”
현실적으로는 구룡장주를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만날 명분이 없었다.
“내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만나자고 하면 덥석 만나 주지 않겠지. 그럼 내가 약속을 잡지 않고 구룡장주를 만나러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긴 하겠군.”
혼자 고심하던 동서독은 결정한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자신의 집무실을 나섰다.
집무실을 나서며 총관을 찾았고, 총관을 만나 잠시 다녀올 데가 있으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 말한 후에 상단의 최고 고수인 허충 표두와 함께 장원을 나섰다.
* * *
화린은 사혈맹에서의 볼일을 다 본 후에 정주를 떠나 낙양으로 이동해 있었다.
낙양에는 많은 볼거리가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중원삼대기루 중 한 곳이라 불리는 낙양루가 낙양의 최고 명물이었다.
낙양루는 관광지인 용문석굴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예전에는 용문석굴을 구경하기 위해서 낙양루에 머물렀지만 지금은 낙양루에 머물기 위해서 용문석굴을 관광한다는 말이 있을 정로도 명물이 되어 해마다 많은 사람들을 낙양으로 불러들이고 낙양시의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화린은 낙양루에 머물면서 왜 많은 사람들이 낙양루가 최고라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건물은 팔각형 모양의 오 층 높이 전각 하나에 불과하지만 주변으로 조경이 훌륭하여 각 층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는 전경이 모두가 다르게 보였다.
그뿐 아니라 낙양루에서 일을 하는 이들 모두 교육을 제대로 받았는지 하나같이 친절하고 입가에 미소가 늘 머금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봐, 잘되는 집은 다 이유가 있다니까.”
화린은 이 층에 머물면서 이곳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다. 그러다 낙양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는 혼잣말을 하였다.
“기녀들만 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하는 점소이들까지 다 교육을 시켜야겠는걸.”
화린은 앞으로 들어갈 돈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 왔지만 단리혁광의 얼굴을 떠올리며 피식거렸다.
“그놈 먹여 살리기 참 힘드네. 단리 형, 형도 그걸 알고 그놈을 나에게 맡긴 거 아니야?”
젓가락으로 주문을 한 동파육의 고기를 찢어 한 입 먹으며 혼자 말하였다.
“소소는 신경이 안 쓰이는데 혁진이 이놈은 남자라 그런지 힘들어. 군대를 보내 버릴까? 그럼 나처럼 사람 되어 제대하지 않을까?”
혼자 말을 하고, 혼자 웃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미친 사람이라 생각을 하겠지만 이 층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에 집중을 하여서 그런지 화린의 이러한 행동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저기, 손님!”
점소이가 다가와 화린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말을 하였다.
“죄송하지만 다른 분들과 합석이 가능한지 여쭙고자 실례를 하였습니다.”
“합석요?”
“네. 식당에 자리가 없습니다. 손님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도 양해를 구하겠지만 우선 혼자 식사를 하시는 분들께 먼저…….”
점소이는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양해를 구하였는데 화린은 그런 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합석을 허락하였다.
“그렇게 하세요. 그런데 몇 분이세요?”
“두 분입니다.”
“네. 저는 상관없으니 편할 대로 하세요.”
“아, 감사드립니다.”
점소이가 돌아간 후에 그가 손님들을 데리고 왔는데 일남 일녀로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것이 무림인들로 추정이 되었다.
나이는 화린과 비슷한 연배로 보였는데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었다.
‘내가 본 기억이 있나?’
“자리를 내주어 감사합니다. 저는 남궁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긴 저의 동생인 남궁연아라고 합니다.”
“아, 남궁수연!”
화린은 남궁진이 소개할 때, 이들이 남궁수연과 많이 닮아, 그래서 자신이 본 기억이 있었나 하는 착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궁수연? 저의 동생을 알고 계십니까?”
남궁진이 물었다.
“주화린이라고 합니다. 남궁수연과는 군대에서 함께 복무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 삼 년 정도. 그 후 제가 먼저 전역을 하였습니다.”
“아, 그렇군요. 혹시 수연의 소식을 좀 알 수 있을까요? 말없이 집을 나가서는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서 말입니다.”
뜻하지 않게 남궁세가의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가만, 남궁진이라면 십룡팔봉 중에 검룡이라 불리는 그 남궁진?’
화린은 사내가 후기지수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십룡팔봉 중 한 사람이라는 걸 떠올리고 그의 무공을 가늠해 보았다.
“제가 군에 있을 때까지는 잘 지냈습니다. 실전 경험을 통해서 가문의 무공을 완성할 것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고 또 훈련도, 수련도 열심히 하는 후임 중 한 명이었습니다.”
화린은 남궁수연에 대해서 말을 해 주면서 남궁진의 무공을 가늠해 보았다.
확실히 강하게 보이긴 하였지만 자신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조금은 실망을 하였다.
‘지금 남궁수연이 더 강할 것 같은데.’
맹호사사혈전대가 공격을 받은 후에 흩어졌다고 하니 그녀의 생사는 알 수 없지만 남궁수연이라면 살아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남궁수연이 안가에서 군 생활을 끝까지 하고 전역하여 남궁세가로 돌아가면 남궁세가는 천군만마를 얻겠군.’
“그렇습니까? 혹여 잘못되지 않았을까 집에서 많이 걱정을 하였는데 살아 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이제껏 연락 한 번 안 하다니…….”
“수연 언니는 언니 생각만 해.”
남궁연아는 남궁수연이 마음에 안 드는지 툭 쏘아 말을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안도라는 표정을 읽을 수가 있었다.
‘이게 가족이란 말이지.’
화린은 남궁진과 남궁연아를 보며 자신의 형들과 누이들을 떠올렸다.
‘정이 뚝 떨어지는 놈들뿐인데. 하긴, 부친께서도 그럴진대.’
“저기…… 화린 오라버니, 언니는 건강하죠? 어디 아프고 그러지 않았죠?”
자신을 오라버니라 부르며 남궁수연의 안부를 묻는 남궁연아의 말에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제가 전역할 때까지는 씩씩하게 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이다. 오라버니, 언니 이야기 좀 해 주세요.”
“그보다 음식부터 주문을 해야겠는데요. 직원분이 뒤쪽에서 말없이 서 있었거든요.”
“아, 우리 동파육이랑 매운 부추무침, 그리고 계란유침 두 개 주세요. 아니, 세 개 주세요.”
두 사람은 이곳에 몇 번 온 경험이 있는지 신속하게 주문을 하였고, 점소이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돌아갔다.
“화린 형께서는 연배가 어찌 됩니까? 저는 경오년 스물다섯입니다.”
“아, 저도 경오년 스물다섯인데……. 우리 갑장이네요.”
“이런 인연도 다 있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도 반가워요. 천방지축 남궁수연으로 인해서 이런 인연도 만나게 되게 되네요.”
“우리 나이도 같은데 말을 편하게 하면 어떻습니까?”
“그렇게 해요. 저에게는 하나 나쁠 것이 없으니. 무려 남궁세가와 친구 먹는 일인데.”
“하하하. 성격이 밝아서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말 놓는다.”
“그렇게 해.”
“치, 남자들을 보면 이런 게 참 부러워요. 금방 친해지고 형, 동생 하니까요.”
“그런가요? 그건 사람의 마음가짐이죠. 수연이는 만날 나에게 와서 형, 형, 그랬거든요.”
“언니가요?”
“네. 제가 있는 군대에서 여성이 다섯 명인가 있었는데 남자들과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성격도 다 남자 같아서 형, 형, 하면서 얼마나 귀찮게 하였는지 몰라요.”
“뭐, 언니라면 그럴 수도 있겠어요. 언니는 무공 말고 좋아하는 것이 없었거든요. 그런 사람이 군대에 가서 생활하려고 하면…… 오라버니께서 많이 힘드셨겠어요.”
“연아야.”
“사실이 그렇잖아. 치, 나한테 대연십구식을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안 가르쳐 주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화린은 지난날 남궁수연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복에 겨운 놈이 오해를 하고 있었구나.’
“화린이 자네는 어디에 거하고 있나?”
“난 섬서성 산양현에 구룡장이라고 있는데 구룡장의 주인이 나야.”
“구룡장? 혹시 구룡루를 짓고 있다는 그 구룡장?”
“구룡루의 소문이 안휘성까지 갔어?”
“이거, 생각지도 못한 거물을 만났네.”
화린은 남궁진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구룡루는 상림뿐만 아니라 무림에서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
“왜?”
“중원 구주팔해에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도박장 승인이 난 곳이니 말이야.”
“하지만 많은 조건이 걸려 있어. 특히 수익의 삼 할은 섬서성의 발전 기금으로 내어야 하고, 일 할은 산양현의 발전 기금, 일 할은…….”
화린은 어떻게 해서 자신이 도박장 허가를 받아 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용도로 구룡루를 짓고 있다고 말을 하였다.
“그런가?”
“난 구룡루 말고도 객잔 두 개, 기루 두 개, 포목점, 대부업, 전장과 표국을 운영하고 있거든. 아, 표국은 구룡루가 완성이 되면 시작할 거야.”
“우와, 그럼 오라버니가 대상인이에요?”
“난 그들에 비하면 저잣거리에 가판을 열어 장사를 하는 사람이지. 그냥 입에 풀칠할 정도로 먹고사는 사람.”
“이 사람, 그 정도면 중상인은 되겠네. 우리 세가보다 사업체가 많으니 말일세.”
“에이, 하나씩 늘어나다 보니 이렇게 된 거지. 처음부터 계획하고 시작한 건 아니었어.”
“그래도 사업이 번창하니 좋겠네.”
“그렇긴 하지. 그런데 어디 가는 길이야?”
“섬서성에.”
“섬서성? 혹시 화산파에서 개최하는 화산지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알고 있었어?”
“오다가다 들었지.”
“사 년마다 열리는 행사인데 정파, 사파의 제한이 없으니 많은 젊은 무인들이 참석해. 지켜보는 것만으로 향후 십 년간 무림이 어떻게 변해 갈지 예상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십 년이 지나면 지금의 후기지수들이 무림을 이끌어 가는 기성세대가 될 것이니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행사이기도 하였다.
“그럼 나도 한번 구경 가 봐야겠네.”
“그럼 같이 가요.”
“지금은 내가 할 일이 있어서. 강소성에 급하게 가 봐야 할 일이 생겨서 말이야.”
“강소성에요?”
“장사 때문에. 깊은 사정은 알려고 하면 안 돼. 이건 영업 비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