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57)
구룡전기-57화(57/217)
구룡전기 (57)
“구룡장주에 대해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사도형 문주님께서 알고 있는 구룡장주에 대해서 좀 알려 주십시오.”
영천상단의 동서독은 섬서성의 음사문을 찾아와 문주인 사도형을 만나 구룡장주인 화린에 대해서 물었다.
“구룡장주에 대해서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그와 혹은 구룡루와 관련된 일들은 하나같이 마가 끼었는지 어긋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동서독은 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달라고 말을 하였다.
“처음 구룡장에 대해서 알게 된 건 산양현의 흑사방이 하루아침에 멸문을 당했을 때입니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옆 상남현에 자리 잡고 있는 적호문이 멸문당했지요.”
“두 문파가 구룡장에 당했다는 말씀입니까?”
“아닙니다. 두 문파가 멸문을 당해 알아보니 문파의 장원과 기루, 객잔과 같은 영업장들을 모두 구룡장에서 인수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 무렵 구룡루에 대한 소문이 퍼졌을 것입니다.”
사도형은 그간 자신이 구룡루와 엮여서 꼬인 일들을 동서독에게 모두 말해 주었다.
“산양현과 상남현에 보낸 현탁정 장로와 본 문의 무인들이 모두 죽어 시체로 배달되어 왔을 때 구룡장과 구룡장주 뒤를 누군가가 봐주는 것은 아닐까 하여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종남에서 한 짓이 아니겠습니까? 종남과 인연이 있다 그러지 않았습니까?”
“종남이나 화산이 그런 일을 처리하는 문파가 아님을 동서독 상단주님께서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동서독은 자신이 말하였지만 사도형의 대답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켜보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구룡장 때문에 우리도 산양, 상주, 상남 이 세 현에서 지배력이 약해져 있지만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서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구룡장의 뒤에 숨어 있는 자만 알면 움직일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생각하기 나름이겠지요. 제가 감당할 수 있으면 움직이겠지만 그러지 못하면 심사숙고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도형은 동서독이 공사 중인 구룡루를 노리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사혈맹에 지원을 하고 있고, 또 그로 인해 사파에서 동서독에게 편의를 봐주고 있지만 구룡루가 완공되어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생각하면 그에게 구룡루를 넘기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일이었다.
‘최근에 구룡장이 습격을 받았다고 하던데 그 일에 동서독이 관련돼 있다면 이번 하남성의 혈사파 참사에도 구룡장이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동서독의 아들이 죽었다는 소문이 있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찾아와 구룡장의 장주를 죽여 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음사문 역시 어수선하였고, 구룡장과 관련되어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나고 있어 종남파를 들먹이며 거절하였다.
‘혈수무정을 소리 없이 죽일 정도의 능력을 가진 자가 뒤에 있다는 건 나 역시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다는 말이다.’
인정하긴 싫지만 혈수무정 나성기가 자신보다는 무공이 뛰어난 사람이니 자신도 당할 수가 있단 말이기도 하였다.
“그렇군요. 그런데 구룡장의 장주가 무공을 익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공을 익히는 과정에서 뛰어난 자들은 반드시 소문이 나기 마련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십룡팔봉이 있습니다.”
“음…….”
“십룡팔봉은 스스로 소문을 낸 적이 없습니다. 주변에서 그들의 무공을 칭찬하고, 혹은 떠벌리면서 소문이 퍼져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입니다.”
“그러니 구룡장주가 대단한 무공을 익히고 있다면 소문이 나도 벌써 났다는 그런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특히 명성을 중요시하는 무림에서는 더더욱 그렇겠지요.”
“음.”
“성급 고수만 되어도 무림에서 떵떵거리면서 살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기량을 드러내려고 안달이 난 곳이 바로 이 무림이라는 곳입니다.”
동서독의 생각이 깊어졌다.
“분명 구룡장주의 뒤에 누군가가 있을 것입니다. 섬서성주도 두렵게 만드는 자가 말입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섬서성주를 두렵게 하다니요.”
“그러니 도박장 허가를 내준 것이 아니겠습니까?”
동서독은 눈을 좁혔다.
‘그러고 보니 도박장의 허가는 성주의 재량이지만 도박장은 민생의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황궁에 보고가 되는 걸로 알고 있다.’
황제는 이를 보고받고 시정 명령을 내려 허가를 취소할뿐더러 허가를 내준 섬서성주를 불러 질타해야 마땅하지만 황궁으로부터 그 어떤 명령도 내려오지 않고, 공사는 계속해서 진행되는 중이었다.
‘구룡장주의 뒤에 관림과 연관된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고관대작이나, 혹은 동창, 금의위 소속의 높은 관직에 있는 자가 구룡장주의 뒤를 봐주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하였다.
혼자 생각하는 동서독을 본 사도형은 그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생각을 정리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사고를 치면 칠수록 자신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었다.
‘동서독이 구룡장을 건드려서 사건, 사고가 터지면 이를 빌미로 투자를 좀 받아야겠군.’
사도형의 계획을 알지도 못한 채, 혼자만의 추리에 빠져 있는 동서독은 종남과 인연이 있다는 말을 기억하고 그가 관이 아닌 군과 관련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였다.
‘군부라면 영친왕부, 흥친왕부, 용친왕부, 이렇게 세 왕부가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고, 그들의 압력이라면 섬서성주도 어쩔 수 없이 도박장의 허가를 내주었을 것이다.’
동서독은 구룡장의 뒤에 세 왕야 중 한 명이 있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후에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했다.
‘생각을 정리한 후에 구룡장을 찾아가 구룡장주를 만나 봐야겠어.’
* * *
“그러니까 병사들이 먹을 곡물이 부족한데 화명상단에서는 우기가 지난 한 달 후에 곡물을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그렇습니다. 지금 비축분의 곡물을 풀어 병사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지만 일일 정량보다는 조금 부족하게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음…….”
팔로수로군의 청룡군 소속 나진화 장군은 청룡군을 통솔하는 대장군 채무송 대장군을 만나 곡물의 부족한 상황을 전달하며 대비책을 논의하는 중이었다.
“지금이야, 특별하게 할 일이 없어 불만은 없지만 우기가 끝나고, 해상 전술 훈련이 시작되면 병사들의 불만이 나올 것입니다.”
“그렇겠지. 몸이 고달프면 마음도 각박해질 테니까.”
“그래서 말인데 섬서성에 있는 구룡장이란 곳에서 며칠 안에 곡물을 납품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구룡장?”
채무송은 나진화를 보았는데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마치 그의 비리를 알고 있는 것처럼 이번에는 구룡장을 통해서 얼마나 해 먹을 생각이냐고 묻는 듯하였다.
“그게 아닙니다.”
나진화는 그런 채무송의 눈빛에 뜨끔했는지 곧장 부인하며 품에서 구룡패를 꺼내어 채무송에게 보여 주었다.
“이게 뭔가?”
“황자님의 신분을 나타내는 황룡패입니다.”
“뭐?”
채무송은 황룡패를 받아 들고는 자세하게 살펴보았다.
분명 황자의 신분을 나타내는 황룡패가 틀림이 없었다.
황룡패에 새겨진 아홉 마리의 용을 확인한 채무송은 놀란 눈을 떴다.
“이것은 그림자 군주인 화린 구황자님의 구룡패인데, 구황자님께서는 황궁에서…… 근데 이걸 어디서?”
나진화는 채무송의 반응을 보고 명패가 가짜가 아님을 확신할 수가 있었다.
“구룡장의 장주…… 아니, 그러니까 구황자님께서 이틀 전날 밤에 저를 찾아오셔서 곡물을 거래하고 싶다며 황룡패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대장군님께 진짜인지 확인해 보고 이번 우기가 끝나도 화명상단에서 곡물을 가지고 오지 못하면…….”
나진화는 화린이 했던 말을 채무송에게 전하였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 어제 화명상단의 강소성 지부로 찾아가 곡물이 제때 도착할 수 있는지 알아보았는데, 뜨뜻미지근한 대답을 들어 구룡패가 화린 황자님의 명패가 확실하다면 구룡장과의 거래를 통해서 곡물을 확보할 생각으로 대장군님께 보고드리는 것입니다.”
나진화가 군수품을 담당하고 있지만 거래처를 마음대로 바꾸는 건 자잘한 군수품에 한해서였다.
곡물, 부식과 같은 중요한 군수품은 대장군의 허락이 있어야 거래처를 바꿀 수가 있었다.
“화린 황자님께서 매달 곡물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그러던가?”
“그건 묻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이번에 어려움은 확실하게 처리해 줄 수 있다고 그랬습니다.”
“그런가? 알겠네. 자네는 나가서 업무를 보게. 난 영친왕부에 다녀와야겠네.”
“왕야를 만나셔서 화린 황자님의 이야기를 하실 생각입니까?”
“그렇다네. 병중으로 황궁에만 계시던 황자님이 어찌 중원에 나왔는지 알아봐야겠네.”
“병을 치료하였다고 그랬습니다.”
“그러니 알아보겠다는 말이 아닌가? 곡물은 군수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네. 이 명패가 진짜이긴 하나 보다 확실하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영친왕야의 결정이 필요하다네.”
“알겠습니다.”
나진화는 고개를 숙인 후에 대장군의 막사를 나왔다.
“대장군이 알아서 하시겠지. 화린 황자가 대장군을 만나 나의 비리를 모두 말하지는 않겠지.”
대장군인 채무송도 나진화의 비리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다만 모른 척해 줄 뿐이었다. 이를 나진화도 잘 알고 있었다.
“나의 약점을 잡고 계속 이용해 먹으려고 하면 다 알려 주지는 않겠지.”
나진화는 자신이 좋은 쪽으로 생각을 하였다.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지, 이 연놈들을 당장 족치고, 기루를 회수해야지.”
* * *
화린은 강소성에서 일을 본 후에 장강의 물길을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였다.
하남성으로 다시 가서 동서독의 가족들 중 아들을 다 죽여 대를 끊어 버릴까도 생각하였지만 육로로 이동하면 시간도 많이 걸릴뿐더러 막대한 내공을 소모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동서독은 다음에 손봐주기로 했다.
솨아아아아…….
화린은 장강의 물길을 이용해 중경까지 이동한 후 중경에서 섬서성으로 넘어갈 생각으로 배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우기라 그런지 강물이 많이 불어나 있었고, 유속도 빨라 평소보다 더 빠르게 이동을 할 수가 있었다.
다만 거친 물살에 정신없이 출렁이는 배라 그런지 일반인들은 적응이 조금 필요하였지만 화린이 경험한 바다의 높은 파랑에 비하면 이 또한 잔잔한 호수와 같았다.
“의심이 많은 나진화는 대장군 채무송에게 나의 명패를 보여 주고 확인을 하려고 할 것이다.”
화린은 나진화가 어떻게 나올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 채무송은 영친왕 숙부에게 나의 명패를 보여 주고 내가 어떻게 황궁에서 나왔는지 확인하려고 하겠지.”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정말 나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영친왕 숙부가 올 수도 있고, 대장군이 올 수도 있겠지.”
맹호사사혈전대에서 보낸 오 년의 시간은 단순히 무공, 실전 경험에 대한 적응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되는 시간이기도 하였다.
중원은 물론 변방과 새외 그리고 저 멀리 색목국과 바다 건너 다른 대륙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보고 배운 화린에게는 맹호사사혈전대에서 보낸 오 년의 시간이 가장 귀중했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들의 방문이 하오문이나 개방에 의해서 은밀하게 알려진다면 자신이 없어도 구룡장은 안전하게 될 것이다.
“그럼 영친왕 숙부로 인해서 나에 대한 소문이 황궁으로 들어갈 것이고, 형님들과 누이들이 황궁에서 쫓겨난 나의 소식을 들으며 아주 좋아하겠지.”
단기간에 자신에 대한 소문이 퍼지지는 않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소문이 퍼지게 될 것임을 화린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로 인해서 조금은 귀찮아질 수도 있겠지만 형들과 누이들로 인해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니 어쩌면 자신에게는 더 좋은 일이 될지도 모른다.
“구룡장의 안전만 확보가 되면 단리소소, 단리혁진 남매에게 구룡장을 맡겨도 되겠지.”
화린은 배의 선미에 기대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단리 형, 내가 형 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이 정도면 단리혁광도 만족하리라 생각을 하였다.
“걱정 마. 내가 새외와 색목국에서는 명왕이라 불렸어. 무림에 나가도 나를 어떻게 할 사람은 없을 거야. 있으면 어때, 그것도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지 않을까.”
혼잣말을 하는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때가 좋았지.”
화린은 옛 기억의 단편을 떠올렸다.
“그때도 이렇게 비가 많이 내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