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58)
구룡전기-58화(58/217)
구룡전기 (58)
“비가 작년보다 더 많이 오는 것 같누. 이렇게 비가 내리면 아랫마을은 물에 잠기겠는데.”
매년 찾아오는 우기에는 해마다 많은 이재민이 발생하는데 매년 같은 일을 당하면서도 개선이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큰 도시나 현은 나름대로 우기를 대비하여 배수로는 물론 하수로까지 정비하여 대비하지만 작은 도시와 현은 그럴 여력이 없어 해마다 수해를 입곤 한다.
산양현이 대표적인 수해 지역이었는데 구룡장이 기루와 객잔을 인수하고, 사업 반경을 넓히며 공사하는 과정에서 배수로와 하수로 공사도 하여 물이 고이지 않고 흘러갈 수 있게 되니 올해 우기에는 그나마 조금 나았다.
구룡장이 관리하는 지역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물이 고여 차고 넘치면서 조금씩 생활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는데, 사람들이 매일같이 나와서 물이 고이지 못하도록 쓸어 내도 그때뿐이었다. 비를 맞고 장시간 물을 쓸어 내는 일을 하는 사람도 할 짓이 아니지만 그렇게 일을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 더 문제였다.
비를 맞고 하는 일이라 고뿔이나 몸살이라도 오는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어야 하니, 물이 고이고 차면서 삶에 영향을 주었다.
“이래서 문제라니까.”
“뭣들 해. 얼른 물을 쓸어 내지 않고.”
젊은 사람들이 초의를 입고, 나타나 집에 고여 있는 물을 비로 쓸어 내며 물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왕 씨, 안에 있는가?”
“콜록…… 콜록……. 누구요?”
기침 소리와 함께 힘없는 목소리가 안에서 흘러나오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날세. 안에 들어가도 되겠지?”
사내가 초의를 한쪽에 벗어 두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 형이 우리 집에는 웬일이오? 콜록콜록.”
“쯧쯧……. 미련하게 아프면 자네만 손해라는 걸 모르는가? 그런데 부인과 아이들은?”
“우기가 시작되기 전에 친정에 보냈소. 여기보단 친정에 가 있는 것이 더 나으니 함께 보냈소.”
“뭐가 더 나아. 그래도 함께 있는 것이 낫지. 아프면 옆에 돌봐 줄 사람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나.”
“우기로…….”
“쯧쯧. 그러다 자네 아파서 이렇게 누워 빌빌거리다 죽으면?”
“악담을 하러 왔소?”
버럭 소리를 지르자,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악담은…….”
사내는 품에서 약봉지를 하나 꺼내어 그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요.”
“먹고 죽으라고.”
“뭐요!”
“구룡장에서 자네 같은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청년들을 고용하여 다니면서 물을 쓸게 하고, 이렇게 약까지 지어 주며 먹고 몸을 챙기라고 하였네.”
“구룡장에서요?”
“그렇다네. 몸이 낫고 우기가 끝나면 구룡장주님께 고맙다고 전하게.”
“구룡장주께서 왜?”
“낸들 아나, 나도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 잘 모르지. 다만 구룡장주가 우리 산양현에 들어와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 않나?”
“그렇긴 하오.”
“산양현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 생각이겠지. 큰 장원이나 세가는 민심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네.”
“그렇소?”
“그러니 그냥 오며 가며 구룡장주를 만나면 인사 정도는 하게. 그게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나.”
“알았수다.”
“약은 삼 일치네. 물에 끓여서 그 물을 마시면 된다고 하더군.”
“약값이…….”
“자네에게 약값이 있으면 약을 들고 찾아왔겠나? 그런 생각 말고 빠뜨리지 말고 먹고 기운을 내게. 그래야 일을 할 것이 아닌가. 당분간은 청년들이 와서 고인 물을 쓸어 줄 것이네. 그러니 다른 생각 말고 몸조리만 잘 하게.”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려고?”
“다른 집도 가 봐야지. 자네만 이러고 있으란 법은 없지 않나.”
“고맙수다.”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 없다니까 나도 돈 받고 하는 일이니까. 고마움은 몸 건강해지면 구룡장주에게 하라고.”
사내가 나가자, 덩그러니 방에 놓은 약봉지를 보았다.
“구룡장주님이 보내 준 것이란 말이지.”
* * *
화린은 장강을 이용하여 중경에 도착한 후에 곧장 북상하여 섬서성으로 왔다.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단축하였지만 그래도 오는 데 삼 일이나 걸렸다.
화린은 산양현의 구룡장에 도착하여 총관대리를 맡고 있는 이서정에게 산양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잘했어요. 계속해서 청년들을 고용해 현을 돌아다니며 물이 고이지 못하도록 하세요.”
우기 때마다 힘들다는 소리에 화린은 현의 청년들을 고용하여 현의 마을을 다니면서 고인 물을 쓸어 내게 하고, 약을 지어 고뿔이나 몸살에 누워 있는 사람들에게 먹으라고 전해 주었다.
이 일로 인해서 구룡장주를 칭찬하는 소리가 산양현에 가득하였다.
“자네, 그 소리 들었는가?”
“무슨 소리?”
“내일 구룡장주님께서 곡물을 나누어 주신다고 하였다는데.”
“그게 사실인가?”
“지금 우리 마누라 내일 곡물 받으러 가야 한다고 난리라네.”
화린은 미옥에게서 우기가 되면 사람들이 먹을 것이 부족해진다는 말을 전해 듣고 화명상단에서 얻은 곡물을 풀어 산양현의 사람들이 배를 곯지 않게 해 주었다.
막 퍼 주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라 그리 많은 곡물을 소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사 인 가족이 이삼일은 먹을 수 있는 양이었기에 받아 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화린이 이렇게 산양현에서 선행을 베풀자, 그를 칭찬하는 소리가 산양현을 넘어 상주, 상남현까지 퍼졌다.
“아니, 산양현에서는 구룡장주가 곡물도 주고 그랬다는데 별장에서는 왜 아무것도 안 주는 거야?”
일부 사람들은 구룡장의 별장에서는 왜, 곡물을 나누어 주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하였지만 별장에서는 일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화린이 산양현을 위해서 선행을 베풀고 있을 때, 구룡장에 한 사람이 찾아왔다.
“우리 구룡장에 영천상단의 상단주님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화린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연기를 하며 물었다.
“장주님의 선행이 현에 가득하여 인연을 맺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아, 잘 오셨습니다.”
화린이 활짝 웃으며 말하자, 동서독은 내심 의문을 가졌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아닐까?’
“구룡장주와 엮여서 지금까지 잘된 일이 하나 없습니다.”
사도형의 말이 떠오르자, 동서독은 자신을 방심하게 만든 후에 뒤통수를 칠 것이라 생각하며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잡았다.
“우리 상인들 사이에 구룡장주님에 대한 말들이 많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어떤 말들입니까?”
“많은 말이 나오지만 그중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는 건 구룡루입니다.”
“아, 구룡루는 앞으로 우리 장원의 큰 수입처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장주님께서는 어떻게 도박장 허가를 받으셨습니까?”
“전에도 누가 찾아와 물었는데, 허락해 줄 때까지 매일 찾아가서 떼를 쓰니까 성주님께서도 포기를 하고 내주시던데요.”
“그게 정말입니까?”
“그럼요. 한 오 년 정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갔지요.”
오 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다녔다는 말에 동서독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그 정도의 노력으로 허가를 받아 내었다면…….”
“그렇게만 하면 안 해 주겠죠. 찾아가 떼도 쓰고, 집안일도 돕고, 때로는 성주님 업무도 못 보게 방해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 크게 혼이 날 텐데요.”
“네. 맞기도 하고, 감옥에 갇히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감옥에요? 매일 찾아갔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물론입니다. 제가 군 생활을 하면서 선임들로부터 수많은 기술들을 익혔는데 그중 하나가 감옥 문을 따는 방법입니다.”
“그래서요?”
“감옥 문을 따고 나와서 찾아가 인사를 하고 허가를 내달라고 떼를 쓰고, 다시 감옥으로 돌아와 지내고 그랬지요.”
화린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믿지 못하시는 모양이군요.”
“사실 그렇습니다.”
“제가 한 말에 조금의 거짓말이 섞이긴 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영업 비밀을 상단주님께 알려 드릴 이유는 없다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커허허험.”
무안했는지 헛기침을 하던 동서독은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물었다.
“그런데 장주님께서는 아직 젊으신 것 같은데 물려받은 재산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 장원도 원래는 단리세가의 장원이었지요.”
“물려받은 재산은 이 몸뚱이 하나뿐입니다. 다 일을 해서 번 돈입니다. 그리고 인연을 맺으러 오셨다는 분이 저에 대한 호구조사를 하러 오신 분 같습니다.”
“하하, 이거 죄송합니다. 생각보다 장주님께서 젊으셔서 제가 중매를 한번 서 볼 요량으로 이것저것 물어보았습니다. 실례였다면 용서하십시오.”
“중매요?”
“듣자 하니 아직 혼자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약관은 넘으신 것 같으니 혼례를 치러 대를 이을 자식을 얻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딱히 혼사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상단주님의 말씀을 들으니 제가 혼기를 치를 나이가 되긴 되었군요.”
“느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요. 명문 세가는 보통 약관이 되기 전에 혼례를 치르고 후사를 잇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리고 후사를 얻어야 일을 할 때도 과감하게 할 수가 있으니 말입니다.”
“혼자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집안을 일으켜 세우려고 한다면 아무래도 안정적인 활동을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겠네요.”
“가진 것이 없다면 몰라도 장주님처럼 어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마음가짐이 달라집니다.”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상단주님을 만나 고견을 듣고 하니 좋습니다.”
“하하, 고견이라니요. 좋게 받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혹시 장주님께서 생각이 바뀌어 구룡루를 파시거나 할 때, 저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거야 어려운 일이 아니니 그렇게 하죠.”
“하하, 감사합니다.”
“장주님!”
밖에서 화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영친왕부에서 사람이 오셨습니다.”
영친왕부의 이야기가 나오자, 동서독은 흠칫하였다.
‘영친왕부라면 팔로수로군을 맡고 있는 영친왕 주영운 왕야께서 계신 곳이 아닌가?’
“영친왕부에서요?”
“그렇습니다. 영친왕 전하께서 직접 오셨습니다.”
영친왕이 직접 오셨다는 말에 더욱 놀란 동서독은 몸이 가늘게 떨려 왔다.
“숙부님께서 어쩐 일로.”
‘허억!’
영친왕을 숙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몇 사람 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일어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하십시오. 왕야를 기다리시게 하면 안 될 테니 말입니다.”
화린이 일어나 자신의 집무실을 나서면서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였다.
홀로 남은 동서독은 갑자기 숨이 급해졌다.
“영친왕을 숙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황제의 자식들뿐이다. 그래서 섬서성의 성주가 도박장 허가를 내주었고, 황궁에서도 그 허가에 대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구나.”
―나의 상황을 보러 온 것 같은데 예상과 달라 속이 많이 타는 것 같군.
그때 머릿속에 울리는 화린의 전음에 심장이 덜컥하고 멈출 뻔하였다.
“허억!”
―나는 은이든, 원이던 열 곱으로 갚아 주는 성격이야. 나의 목숨을 노리고 자객들을 보냈으니 어느 정도 각오는 되어 있겠지?
동서독은 몸을 매서운 추위에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보상을 해 준다면 내가 자비를 내려 줄 수도 있어. 내가 숙부와 이야기를 끝내는 동안 잘 생각해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