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59)
구룡전기-59화(59/217)
구룡전기 (59)
화린은 숙부인 영친왕을 만났다. 화린 역시 영친왕이 직접 찾아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몇 년 못 본 사이에 사람이 달라 보이는구나. 건강해 보여 좋구나.”
“감사하옵니다, 전하.”
“사석에서는 숙부라 불러라. 나 역시 사석에서는 폐하를 형님이라 부르니 말이다.”
“네, 숙부님.”
“너의 이야기는 형님께 들었다. 한 번 정도는 찾아올 것이라 들었지만 이런 식으로 날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구나.”
“군이 든든해야 이 나라를 지킬 수 있으니 팔로수로군의 사정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입바른 소리는 그만두고, 지난 오 년간 뭘 하고 다녔는지 소상하게 말을 해 보도록 하여라.”
“군에 있었습니다.”
“군대?”
“네. 소속은 따로 없지만 흥친어림군의 지원을 받고 있는 별정 특수부대인 맹호사사혈전대에서 오 년간 복무하였습니다.”
“네가, 맹호사사혈전대에서 복무를 하였단 말이냐? 황궁에만 있었던 네가 맹호사사혈전대를 어찌 알고?”
“폐하께서 오 년간 그곳에서 복무하며 아비규환과 같은 세상을 배운 후 중원에 나가 뜻을 펼치라고 하였습니다.”
화린은 숨김없이 영친왕에게 말을 하였다.
“형님께서?”
“그렇습니다. 황궁에서 남의 눈을 속여 가며 바보처럼 있는 것보다 중원으로 나가서 저의 뜻을 펼치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라 말씀을 하셨습니다.”
“음……. 언제 병이 나은 것이냐?”
“병이 나은 것이 아니라 금제가 풀렸다고 해야 옳습니다.”
“금제가?”
“그러하옵니다. 누가 그리하였는지는 모르오나 제가 열 살 되는 해에 금제가 풀려 보고 듣고 말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면 그때는 왜 숨긴 것이냐?”
“사람들의 관심이 두려웠습니다. 그리되면 또다시 누군가에게 금제를 당할 수도 있다 생각을 하였습니다.”
“음…….”
거짓말은 아니지만 모친에 의해서 금제가 되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형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알고 계셨던 것이냐?”
“네. 제가 폐하를 만나러 갔을 때는 모든 것을 알고 계셨습니다.”
“나의 형님이시지만 그 속을 알 수가 없으니…… 네가 고생이 많았겠구나.”
“당시는 그리 생각을 하였지만 지금은 괘의치 않습니다. 형님들과 누이들에 비하면 지금의 저는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이 자유로우니 말입니다.”
“그리 생각하니 많이 성장을 하였구나. 그런데 이 많은 재산은 어디서 난 것이냐? 군 복무를 하면서 받은 녹봉으로는 어림도 없었을 텐데.”
“녹봉보다는 전장에서 얻은 전리품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리품?”
“그렇습니다. 전쟁에서는 이기는 쪽이 진 쪽이 가진 것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영친왕 주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맹호사사혈전대라면 무수한 전투를 하였을 것이고 그로 인해서 얻은 전리품도 상당한 양이 될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알겠구나.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꾸나.”
“일이라면?”
“네가 곡물을 납품하고자 한다고 들었다.”
“그러하옵니다. 다른 건 몰라도 팔로수로군이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만큼의 곡물은 납품할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이번만이냐, 아니면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납품할 수 있는 것이냐?”
“계속해서 납품을 원하신다면 할 수도 있습니다. 또 그렇게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면 팔로수로군 전체 인원이 먹을 수 있는 양을 납품하고자 하느냐? 아니면 강소성 팔로수로군의 군영에 필요한 곡물만 납품하려고 하는 것이냐?”
“마음 같아서는 팔로수로군 전체 인원이 먹을 수 있는 곡물을 납품하고 싶지만 그리 하면 화명상단과 부딪치게 될 것입니다.”
“왜, 그들과 경쟁해서 이길 자신이 없느냐?”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지금까지 싸워서 진다는 생각은 해 본 적 없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싸워서 이겼기에 제가 이 자리에서 숙부님을 만나 뵙고 있습니다.”
“하하하하!”
화린의 대답에 호탕하게 웃었다.
“오냐, 그 정도는 되어야 형님의 자식이라고 할 수 있지. 네가 형님을 많이 닮았구나.”
화린은 고개를 숙였다.
“허락하마. 오늘부터 구룡장에서 팔로수로군이 먹을 곡물을 납품하여라. 한 달에 곡물 십만 섬이다. 곡물의 비율은 쌀이 육 할이고, 감자와 고구마를 비롯한 다른 곡물이 사 할이다.”
“팔로수로군의 군영으로 배달을 하는 것입니까?”
“아니다. 절강성 해염현에 팔로수로군의 보급창이 있다. 그곳으로 가지고 오면 된다.”
“곡물은 보관을 할 수 있는 품목이옵니다.”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해마다 조금씩 비축을 하고 있다.”
“매달 곡물을 십만 섬씩 운반하는 건 운송비가 너무 많이 듭니다. 그러니 일 년에 백이십만 섬을 한 번에 납품하겠습니다.”
“백이십만 섬을 한 번에?”
“그렇습니다.”
“곡물의 양이 많으면 주변에 파리들이 많이 꼬일 텐데? 그렇기에 화명상단도 한 번에 그리 많은 곡물을 운반하지 않은 것이다.”
“화명상단은 각 도시에 제반 시설들이 만들어져 있으니 그게 가능하지만 본 장원은 그렇지 못합니다.”
“음…….”
“우기가 끝나고 화명상단에서 곡물을 가지고 오지 못하면 그때, 제가 곡물을 가지고 강소성 팔로수로군 본영으로 가겠습니다.”
“화명상단이 가지고 오면?”
“그때는 어쩔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거래처를 바꾸는 건 명분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걸 보십시오.”
화린은 나진화 장군의 비리를 기록한 것을 보여 주었다.
“군수품 책임자인 나진화 장군이 그동안 군에 종사하면서 빼돌린 군수품과 횡령한 금액입니다. 이뿐 아니라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부하들에게 갈취한 금액 또한 상당합니다.”
채무송 장군이 왔다면 이를 말하지 않았겠지만 영친왕이 직접 왔으니 굳이 숨길 이유는 없었다.
영친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많으니 자신이 공식적으로 팔로수로군의 곡물 납품업자로 지정되어 활동하는 것이 더 이롭다고 판단을 하여서였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이건 상상을 초월하는구나.”
“이를 근거로 나진화 장군을 군수품 담당에서 내려오게 하시고, 입찰을 통해서 다시 곡물 납품업자를 받는다고 공포하시면 구룡장에서 입찰을 하겠습니다.”
“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명분이라는 것이 있어야 일을 처리하기 쉽고, 보복이나 방해를 하는 자들에게 반격할 명분을 얻을 수가 있습니다.”
영친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까지 하다니.”
“알고 계시다시피 맹호사사혈전대가 하는 일이 상대를 괴멸시키는 험한 일이라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터득한 것입니다.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맹호사사혈전대에서 살아서 전역하는 비율이 일 리도 되지 않는다. 너는 그곳에서 살아서 전역을 하였으니 그보다 더 대단한 일이 어디 있겠느냐.”
화린은 고개를 숙였다. 그런 화린을 흡족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영친왕은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었다.
“받아라.”
하나는 화린의 구룡패이고 다른 하나는 동으로 만든 명패였는데, 앞면에는 영친왕부를 뜻하는 청룡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고, 뒷면에는 팔로수로군이라는 글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팔로수로군의 보급창을 드나들 수 있는 명패이다. 그 명패가 없으면 드나들 수가 없으니 관리를 잘해야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숙부님.”
“감사할 일이 아니다. 물론 너와 내가 가족이라 너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맞지만 너 또한 약속한 날짜에 곡물을 운송치 못하면 더 이상의 계약은 없던 일로 할 것이니 그리 알도록 하여라.”
“명심하겠습니다.”
“그런데 숙부가 왔는데 술 한 잔 안 가지고 올 것이냐?”
“아닙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오늘 너와 많은 대화를 나누어 봐야겠으니 많은 양의 술이 필요할 것이다.”
“준비하겠습니다, 숙부님.”
*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황족이 기루를 운영하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영친왕과 화린의 술자리에 한 사람이 더 앉아 있었는데 바로 동서독이었다.
그는 함께 술자리를 하고 있지만 가시방석이었다.
황제를 비롯하여 황제의 직계 가족, 즉 황족의 암살을 시도한 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구족을 멸할뿐더러 구족의 재산까지 모두 압류하기 때문이다.
이는 알고, 모르고는 상관이 없었다. 황족 암살 시도 자체가 반역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런데 동 대인은 어디 몸이 안 좋은 건가? 안색이 좋아 보이지 않네.”
“아니, 아니옵니다, 전하.”
자신이 영친왕의 용모파기를 모르면 두 사람이 짜고 사기를 친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불행히도 이전에 영친왕을 만난 적이 있었고, 그때 인사를 나눈 적이 있었다.
‘군부의 인물이라 생각을 하였는데 황족이라니…… 이를 어찌한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영친왕은 물론 화린까지 죽여야 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설령 죽였다고 하더라도 영친왕이 구룡장으로 들어오는 본 사람이 여럿 있으니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표정 관리 좀 잘하지. 숙부님께서 괜한 오해를 할 수도 있잖아.
화린의 전음이 들려오자, 동서독은 흠칫하였다.
―우리의 계산은 나중으로 미루고 오늘은 그냥 마셔. 이후 표정 관리 못하면 숙부님께 사실대로 말해 버릴 테니까.
화린의 협박에 표정을 바꾼 동서독은 영친왕에게 물었다.
“왕야, 이제 저희 상단에 검과 도와 같은 병장기 제작을 맡길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지금의 거래처인 금양상단보다는 잘 만들 수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지만 계약이라는 것이 본시 정해진 날짜까지는 어찌할 수가 없다네. 자네도 오 년 후, 납품 입찰을 할 때 함께 입찰을 하게.”
“저에게도 기회를 주시는 것입니까?”
“그건 알 수 없지. 입찰이라 경쟁에서 이겨야 기회를 얻는 것이니 말일세.”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왕야,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리하게.”
잔을 내밀자, 동서독이 그의 술잔에 잔을 채웠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술을 마신 탓에 영친왕은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먼저 잠자리에 들었고, 화린과 동서독 단둘이 남았는데 동서독이 화린의 앞에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 있었다.
“살려 주십시오. 저하를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내가 죽인다고는 하지 않았는데.”
“감사하옵니다, 저하.”
동서독은 이전의 일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워 버렸다.
“그렇다고 나의 목숨을 노린 당신을 그냥 살려 주는 건 조금 그렇지 않아?”
“하면…….”
“거래를 하지.”
“어떤 거래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당신의 목숨값으로 오태산에서 개발하고 있는 광산을 넘겨.”
“광산을 말입니까?”
“오태산 광산에서 일하는 인부들과 기술자들까지 모두 넘겨. 물론 그들의 품삯은 당신이 그대로 지급하고! 그럼 나의 목숨을 노렸다는 사실을 묻어 두지.”
동서독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오태산 광산은 최근에 개발된 곳으로 못해도 오십 년은 광물을 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호언장담한 광산이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광산을 공짜로 넘기는 것은 물론 그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인부들의 품삯까지 자신이 준다는 건 너무나도 가혹한 거래였다.
아니, 말이 거래지 이건 강탈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깝다고 생각해? 하지만 생각 잘 해야 할 거야. 네가 가진 수십 개의 광산 중 하나를 잃는 것과 네가 가진 것은 물론 구족의 재산까지 모두 잃는 것, 어느 쪽이 이득인지 말이야.”
말이 선택이지, 동서독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오태산의 광산과 기술자, 인부들을 모두 구룡장에 넘기겠습니다. 그들의 품삯 역시 저희 상단에서 지급하겠습니다.”
결국 동서독은 광산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의 선택에 화린은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명심해야 할 것이 있어.”
동서독이 화린을 보았다.
“내가 황족이라는 사실이 다른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다면 난 당신이 말을 했다고 믿을 거야. 그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나 역시 장담 못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명심하겠습니다.”
화린은 뜻하지도 않은 영친왕의 방문으로 인해서 커다란 수익을 낼 수 있는 광산을 하나 얻게 되었다.
‘후후, 하나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