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60)
구룡전기-60화(60/217)
구룡전기 (60)
화산파
우기가 계속되는 동안 화린은 청년들을 고용하여 산양현에 물이 고인 곳을 쓸어 내는 한편 곡물을 조금씩 나누어 주며 인명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이러한 화린의 노력에 산양현의 사람들은 구룡장과 구룡장주인 화린을 칭송하고 신뢰하였는데, 사람들은 화린의 말이라면 관부의 관리들이 말하는 것보다 더 신속하게 처리를 하였다.
이번 우기에는 물에 잠기는 집도 적었고, 이로 인해서 죽은 사람도 없었다.
그뿐 아니라 고뿔이나 몸살과 같은 병에 효과가 좋은 약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 환자를 돌보기까지 하였다. 이러한 소식들이 산양, 상주, 상남 현을 넘어 섬서성 전체에 퍼지면서 성주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성주는 화린의 이러한 행보에 매우 기뻐하며 그에게 섬서성의 책임자로서 공로상을 수여하여 그의 행적을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구룡장과 구룡장주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구룡장과 구룡장주의 이름이 섬서성에서 조금씩 알려질수록 못마땅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화명상단의 화정수였다.
구룡장과 구룡장주의 선행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수록 자신이 원하는 구룡루를 손에 넣는 건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정파인 석천파 역시 구룡장과 구룡장주에게 손을 쓸 수가 없게 된다.
“석대영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돈을 받아먹었으면 일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미적거리는 석대영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사파에 줄을 대는 건데.”
사파는 정파보다는 명분을 덜 따지고, 또 돈이 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습성이 있기에 부려 먹기에는 편하다.
다만 사파의 성정으로 인해서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고, 나중에는 화가 자신에게 미칠 수도 있기 때문에 사파와 손을 잡는 걸 꺼려 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일 처리가 늦을 줄 알았다면 차라리 위험부담이 있어도 사파와 손을 잡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멍청한 년, 장주를 유혹하라고 보냈더니 객잔에서 일하는 놈과 눈이 맞아서.”
안 그래도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많은데 구룡장과 관련된 일이 잘 안 풀리고 있으니 짜증만 날 뿐이었다.
“이번에 팔로수로군에 곡물을 납품하지 못하면 다른 곳에서 곡물을 받는다고 하였으니 그것부터 해결해야 되는데.”
두 번의 곡물 도난으로 피해를 본 금액도 엄청나지만 장사꾼에게 가장 중요한 신용을 잃을 수도 있었기에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곡물을 제대로 가지고 와야 했다.
우기가 끝나면 중원 각지에서 생산되는 곡물을 섬서성에 있는 집하장으로 모은다.
그런 후에 쌀과 보리와 같은 곡물은 탈곡하는 과정을 거치고, 감자와 고구마와 같은 곡물은 분류하는 과정을 거처 일 차로 각 성의 거래처로 보낸다.
쌀과 보리와 같이 탈곡이 필요한 곡물들은 탈곡을 끝낸 후에 거래처로 유통시킨다.
하지만 도난 사건으로 인해서 이번에는 탈곡이 필요 없는 곡물 즉 감자, 고구마, 옥수수와 같은 곡물은 현장에서 분류하여 각 거래처로 유통시키고 쌀과 보리, 밀과 같이 탈곡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곡물들만 섬서성의 집하장으로 가지고 오게 하였다.
이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상단의 곡물을 노린다고 생각하여 내린 결정이었다.
“가주님!”
“뭔가?”
“석천파의 석대영 장문인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석 장문인이? 알았다. 별채로 안내를 하여라. 내 곧 그리로 갈 터이니.”
“네.”
화정수는 의관을 갖추어 입은 후에 방을 나섰다.
그는 별채로 가는 길에 무인 몇 명이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아마도 석천파의 무인들인 모양이었다.
그는 별채로 가서 석대영을 안내한 방 앞에서 나지막하게 말을 하였다.
“석 장문인, 화정수이외다.”
자신이 주인이라고 하나 별채는 객이 빌려 쓰는 곳이기에 무턱대고 방문을 열고 들어서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들어오십시오.”
화정수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사십 대 중반의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외공을 익혔는지 몸이 단단해 보였다.
석천파의 장문인인 석대영은 내공을 익힌 무인으로 특이하게도 외공의 수련도 함께 하여 겉보기에는 외공을 익힌 것처럼 보였다.
석대영에 대해서 잘 모르는 자는 이에 방심을 하다 내가중수법에 크게 당하여 큰 부상을 입거나 심지어는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화정수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연락도 없이 어인 일로 이렇게 오셨습니까?”
“화 대인과 몇 가지 의논을 해야 할 일이 있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저와 의논을?”
“네. 구룡장에 대해서 말입니다.”
화정수의 눈빛이 반짝였다.
“최근 들어 섬서성에 소수신공이 나타났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소수신공 말입니까? 금시초문입니다.”
“그로 인해서 종남과 화산의 사람들이 산문을 내려온 적이 있습니다.”
“그래요?”
“종남과 화산의 사람들이 산문을 내려왔을 때, 구룡장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화정수는 종남과 구룡장주가 친분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물었다.
“모르고 계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장사꾼이라 무림에 대한 이야기는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저는 혹시 종남이나 화산파가 구룡장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여쭈는 것입니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화정수는 모른다고 거짓말을 하였고, 석대영은 그 말을 믿는 눈치였다.
“지금 화산지회로 인해서 정, 사의 무림인들이 화산파로 많이들 모이고 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들어 알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가 구룡장을 공격하여 멸문시키면 사파의 무인들이 한 것처럼 꾸밀 생각입니다.”
“음…….”
괜찮은 생각인 듯하였다.
“사파의 무공을 익힌 사람이 있습니까?”
“조금 잔혹하게 죽인다면 사파인이라 생각을 할 것이니 그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다만…….”
“다만?”
“문제는 구룡장을 공격하는 시기입니다.”
“시기요?”
“화산지회가 시작하기 전이냐 혹은 끝난 후에 구룡장을 칠 것이냐인데,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화산지회가 끝난 후가 적기라 생각을 합니다.”
“지금 구룡장의 명성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습니다. 구룡장의 명성이 더 높아지면 손을 쓰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그리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어차피 사파의 무인들에게 당할 것이니 말입니다.”
사파의 무인이란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화산지회가 시작하기 전에 구룡장이 사파의 무인들에게 멸문을 당하면 화산파뿐만 아니라 무림맹에서도 조사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군요.”
“그래서 사파의 무인들이 돌아가는 길에 분풀이로 구룡장을 멸문시켰다는 그런 설정으로 계획해서 움직일 생각입니다.”
“알겠습니다.”
“구룡장이 불타면 화 대인께서는 상인들을 이용해서 사파의 무인들이 구룡장의 식솔들을 모두 죽이고 불태웠다고 소문을 내 주십시오.”
“상인들을 이용해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래야 소문도 빨리 퍼질 것이고 화산이나 종남이 개입을 해도 우리가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하겠습니다. 그것 말고 제가 또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렇게만 알고 계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일을 하는데 보태어 쓰십시오.”
화정수는 품에서 전표를 꺼내어 석대영에게 주었다.
“뭘 이런 걸…….”
사양치 않고 넙죽 받아 챙기는 석대영의 모습을 보고 화정수는 속으로 비웃었다.
“이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제가 술을 거하게 살 터이니 나가시지요.”
“하하, 감사합니다. 함께 온 무인들도 좀 챙겨 주십시오.”
“그건 걱정 마시고 저와 함께 나가시지요.”
* * *
“혹시 사람을 관리하는 일에 뛰어난 사람을 구할 수가 있을까?”
화린은 동서독에게서 얻은 산서성에 위치한 오태산의 광산과 인부들을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여 총관인 서대영에게 찾아가 물었다.
“사람은 무엇 때문에……?”
“일이 커질 것 같아. 처음에는 두 사람이 평생을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될 정도로 구상을 하였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규모가 더 커져서 그래.”
“얼마나 커졌습니까?”
“이것저것, 좀 많아. 이번에 영천상단에서 개발하고 있는 섬서성 오태산의 광산을 하나 얻기로 했거든. 기술자와 인부들까지 모두. 그들을 관리할 나의 사람이 필요해.”
“얻은 것이 아니라 강탈한 것 아닙니까?”
“그건 당하는 사람의 입장이고, 나의 입장은 얻은 거야. 그러니 너무 매정하게 말하지 말라고.”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 정말 다행입니다. 장주님께서 당하는 입장이었다면 얻는 입장의 사람은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건 나도 당해 본 후에 생각해 볼 문제라 잘 모르겠고. 그래서, 마땅한 사람이 있어? 없어?”
“알아봐야 합니다.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다만?”
“개인의 욕심이 다 달라서 온전히 장주님께 충성할지, 아니면 중간에 빼돌려서 자신의 배를 채울지 그건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정도 빼돌려서 자신의 배를 채워도 상관은 없어. 사람 관리만 잘하면 돼.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서대영의 눈이 반짝였다.
“저도 조금 빼돌려도 됩니까?”
“그랬다간 황궁으로 돌아가야겠지.”
서대영의 입술이 앞으로 삐죽 나왔다.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공부나 무공에 관심이 없는 아이들은 객잔의 숙수나, 점소이로 취직시켜 일을 하도록 조치를 하였습니다.”
“아직 어리지 않아?”
“열세 살이면 그리 어린 나이도 아닙니다.”
“그건 서 총관이 알아서 해. 무공이나 공부에 관심이 있는 아이들은?”
“무공에는 두 놈이 재능이 있어 보입니다. 똑똑하고 이해력도 좋아서 가르치는 건 빠르게 흡수를 합니다.”
“그래? 그럼 종남파로 보내어 무공을 익히게 하면 되겠군.”
“종남파요? 장주님께서 직접 가르치지 않으시고요?”
“나 놀기도 바쁜데 애들을 맡아서 어떻게 가르쳐. 그냥 종남파의 속가제자로 보내서 무공을 익히도록 만들어. 재능이 있어 종남파 어른들의 눈에 띄어 직전제자가 된다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럼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서림의 유파들 중 하나를 택하여 보내겠습니다.”
“그렇게 해. 큰물에서 놀 수 있는 재능을 보이면 조금이라도 일찍 보내는 것이 좋지. 어중간한 아이들만 조금 더 가르쳐서 우리가 하는 일에 도움이 되게 만들어.”
서대영은 화린의 뜻대로 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이틀 뒤에 화산파로 갈 거니까 알아서 준비를 해.”
“화산지회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래. 어떤 애들이 눈에 띄는지 한 번은 훑어봐야지. 아, 혹시 남궁진이라고 알아?”
“십룡팔봉 중 검룡이라 불리며 검으로는 이미 일정 수준을 벗어나 경지에 올랐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래. 직접 만나 보니 그런 것 같았어. 다만 조금은 유해 보인다고 할까?”
화린이 만난 남궁진은 그랬다. 강해 보이지만 뭔가 부족한 모습이었다.
“무림에서 무공을 익히는 후기지수들 중에서 장주님과 같이 목숨이 오가는 실전 경험을 치러 본 자들이 몇 명이나 있겠습니까?”
화린은 서대영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가문에 열심히 무공만을 익히다가 실전 경험이다 하여 녹림의 산채, 수로채의 수채를 상대로 몇 번 드잡이한 것이 전부일 텐데 당연히 장주님의 눈에는 차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가?”
“그렇지 않겠습니까? 하다못해 황궁처럼 음모가 판을 치는 것도 아니니 유순하게 무공을 익혔을 것이 아닙니까?”
“음…….”
“장주님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적어도 장문인이나 장로들을 살펴봐야 할 겁니다.”
“내가 그들과 왜 눈을 맞춰. 끔찍한 소리 하지 마. 난 그냥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지.”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저랑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약해.”
“누가 말입니까? 제가 말입니까?”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서대영은 곧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약하다고 했지, 서 총관이 진다고 말하진 않았어. 조금 전에 말했잖아. 유하다고.”
“그냥 경험이 붙으면 나아질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경험이 붙기 전에 죽여 버리면 서 총관이 이길 수도 있다는 거지. 물론 죽이려다 죽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저를 놀리는 겁니까?”
“난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목숨 가지고는 장난 안 쳐. 그러니 서 총관도 나랑 무림을 다니려면 수련 좀 해. 내가 가르쳐 준 거 익히고는 있지?”
“노력 중에 있습니다.”
“그럼 됐어. 하여간 이틀 뒤에 화산지회에 놀러 갈 테니까. 알아서 준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