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63)
구룡전기-63화(63/217)
구룡전기 (63)
서대영이 수련을 마치고 눈을 떴을 때, 화린이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수련을 벌써 마치신 겁니까?”
“지키라고 한 놈이 심법 수련을 하니 내가 불안해서 수련을 할 수가 있어야지.”
화린의 잔소리에 서대영의 입술을 삐죽였다.
“시간이 얼마…….”
“두 시진이나 지났어. 반에 반나절을 너 혼자 수련했고, 난 너를 지켰어.”
“두 시진이나 말입니까?”
“축하해.”
뜬금없는 말에 서대영이 화린을 보았다.
“몰아지경에 들어선 것 말이야.”
몰아, 즉 자신을 잃는다는 뜻으로 무공에서는 몰아지경, 혹은 몰아의 경지라 말을 하는데 이는 무공을 수련함에 있어 자신을 잃고 오직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지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제가 몰아의 경지에 들어섰단 말씀입니까?”
“그래. 조금 더 노력하면 벽을 넘을 수 있겠어. 계속해서 열심히 수련해.”
“아…… 감사합니다, 장주님!”
“나한테 감사할 일은 아니지. 네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니까. 다만 벽을 넘어설 때까지 이런 공공장소에서는 수련을 가려서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가자. 화산에서는 어떤 밥을 줄까? 설마 풀떼기만 주는 건 아니겠지.”
“화산이 도가라고 하지만 속세와도 연이 깊은 곳이라 고기도 잘 먹고 그러는 곳입니다.”
“그래? 그럼 닭 한 마리 뜯는 거야.”
“그건 알 수 없죠. 가서 확인해 볼 수밖에요. 제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서대영이 먼저 방을 나서자, 화린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런데 너 식당이 어디 있는 줄 알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식당을 찾아 이동하고 있을 터이니 그들을 따라간다면 식당으로 가지 않을까 합니다.”
“오호, 그런 방법이 있었네.”
서대영은 실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화린과 함께 영전관에 있는 식당으로 갔다.
식당은 건물 지하에 있었는데 몇 사람 보이지 않는 걸로 보아 건물마다 이러한 식당이 있는 듯하였다.
“내가 자리를 잡고 있을 테니까 밥을 얻어 와.”
“알겠습니다.”
화린은 식당 중앙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중앙에 자리를 잡은 이유는 간단하였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소리를 듣기 위함이었는데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면 내공을 이용해야 하지만 이처럼 중앙이면 자신의 청력만으로도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어서이다.
“무당에서 최연소 무당칠검에 선발된 청연 도사가 화산에 왔다고 하던데.”
화린은 무당칠검이라는 말에 관심을 가졌다.
무당칠검!
무당파를 대표하는 무인들로 개개인의 무공도 무공이지만 이들이 펼치는 칠성검진은 당대 마교주인 천마도 빠져나갈 수 없다고 전해질만큼 당금 무림에서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이기도 하였다.
기존의 무당칠검은 기성세대, 즉 삼십 대 중반에서 사십 대 초반 무인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들 틈에 이십 대 초반의 후기지수인 청연 도사가 포함된 것은 그가 무공에 엄청난 재능이 있고, 또 앞으로 무당파를 이끌어 나갈 재목 중 한 명이라는 말이기도 하였다.
‘청연 도사? 기억해야지. 그런데 청연 도사의 이름은 십룡팔봉에 없었던 것 같은데.’
무당칠검에 선별될 정도의 실력이라면 능히 십룡팔봉에 포함이 될 실력인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조금은 의아했다.
그때 서대영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장주님의 말씀대로 닭이 나왔습니다. 잘 삶아진 것이 아주 맛있어 보입니다.”
“서 총관, 십룡팔봉의 선택 기준이 뭐야?”
“글쎄요. 그런 건 대부분 무공과 명성 그리고 인지도가 아닐까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무당파의 청연 도사가 최연소 무당칠검에 선발되었다고 해서 말이야. 무당칠검은 무당파의 얼굴이나 다름이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무당파의 전부가 무당칠검은 아니지 않습니까? 무당의 진짜 무서움은 집법무당이니까요.”
화린도 집법무당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구파일방에 속한 문파 중에서 불가와 도가에서는 특별한 사유가 아닌 이상은 살인을 금지하고 부득이할 경우 장문인, 혹은 장로들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데, 이는 대부분 무림에 나타난 무림공적이라든지 혹은 일반인을 학살한 무림인들에 대한 조치로 인해서 내려지는 경우로 웬만큼 해서는 살인에 대한 경계를 하는 편이었다.
이러한 구파일방의 불가, 도가의 문파에도 살인에 대한 허가가 내려진 단체가 있었는데 이들은 대부분 문파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난 자들을 잡아들이거나, 혹은 문파의 주요인물을 암살한 자들을 쫓아 사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소림의 밀소림, 무당의 집법무당, 화산의 혈매화검수, 아미의 항마검화, 청성의 진혈청성검수, 곤륜의 진성운룡이 바로 그러한 임무를 맡고 있는 단체들이었다.
이들에 대해서는 문파에서 비밀에 붙여져 있어 장문인을 제외한 몇 명만이 그들의 존재를 알 뿐이었다.
몇 명으로 이루어졌는지, 또 이들이 무공 수위는 어떻게 되는지, 이들이 어떠한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추어져 있고, 이들의 행적을 지우고, 감추고, 숨기는 일은 개방이 도맡아서 하였다.
그런데 웃긴 건 뒤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개방조차도 이들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구파일방의 진정한 힘은 눈에 보이는 힘이 아닌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말하곤 하였다.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니잖아. 왜, 구파일방의 고수들 중에서 십룡팔봉에 드는 이가 드무냐고 묻는 거잖아.”
“그야, 그들이 무림에 많이 알려졌으니 그렇지요. 아무래도 세속적인 십대세가와 사파, 마교의 고수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게 쉽지 않겠습니까?”
“음…….”
“뭘, 시답지 않은 걸로 신경을 쓰고 그러십니까?”
“나도 무림에 나가서 인기를 얻으려면 지금이라도 알아 둬야지.”
서대영은 화린이 화산파로 오면서 왜 이렇게 실없는 사람이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아……. 장주님께서는 지금도 섬서성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으니 그런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
“네. 장주님께서 무공만 선보이신다면 단숨에 성급의 고수로 이름을 알리게 될 겁니다.”
서대영의 말에 화린은 활짝 웃었다.
“그렇지. 내가 좀 유명하지.”
“장주님.”
“왜?”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건데, 진짜 속내가 뭡니까? 뭔가를 알아야 손뼉을 치더라도 칠 것이 아닙니까?”
“속내는 무슨, 그냥 훈련 중이지.”
“훈련요?”
“사전 인식 훈련이라는 말도 안 되는 훈련이 있어.”
“사전 인식 훈련? 그게 뭡니까?”
“그러니까 사전 인식 훈련은 나의 환경을 다른 곳의 환경과 맞추어서 행동하거나, 혹은 내가 다른 사람이 되어 행동하는 그런 훈련인데 군대에서 배운 거야.”
“음……. 근데 그게 지금 필요한 훈련입니까?”
“허를 보여야 경계를 덜 하지.”
“장주님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그러십니까?”
“그렇지. 화산지회를 시작으로 사람들의 입에 조금씩 오르내리게 될 거야.”
“그야, 장주님께서 화산에서 뭔가를 하면 그리되겠지만…….”
“저기 온다.”
서대영은 말을 하다 화린의 말에 고개를 돌려 입구를 보았다.
화산파의 장로인 화영과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도사 한 명 그리고 후기지수로 보이는 사내가 입구에서 두리번거리더니 화린을 보고는 곧장 걸음을 옮겨 이들에게 다가왔다.
“화산파의 최연소 장문인인 매산 장문인 아니야? 그 옆에 매화검수 옥해 도사도 있네.”
화린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자신을 향해 오는 이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화린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오는 매산 장문인을 향해 무림의 인사법인 포권을 하였다.
포권은 두 손을 모아 가슴 높이까지 올린 후에 고개를 살짝 숙이는 모양새인데 이는 나는 싸울 의지가 없고,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유래가 되어 지금까지 무림에 내려오고 있었다.
포권은 문파나 세가의 성격에 따라 조금씩 변형되어 다르게 전해지기도 하였는데 대부분의 포권은 화린이 매산 장문인에게 하는 것처럼 공손하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매산 장문인을 뵙습니다.”
화린이 인사를 하자, 매산 장문인이 활짝 웃으며 말을 하였다.
“식사를 하시는데 방해를 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구룡장주님!”
매산 장문인이 화린의 신분을 말하자, 여기저기서 웅성였다.
‘저 사람이 구룡장주래.’, ‘생각보다 젊어 보이는데.’, ‘구룡장주가 누구인데?’ 이러한 이야기들이었는데 구룡장주에 대해서 아는 이들이 속삭이며 설명을 해 주는 것이 화린의 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
“화영 장로님께 장주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이번에 본 파의 제자들이 산문을 내려갔을 때 신세를 졌다고 하던데, 정말 고맙습니다. 장주님께서 어찌나 잘 대하여 주셨는지 그놈들이 올라와서도 구룡장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당연히 무림을 위해서 힘을 쓰는 분들이신데 그 정도의 대접은 해야지요. 그래야 저희와 같은 상인들도 마음 놓고 장사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 말씀을 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제가 장주님을 찾아온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 아이를 소개해 주기 위함입니다.”
매산은 곁에 있는 옥해를 소개해 주었다.
―장문인의 제자입니다. 제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이기도 하지요. 다음 대의 장문인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아이이기도 합니다.
화린의 귀에 화영 장로의 전음이 들려왔다.
“옥해야, 인사를 드리거라. 구룡장의 장주님이신 화린 장주님이시다.”
“옥해가 장주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그가 인사를 하자, 화린 역시 인사를 하였다.
“옥해 도사님께서는 올해 나이가 어찌 되십니까? 저는 경오년 스물다섯입니다.”
“아, 저도 경오년 스물다섯입니다.”
“그럼 우리는 갑장이군요. 남궁진 그 친구도 경오년 스물다섯이라고 하던데.”
“남궁진을 만나 보셨습니까?”
옥해가 물었다.
“우연히 객잔에서 만났지요. 저의 군대 후임 중 한 명이 남궁세가의 사람이었는데 그로 인해서 몇 마디 나눌 수 있었고, 나이가 같아 친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 그렇군요.”
“혹시 남궁진과 잘 알고 있는 사이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왕래를 하지 않아 이름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아, 잘되었군요. 그럼 옥해 도사님도 저랑 친구 하시죠.”
“네에?”
옥해가 훅 들어오는 화린의 말에 잠깐 놀란 표정을 짓더니 곁에 있는 매산 장문인을 보았다. 매산 장문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것을 보고 옥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였다.
“그렇게 하시지요. 저도 화린 장주님과 친구가 되어 기쁩니다.”
“그럼 우리 하나, 둘, 셋 센 이후에는 편하게 말하는 것으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하나, 둘, 셋!”
그렇게 화린은 옥해와도 친구를 하기로 하고는 자신이 남궁진을 만나면 소개를 해 주겠다고 말을 하였다.
“하하, 감사의 인사를 전해 드리러 왔다가 우리 옥해가 좋은 친우를 얻게 되었습니다.”
“제가 더 감사한 일입니다.”
―화린 장주님.
그때 매산 장문인의 전음이 들려왔다.
―혹시 해시 말미(23시~23시 31분 사이)에 저를 찾아오실 수 있겠습니까?
화린이 살짝 눈을 좁혔다.
―경계가 심할 것입니다. 경계를 피해서 저를 찾아와 주셨으면 합니다.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말씀을?
―오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화영 장로님께서 장주님을 적극 말씀하셔서 이리 부탁을 드리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해시 말미에 찾아뵙겠습니다.
“옥해는 화린 장주님과 친구를 하기로 하였으니 함께 식사를 한 후에 너의 일을 보도록 하여라.”
“그리하겠습니다.”
“산문 안에만 있던 녀석이라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화린 장주님께서 많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저도 마찬가지인데요. 누굴 가르치고 할 것이 없습니다. 이제부터 함께 세상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 가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하하, 참으로 현명한 대답이십니다.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매산 장문인과 화영 장로가 돌아가자, 옥해가 홀로 남았다. 조금은 어색함이 밀려왔지만 서대영이 재빠르게 일어나 옥해가 먹을 음식을 가지고 와서는 그의 앞에 놓아두었다.
“드십시오.”
“아, 이 친구는 서대영이라고 하는데 우리 구룡장의 총관을 맡고 있는 사람이야. 나이는 우리보다 무려 다섯 살이나 많아.”
후기지수는 십팔 세에서 이십오, 이십육 세를 두고 말하는데 서른 살이면 후기지수를 넘어 기성세대라고 할 수가 있었다.
“서대영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옥해 도사님.”
“그냥 옥해라 불러 주십시오.”
“아닙니다. 장주님의 친우분이면 장주님과 같은 급에 계신 분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존대를 해야지요.”
화린은 서대영의 말을 듣고 제법인데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어색하지?”
화린이 묻자, 옥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처음에 남궁진, 그 친구를 만났을 때 그랬어. 그런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색함이 사라지더라고.”
“그래?”
“응. 아마도 같은 나이고 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비슷하니 빠르게 친해진 것 같아.”
“관심? 화린이 넌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데?”
“난 장원, 장사, 무림, 무공 이런 것들.”
실상은 사람 자체 관심이 더 많았지만 이런 건 언제나 추상적인 것이니 몇 개의 단어를 말함으로 상대가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였다.
‘뭔가 꿍꿍이가 있기는 있어.’
곁에 있는 서대영이 화린을 보며 속으로 생각을 하였다.
‘설마 화산의 영역인 화음현까지 진출하려고 하시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