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65)
구룡전기-65화(65/217)
구룡전기 (65)
화린은 자신이 상대했던 노도인이 전전대도 아닌 전전전대의 화산의 장문인으로 당시 화산제일검이자, 검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던 무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화산파의 최고 어른으로 화산파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였다.
“몰라뵈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그럼 이제 알았으니 어디 제대로 예를 한번 올려 보아라.”
화린은 명율의 농 섞인 말에 당황하였지만 다시 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무림 말학 주화린이 화산제일검 명율 진인을 뵙습니다. 결례를 용서하십시오.”
“용서는 무슨……. 나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었으니 나에게 용서를 구할 것도 없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배려는…….”
명율 진인의 시선이 매산 장문인에게 향했다.
“그래. 넌 무엇 때문에 이 아이를 보자고 하였느냐?”
“무림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무림이?”
“무림 연합에 의해 배교가 무너진 이후, 마교와 사파 그리고 우리 정파에서는 그 당시 입었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서 노력하였습니다.”
화린은 화산파의 장문인인 매산 진인에게 지금의 무림 정세에 대해서 들을 수가 있었다.
“정천맹은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였다면 마교와 사혈맹은 외부의 세력 확장에 집중하였습니다.”
“들어 알고 있다. 마교가 변방과 새외의 세력을 규합하고 있고, 사혈맹이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서 그 영향력을 떨치고 있다지.”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게 문제가 될 것이 있나?”
때에 따라서는 손을 잡고 협력을 하지만 그래도 무림은 기본적으로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힘이 강한 자가 우위에 서고, 약한 자는 도태되며 강한 자에게 굴복하는 것이 무림의 생리였다. 그러니 남에게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명율 진인의 입장에서는 그걸 문제라 말하는 매산 장문인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힘이라는 것이 그렇듯 차고 넘치면 내부에서 불만을 가진 자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 힘을 외부로 표출시키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수가 있으니 사혈맹에서는 하남성 혈사파의 장문인인 혈수무정 나성기의 죽음을 핑계로 누르고 있던 힘을 외부로 표출하기 위해서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구주사망혈루대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화린이 객잔에서 들은 사혈맹의 추적대인 구주사망혈루대를 언급하였다.
“그렇다네. 그건 외부의 시선을 돌리기 위함이고, 구주사망혈루대와 함께 사혈맹의 주력 중 하나인 사령혈마대가 은밀하게 무림으로 나왔다네.”
“사령혈마대요?”
“사령혈마대는 모두 백 명으로 구성이 된 무력 단체이네. 이십오 명이 한 개의 단을 이루며 활동하는데 그들 개개인의 무위가 초일류의 고수들이라 우리 정파나 마교에서도 경계하고 있었네.”
“백 명 모두가 초일류의 고수들이라면 그들만으로도 무림의 세가 하나를 박살 내는 건 일도 아니겠군요.”
“그렇다네. 사혈맹에는 이러한 무력 부대가 네 개나 더 있다네.”
“사령혈마대를 제외하고 네 개가 더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그들이 실질적인 사혈맹의 힘이기도 하네. 구주사망혈루대 역시 여기에 포함이 된다네.”
“그럼 십이사가는 사혈맹에서 어떤 위치에 있습니까?”
“십이사가는 사혈맹의 근간이네. 그들이 모여서 사혈맹을 만들었고, 사파를 규합하여 오늘날에 사혈맹으로 성장을 하였다네.”
“정천맹으로 치면 십대세가와 같은 역할이군요.”
“그렇지.”
“그런데 저를 만나자고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화영 장로님께 들었네. 자네가 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종남파의 송철 장로님과 같은 부대를 전역하였다고 말일세.”
“그렇습니다.”
“그리고 자네가 특수부대 시절 다양한 무공을 익혔다고 들었네.”
화영 장로가 자신에 대해서 매산 장문인에게 다 말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송철 장로님께서 화산에 위험이 닥치면 종남보다 구룡장으로 먼저 가서 자네에게 도움을 청하라 하였다고 들었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는 명율 진인은 매산이 무엇 때문에 화린을 보자고 하였는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이놈의 무공이라면 충분하지.’
자신은 잠깐 동안 화린과 손을 섞어 보았기에 그가 무림에 나온 사령혈마대를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을 하였다.
‘다만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이 많은 놈이라 정의나 평화 같은 명분으로는 이놈을 움직일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
“그래서 저에게 사령혈마대를 처리해 달라는 그런 말씀입니까?”
“그건 정천맹에서 할 것이네.”
“그럼?”
“우리가 사령혈마대를 처리하는 동안 자네는 구주사망혈루대를 붙잡고 있어 주게.”
“구주사망혈루대를 말입니까?”
“그들 역시 사혈맹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단체이네. 다만 무력에 있어서는 다른 단체들보다 약하지만 흔적을 찾아 추적하여 상대를 찾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네.”
“그러니까 정천맹에서 사령혈마대를 멸한 후, 흔적을 지울 때까지 제가 구주사망혈루대를 꼼짝하지 못하게 붙잡고 있으란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제가 왜……?”
“영천상단의 동서독이 나성기를 만난 후에 구룡장에 괴한이 침입한 걸로 알고 있네.”
화린은 눈을 좁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에 혈수무정 나성기와 장로들 그리고 그의 아들들이 죽었지.”
“그래서 그걸 제가 한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아니네. 가능성이 있다고 짐작을 할 뿐이네. 나성기가 죽은 날 자네를 하남성에서 본 개방의 제자가 있었으니 말일세.”
화린은 매산 진인의 말에 하오문이 생각났다.
“개방에서 절 보았다면 하오문에서도 저를 알아본 사람이 있겠군요.”
“그럴 것이네. 이후 자네를 강소성에서 보았다는 개방의 방도가 있네. 자네가 강소성에서 볼일을 보기 위해 하남성을 거쳐 갔을지 몰라도 구주사망혈루대는 그렇게 생각지 않을 것이네.”
“그럼?”
“허허, 네놈이 관련이 없다고 해도 일단 그놈들이 몰려와 다 죽여 버린 후에 사실 여부를 판단하겠지.”
명율 진인이 말하자,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잘 알겠습니다.”
화린이 의외로 쉽게 수락을 하자, 매산 장문인은 살짝 표정이 변했다가 본래대로 돌아왔다.
“그런데 제가 아무런 대가도 없이 구주사망혈루대를 처리하는 건 저의 재능 낭비라 생각이 듭니다.”
“대가를 원하는 건가?”
“대가를 원한다기보다는 정당한 보수를 원하는 겁니다.”
“보수?”
화린은 매산 장문인에게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제가 구주사망혈루대를 견제하는 것이 아닌 무림에서 완벽하게 지워 드릴 테니 화음현에 포목점과 객잔을 하나 낼 수 있도록 화산파에서 도와주십시오.”
화음현에서 장사를 하는 이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지만 화산파의 영향력 아래 있는 상인들이니 화산파가 나서서 이를 중재한다면 그들도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내어 줄 수밖에 없다.
“포목점과 객잔?”
“저의 장원에서 몇 가지 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놈의 능력이라면 상점을 운영하지 않아도 장원을 운영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명율 진인이 물었다.
“가화만사성이라 하였습니다. 집안에 근심이 없으려면 재정적인 기반이 튼실해야 하고 혹여 제가 잘못되더라도 남은 사람들은 근심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니 그 기반을 닦아 놓으려고 할 뿐입니다.”
“허허, 단순히 그 이유일까?”
화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여간 속이 음흉한 놈이라니까. 그럼 화음현에 포목점과 객잔 하나를 내주면 구주사망혈루대를 멸해 주겠다, 그런 말이냐?”
“그들이 무림으로 나왔다고 하니 있는 곳만 알면 정천맹의 무인들이 사령혈마대를 치는 것보다 제가 먼저 그들을 멸할 수 있습니다.”
명율 진인은 흔들리지 않는 화린의 눈빛과 자신감에 찬 목소리를 듣고 감탄을 하였다.
‘아무리 무림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하여도 사혈맹의 주력 중 하나인 구주사망혈루대를 당당하게 멸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저 자신감과 배포는 정말 대단하구나.’
명율은 화린의 모습에 감탄을 하였다.
―저놈 완전 물건이구나.
명율은 매산 장문인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그런데 혼자서 구주사망혈루대를 멸할 수 있겠습니까? 무림백대고수도 힘든 일인데 말입니다.
명율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다.
―혼자 처리한다고 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처리한다고 그랬지.
매산은 명율의 말을 잠깐 동안 생각하였다.
―화산이 저놈과 인연을 맺으면 훗날 큰 덕을 보겠구나. 다른 생각 하지 말고 저놈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어라. 그것도 가장 좋은 자리로. 그리고 비슷한 나이의 제자들 한 명에게 저놈과 어울리도록 시키거라.
―저의 제자인 옥해와 갑장이라 친우가 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 잘되었군. 너는 옥해에게 매일 나를 찾아와 문안하라고 전하여라.
―옥해에게 말입니까?
―친우의 발끝은 따라가야 하지 않겠느냐.
매산 장문인은 명율의 말에 눈이 번쩍 떠였다.
―저놈은 못해도 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
―네에, 그게 사실입니까?
매산 장문인이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송철 그 어린놈이 그랬다며, 종남보다 저놈을 먼저 찾으라고.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그리 말한 것이 아니겠느냐.
―음…….
―구주사망혈루대는 저놈에게 맡기면 될 것 같구나. 너는 정천맹을 도와 사령혈마대를 처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라.
―알겠습니다.
“그럼 구주사망혈루대를 멸하면 내가 화산을 달달 볶아서라도 화음에서 가장 좋은 곳에 포목점과 객잔을 열 수 있도록 해 주마.”
명율이 확언을 하자, 화린은 두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다.
“하면 그들을 처리한 후에 개방에 뒤처리를 맡기면 되겠습니까?”
“그렇다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정천맹에 알리셨습니까?”
“아직 알리지 않았네. 자네의 대답을 들은 후에 알릴 생각이었네.”
“그럼 저를 숨겨 주십시오.”
“숨겨??”
“굳이 드러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 시기, 질투를 받는 건 사양하고 싶습니다.”
“음…….”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만약 화린이 구주사망혈루대를 멸한 사실이 정천맹의 수뇌부에 알려지면 이를 칭찬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런 이들보다는 견제하거나 폄하하고 시기하는 자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다.
“그래도 무림에서 명성을 얻게 될 텐데?”
“그럼 사혈맹의 표적이 되겠지요. 혼자 덤터기를 쓰는 건 아니라 생각합니다.”
“허허허.”
명율 진인은 기분이 좋은지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다.
“네놈의 뜻대로 다 해 주마.”
“감사합니다.”
“그런데 정말 자신이 있는 것이냐? 사혈맹의 다섯 개의 주력 부대 중 하나이다.”
명율 진인의 질문에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는데 그 미소를 접한 명율 진인과 매산 장문인은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위험한 놈이다.’
* * *
“가셨던 일은 잘 보셨습니까?”
“잘 보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똥물이 제대로 튄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입니까?”
화린은 영전관으로 돌아와 서대영에게 매산 장문인을 만나 나눈 이야기와 맡은 임무에 대해서 말을 해 주었다.
“그건 똥물이 아니라 그냥 죽으라는 말이지 않습니까?”
“설마 죽기야 하겠어. 다만 내가 무림의 정보력과 분석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이 문제지.”
단순한 몇 가지의 사실을 가지고 행적을 유추해 내는 정파의 정보력에 화린은 많이 놀란 상태였다.
“정천맹에서 그리 생각하고 있다면 사혈맹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정천맹에 제갈세가가 있다면 사혈맹에는 사마세가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겠지?”
중원 무림을 대표하는 양대 머리 가문으로 무림에서 일어나는 음모나, 계략은 두 가문의 머리에서 모두 나온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로 무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문들이었다.
“그럼 구주사망혈루대를 은밀하게 처리한다고 하여도 장주님께서는 여전히 그 혐의를 벗지 못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겠지. 일단 사혈맹과 정천맹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겠어.”
“그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말 한 몇 년 쥐 죽은 듯 조용히 있지 않는 이상 구룡장과 장주님께서는 그들의 관심을 받을 테니 말입니다.”
“한번 생각해 봐야겠어. 생각하면 방법이 생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