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66)
구룡전기-66화(66/217)
구룡전기 (66)
화산지회
화산파에서 화산지회가 시작된 첫날에는 젊은 후기지수들이 한데 모여 얼굴을 익히고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교류의 장이 열렸는데, 화린도 이 자리에 참석하여 후기지수들의 무공을 대충 가늠해 보았다.
“후기지수들의 무공이 이 정도라면 지금의 기성세대는 정말 대단하겠구나.”
화산지회에 모인 후기지수들은 백 명 정도가 되었는데 구파일방과 십대세가의 사람을 제외하고 서른 명 정도가 외부의 사람들이었다.
화린은 이들이 가진 기운을 어느 정도 읽을 수가 있었기에 정파, 사마, 마교의 인물들을 구별해 낼 수가 있었는데 사공을 익힌 자가 열 명, 마공을 익힌 자가 네 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인사나 합시다. 사도준이라고 하오. 형장은?”
사도준이라 이름을 밝히며 화린에게 다가온 사내가 있었는데 사내치고는 매끈한 피부를 가졌고, 우락부락한 근육보다는 조금 마른 체형의 사내였다.
그가 품고 있는 기운은 정파의 기운이라기보다는 사파의 사공에 가까운 기운을 품고 있었다.
“화린이라고 합니다.”
“화 형이시구료.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생긴 것과 달리 성격이 호탕하여 화린은 그가 마음에 들었다.
“사도 형은 올해 나이가 어찌 됩니까?”
“저는 신미년 스물넷입니다.”
“저는 경오년 스물다섯이니 그럼 친구 해도 될 것 같습니다.”
화린은 사도준에게 친구를 하자고 제의를 하였고, 한 살 어린 사도준은 그리해도 되냐고 물었다.
“한 살인데 뭐 어떻습니까?”
“하하, 그럼 그럴까?”
사도준은 화린에게 편하게 말을 하였다.
“그렇게 하자.”
두 사람은 첫 만남에서 친구를 하기로 하였다.
“성격이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드네. 저기 있는 저치들은 속이 너무 음흉해서 말이야.”
사도준이 한곳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 무리를 가리켰는데 그곳에는 남궁진도 함께 있었다.
“남궁진이 있는 걸로 보아 십대세가의 사람들인 모양이네.”
“남궁진을 알아?”
“지난날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지. 그때 친구 하기로 하였어.”
“그럼 나도 친구 하면 되겠네.”
“친구의 친구는 친구니까, 그런데 너 저들 중에 아는 사람들 있어? 난 무림인이 아니라서 잘 모르는데. 아는 사람 있으면 누가 누구인지 알려 줄 수 있어?”
화린의 물음에 사도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며 말을 하였다.
“저기 덩치 좋은 놈이 권룡이라 불리는 황보세가의 황보지승이야.”
“체격이 산만 하네. 힘도 좋아 보이는데.”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힘이 엄청 강해. 우리와는 격이 다른 무식한 힘을 소유한 장사이기도 해.”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좌측 옆에 있는 자가 도룡 팽천호. 그런데 사실 왜 저자가 도룡이라 불리는지 이해가 잘 안 돼.”
“왜?”
“후기지수들 중에서 도를 정말 잘 쓴다고 소문이 난 놈이 있거든.”
사도준의 시선이 다른 무리에 섞여 있는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철검파의 방극천이야. 철검파의 사생아라 불리기도 하는 놈인데 도 하나만큼은 정말 귀신같이 잘 쓰는 놈이지.”
“철검파? 검을 주력으로 하는 문파 아니야?”
“그러니까 사생아라고 말을 하잖아. 검문에서 도를 익힌 자가, 그것도 엄청난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 말이야.”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에도 사도준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화린에게 알려 주었고, 화린은 그들의 모습을 눈으로 익히며 머리로는 신상 정보를 외웠는데 그 수가 서른 정도가 되었다.
그때, 한 여인이 화린에게 다가왔는데 지난 날 남궁진과 함께 보았던 남궁연아였다.
“화린 오라버니.”
그녀는 싹싹하게 화린을 오라버니라 부르며 활짝 웃었는데 그 모습에 사도준이 넋을 놓았다.
“정말 화산지회에 참석하셨네요.”
“그럼. 연아랑 약속을 하였는데 지켜야지. 아, 인사하여라. 이 친구는 사도준이라고 하는데 내가 화산파에 와서 만난 세 번째 친구다.”
“세 번째?”
사도준이 묻자, 화린은 구파일방의 무인들과 함께 있는 옥해를 보았다.
“화산에 왔으니 화산파 사람 한 명 정도는 친구로 사귀어야지.”
“옥해 도사님이 오라버니의 친구예요?”
“그리하기로 하였다. 옥해 정도면 제법 잘 사귄 것이 아니냐?”
화산파의 제자들 중에서도 실력이 가장 뛰어난 옥해는 스물세 살 때에 화산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매화검수에 선발되었고, 지금은 다음 화산파를 이끌어 갈 신진 고수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이었다.
남궁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 분은 누구?”
사도준이 물었다.
“아, 남궁세가의 남궁연아 소저.”
사도준은 남궁연아의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하는지 혼자 그녀의 이름을 몇 번 되뇌다 활짝 웃으며 말을 하였다.
“사도준이라고 하오. 이 녀석과는 오늘부터 친구를 하기로 하였소. 앞으로 잘 부탁하오, 연아 소저.”
“그럼 사도준 님을 오라버니라 부를게요. 남궁연아예요. 잘 부탁드려요.”
오라버니라는 말에 사도준은 입이 귀에 걸릴 만큼 함박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무당파의 청연 도사가 참석했다고 하던데.”
“저기 있잖아요, 청연.”
남궁연아가 구파일방의 무인들과 함께 있는 사람 중 한 사람을 지목하였는데 조금은 어려 보였다.
“너랑 나이가 같아?”
“아니요. 저보다 두 살 어려요. 이제 청연은 스물이에요.”
“이제 스물인데 무당칠검에 뽑혔단 말이야?”
무당칠검은 기성세대로 삼십 대 중반에서 후반의 나이로 무당파의 요직에 앉아 있는 이들과 같은 배분의 사람들이었다.
그런 무당칠검에 이제 스무 살의 나이로 뽑혀서 활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청연은 무공 천재라고 그래요. 이대로 무당파의 진산절기를 이어받게 되면 몇 년 안에 검으로는 적수가 없을 만큼 강해질 것이라고 오라버니가 말했어요.”
화린은 청연 도사를 보았다. 확실히 뛰어나 보이지만 아직은 남궁진에게는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을 하였다.
―주군!
화린의 귀에 이도문의 전음이 들려왔다.
―곁에 있는 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사도준? 몰라. 오늘 만나서 친구 하기로 했으니까.
―그는 천사곡의 살수로 십룡팔봉 중 살룡이라 불리며 살수 무림계에 떠오르는 신성 중 한 명입니다.
이도문은 사도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듯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화린은 남궁연아를 보며 웃고 있는 사도준을 다시 보았다.
―살룡이라…… 재미난 녀석이네. 내가 시킨 일은?
―사당의 당주 문소가 주군을 뵙고자 화산파에 왔습니다.
―그래? 지금 어디 있지?
―그건 저도 알 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그는 그만의 방법으로 주군을 시험할 생각인 듯합니다.
―시험? 그것도 괜찮겠지. 알았으니 이 호법은 편하게 쉬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걱정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야.
“그런데 화린 오라버니.”
“왜?”
“수연 언니는 언제 전역을 해요?”
“예정된 전역은 이 년 후인데 언제 전역할지는 모르겠구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더 빨리할 수도 있고, 훈련 때문에 조금 더 늦게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아, 그래도 이 년 후에는 언니가 집으로 돌아온다는 말이잖아요.”
“그래.”
차마 ‘그때까지 살아 있다면.’이라는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첫날이라 그런지 모인 후기지수들은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려고 하는 것보다 알고 있는 사람들과 더 유대를 가지면서 새로운 사람, 혹은 경쟁자라 생각하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화린!”
옥해가 사도준과 함께 화린을 보고 부르며 오라고 손짓을 하였고, 화린은 사도준과 남궁연아와 함께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들이 모인 곳으로 갔다.
“이쪽은 화린, 산양현에서 구룡장을 운영하는 장주이고, 여기는 소림의…….”
옥해는 화린과 구파일방 후기지수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화린이라고 합니다. 때마침 화산지회가 열린다고 하여 이리 찾아왔습니다. 그 덕분에 좋은 친구도 사귀고 여러분도 만나게 되는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송철 장로님께 장주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종남의 이칠연이라고 합니다.”
이칠연은 다시 한 번 자신을 소개한 후에 반갑게 화린을 맞아 주었다.
“송철 장로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셨는지 걱정입니다.”
“하하, 구룡장주님을 늘 보고 배우라 하셨습니다. 자수성가하여 큰 장원을 운영하시는 분이며 우리 제자들에게 생각에만 머물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 자신의 뜻을 펼치라고 하셨지요.”
“송철 장로님께서 저의 얼굴에 금칠을 하신 듯합니다. 그렇게 대단한 일이 못 됩니다.”
화린이 이칠연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사도준이 화린의 옆구리를 쳤다.
자신도 이들에게 소개를 해 달라는 그런 뜻이었다.
“아, 이쪽은 남궁연아 소저. 아시는 분은 다 아실 터이고, 이쪽은 사도준. 저도 오늘 만나 마음이 맞아 친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도준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오라버니, 언니들, 안녕.”
남궁연아는 이들을 모두 알고 있는 듯 자신만의 발랄함으로 인사를 하였다.
“연아 소저는 갈수록 미모가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성격까지 밝아 참 보기가 좋습니다.”
“어, 광소 오라버니! 오늘은 씻고 오셨나 봐요. 너무 말끔해서 광소 오라버니가 아닌 줄 알았어요. 오라버니, 앞으로 그렇게 하고 다녀요. 우중충하게 다니지 말고.”
“하하, 개방도가 말끔하게 다니면 굶어 죽습니다.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맞는 말이긴 한데…….”
두 사람의 대화로 분위기 조금 더 가벼워졌다.
남궁연아의 입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고, 구파일방의 후기지수들은 그녀의 질문과 대답에 혼쭐이 나면서도 즐거워하였다.
‘확실히 구파일방과 십대세가의 분위기는 다르군.’
구파일방은 친목을 위해서 모이는 것이라면 십대세가는 견제, 경쟁을 위해서 모였다는 것을 화린은 이곳의 분위기만으로도 파악할 수가 있었다.
잠시 후 화산파의 장문인인 매산 장문인과 함께 화산의 장로들이 후기지수들이 모인 장소로 왔다.
그들이 오자,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정리되었고, 모두가 집중을 하였다.
“어떻게,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까?”
매산 장문인이 대표로 물었고, 후기지수들은 곧장 대답을 하였다.
“무림이 생겨나고 많은 이들이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무공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매산 장문인은 화산지회를 여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을 하였다.
“아마도 올해 화산지회가 여러분들이 참가할 수 있는 마지막 화산지회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에는 여러분들의 후배들이 화산지회에 참가하여 여러분들과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이야기하겠지요.”
화린은 매산 장문인의 연설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일도, 천일창, 만일검이라는 말이 있다.
도는 백 일이면 능숙하게 사용할 수가 있고, 창은 천 일, 검은 만 일이 걸린다는 말로 이는 강함을 나타내는 말이 아닌 숙련의 기간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강함을 이야기한다면 창이 단연코 우세하다고 말을 할 수가 있고, 옛 장수들은 창을 주력으로 검과 도는 보조로 사용할 만큼 전장이나 대결에서 창의 우수성은 이미 알려진 바가 있었다.
다만 이건 내공을 익히지 않은 이들을 말하는 것이고, 내공을 익힌 무림인이라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창의 길이에서 나오는 파괴력은 검과 도가 따라갈 수 없다는 걸 무림인들도 인정하고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창을 쓰는 고수들에 대한 파훼법이라든지, 혹은 창의 기수들을 봉쇄할 수 있는 수법과 무공이 무림에 등장하면서 무림에서만큼은 창의 효용 가치가 조금 떨어졌을 뿐, 아직까지 군대에서 창의 효용 가치는 그 어떤 무기보다 압도적으로 강했다.
“하여 오늘 화산지회가 열리는 첫날에는 여러분들과 함께 논검을 하고자 합니다.”
논검!
검을 꺼내지 않고 서로가 알고 펼칠 수가 있는 무공과 초식을 말로 대결하여 승부를 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매산 장문인이 말한 논검은 승부를 내는 것이 아닌 단순히 검을 논하고자 하는 뜻으로 서로가 가지고 있는 검의 단점, 의문 또는 의구심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해답을 찾는 시간을 가지자는 의미였다.
‘논검이라……. 재미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