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67)
구룡전기-67화(67/217)
구룡전기 (67)
“그렇다면 화산파의 매화검을 삼재검법으로도 상대할 수 있단 말씀입니까?”
한 사람이 묻자, 화산파의 장로 중 한 사람인 화진 진인이 대답을 하였다.
“비슷한 수준의 무인이 겨루었을 땐 능히 삼재검법으로 매화검을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고 있고 또 실제로 그러한 의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많은 시험들을 하지만, 고대로부터 지금의 무림에 남아 있는 무공들은 그 당시 천하를 오시하였던 무공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화린은 화진 장로의 말에 크게 공감을 하였다.
“대를 이어 내려오면서 무공이 사장되고, 실전되고, 분실하거나 혹은 제자의 미숙함으로 제대로 된 깨달음을 전달하지 못하였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무공의 간결함이나 편리함으로 초식과 초식을 이어 주는 변초들의 변화로 무공의 형태가 조금씩 변하면서 오늘날의 무림까지 전해졌기에 무공에 일류, 이류, 삼류와 같은 등급이 매겨져 삼재검법과 같은 삼류 취급을 받는 무공들이 생겨났겠지요. 하지만 능히 삼재검법도 다른 상승 무공과 맞서 싸울 수 있을 만큼의 무공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하면 화산파의 제자들에게도 삼재검법을 가르치고 계십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화산파에는 화산파의 무공이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화산파의 기본…… 아니, 우리 도가의 기본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육합검, 태을검, 건곤검을 제자들에게 기초 무공으로 가르치고 있고, 기초 무공을 완벽하게 익힌 후에야 그다음 무공을 익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저게 정답이지.”
화린의 혼잣말을 들은 남궁연아가 물었다.
“오라버니는 정말 저리 생각하세요?”
“당연하지. 무공에 고하는 없어. 익히는 사람의 재능에 따라서 나타나고 드러나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할아버지는 저리 생각을 안 하시던데.”
“할아버지?”
남궁세가의 태상이자 현 무림에서 검황이란 칭호를 받은 중원제일검인 남궁소군이 자신에게 해 준 말을 화린에게 해 주었다.
“네.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무공은 처음부터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라 말을 했거든요.”
“그 말도 맞지.”
“사람을 죽이는 기술들이 발전하여 무공이라는 형태로 드러나게 되었고, 여기에 다양한 무기들이 개발되고 만들어지면서 그 살상력이 더 높아졌다고 그랬거든요.”
“음…….”
“활이나 도, 창과 같은 무기는 사냥이나, 음식을 조리하는 데 필요하여 만들어진 무기인 반면에 검은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무기라고 그랬어요.”
검이 도와 달리 양날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오래된 것에 의미를 두는 것보다는 내려오면서 발전되고 개선된 새로운 것을 익히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어요.”
화린은 그 말도 일리가 있단 생각이 들어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할아버님 말씀도 옳은 것 같네.”
“조금 전에는 장로님의 말씀이 옳다면서요?”
“무공에 정답이 있다면 천하에 고수가 아닌 사람은 없을 거야. 스스로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생각해야지 어느 한쪽이 맞고, 다른 쪽은 틀리다고 말하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아주 위험해.”
“피잇, 변명하는 것 좀 봐.”
화린은 남궁연아의 말에 피식 웃더니 화산파의 장로들과 후기지수들의 논검에 대한 토론에 집중을 하였다.
하지만 이 집중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자신의 신경을 거스르는 기운이 주변에서 맴돌고 있어서였다.
‘사당의 당주 문소인가?’
이도문에게 문소가 화산파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화린은 자신의 신경을 거스르는 자가 문소라고 확신을 하였다.
‘그럼 실력이 어떤지…… 아, 이 호법이 당장이라도 목을 딸 수 있다고 했지.’
화린은 이도문의 말을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기대는 해 봐야지.’
화린은 모른 척 논검 토론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매산 장문인이 말하였다.
“그럼 이제 진짜 논검을 해 볼까 합니다.”
“진짜 논검요?”
“네. 여러분이 아는 검법과 초식으로 저를 상대해 보십시오.”
진짜 논검이라는 말에 모두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논검의 진행상 존칭은 생략하니 이 점을 이해해 주십시오.”
모두가 알겠다며 이구동성으로 대답한 후에 논검이 진행되었다.
“내가 먼저 남궁진에게 화산의 검법인 매화검 일초식인 매화난향으로 가슴을 노리고 공격을 하겠네.”
“그럼 전 천풍검법의 이초식인 천풍압형으로 장문인의 검을 쳐 낸 후에 연이어 천풍검법의 삼초식인 천풍낙표흘을 사용하여 좌측 허리를 노리겠습니다.”
“뛰어난 판단이네. 표풍효흘을 이용해 우측을 돌아 검을 피한 후에 매화검의 일초식으로 자네의 가슴을 노리고 공격을 하겠네.”
그렇게 매산 장문인은 논검을 통해서 후기지수들의 대응 능력을 길러 주는 담론을 진행하였는데 화린은 이 또한 신선하였다.
서로 초식을 주고받고 하면서 같은 초식의 공격을 받음에도 배운 무공에 따라 대응방법들이 달라니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논검이 진행되었고, 화린의 차례가 왔다.
“저는 화린 장주에게 매화검 삼초식 매화낙일로 우측 어깨를 노리고 공격을 하겠습니다.”
“공공무흔보로 장문인의 공격을 피한 후에 호접천화수를 사용하여 장문인의 손에 들려 있는 검을 노리겠습니다.”
“매우 위험한 수법이군요. 저는 검법을 바꾸어 천류검으로 많은 변검을 만들어 장주의 호접천화수를 부숴 버릴 생각입니다.”
“한 발 물러나 천화만향으로 천류검의 변검에 대항한 후에 장문인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 뇌전류를 사용하여 검을 든 팔을 노리겠습니다.”
화린이 대답하자, 매산 장문인은 가늘게 몸을 떨었다. 그뿐만 아니라 장로들 역시 믿을 수 없는 눈으로 화린을 보았다.
―모두 아무런 말씀 마십시오.
매산 장문인은 장로들에게 전음을 보낸 후에 화린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매화이십사수로 장주의 검에 대항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항은 할 수 있겠지만 그리한다면 전 어깨를 내어 주고 장문인의 허리를 노릴 터이니 그때는 장문인의 목숨도 위험하게 되겠지요.”
후기지수들은 화린의 오만함에 각양의 반응을 보였지만 매산 장문인과 장로들은 화린의 말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예상대로 장주님의 무공은 실로 대단합니다. 종남파의 송철 장로님께서 왜 그리 장주님을 칭찬하였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종남파의 송철 장로를 언급하자, 모인 후기지수들은 ‘저 사람은 뭐지?’ 하는 시선을 보았다.
―야, 너 정말 뇌전류를 알아?
사도준의 전음이 화린의 귓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물론이지. 아는 무공만 사용하기로 했잖아.
―음…… 그럼 너랑 친구 먹은 문제가 조금 심각해지는데.
살수인 사도준이었기에 그가 뇌전류를 알고 있다면 그 기원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 줄 알고 있으니 이리 말하는 것이라 짐작은 하였지만 모른 척하고 물었다.
―왜?
―그런 게 있어.
―싱겁기는.
“제가 장주님의 무공을 얕보았습니다. 그 결과 저의 패배입니다.”
매산 장문인이 논검에서 패함을 인정하자, 모인 후기지수들은 웅성였다.
그런 후기지수들을 향해 매산 장문인이 충고를 하듯 말을 하였다.
“논검이었으니 망정이지, 실전이었다면 저의 오른손만 아니라 아마도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그건 사실이지만 장문인께서는 더 고강한 무공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린 것처럼 구룡장주님의 무공을 얕보고 흔히 쓰는 초식을 사용하였기에 단번에 수세에 몰렸습니다. 저의 무공이 구룡장주님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면 그 수세를 어떻게든 모면할 수가 있겠지만 비슷한 수준이라면 아마도 극복하지 못할 것입니다.”
후기지수들은 매산 장문인의 말을 들으면서 각자의 생각에 잠겼다.
“논검을 시작할 때, 비슷한 수준이라는 전제를 깔고 갔으니 장주님과 저와의 논검에서 패한 건 제가 되겠지요.”
“그럼 실전에서는 극복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알 수 없습니다. 실전이 이렇게 고요함 가운데서 벌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더 다양하고, 더 나쁜 상황에서 직면할 때가 많으니 그러한 변수를 다 고려한다면…….”
“제가 졌을 겁니다.”
화린이 매산 장문인이 말을 하는 도중에 끼어들었다.
“장문인의 말씀대로 실전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여야 하니 말입니다.”
“화린 장주님께서는 실전 경험이 많으신 모양입니다. 그리 말씀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저놈이 점창파의 아진이라고 하였지.’
“실전이라기보다 군대에서 했던 경험에 비추어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군대요?”
“저는 군대에서 전역을 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무림인이라기보다는 아직은 군인의 습성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무모하더라도 이길 수 있는 선택을 하곤 합니다.”
“아, 그렇군요.”
그의 대답에서 조금은 비꼬는 것을 느꼈지만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을 하고는 어색한 미소로 상황을 마무리하였다.
“저는 개인적으로 화린 장주님의 대답이 마음에 듭니다.”
매산 장문인이 말을 하였다.
“상대를 제압하는 일은 내가 압도적인 우위에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비슷한 실력이거나, 조금 우위에 있다면 제압만 하는 건 힘들 것입니다.”
“내가 더 강한데 왜 그런가요?”
공동파의 제자가 물었다.
“그건 상대가 죽기를 각오하고 임하기 때문입니다. 단숨에 베는 것은 상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아 쉬운 선택이지만 죽기 살기로 덤비는 적을 제압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파와 마교의 후기지수들은 매산 장문인의 말을 이해하였지만 정파의 후기지수들 중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이들도 제법 많았다.
“자, 계속해 볼까요? 이서원이 누구입니까?”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그는 사파의 인물로 사파의 근간이 되는 십이사가 중 천량사가의 인물이었다.
“화산의 검법인 칠향검으로 우측 어깨를 노리고 공격을 하겠네.”
“저는 한 걸음을 옮겨 좌측으로 몸을 비틀어 피한 후에 삼재검법의 횡소군천으로 장문인의 허리를 노리겠습니다.”
“오호, 좋은 수법입니다. 그럼 전 손목을 이용하여 칠향검의 변초를 사용하여 그 공격을 막고 자네의 가슴을 밀친 후에 칠향검 삼초식인 백리향을 펼쳐서 자네의 심장을 노리겠네.”
이서원은 머릿속으로 상황을 그려 보며 어떻게 피한 후에 반격을 할까 생각을 하다 반격까지는 할 수가 없어 일단 막는 데 주력을 하였다.
“육합검으로 장문인의 검을 쳐 낸 후에 그 반발력을 얻어 장문인과의 거리를 벌리겠습니다.”
“난 곧장 달려가 칠향검 사초인 화영낙인으로 다시 한 번 자네의 심장을 노리겠네.”
이서원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에서는 칠향검의 사초식인 화영낙인은 일반적인 검법으로는 막을 수가 없었다.
‘검을 부숴야 한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이서원은 천량사가의 무공을 펼쳐야 했다.
“용마혈검의 일초식 용두세로 장문인의 검을 부숴 버린 후에 이초식으로 연결되는 변초로 압박하고 이초식인 용두천세로 장문인의 가슴을 노리겠습니다.”
“허엇!”
매산 장문인은 헛바람을 들이켜며 잠깐 생각을 하더니 웃음을 보였다.
“허허, 이번에도 내가 진 것 같군요. 천량사가의 용마혈검은 천하에 적수가 없을 만큼 훌륭한 무공이라는 건 무림이 다 아는 사실이니 정말 대단하네. 그런데 이서원 공자.”
“말씀하십시오.”
“처음 삼재검법과 육합검으로 대응하는 것은 좋은 판단이었지만 뒤에 나의 검을 막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여 가문의 검술을 사용한 것이라면 조금 더 신중을 기했으면 하네.”
“무엇 때문에 그리 말씀해 주시는 것입니까?”
“칠향검의 사초인 화영낙인은 삼재검법의 태산압정으로도 능히 막아 낼 수가 있다네.”
“어떻게……?”
“논검을 시작할 때, 우리는 비슷한 실력이라고 가정을 하고 논검을 진행하였는데 비슷한 실력이라면 충분히 태산압정의 누르는 힘으로 화영낙인을 누를 수가 있었을 것이네. 그런데 자네의 무의식 속에 내가 자네보다 강하다고 인식을 하고 있었기에 더 강한 힘으로 누를 수 있는 패도적인 무공을 선택한 것이라네.”
이서원은 아니라고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무의식이 그리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매산 장문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르침을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네. 부친께서 자네를 든든하게 생각할 것 같네. 부친께서는 강녕하신가?”
“아버님께서는 정정하십니다. 너무 정정하여 새로운 동생을 볼까 두렵기도 합니다.”
“하하, 호호…….”
그의 농에 너도나도 웃자, 화린은 이서원이라는 사내가 마음에 들었다.
‘시간 나면 가서 친구 하자고 그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