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68)
구룡전기-68화(68/217)
구룡전기 (68)
화린은 화산지회에 참석하여 검에 대해 관심을 갖기보단 마음에 드는 후기지수들과 친구가 되기 위해 애를 많이 섰다.
“그러니까 친구 하자. 우리 앞으로 친구 하는 거다.”
화린의 막무가내 친구 사귀기에는 정, 사, 마의 인물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정파의 사람들보다는 사파나 마교의 후기지수들을 더 많이 사귀었다.
“화린 오라버니는 무공에 관심이 없어요?”
곁에 있는 남궁연아가 물었다.
“관심 있지. 그런데 지금은 친구를 사귀는 게 더 중요해.”
“왜요?”
“이 기회가 아니면 사 년을 기다려야 하잖아. 그때가 되면 이 친구들이 제법 높은 위치에 있거나, 혹은 명성을 얻어 만나기 힘들어질 테니까.”
“사 년 안에 그러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요?”
“그럼. 내일 당장에도 변할 수 있는 게 인생사인데 사 년이면, 아이구야…….”
화린은 아찔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하였다.
“그리고 연아, 너도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이랑 좀 친하게 지내고 그래. 남궁진 그 친구처럼.”
“저는 관심 없어요. 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이라.”
화린이 남궁연아를 보았다.
“왜요?”
“내가 볼 땐, 너도 그래.”
“핏, 오라버니도 그렇거든요!”
몸을 획 돌리며 구파일방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남궁연아였다.
“그런데 쟤는 같은 십대세가의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네. 정말 재수가 없어 그런 건가?”
화린 역시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서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걸어 보았지만 십대세가의 사람들과는 많은 대화를 나누어 보지 못하였다.
그들 중 몇몇은 사람을 깔보는 경향이 있었고, 그들 중심으로 대화가 오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그들과 친해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아니, 시간이 걸리는 것이 아니라 힘들 것 같았다.
그나마 남궁세가의 남궁진과 모용세가의 모용수 그리고 서문세가의 서문후 정도가 괜찮아 보였고, 다른 세가의 사람들은 권위의식 같은 것이 강해 보였다.
그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장원이나 문파의 후기지수들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의 곁에서 이런저런 말을 듣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 역시 남궁진, 모용수, 서문후의 말을 은근히 잘 따른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자식 농사를 잘 못했네. 그저 빡세게 굴려서 세상의 쓴맛을 느끼게 해 줘야 하는데, 그래야 겸손이 무엇인지 알고 그러지.”
―이 호법, 어디 있어?
화린은 이도문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십대세가의 사람들과 함께 있습니다.
화린이 십대세가의 사람들이 있는 곳을 보자, 한 젊은 사내가 화린을 보았다.
그가 이도문임을 알 수가 있었다. 그가 인피면구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십대세가의 사람들 중 알아차린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요즘 인피면구 제작 기술은 정말 대단하다니까.’
화린은 이도문의 모습을 보고 내심 놀라기도 하였다.
―사당의 당주 문소가 나의 주위에만 얼쩡거리고 있는데 행동으로 옮길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그래. 이도 저도 아니면 내가 움직여 팔이라도 하나 날려 버릴 생각이니까.
―알겠습니다. 지금 그리 전하겠습니다.
이도문이 살며시 십대세가의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벗어났다.
“화린아.”
“왜?”
“너, 정말 뇌전류를 알아?”
“알지. 그리고 뇌전탄검과 뇌전낙룡도 알아.”
그 말을 들은 사도준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런 사도준에게 품에 있는 살황묵혈소를 꺼내어 던져 주었다.
“그게 뭔지 알아?”
얼떨결에 받아 든 살황묵혈소를 보더니 뇌전이라도 맞은 것처럼 사도준이 몸을 심하게 떨면서 화린을 보았다.
“너…….”
“알아봤으면 됐어. 그렇다고 너랑 나랑 친구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화린이 자신을 알고 있었다는 듯 말하니 사도문이 물었다.
“나를 알고 있었어? 그래서 나에게 접근한 거야?”
“아니, 너랑 친구 하기 전에는 몰랐지. 너랑 친구가 된 이후에 나의 호법이 너에 대해서 알려 주더군.”
“호법이라면?”
“너와 같은 살수야. 너희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그런 문파의 문주이기도 해.”
말하면서 화린이 손을 내밀자, 사도준이 손에 들고 있던 살황묵혈소를 화린에게 돌려주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인연으로 인해서 내가 살황 님의 일기장을 얻었지만 살수들 위에 군림할 생각은 없으니까.”
그때, 화산파의 옥해가 화린에게 다가왔다.
“화린, 장문인께서 널 찾으셔.”
“나를?”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상청궁으로 널 데리고 오라고 그랬어.”
화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도준에게 말하였다.
“다녀올게. 그리고 연아 꽁무니만 쫓아다니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도 좀 친하게 지내고 그래.”
화린의 말에 사도준의 양 볼이 조금은 붉어졌다.
“내가 언제.”
“내가 봐도 그게 눈에 보여.”
옥해의 눈에도 그리 보였는지 그가 한마디 거들자, 입술을 삐죽이는 사도준은 몸을 획 돌리더니 구파일방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저 봐라.”
“남궁연아 소저가 마음에 드는가 보네. 우선 상청궁으로 가자.”
화린은 옥해와 함께 상청궁으로 갔다.
화산파의 상청궁은 최고의 기관으로 장문인을 비롯한 장로들 그리고 화산파의 중책들이 모여서 회의를 나누는 장소이자, 장문인과 장로들의 숙소가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상청궁의 대전으로 들어서자, 상석에는 장문인이 앉아 있고, 좌우로는 장로들과 화산파의 중책을 맡은 이들이 모두 앉아 있었다.
옥해는 이곳에 사람들이 이리 많이 모여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내심 놀라고 긴장을 하였다.
“화린 장주님을 모시고 왔습니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말을 편하게 하여도 이렇게 공적인 자리에서는 격을 갖추었다.
“수고하였네. 옥해 자네는 그만 돌아가 보아라.”
옥해는 화린을 보았고, 화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문인과 장로들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인 후에 상청관의 대전을 나왔다.
옥해는 상청관을 나오면서 숨을 깊게 내뱉었다.
“무슨 일이지?”
장문인과 장로들 각 부서의 장들과 중책을 맡아서 화산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자들까지 모두 모여 있으니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닐 것이라 생각을 하였지만 아직은 자신의 처지로 화산의 일에 이런저런 말을 할 수가 없는 위치였기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한편 상청궁 대전 안의 공기는 조금 무거웠다.
“오해하지 마시고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화린 장주님.”
이전과 달리 매산 장문인은 화린에게 경어를 사용하였다.
“말씀하십시오.”
“저희가 화린 장주님을 찾은 이유는 일전에 논검을 통해서 장주님께서 말씀하신 천리만향에 관한 것 때문입니다.”
“천화난무 때문에 그러시는 것입니까?”
“알고 계십니까?”
매산 장문인이 묻자, 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그때는 왜, 그 말씀을 해 주시지 않았습니까?”
화영 장로가 물었다.
“그 당시에는 종남도 함께 있지 않았습니까. 제가 종남의 송철 장로님과 군대 선후배 사이라고 하지만 화산에 필요한 것을 굳이 외부에 알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을 하였기 때문입니다.”
화린의 말에 장로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의 격언 중에서는 삼 푼을 숨기라는 말이 있다.
삼 푼!
어떻게 보면 자신이 가진 능력 중 한 줌도 되지 않을 만큼 보잘것없는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로 인해서 많은 결과가 바뀔 수도 있으니 보통은 비장의 한 수를 뜻하는 말로 해석되기도 한다.
종남파와 화산파가 같은 구파일방에 속해 있고, 또 정천맹의 소속이라고 하지만 모든 걸 다 개방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건 화산파의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었다.
화린이 품에서 서책을 한 권 꺼내어 손바닥 위에 올려놓자, 절로 허공에 떠서 천천히 매산 장문인에게 날아갔다.
매산 장문인이 손을 내밀자, 책은 그의 손으로 들어갔고, 서책의 표지에는 ‘천화난무’란 글이 적혀 있었다.
“기연이 닿아 화검 허난설 님의 검술을 익힐 수가 있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속가라는 이유로 화산파의 매화검법을 배울 수가 없다는 사실에 실망하여 수많은 실전을 통해서 천화난무를 독창하여 만드셨습니다.”
화린은 허난설이 마지막에 적어 놓은 글을 보았고,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화산파에 알려 주었다.
“화검 허난설 님께서는 화산의 약속을 받은 후에 천화난무를 화산에 돌려주라고 하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화산의 결정이니 제가 개입할 일은 아니라 생각하여 천화난무를 화산에 돌려드리는 것입니다.”
“허난설 님께서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가?”
“제자 중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속가제가, 기명제자, 무기명제자, 입실제자, 입문제자, 직전제자, 적전제자, 의발전인 등등 많은 구분을 두고 각 제자의 역할에 맡은 제약을 두고 무공을 가르치거나 혹은 수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제자에게는 제자의 신분에 상관없이 화산의 무공을 가르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음…….”
“그럼 그들로 인해서 화산이 더 부흥하고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알겠네. 그 문제는 장로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네. 본산의 비기가 속가제자에게 전해지면 순식간에 중원 대륙으로 퍼질 것이네.”
속가제자는 문파에 속하지 않고 일정 기간 동안 무공을 배우면 본가로 돌아가는 이들이었기에 이들 중 재능이 있다고 하여 진산절기를 가르치게 될 경우 이들이 본가로 돌아가 본가의 사람들에게 화산의 진산절기를 가르쳐 줄 수도 있고, 이로 인해서 점점 화산의 진산절기를 익히게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 파훼 무공이 생겨날 터이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세력이 약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렇기에 세가나 무가에서는 속가제자에게 진산절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또한 속가 제자들 중에서는 대부분 상인들이나 대부호의 자식들이 많아 기부하는 돈의 금액에 따라 가르치는 무공도 달라지곤 한다.
“그건 화산의 뜻이니 제가 뭐라고 할 것이 못 됩니다.”
“이해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화린 장주님.”
“그럼 이제 저의 부탁도 하나 들어주십시오.”
“부탁이라고 하시면?”
“제가 거리의 배회하는 아이들을 거두어 공부며 무공이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화린은 화산파에 그들 중 무공에 재능을 보이는 이들이 몇 명 있는데 한두 명 정도는 화산의 속가로 받아 달라고 말을 하였다.
“속가 제자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앞으로 장원의 상단을 호위할 무사로 성장할 아이들이라 아이들의 성격에 맞추어 종남파와 화산파에 나누어 속가제자로 들여보낼 생각입니다.”
“저희가 화린 장주님의 부탁을 거부할 일은 없습니다. 보내어 주신다면 잘 가르쳐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문인!”
―그리고 이전에 이야기하였던 구주사망혈루대 말입니다.
매산 장문인은 화린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저에게 맡아 달라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들이 사천성에 도착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사령혈마대가 은밀하게 중경으로 들어왔음을 파악하고 정천맹에서 사령혈마대를 상대하기 위해서 움직일 것입니다.
―그럼 제가 지금 사천으로 가야 합니까?
“아닙니다. 화린 장주님의 배려에 우리 화산이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은 대화를 하면서도 전음으로 사혈맹의 무력 부대를 처리하는 일에 대해서 논의를 하였다.
화산파 안이라고 하지만 드러내 놓고 말을 하면 화린과 구주사망혈루대의 일이 알려질 것이고, 아는 사람이 많으면 결국 외부로 그 소문이 퍼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매산 장문인은 전음을 통해서 화린이 하는 일을 완벽하게 감추어 주려고 하였다.
―제가 사천으로 가서 누구를 찾아야 그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받을 수가 있습니까?
―개방의 사천 분타주를 찾으시면 됩니다. 그는 사천의 성도에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화린 장주님께서는 화산지회의 비무 대회에 참가하실 생각입니까?”
매산 장문인은 일부러 화제를 바꾸어 분위기를 바꾸려고 하였다.
―아미, 청성, 당문 역시 그들의 움직임에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그들의 눈도 피해야 할 것입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의 수하를 통해서 가짜를 화산에 남겨 둘 생각입니다.
―가짜를요?
―제가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흔적들을 남겨 둬야지요.
―알겠습니다. 이런 번거로움을 드려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장문인께서는 저와 한 약속만 지켜 주시면 됩니다.
―이미 점포와 객잔을 할 자리는 알아 두었고, 주위 상인들에게도 양해를 구했으니 화음으로 와서 포목점과 객잔을 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비무 대회에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이번 화산지회에서 정, 사, 마를 불문하고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