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7)
구룡전기-7화(7/217)
구룡전기 (7)
“제기랄…… 왜, 이런 임무는 부대 전체가 움직여야 하는 겁니까? 우리 애들 지난 임무에서 여섯 명이나 죽었습니다.”
구조 조장인 혁광이 상관인 맹호사사혈전대 대장에게 따져 물었다.
“그걸 나에게 따진다고 하여 내려진 임무가 바뀌지는 않는다.”
“✕발, 이제는 대놓고 죽으라고 하는구나. ✕같은 것. 개지랄해서 나라 지켜 봐야 죽으라고 등 떠미니.”
혁광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나왔지만 대장은 이를 듣고 한숨만 쉴 뿐이었다.
그의 말대로 죽음을 담보로 나라를 지키고 있지만 그 누구도 이들의 희생에 대해서는 기억을 하는 사람들이 없다.
“이번 제거 대상은 대초원의 혈랑대마적단이다. 그렇게 알고 대기하도록!”
혈랑대마적단이라는 소리에 혁광은 눈을 좁혔다.
“그놈들은 대초원의 제일마적단이 아닙니까?”
“최근에 그들이 마적단을 규합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알아보니 이미 제법 많은 마적단을 끌어들였다고 한다.”
“하면?”
“그들이 마적단을 규합하여 중원이나 혹은 대초원에 칼을 겨눈다면 중원은 물론 대초원의 여러 부족들까지 피로 물들 수가 있다.”
“이제는 대초원의 부족들까지 생각해야 합니까?”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묻자, 대장은 숨을 크게 내쉬며 말했다.
“그들이 마적단을 넘어 대초원의 부족들까지 흡수, 병합한다면 그다음은 어디가 될 것 같나? 차리라 마적단만 흡수하여 중원으로 내려온다면 희생을 조금 감수하면 되겠지만 그들이 부족들까지 먹어 치운 후에 중원으로 내려오면 그때는 백성들의 시체와 피가 산과 강을 이루게 될 것이다.”
“중원의 군대가 고작 대초원을 막지 못한단 말입니까?”
“후우…….”
그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열었다.
“대초원이 내려오면 다른 변방에서 이 기회를 놓치려고 할까? 신강, 서장, 묘강, 월하, 탑리국, 흑룡강성, 그 위로 색목국과 바다 건너에 있는 놈들까지…… 중원 전체가 전쟁에 휩싸일 수도 있다.”
“너무 과장이 심한 것 아닙니까? 전쟁이 그리 쉽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혁광, 너의 말대로 전쟁이라는 것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만 맞아떨어지면 너무나 쉽게 일어나는 것 또한 전쟁이다.”
“그놈의 전쟁 타령은…….”
“더 이상 할 말 없으면 돌아가서 대기하도록.”
혁광은 대장을 한번 노려 본 후에 그의 집을 나섰다.
“하아, 이번에는 몇 명이나 죽어야 그놈들을 멸할 수가 있을까? 백 명? 이백 명…….”
대초원의 마적단들 중에서 가장 세력이 크고 강한 혈랑대마적단을 상대로 싸우게 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부대원들이 죽게 될 것이 분명하였다.
그런 후 변방과 새외에는 중원 군대의 강함이 소문 나서 그들은 당분간 숨죽이고 있을 것이고 그 기간에 또 대원들을 보충하여 죽음으로 내몰 것이다.
“중원에 무공의 고수들이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끊임없이 입대를 하는지.”
이 또한 알 수 없는 일 중 하나였다. 정말 누군가의 말대로 무림에서 정적을 처리하기 위해서 맹호사사혈전대로 보내는 것인지…….
혁광은 혼자 투덜거리면서 객잔에 도착하였는데, 오고 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장사는 제법 잘되었다. 화린은 부조장의 음식이 맛이 없다고 하지만 교역 도시에 있는 객잔들 중에서는 그래도 먹을 만한 음식을 조리하는 객잔으로 알려져 있었다.
혁광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화린을 비롯한 몇몇 부대원들이 부지런히 식탁과 주방을 오가며 음식을 나르고, 그릇을 치우고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셨습니까?”
혁광은 이곳 객잔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화린이 넌, 주방으로 가서 숙수장에게 내가 보자고 전해라. 그리고 너도 오고.”
“알겠습니다.”
혁광이 비어 있는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니 잠시 후 부조장인 진성과 화린이 함께 나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부대원들 전체가 출정한다. 이번 상대는 대초원의 혈랑대마적단이다.
혁광이 전음을 보내자, 두 사람은 흠칫하는 표정들을 지었다.
“이번 객잔에서 사람들을 몇 명 내보낼 생각이다.”
전음과 달리 객잔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척하면서 식당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의심을 피했다.
이곳 맹호사사혈전대에 있으면서 변방과 새외의 강성한 세력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그들의 정보를 숙지하고 있어 혈랑대마적단에 어떤 자들이 모여 있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였다.
―객잔 문 닫는 겁니까?
부조장인 진성이 물었다.
“몇 명이나?”
―그래서 이번에 들어온 애들은 모두 데려가고, 최소 인원만 남기고 다 출정한다.
―몇 명이나 남기시려고요?
―다섯 명!
“그건 봐야 알겠지만 요즘 객잔 수익이 영 시원찮으니 인건비라도 줄여야지.”
객잔을 운영하려면 그 정도는 있어야 하니 그들을 제외하고는 스물다섯 명이 모두 출정하는 셈이다.
―그리고 우리 셋은 무조건 출정한다.
―왜?
화린이 불만인 듯 말을 하였다.
―그래야 한 놈이라도 더 살릴 것 아니냐?
―살리긴 개뿔은……. 그럼 이런 출정은 정규군을 보내면 되지.
―그럼 양국 간에 전쟁이 일어난다는 거 모르냐?
―그렇다고 멀쩡한 애들을 죽여?
―멀쩡한 놈들은 아니다. 다 무림에서 사고 치고 온 놈들이고, 자기들 가문에서 사고 치고 온 놈들이니…….
―핑계는?
“그리고 재료값도 좀 아껴. 그렇게 퍼줬다간 너부터 잘라 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누구는 죽어라 싸움만 하고, 누구는 죽어라 식당에서 일만 하고, 이건 아니잖아.
―걱정 마라. 이번에는 다 데리고 나가서 칼받이 시킬 테니까. 이렇게 해서는 우리가 못 견뎌. 새로 들어온 놈들 칼받이 시켜서 기존에 있는 대원들 살리고, 더 강하게 만들어야 해. 그래야 희생을 줄일 수가 있어.
―일 년 전부터 그렇게 하자고 떠들었잖아.
화린이 짜증이 나는지 전음으로 소리를 쳤다.
―난 살려 주면 우리에게 고마워할 줄 알고 더 열심히 할 것이라 생각했지.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어들여 은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라고 했어.
―알았다. 누가 조장이고, 부하인지 구별을 할 수가 없네.
“하여간 그렇게 알고 일들 봐. 난 창고 가서 재고 정리를 하고 나올 테니까.”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일어나 각자의 일을 하러 자리를 떠났다.
혁광이 한숨을 쉰 뒤 자리에서 일어나자, 손님들은 그에게 응원의 말을 한마디씩 하였다. 그런 모습에 혁광은 멋쩍은 웃고는 창고로 걸어갔다.
식탁을 정리하는 화린은 짜증이 난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후임들이 화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일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주 눈에 거슬리면 내가 쳐 죽여 버려야지.”
화린의 말에 흠칫하는 후임들은 서둘러 식탁을 치운 후에 화린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어쭈, 이것들이…… 일 안 해? 잘리고 싶어! 안 그래도 장사 안된다고 몇 놈 내보내려고 하는데. 에잇!”
화린은 엄한 후임들에게 짜증은 내고는 식당 밖으로 나가 버렸다.
“내가 볼 땐, 저 친구부터 잘리겠어.”
* * *
대초원!
말이 대초원이지 실상은 모래가 가득한 사막과 비슷한 곳으로, 이곳 부족민들 대부분 푸른 초지를 찾아 유목 생활을 하며 지내는 척박한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도시는 중원의 도시처럼 발전되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윤택한 삶을 누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부족들은 유목 생활을 하며 지낸다.
대초원의 마적단은 이런 유목 생활을 하는 부족들을 급습하여 그들의 양과 말을 빼앗거나 식량을 약탈하는 도적들로, 대초원에는 백여 개의 크고 작은 마적단이 활동하는 중이었다.
마적단 중 가장 세력이 크고 강성한 혈랑대마적단은 대초원의 음지를 지배하는 세력으로 대초원의 사람들은 혈랑대마적단의 단주를 암흑대칸이라 부르며 그를 두려워하였다.
혈랑대마적단의 근거지가 있는 림하는 대초원에서 몇 안 되는 숲이 있는 지역이었다.
푸른 숲이 하천의 푸른 물처럼 보인다 하여 림하라 이름이 지어진 이곳은 혈랑대마적단과 동조하는 마적단들이 점령하고 있고 다른 대부족들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이곳 림하에서는 혈랑대마적단의 단주인 암흑대칸 율랍파가 왕이나 다름이 없었다.
화르르르륵…….
그런 푸른 숲이 우거진 림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불은 한 곳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방에서 일어나고 있었는데 불이 붙은 숲속에서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발, 내 이럴 줄 알았어. 개나 소나 다 받아 주니까 부대 안에 첩자가 들어와 활동할 수가 있지.”
투덜거리며 검을 사납게 휘두르는 사내는 다름 아닌 화린이었다.
그의 검에는 당장이라도 검을 녹여 버릴 것 같은 화염이 일렁이고 있었고, 그런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며 대초원의 마적들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의 등에는 한 사내가 업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조장 혁광이었다.
그는 큰 부상을 입은 모습이었고, 화린은 그를 살리기 위해서 그를 둘러메고 싸우는 중이었다.
“나를 버려. 그럼 너는 살 수 있어.”
혁광이 자신을 버리라고 말을 하였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조장이 죽으면 누가 조장을 하는데.”
“네가 하면 되잖아.”
“아주 저주를 해라. 내가 이 지랄 맞은 부대에서 계속 있을 것 같아?”
화린은 허공으로 도약하여 공중제비를 돌아 내려오면서 검을 휘둘렀는데 화염이 검에서 쏘아져 나와 마적단을 덮쳤다.
퍼어어엉!
화염덩이가 마적단의 도적들을 덮치면서 그들을 잔인하게 태웠고, 일부 화염은 나무와 풀에 옮겨붙어 그것들을 태웠다.
맹호사사혈전대는 계획대로 마적단을 통합하고 있는 혈랑대마적단을 급습하였지만 앞서 맹호사사혈전대에 들어와 있던 간자로 인해서 이들의 기습은 들통이 났고, 반대로 혈랑대마적단과 그 아래 마적단들에게 포위당해 사냥을 당하는 중이었다.
혈랑대마적단에게 포위를 당했지만 맹호사사혈전대의 대원들 모두가 어느 정도 무공에 성취를 이룬 군인들이라 싸움에 집중하며 포위망을 뚫기 위해서 노력 중이었다.
“화린아, 부탁이다. 나를 내려 다오.”
“입 좀 닥쳐. 안 그래도 정신 사나워 죽겠는데.”
화린의 신형이 이형환위를 펼치듯 순간적으로 옆으로 이동하였다.
팟팟팟…….
순간 화살 십여 대가 화린이 있던 자리에 떨어졌다.
화린은 시선을 멀리 두고 화살을 쏜 자들을 찾았다. 그런 후에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검 끝에 모인 기운이 검을 통해 방출되었다.
“검…… 검강이다!”
검강이 앞으로 쭉 뻗어 나가 가로막는 그 무엇이든 잘라 버리며 화살을 쏜 자들이 있는 곳을 덮쳤다.
마적들은 서둘러 피한다고 움직였지만 화린의 검강이 뻗어 나가는 속도는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빨랐다.
“크아아악!”
비명이 터져 나오자, 화린은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한자리에 오래 있으면 적들의 목표가 되어서였다.
“부탁이다. 화린아, 나를 내려 줘.”
혁광은 힘겹게 입을 열며 말을 하였다.
“조장!”
“화린아.”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오가며 자리를 옮기던 화린은 어느 정도 마적단과 거리를 벌린 후에야 혁광을 내려 나무에 기대어 놓았다.
“잠시만 기다려 봐. 내가 다시 지혈해 줄게.”
“됐어. 그만해. 내 몸 상태는 내가 더 잘 알아.”
“조장…….”
혁광은 화린을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혹시, 네가 살아서 제대를 하면 나의 부탁을 하나 들어줘.”
“부탁?”
혁광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부탁.”
“중원에서 단리세가라고 들어 봤어?”
“단리세가? 아니, 난 중원이랑 아직 인연이 없는 놈이라.”
“그래? 단리세가가 형의 가문이다.”
화린은 혁광을 보았다.
“단리혁광,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형의 이름이다.”
“그게 왜?”
“사실 형의 가문은 형편이 그리 좋지 못했어. 부모님께서 무림의 다툼으로 일찍 돌아가시고 내가 동생들을 키웠는데 갈수록 힘들어져서 말이야.”
화린은 단리혁광을 보았다.
“내가 너무 힘들어 동생들을 내팽개치고 도망 나왔어. 궁상맞은 삶이 싫어서 말이야.”
“그래서,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객잔 창고에 그동안 모아 둔 돈이 있다. 그 돈을 동생들을 찾아서 전해 줄 수 있어? 당시 노복이 한 명 있었어. 그러니 아마 동생들은 노복과 함께 생활하고 있을 거야.”
“조장이 직접 가서 전해 주면 되잖아.”
“후후. 지금 내 꼴을 봐라, 살 수 있는지. 화린아,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해 주라. 지난날 내가 너의 목숨을 살려 준 값이라 생각을 하고.”
“✕발…….”
화린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자신도 알고 있었다.
단리혁광이 곧 죽을 것이라는 사실을!
“부탁이다.”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화린이었고, 그 모습을 본 단리혁광은 나무에 기댄 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눈을 감았다.
화린은 이가 부서져라 꽉 깨물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억지로 참는 화린의 모습에서 그가 지금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느낄 수가 있었다.
“이래서 정이라는 놈은…….”
화린은 눈을 감은 단리혁광을 뒤로하고 몸을 돌렸다.
“내가 더러워서라도 살아서 꼭 제대할게. 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