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70)
구룡전기-70화(70/217)
구룡전기 (70)
구주사망혈루대
한 달 가까이 이어진 우기가 끝나고, 오랜만에 햇볕이 쨍쨍 날이 밝자, 사람들은 집을 나와서 집 앞을 비롯하여 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하였다.
항상 우기가 끝나면 전염병이 유행하였는데 오랜 세월 동안 전염병을 겪으면서 얻은 깨달음 중 하나였다.
자신의 집 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한 후에 이불을 시작으로 습기가 가득 머금은 물건들을 햇볕에 말리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이었다.
화린은 아침 일찍 사천의 성도를 걸으며 밝은 표정을 한 사람들을 보았다.
“날씨가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네.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
화린은 하오문의 사천지부장인 이성언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은 후에 인피면구를 이용하여 모습을 바꾼 후 개방의 사천 분타를 찾아갔다.
개방이 거지들의 모임이라고 하여 다 거지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개방의 사천 분타는 작은 노천식당이었는데 분타라고 하여 주변에 거지들이 많이 있을 줄 알았지만 식당 주변으로는 거지들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외부에서 보면 일반 노천식당과 다를 바가 없는 모습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화린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자 점소이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인사를 하며 물었다.
“저희 식당은 만두와 돼지고기화채볶음 그리고 생면국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아침이니 만두와 국수.”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 그런데 주인은 누구지?”
“점주님께서는 숙수장이셔서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고 계십니다.”
“그럼 섬서성에서 손님이 왔다고 전해 줘.”
“알겠습니다. 그리 전하겠습니다.”
화린이 음식을 주문한 후에 잠깐 앉아 있으니 상인들로 보이는 이들이 아침을 먹기 위해서 드나들었다.
외견만 보면 이곳이 개방의 사천 분타라는 사실이 믿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잠시 기다리니 만두와 국수가 나왔는데 점소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음식을 가지고 왔다.
개방도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허리에는 개방도를 표시하는 매듭이 있었고, 그것도 다섯 개나 매여 있었다.
‘오결제자? 일반 분타주는 사결제자라 들었는데 이 사람은 그보다 더 높은 신분인 모양인데.’
오결제자는 개방에서 장로급에 해당되는 신분을 나타낸다. 육결은 개방에 큰 도움을 준 명예장로, 칠결은 소방주, 팔결은 방주, 구결은 태상의 신분을 나타낸다.
“맛있게 드십시오.”
음식을 식탁에 내려놓으면서 빠르게 그릇 아래로 쪽지 하나를 밀어 넣고는 돌아갔다.
화린은 그릇 아래에 있는 쪽지를 빼 음식을 먹으며 읽어 보았다.
[북천현 현정산.]너무도 간단한 정보였다.
“너무 불친절하군. 내가 객잔에서 나서면 뒤를 따라붙는 자들이 있겠지.”
화린은 하오문의 이성언과 대화를 나눈 후에 알게 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자신이 주인 없는 사냥개가 되어 사냥터에 던져졌다는 사실이다.
주인이 없으니 사냥이 끝나면 사냥꾼들에게 처리되는 게 당연지사!
“나를 너무 쉽게 생각했어. 아니, 내가 어떤 놈인지를 모르는 게 실수지.”
화린은 천천히 음식을 먹었는데 숙수장의 요리 실력이 제법이었다.
“맛있네.”
* * *
구주사망혈루대를 견제하기 위해서 모인 사천의 정파 무인들은 십방현의 한 객잔에 모여 있었는데 그 수가 백 명이 조금 넘었다.
구주사망혈루대의 대원 수가 백 명이라 머릿수를 맞춘 것도 있지만 그들의 무력이 강해서 수적으로 불리해지면 전투에서 수세에 몰릴 수도 있어서였다.
이들은 당문을 주축으로 청성파와 아미파가 주도하고 있었는데 수뇌부는 이 세 문파의 책임자들로 구성이 되어 있었다.
“개방에서 준 정보에 의하면 북천현의 현정산 중턱에 이들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오늘 중으로 그곳으로 이동하여 평무, 청천 현을 지나 섬서성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사천에서만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럼 지켜보다 사천을 벗어날 때, 철수하는 것으로 하지요.”
“그렇습니다. 굳이 우리가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으니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천맹에서도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그냥 지켜보란 말이 있었기에 이들은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후기지수들이 화산파로 간 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합니다. 그들이 섬서성으로 간다면 화산파와 종남에서 움직일 텐데, 젊은 혈기에 그들이 나서서 큰 사고를 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혈기가 왕성하다고 하여도 천지 분간 못 할 아이들은 아닐 테니까요.”
“그래도 걱정이 앞서긴 합니다.”
“일단 우리 문제부터 확실하게 매듭을 지은 후에 섬서에 연락을 하여도 늦지 않을 터이니 경계를 하면서 정찰을 나간 이들이 알아 온 것을 토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객잔에서 정찰하러 나간 자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무인들이 시간을 보내던 중이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구주사망혈루대와 전투가 일어나면 자신이 크게 활약하여 이름을 떨칠 것이라고 장담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시간이 한참이 지나도 정찰을 나간 자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요?”
“설마요.”
“돌아올 시간이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 돌아오지 않는다는 건 분명 중간에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합니다.”
“음…….”
“몇 명을 더 보내어 그들의 행방을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그렇게 하지요.”
이들은 날랜 이들을 스무 명 선별하여 정찰하러 간 북천현의 현정산으로 보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속되자, 남아 있는 무인들의 입에서 불평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는 거야? 싸울 생각이 없는 거 아니야?”
“그러게. 싸울 생각도 없으면서 왜 우리를 소집한 거야? 당문이면 다인가?”
다른 문파의 무인들에게서 불평이 나오자, 당문을 비롯한 청성과 아미파 역시 입장이 난처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확실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먼저 움직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밤이 되었지만 낮에 현정산으로 보낸 스무 명의 사람들도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와도 벌써 돌아왔어야 하는데……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그제야 일이 틀어졌음을 알게 된 이들은 서둘러 객잔을 나섰다.
“서둘러라!”
이제까지 가만히 있다가 밤이 되자 움직이는 수뇌부의 결정이 못마땅했던 이들은 가는 동안 내내 투덜거렸다.
“왜 낮에는 가만히 있다가 지금 출발하는 건데.”
“그러게 말이야.”
“조용히들 안 해?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고 하는 소리야?”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너희들 목숨이나 잘 간수해. 너희들이 얼마나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지, 놈들과의 교전에서 선봉에 세워 줄 테니 객잔에서 신나게 떠든 것처럼 꼭 보여 주도록 하고.”
불만을 드러낸 자들은 선임의 한 소리에 입을 닫았다.
“명심해라. 교전이 시작되면 너희들을 챙겨 주지 못한다. 스스로 알아서 살아남아라.”
서둘러 북천현의 현정산으로 향했지만 초입에 도착하였을 때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밤이 되어서였다.
“지금 시각이 어떻게 되지?”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자리를 확인하더니 해시 말미가 되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지금 산을 오른다고 해도 놈들을 찾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한 후에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산을 올라 흔적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도 그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문의 장로 중 한 명인 당기가 말하자, 아미파와 청성파의 장로들 역시 찬성하였다.
“그럼 넓게 흩어지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야영을 했으면 합니다. 저희 당문에서 우선적으로 불침번을 설 터이니 한 시진 후에 청성에서, 또 한 시진 후에는 여러 문파에서 경계를 서 주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휴식한다는 말이 나오자, 무인들은 서둘러 야영을 준비하였고, 우선 주변에 불을 밝혔다.
야영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지만 그래도 자신이 쉴 자리를 고르고 평탄하게 만들고 하는 개인적인 작업들을 필요로 하였다.
개인의 성향에 따라 조금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그곳에 누워서 쉬는 자들이 있는 반면 일부는 나무에 기대거나, 혹은 돌에 기대어 쉬는 이들도 있었다.
당가의 무인들이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경계를 섰다.
사라라락!
야영이 시작되고 한 시진이 지났을 때, 어둠을 틈타 움직이는 검은 인영이 있었다.
불을 밝힌 곳을 피해 어둠 속으로 다니는 검은 인영을 아무도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는 마치 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둠 속을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는데, 제법 오랫동안 이들 사이를 다녔지만 경계를 서는 자들 혹은 앉아서 쉬는 자들 중에서 검은 인영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날이 밝아 오자, 하나둘씩 깨어나 야영으로 인한 찌뿌듯한 몸을 가벼운 움직임으로 풀었다.
하지만 몇 명은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아미파의 무인들이었다.
“죽었어…….”
그들의 체온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사람이 죽었다!”
이 외침에 현정산 초입이 어수선해졌다.
간밤에 죽은 아미파 무인은 모두 열두 명이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미간에 기다란 솔잎이 깊숙하게 박혀 있었다.
“흔적이 없습니다. 의원이 환자에 침을 놓듯 솔잎을 깊숙하게 찔러 넣었습니다.”
죽은 무인들을 한곳에 모은 후에 사인을 살폈는데 솔잎을 이용한 내가중수법으로 미간에 찔러 넣은 솔잎을 통해 진기를 뇌에 전달시켜 충격을 주는 방법으로 아미파의 무인들을 죽였다.
“같은 방법으로 보아 한 사람이 이와 같은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이라면?”
“구주사망혈루대의 누군가가 행동으로 옮긴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들의 특기가 요인 납치와 암살이니 말입니다.”
“음…….”
“청성에서 무인들을 데리고 어제 보낸 정찰대원들이 있는지 산 중턱을 살펴 주십시오. 그리고 당정은 당가의 무인들을 데리고 산 초입을 살피고, 나머지 무인들은 이곳에서 경계를 강화한다.”
당가의 장로인 당기의 말에 무인들은 빠르게 행동으로 옮겼다.
무인들이 흩어지자, 당기는 소검문의 문주를 찾았다.
“지금 산 아래로 내려가서 개방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리고 개방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 주십시오.”
“제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개방의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소검문의 문주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현정산의 초입을 내려갔다.
당기는 죽은 아미파의 무인들을 내려다보았다. 오래전의 아미파는 남녀가 함께 무공과 불경을 공부하였지만 어느 시점부터 여성이 장문인의 자리에 오르면서 남성들이 하나둘씩 떠나갔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의 아미파는 여성들만 받아들이는 문파가 되었다.
여성들만 받아들이면서 아미파의 무공도 그 성격이 조금씩 변하였는데 패도적인 무공은 도태가 되고, 유려하고 변화가 심한 무공이 주를 이루면서 더욱 발전하여 당당하게 구파일방에 이름을 올리며 무림을 영도해 나가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특히 대라수미혜검은 일정 중에 일절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아미파의 고수들이 간밤에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도 모른 채 죽었으니 이 문제는 조금 심각하였다.
‘아무리 사혈맹의 오 대 무력 단체 중 한 곳이라고 해도 다른 단체들에 비해서 급이 떨어지는데 어찌 이와 같은 고수가 그들의 무리 속에 있는 것이지?’
내가중수법에 의한 살인, 못해도 절정을 뛰어넘어 초절정의 경지에 올라서야 가능한 수법이었다.
일반적으로 타격에 의한 내가중수법은 절정의 무인도 가능하지만 사물에 자신의 진기를 실어 소리 없이 내가중수법을 사용하는 건 초절정의 고수라고 해도 힘든 일이었다.
‘이번 일은 득보다 실이 많을 것 같은데…….’
당기가 홀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청성파의 고수들이 시체들을 업고 돌아왔다.
“모두 죽어 있었습니다.”
죽은 자들은 모두 스물일곱 명이었는데 정찰을 보낸 자들이었다.
그들 역시 아미파의 고수들 옆에 내려놓았다. 죽은 자들이 상흔을 살펴보며 눈을 좁혔다.
“잔인한 놈들.”
죽은 자의 시체에는 한 가지의 상흔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둘, 혹은 세 가지의 상흔이 있었는데 검상, 도상 물론 기병에 당한 상처까지 존재하였다.
“정찰을 하다 들켜서 달아나다 놈들에게 당한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시체를 방치하였다는 것입니다.”
“그게 왜?”
“보통은 시체를 치워 흔적을 지우지 않습니까?”
이 말을 들은 순간 당기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단어가 떠올랐다.
“함정!”
“네에?”
“놈들이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함정을 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