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72)
구룡전기-72화(72/217)
구룡전기 (72)
하남성의 혈사파의 안가를 차지한 혈수무정 나성기의 아내 이란 부인은 낯선 사내와 마주 앉아 있었다.
“그러니까 장문인과 나의 두 아들을 죽인 자가 섬서성의 구룡장주일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말 그대로 가능성입니다.”
“지부장께서는 어찌 그리 생각을 하십니까?”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하남성의 하오문 지부장으로 혈수무정 나성기를 죽인 자를 찾아 달라는 의뢰를 받아 조사하였고, 몇 명의 용의자를 이야기하는 중이었다.
나성기가 살아 있을 때, 어떠한 일을 추진하고, 또 계획하고 있는지 잘 몰라도 섬서성의 구룡장과는 아무런 은, 혹은 원이 없기에 그와 연결되는 것이 이상하여 물었다.
“십대상단 중 하나인 영천상단의 동서독과 나성기 장문인이 만난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동서독이 섬서성에서 지금 한창 공사를 하고 있는 구룡루에 대해 이야기를 했을 것입니다.”
“구룡루요?”
“그렇습니다. 중원 최초로 합법화가 된 도박장입니다. 만 평 정도 되는 땅에 오 층 높이로 중원 최대의 크기를 자랑하는 기루도 함께 공사 중입니다.”
“음…….”
“소문에 의하면 화명상단과 영천상단이 그 구룡루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동서독이 그이에게 구룡루를 빼앗아 달라고 그랬단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혈사파의 무인들이 섬서성으로 가지도 않았을 테고, 구룡장의 담을 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구룡장의 담을 넘었다는 말에 살짝 눈을 좁히는 이란 부인이었다.
“그러고 보니 이전에 문을 떠난 무인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군요.”
“그들은 모두 구룡장의 담을 넘은 후에 죽었을 것입니다.”
“죽다니요?”
“아직 구룡장이 멀쩡한 것을 보면 구룡장주를 죽이러 간 무인들이 되레 당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란 부인도 무림인이었다.
지금은 혈사파의 안주인으로서 그 역할에 충실하고 있지만 그녀의 출신은 산동성 최고의 사파 문파인 백마사였다.
그녀는 백마사의 문주인 이천국의 딸로 어릴 때부터 무공을 익혀 왔다. 그뿐 아니라 백마사는 산동성에서는 그 위세가 대단하여 산동악가를 제외하면 그들의 행사를 막을 수 있는 문파가 없을 정도로 대단한 위세를 떨치고 있는 문파이기도 하였다.
“구룡장주가 복수를 하러 왔다는 말씀입니까?”
무림의 생리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이란 부인이 묻자, 하오문의 하남성 지부장인 채민궁이 대답을 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장문인이 죽고 이틀 후 구룡장주의 모습을 하남성이 아닌 강소성에서 볼 수가 있었습니다.”
“강소성요?”
“왜, 강소성에 갔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요?”
“그가 비가 오는 밤을 이용하여 혈사파로 침입하여…….”
이란 부인은 채민궁의 말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하여 자신의 움직임에 대한 정황을 만들기 위해서 강소성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강소성까지 이틀 만에 갈 수 있는 거리입니까?”
이란 부인이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다.
“경공에 뛰어난 고수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리고 혈사파에 소리 없이 침투하여 장문인과 장로들 그리고 두 분의 아드님을 죽였다면 실제로 보법과 경신술에 뛰어난 자일 수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제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다른 자는 없습니까?”
“나중기 총관님이 최근에 하남성 사파 문파의 문주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총관이요?”
“그렇습니다. 그의 의도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행보로 보아 좋은 의도는 아닌 듯합니다.”
이란 부인의 생각이 깊어졌다.
“저희가 알아본 건 여기까지입니다.”
“알겠습니다. 지부장님의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이란 부인은 한쪽에 있는 상자 하나를 그에게 내밀었다. 상자에는 금전이 가득 들어 있었는데 못해도 금 천 냥은 넘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주제넘다 생각 마시고 한 번 정도는 생각해 보셨으면 하여 드리는 말씀입니다.”
“말씀하세요.”
“혹여 섬서성의 구룡장을 상대로 복수를 하려거든 신중하게 하셔야 합니다.”
“왜 그렇지요?”
“앞서 말한 것들이 사실이라면 구룡장주의 무공은 실로 대단할 것입니다. 절정의 고수인 나성기 장문인께서도 암살을 당하셨으니 말입니다.”
이란 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구룡장을 상대로 복수를 하실 때는 구룡장주를 확실히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을 하셔야 합니다. 그의 장원을 불태우고, 구룡루를 불태운다고 한들 그가 살아 있다면 결국 혈사파는 그에게 잡아먹히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개인에게 당할 정도로 나약한 문파는 아닙니다.”
“그 개인이 절정을 뛰어넘는 고수라면, 그리고 암살에 뛰어난 고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채민궁의 대답에 이란 부인은 뭐라고 대답하지 못하였다.
“그러니 확실한 기회가 아니면 섣불리 움직이는 것은 혈사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최소한 구룡장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아보신 후에 판단하여 움직이고, 만약 부인의 생각보다 웃도는 전력이라면 복수는 십 년, 이십 년 뒤로 미루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그리하지요.”
* * *
사천성과 중경의 경계에 있는 대죽현은 대나무가 많이 자라 붙여진 이름으로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대나무 숲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이런 대나무 숲을 거칠게 달리는 자들이 있었고, 이들 뒤를 쫓는 자들도 있었다.
쫓고, 쫓기는 자들의 수가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리 떠들썩하지는 않았다.
서로가 할 일을 잘 알고 있는지 그냥 쫓고 쫓기면서 대나무 숲을 빠르게 벗어나는 중이었다.
대나무 숲을 벗어나는 순간 쫓기는 자들은 몸을 돌려 쫓는 자들을 공격하였다.
대나무는 다른 통나무와 달리 변수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실제로 많은 무인들이 대나무 숲에서 싸우는 걸 원치 않는다.
쫓기는 자들이 갑자기 공세로 전환하자, 쫓는 자들 역시 맞서 싸워야 했다.
체에에에엥!
아름다운 대나무 숲의 끝자락은 순식간에 피가 난무하는 전장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들은 구주사망혈루대와 이들의 뒤를 쫓는 사천 무림의 무림인들이었다.
정천맹의 사천 지부에서 지원한 무인들과 당가를 비롯한 청성파, 아미파의 고수들이 합류하여 이들의 수는 구주사망혈루대를 압도하였다.
개개인의 무공은 분명 구주사망혈루대가 뛰어나지만 머리수에서 한참을 밀리다 보니 구주사망혈루대 역시 이들과의 싸움에서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한 놈도 살려 두지 마라!”
당가의 장로인 당천문이 큰 소리로 외치자, 허공에 각종 암기가 난무하며 구주사망혈루대원의 목숨을 노렸다.
체에에에엥!
날아오는 암기들을 쳐 내는 것도 버거운 상황에서 고수들의 연이은 공격에 구주사망혈루대원은 점차 불리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그때 복면을 쓴 자가 전장으로 끼어들었다.
체에에엥!
그는 단숨에 허공을 가득 메운 암기들을 자신의 검으로 끌어당긴 후에 몸을 회전시켜 암기를 던진 당가의 무인들을 향해 되돌려 보냈다.
끌어당기는 흡의 묘리와 휘어지는 곡의 묘리를 이용한 수법으로 내공의 수발이 자유로운 자는 어느 정도 사용이 가능한 수법이지만 복면인처럼 수많은 암기를 끌어당겨 되돌려 주는 수법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크아아악!”
자신이 뿌린 암기에 당한 당가의 무인들은 잠시 당황하였지만 이곳이 전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암기를 이용하여 구주사망혈루대원을 공격하였다.
“어딜!”
복면인이 한 번 더 같은 수법을 이용하여 암기를 당가의 무인들에게 되돌려 주자, 당가의 무인들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암기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각자의 무기를 꺼내어 들고 전장에 참가하였다.
자신들을 위협하는 암기가 더 이상 날아오지 않자, 구주사망혈루대의 대원들은 자신의 실력들을 모두 발휘하여 눈앞의 적들을 상대하였다.
서걱…… 서걱…… 서석…….
암기가 날아오지 않는다는 것만 바뀌었을 뿐인데 구주사망혈루대의 대원들은 이전과는 달리 정파의 무인들을 상대로 힘을 내었다.
복면인 역시 정파의 무인들과 싸웠는데 그의 검술은 너무도 간결하고 깔끔하여 그가 무공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검을 움직인다는 그런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죽어!”
검이 심장을 노리고 들어오자, 복면인은 한쪽으로 물러서며 검을 움직였다.
검을 내지르는 자의 허리를 깊숙하게 벤 후에 다른 무인을 상대였다.
복면인은 한 사람에게 검을 두 번 사용하지 않을 만큼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상대의 목숨을 취했다.
쉐이이이익!
그러다 당가의 무인들이 암기를 던지면 여지없이 암기를 끌어당긴 후에 되돌려 주었다.
일방적으로 정파 무인들에게 유리하도록 흘러가던 상황이 복면인의 등장으로 뒤바뀌어 버렸다.
복면인으로 인해서 많은 정파의 무인들이 쓰러지자 당천문이 말하였다.
“저놈은 우리가 맡아야 할 것 같소!”
당천문은 청성, 아미, 정천맹의 사천 지부 고수들에게 말하였고, 그들은 곧장 복면을 쓴 자를 향해 움직였다.
복면인을 포위하여 공격하는 이들은 일곱 명이었는데 모두가 일문의 장로급에 해당되는 고수들이었다. 개중에는 중소 문파의 문주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복면인은 자신을 포위한 일곱 명의 고수들을 보며 심호흡을 깊게 하더니 허공에 손가락을 찍었다.
고오오옹…….
손가락을 찍은 허공에 비틀림이 생기며 검은 공간이 생겨났고, 이를 본 자들은 눈을 찌푸렸다.
“술법?”
복면인은 그 공간 안에 손을 넣어 뭔가를 꺼내었는데 검붉은 빛이 감도는 피리가 손에 들려 있었다.
복면인이 피리에 내공을 흘리자, 피리에서 검날이 튀어나왔는데 이를 본 일곱 명은 단순히 기병이라고 생각을 하였다.
한 손에는 장검, 다른 한 손에는 소검을 든 모습으로 마주한 복면인을 보며 당천문이 먼저 공격을 하였다.
당천문이 먼저 공격을 하였지만 다른 이들도 그의 공격에 맞추어 움직였다.
체에에엥!
복면인은 당천문의 검을 쳐 낸 후에 반격하려고 하였는데 곧이어 뒤쪽에서 살기를 머금은 검이 찔러 오자 몸을 돌려 소검으로 검을 쳐 냈다.
이번에는 좌측에서 살기를 느끼고 몸의 중심도 잡기 전에 장검을 움직여 검을 쳐 낸 후에 몸을 바로 잡았다.
일곱 명의 고수들은 복면인을 쉴 새 없이 몰아쳤고, 단순히 보는 것만으로도 복면인이 위태하게 보일 정도였다.
체에에에에엥!
허공에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만 가득하였다. 다른 곳에서도 정파 무인들과 구주사망혈루대의 대원들이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었다.
‘칠성검진이다.’
복면인은 일곱 명의 고수들이 하나의 검진을 이용해 자신을 공격하도록 만든 뒤 진을 빼 놓으려 하였고, 그 검진이 세간에 널리 알려진 칠성검진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물론 이들이 펼치는 칠성검진이 무당파의 무당칠검이 펼치는 칠성검진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고수들이 펼치는 검진이라는 것만으로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였다.
‘다행히 검진이 주는 압박은 없다.’
검진을 이용한 공격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검진 자체에서 주는 압력이나 압박은 없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들이 손발을 맞추어 서로의 내공을 교류할 정도로 훈련이 되어 있었다면 복면인도 크게 당황하였을지 모르지만 단순히 검진에 의한 공격이라면 이기지 못할 것도 없었다.
체에에에엥!
복면인은 한동안 이들의 공격을 막기만 하다가 반격을 하였는데 그의 행동이 무척이나 빨랐다.
“허엇!”
이미 몇 번의 공격을 막으면서 이들의 행동을 대충 파악했으니 다음은 누가 자신을 노리고 공격을 해 올지 유추할 수 있었다. 이제까지 공격을 막기에 급급하던 복면인이 한발 앞서 움직이며 되레 공격하자, 상대가 놀라 헛바람을 삼켰다.
체에엥.
놀라 얼떨결에 방어를 하였는데 온전히 중심을 잡지 못하였다.
복면인은 뒤에서 자신을 노리는 검을 보지도 않고 쳐 낸 후에 한 손에 들고 있던 소검을 중심을 잃은 자를 향해 던졌다.
“커어억!”
빛과 같은 속도로 날아와 심장을 꿰뚫어 버리는 소검은 허공을 선회하여 복면인의 손으로 되돌아왔고, 그때부터 복면인의 반격이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그의 움직임은 이전과 달리 간결한 것이 아니라 조금은 어지럽게 움직였다.
상대의 눈을 속이려는 의도도 있지만 다른 자들이 자신을 쉽게 공격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함도 있었다.
청성파의 장로인 무진에게 접근한 복면인이 오른손에 든 검을 내리치자, 무진은 검을 들어 올려 막았다.
그 순간 왼손에 든 소검이 비어 있는 복부를 파고들었다.
“이 검은……!”
무진은 자신의 복부를 파고든 소검의 정체를 죽음의 목전에서 알게 되었다.
“다…… 당신은.”
무진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고, 복면인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다른 자를 향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