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73)
구룡전기-73화(73/217)
구룡전기 (73)
처참하였다.
구주사망혈루대의 뒤를 쫓는 정파의 무인들은 대죽현에서 참패를 당하고 후퇴하였다.
대죽현에서 죽은 무인들의 수가 백 명이 넘었다. 현정산에서 그들에게 당한 무인들의 수까지 합하면 이백 명이 넘는 무인이 구주사망혈루대의 대원들에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더구나 무리의 인솔자라 할 수 있는 당문의 당천문과 청성의 무진, 아미의 화정 사태를 비롯한 중소 문파의 문주들이 모두 죽었기에 그 혼란은 더욱 심했다.
결국 이들은 구주사망혈루대와의 전투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의기는 꺾였다.
결국 이들은 패잔병의 모습으로 정천맹의 사천 지부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이들의 패전 소식은 사천 무림을 뒤흔들었다.
정통적으로 정파의 위세가 강했던 사천무림이었기에 구주사망혈루대의 승전 소식은 사파에 커다란 힘이 되었다.
이대로 구주사망혈루대를 놓쳐 버리면 사천 무림의 정파는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거라 판단한 당가의 가주 당천민이 직접 당가의 정예부대라고 할 수 있는 당문비룡대를 이끌고 당문을 나섰고, 청성파와 아미파 역시 문파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청성검수들과 항룡복마대를 중경으로 파견하였다.
사천 지부에도 때마침 중경으로 지원을 보내어 사령혈마대를 멸하는 것을 도우란 명령이 내려졌기에 사천 무림의 정파 무인들을 모아 중경으로 파견하였다.
이렇게 모인 무인의 수가 삼백 명이나 되었다. 당가와 청성, 아미의 무인들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이들이 지닌 무력만큼은 구주사망혈루대원도 쉬이 볼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전력이었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사천 전역으로 퍼졌고, 인근한 성도까지 소문이 퍼지는 데 삼 일조차 걸리지 않았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사혈맹과 정천맹의 전투로 인해서 무림의 시선은 중경으로 집중이 되었고, 사혈맹이나 정천맹의 고위 간부들 역시 이번 일에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하였다.
“거참.”
사혈맹의 심처라고 할 수 있는 대회장에서는 사혈맹의 맹주인 사황 백무기가 상석에 앉아 있고, 좌우로 사혈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십이사가의 가주들, 그들 옆으로 사혈맹의 장로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백무기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은, 사혈맹의 머리라고 할 수 있는 사마맹이 일어나 이들에게 사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하는 중이었다.
“본 맹을 배신한 을지세가를 멸하기 위해서 사령혈마대를 보내었고, 이를 감추기 위해서 하남성 혈사파의 핑계로 구주사망혈루대를 보낸 것인데 왜 사천에서 전투가 일어났는지 그들에게 아직 보고가 올라오지 않아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손을 놓고 있는 건가?”
“아닙니다. 일단 조사대를 사천으로 파견하였고, 밀정단의 요원들도 사천과 중경으로 보내었습니다. 그들이 알아 온 것을 바탕으로 원인을 파악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중경으로 적령혈사대의 파견을 허락해 주십시오.”
사마맹의 말에 백무기는 살짝 눈을 좁혔다.
“무엇 때문인가? 정천맹의 반격 때문에 그러는 것인가?”
십이사가 중 한 곳인 진량사가의 가주 진충영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사령혈마대를 중경으로 보냈을 때, 정천맹에서는 을지세가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대책을 세웠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그럼에도 우리가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사령혈마대가 을지세가를 공격할 때쯤 구주사망혈루대가 합류하며 정천맹의 뒤를 치는 계획 때문이었습니다.”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금 들리는 소문으로 구주사망혈루대가 섬서성이 아닌 중경으로 향하고 있다는 건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구주사망혈루대의 대장인 백사영을 비롯한 조장들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왜 그리 생각하나? 쫓아오는 자들이 있어 중경으로 갈 수도 있지 않은가?”
“그들이 떠나기 전 백사영과 각 조장에게 명령을 전달하였습니다. 사천으로 들어가서 놈들의 이목을 끌며 움직이면서 섬서성으로 넘어가라고 하였습니다. 그 후에 그들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섬서성에서 중경으로 내려와 사령혈마대와 합류하라고 하였습니다.”
백무기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자네는 백사영을 비롯한 각 조장들이 죽었으니 처음 명령을 이행하고 인솔할 자가 없어 남은 대원들이 사령혈마대와 합류하기 위해 중경으로 움직인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최종 목적은 사령혈마대와 합류하는 것이니 대원들 중에 사령혈마대와 합류한다는 임무를 아는 이들이 있을 것이고 살아남은 대원들이 의견을 모아 섬서성이 아닌 중경으로 들어갔을 것이라 예상을 합니다.”
“일리가 있군. 그런데 백사영과 각 조의 조장이 죽었다면 정천맹에서도 대단한 고수가 지원을 했을 것인데, 그에 대한 소문은 없지 않았나?”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백사영과 각조 조장들이 당했다고 생각하니 제가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수가 나타난 건가?”
“그리 예상을 하고 있지만 그 이전에 섬서성에 나타난 세 가지의 무공에 전 주목을 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의 무공?”
“잔살십육검과 천화난무 그리고 소수신공입니다.”
사마맹의 말에 회의장이 웅성거렸다.
앞서 말한 두 개의 무공은 그러려니 하여도 마지막에 말한 소수신공은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수신공이라고 하였나?”
사황 백무기조차 놀라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섬서성의 음사문에서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음사문의 장로와 무인들이 소수신공에 당했다고 하였습니다.”
“그걸 왜 지금에야 말을 하는 거지?”
“보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세력을 확장하는 마교로 인해서 맹주님께서 바쁘셔서 그 보고를 미루어 두었을 것입니다.”
“음…….”
“그리고 그 이후로는 소수신공에 대한 보고가 올라오지 않아 저도 다른 일로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그 이야기를 꺼내는 건가? 그들이 백사영 대주와 각 조장들을 죽였다고 말하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 본 맹과 마교의 세력 확장과 정천맹이 내실을 다지는 가운데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수들이 무림으로 나왔을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수들?”
사황 백무기가 말하자, 모두는 침묵하였다. 침묵은 십이사가의 가주들이 서로 눈치 보게 만들었고, 그 눈치는 다시 긴 침묵으로 이어졌다.
사마맹은 이러한 분위기를 읽고 침묵을 깨고 말을 하였다.
“본 맹 역시 알게 모르게 전력이 많이 강화된 상황입니다. 삼십 년 전 배교를 멸하면서 잃었던 전력을 뛰어넘어 세력이나 무력 면에서 큰 발전을 하였습니다.”
사황 백무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마교와 정천맹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말은?”
“난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난장을?”
“그래야 저들이 숨기고 있는 고수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그들이 모습을 보여야 우리가 정천맹의 전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모두는 사마맹의 말에 공감을 하였다.
“그리하면 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말인가?”
“그럴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천맹에서는 구주사망혈루대와 사령혈마대를 상대할 병력을 구성하여 중경으로 보내었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여기에 우리가 적령혈사대를 보낸다면 그들도 갑작스럽게 병력을 충원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적령혈사대를 상대할 수 있는 놈들을 빠르게 현장으로 보내려면 숨겨 두었거나 키우고 있는 고수들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 말인가?”
“우리의 전력은 숨기고, 드러난 전력으로 적이 숨겨 둔 전력을 꺼내게 만든다?”
진량사가의 가주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적령혈사대가 맹을 떠나면 정천맹의 정보망에 걸려들 것이네.”
“대원들을 나누어 맹의 밖으로 보내면 됩니다.”
“어떻게?”
“맹으로 매일 부식을 가지고 오는 상단이 있습니다. 그리고 맹 안에 있는 객잔을 비롯한 기루 등에 술과 식재료를 가지고 오는 상단들도 있습니다.”
“그들로 변장하여 밖으로 보내자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하루, 이틀이지만 정천맹의 입장에서는 닷새 이상의 차이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백무기는 일리가 있다 생각하여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니 정천맹은 더 서두를 수밖에 없고,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고수들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황 백무기는 십이사가의 가주들과 장로들을 보았다. 그들과 일일이 시선을 맞추며 그들의 생각을 물었고, 십이사가의 가주들은 찬성을 하였지만 장로들은 명확한 답을 하지 못하였다.
“우리와 정천맹의 충돌 소식이 마교에도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들 역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것입니다. 본 맹에서 움직일 수 있는 무력 단체가 다섯 개입니다. 그중 세 개가 중경에 집중이 되면 마교의 움직임을 막을 무력 단체는 두 개뿐인데 마교에서 십이마군 중 네 명만 중원으로 들어와도 큰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보통 마교는 한 명의 마군에 두 명의 마영, 열 명의 마졸이 함께 움직인다.
그러니 십이마군 중 네 명이 움직이면 오십이 명의 마교 고수들이 움직이는 것이다.
숫자로는 그리 많은 수가 아니지만 이들 중 가장 약한 열 명의 마졸조차 절정을 넘은 초절정의 고수들이라 정천맹이나 사혈맹의 입장에서는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 명의 마군이 데리고 있는 이들만으로 사혈맹이나 정천맹의 어지간한 무력 부대는 상대할 수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마군이 네 명이나 나온다면 사혈맹의 정예라고 할 수 있는 무력 부대라 할지라도 상대하기 부담스러웠다.
사혈맹의 장로들은 혹여 마교가 움직이지 않을까 하여 말을 하였다.
“마교는 지금 변방과 새외의 무력을 합병하기 위해서 열을 올리고 있으니 당분간은 중원으로 나오지 않을 것입니다.”
사마맹은 확신하듯 말을 하였다.
“그러다 마교도가 중원으로 나오면?”
“그들은 언제든지 중원을 힘으로 차지할 수 있다고 착각 속에서 사는 자들입니다. 희생을 어느 정도 감수할 생각이라면 벌써 나와도 나왔을 것입니다.”
“하면?”
“변방과 새외의 세력으로 본 맹, 혹은 정천맹을 견제하려 할 것입니다. 자신들이 직접 움직여 하나를 멸할 때까지 말입니다.”
“음…….”
“마교는 동시에 본 맹과 정천맹을 상대하는 것에 부담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물론 그 오만이 마교를 망하게 만들 테지만 분명한 건 마교는 변방과 새외의 세력을 통합하기 전에는 중원으로 오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사황 백무기는 사마맹의 의견에 찬성하며 그의 뜻대로 하기로 하였다.
“총관의 뜻대로 하라. 그리고 반드시 원하는 목적을 이루어야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 * *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지금 사천에서 난리가 났다. 사혈맹의 구주사망혈루대와 사천 무림의 정파 무인들이 충돌을 일으켰는데, 정파 무인들이 큰 피해를 입었대.”
“그게 사실이야?”
“말도 마. 죽은 이들이 이백 명이 넘는다고 하던데.”
사천에서 일어난 일은 화산파에서 진행하고 있는 화산지회에도 알려졌다.
“그래서 어제 사파 문파의 사람들을 모두 화산에서 내보낸 것인가?”
아무래도 같이 있게 되면 젊은 혈기에 충돌할 수도 있어 화산파에서는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먼저 사파 소속의 후기지수들을 산문 아래로 내려보내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여기 사천에서 온 이들도 많으니까.”
“그럼 사혈맹과 전쟁이 시작된 거야?”
“그건 모르지.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많이 심각한 것 같았어. 중경에 사령혈마대가 을지세가를 노린다는 말도 있고, 그래.”
“그럼 여기에 있어서 될 일이 아니잖아.”
“우리가 가서 뭐 하려고?”
“그래도 힘을 보태어야지. 그리고 무공을 익힌 이유가 무엇 때문인데.”
“아서라. 설치면 빛도 보기 전에 횡사한다.”
대화에 끼어드는 사내가 있었는데 사도준이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알고는 덤벼야지. 초일류, 절정의 고수들로 구성된 구주사망혈루대와 사령혈마대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데 우리 같은 어린 후기지수가 그놈들을 향해 제대로 검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아? 십룡팔봉이라면 모를까.”
두 사람은 사도준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너희들을 위한 충고야. 그냥 우리 같은 졸들은 그저 선배님들의 말씀을 잘 듣고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하는 것이 장수하는 지름길이야.”
사도준은 두 사람에게 충고 아닌 충고를 한 뒤에 자리를 떠났다.
“이제 나도 화산을 내려갈 때가 되었나? 그 친구가 대역을 세워 두고 화산을 떠난 건 사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관련이 있겠지.”
사도준은 화산에 있는 화린이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대역을 하는 그 역시 자신보다 강하고, 같은 부류의 사람이란 사실을 알았기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다.
“지금 중경으로 내려가면 재미난 일이 많이 생기겠지.”
사도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생겼다.
“그럼 떠나기 전에 남궁연아 낭자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