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75)
구룡전기-75화(75/217)
구룡전기 (75)
중경의 옥화산 중턱에서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거친 말들이 사방에서 흘러나왔다.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놈들을 죽여야 한다. 한 놈이라도 놓치는 날에는 을지세가에 모인 놈들이 몰려올 것이다.”
옥화산 중턱에서 전투가 일어났는데 사혈맹의 주력부대인 구주사망혈루대와 사령혈마대 그리고 새롭게 합류를 한 적령혈사대가 옥화산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천맹의 현무단을 포위하여 기습하였다.
기습을 당한 현무단은 순간 당황하였지만 그들 역시 경험이 많고, 개개인의 무력이 뛰어난 무인들로 구성되어 있어 맥없이 당하지는 않았다.
“한쪽을 뚫는다. 뚫는 즉시 을지세가로 가서 이곳의 상황을 알려라.”
현무단의 단장인 혁지석은 현무단의 무인들에게 명령을 내린 후에 자신이 앞장을 섰다.
혁지석의 검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며 검기가 솟구치자, 그를 막아서는 사령혈마대의 대장 단천아 역시 검기를 만들어 혁지석의 검에 맞섰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성질의 검기가 허공에서 충돌하자, 강한 기운의 파동이 일어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 기운은 옥화산의 나무를 파고 들어가며 소멸되었다.
이들의 격돌은 주변에 영향을 주기 시작하였고, 다른 이들은 격돌에 휘말릴까 싶어 조금 떨어진 곳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자칫 자신들의 주변에 있다가 이들의 싸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싸움은 그만큼 사나웠다. 기세의 싸움에서 밀리면 자신이 패한다는 사실을 둘 다 알고 있었기에 더욱 강한 힘으로 맞붙었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가장 강한 무공으로 승부를 보려고 하였지만 쉽게 승부는 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씩 흘렀고 두 사람의 충돌도 정점을 지나더니 현무단의 단장 혁지석에게로 무게의 추가 기울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앙!
검과 검이 부딪치는데 마치 벽뇌탄이 터지는 것처럼 커다란 굉음이 터져 나왔다.
“윽!”
단천아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흘러나왔고, 혁지석은 승리를 확신하였지만 경험이 많은 무인답게 서두르지 않았다.
혁지석은 남해의 많은 섬들 중 한 곳인 금황도 출신으로 금황도의 도주인 혁구석의 아들이기도 하였다.
금황도의 독문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 금황파랑결은 황금빛 파도가 겹겹이 밀려오는 모습을 보고 깨달음을 얻은 금황도의 초대 도주인 혁백응이 창안하여 대대로 내려오는 무공 중 하나였다.
금황파랑결의 특징은 검과 검이 부딪칠 때마다 검력이 배로 늘어나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특징을 모르고 있었던 단천아는 힘으로 맞대응을 하다 한순간에 수세에 몰려버린 것이었다.
혁지석이 검을 앞으로 내밀었는데 검에 무수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단천아의 전신요혈을 노리고 검기가 뻗어 나갔다.
츄츄츄츄.
“허엇!”
단천아는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단천아는 검을 하늘 위로 들어 올리더니 온 힘을 다하여 수직으로 내리쳤다.
콰아아앙!
두 기운이 허공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폭발음이 진동하며 사방으로 기의 파편과 주변의 흙무더기가 퍼져 나가 나무들까지 터뜨려 버리는 기이한 광경이 일어났다.
“단천아 대장!”
적령혈사대의 대장인 학도병이 단천아를 부르며 폭음이 일어나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단천아의 목숨은 붙어 있었지만 혁지석의 검기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괜찮습니다.”
단천아의 대답을 들은 학도병은 혁지석을 보았다. 그 역시 온전한 몸은 아니었다.
단천아가 온 힘을 다하여 내려친 검기에 그 역시 가슴과 어깨, 두 허벅지에 상처를 입었고, 그곳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놈!”
학도병이 그런 혁지석을 향해 사나운 기세를 뿜어내며 달려들었고, 혁지석은 그 모습을 보고 오늘 이곳이 자신의 무덤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학도병이 내리치는 도의 기세를 느끼며 혁지석은 눈을 감았다.
체에에엥!
자신의 죽음을 기다리는데 중간에 금속성이 들리자 혁지석은 본능적으로 몸을 굴려 그 자리를 피한 후에 눈을 떴다.
한 사람이 검으로 학도병의 도를 막아 낸 후에 반격하여 그를 뒤로 물러나게 만들었다.
“멍청하게 눈을 감고 있으면 어떻게 해.”
의문의 사내가 소리치자, 혁지석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 그에게 수하 한 명이 다가와 부축을 하였다.
“단장님!”
“나는 괜찮다. 다른 대원들은?”
“힘들 것 같습니다.”
“내가 앞의 길을 뚫을 터이니 곧장 을지세가로 가!”
말을 마친 사내가 앞을 막아선 학도병을 향해 일직선으로 쇄도해 그의 앞에 도달한 뒤 검을 휘둘렀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다시 사선을 그리며 아래로 내려왔고, 다시 좌우로 검이 움직였다.
체에에엥!
이러한 동작을 연속으로 펼치자, 학도병은 단숨에 수세에 몰려 뒤로 물러나며 검을 막기에 급급하였다.
그 순간 사내의 오른손이 왼손 허리춤으로 가더니 그곳에 꽂혀 있던 비검 두 개를 꺼내어 피를 흘리고 있는 단천아를 향해 던졌다.
슈아아앙!
“단 대장!”
비검이 단천아를 향해 날아가자, 학도병이 그를 불렀고, 단천아가 고개를 드는 순간 허공을 찢어발기는 듯한 파공성과 함께 날아간 비검이 부상당한 단천아의 정수리와 심장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단천아의 몸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졌고, 학도병은 그 모습에 분노하였다.
“한쪽을 뚫어!”
사내가 혁지석과 현무단의 무인들을 향해 소리치자 현무단도 힘을 내었다.
한 사내의 도움으로 현무단은 전멸의 위기에서 기사회생할 수가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현무단 백 명 중에 살아 있는 사람은 열두 명에 불과하였다.
“놈들을 막아!”
학도병이 한쪽을 뚫고 옥화산을 내려가는 현무단을 보고 외치자 구주사망혈루대, 사령혈마대, 적령혈사대의 대원들이 그들의 뒤를 쫓아 에워쌌다.
그 모습을 본 의문의 사내가 검에 자신의 기운을 불어넣자, 푸르다 못해 하얀 빛이 검의 전신을 감쌌다.
“검강?”
학도병이 이를 심상치 않게 여기고 말하려는 순간 사내의 검이 현무단을 포위한 자들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졌다.
하얀 빛을 머금은 검은 허공에 기다란 선을 만들어 내었는데 그 선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이 초승달의 모습과 같았다.
“피해라!”
학도병이 소리를 쳤지만 이미 늦어 버린 상황이었다.
검강이 포위하고 있는 수하들을 덮쳤고, 그곳에서 큰 굉음과 함께 자욱한 흙먼지가 일어났다.
“지금이다. 곧장 달려 산을 내려가라.”
사내의 외침에 현무단의 무인들이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렸다.
“이놈!”
다 잡은 물고기들을 놓치게 된 학도병이 분노하며 사내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의 독문 도법인 귀도난마를 펼치며 사내의 전신을 압박하려 하였지만 사내의 무공은 학도병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고강하였다.
사내는 학도병이 펼치는 귀도난마와 상극이라고 할 수 있는 천화난무를 펼쳤다.
사방으로 난무하는 붉은빛의 도기가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에 무참하게 박살이 났다.
그런 후에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의 기세가 마치 소용돌이를 따라 휘돌아 올라가는 것처럼 바뀌더니 학도병의 주변을 감싸고 빠르게 회전하며 허공으로 솟구쳤다.
“커어어어억!”
그 속에서 학도병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 후 드러난 학도병의 모습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전신이 난도질을 당한 것처럼 옷은 갈기갈기 찢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붉은 선혈이 생겨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아마도 살아남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에 반해 의문의 사내는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과 변함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형혈마대, 적령혈사대 그리고 구주사망혈루대의 대장들은 모두 죽었고, 살아 있는 부대장들과 조장들은 사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도망치는 자들은 두고 저놈부터 처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저놈을 살려 둔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될 것 거다.
―동감입니다. 구주사망혈루대를 희생양 삼아 놈을 처리하지요.
―그렇게 하자.
사령혈마대의 부대장 단소와 적령혈사대의 부대장 적성은 전음으로 의견을 주고받은 후에 공격 명령을 내렸다.
구주사망혈루대의 대원들이 앞장섰고, 그 뒤를 적령혈사대 그리고 사령혈마대 대원들이 차륜전으로 사내를 상대하였다.
체에에에엥!
사내는 자신의 진력을 빼 놓기 위해서 차륜전으로 승부를 거는 이들을 보며 속으로 비웃었다.
이렇게 싸우다 현무단이 어느 정도 달아났을 때, 자신도 달아나면 그만이었다.
‘일단 내가 맡은 구주사망혈루대는 모두 잡아야 화음에 포목점과 객잔을 얻을 수 있으니 나머지 놈들은 이들을 처리한 후에 생각해 보자.’
* * *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혁지석이 부상을 입은 채 수하들과 함께 을지세가로 왔다.
백 명의 현무단이 을지세가에 도착했을 때, 그들의 수가 열둘밖에 되지 못하였다.
옥화산에 나타난 사내가 아니었다면 옥화산에서 전멸을 당하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살아온 이가 열둘이니 전멸을 당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기습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우리가 옥화산에 숨어 있다는 알고 기습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구주사망혈루대와 사령혈마대뿐만 아니라 적령혈사대가 함께 있었습니다.”
“네에? 적령혈사대가요?”
모두는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 달라는 눈으로 혁지석을 보았다.
“우리는 계획대로 옥화산에서 을지세가의 변화를 주시하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놈들은 우리를 포위한 상태에서 기습하였고,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혁 단주께서도 그들을 상대하기가 그리 힘들었다는 말씀입니까?”
백호단의 단주인 당천이 물었다.
“혼자서 사령혈마대와 적령혈사대의 대장을 상대하는 건 저 역시 조금 버거웠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다행히 한 기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그곳에 뼈를 묻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분이 누구죠?”
“저도 모르겠습니다. 얼굴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그분께서 적령혈사대의 대장을 상대하면서 우리가 탈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혁지석의 말을 들으며 기인이라는 사람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었다.
“제가 옆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젊은 사내의 모습이었습니다.”
“젊은 모습?”
“이십 대 초반, 중반의 젊은 모습이었습니다.”
젊은 모습이라는 말에 이들은 누가 있을까 생각을 하였다.
한참을 있다가 화산파의 장로 중 한 명인 화진 진인이 말하였다.
“화산지회가 끝날 시기입니다. 화산지회에 참석한 누군가가 중경으로 내려온 것이 아닐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십룡팔봉 중 대다수의 사람들이 화산파에 왔습니다. 그들 중에서 소문을 듣고 돕기 위해서 중경으로 오고 있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큰 힘이 되겠군요. 그런데 그 젊은이는 어떻게……?”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적령혈사대가 합류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그는 우리가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우리의 뒤를 지켜 주었습니다.”
그 말에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무림십대고수나, 혹은 백대고수라면 자신을 다스릴 수 있는 침착성이나 상황 판단력을 가지고 있어 치고 빠질 때를 잘 알고 있겠지만 젊은 사람이라면 조금 무모하여 객기를 부릴 수도 있었다.
“사람들을 옥화산으로 보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이 잘못되었다면 늦을 수도 있습니다. 이곳에서 기다렸다가 오는 자들을 상대하여야 합니다.”
“저도 방 장로와 같은 생각입니다. 일부 병력을 보내어 자칫 길이라도 엇갈리게 되면 우리의 전력만 약해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고, 또 각개격파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혁 단주를 비롯한 현무단의 무인들을 구해 준 것을 보면 그 젊은이의 무공도 보통이 아닐 터이고, 그 정도의 무공을 지녔다면 홀로 충분히 그곳을 빠져나왔을 것입니다.”
이들은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적령혈사대까지 합류하였다고 하니 우리의 방어 범위를 조금 더 좁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들은 곧 있을 전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고, 부상을 입은 혁지석은 이들을 뒤로하고 을지세가의 별채로 가서 치료를 받았다.
“누굴까? 십룡 중 천룡 용혁 공자도 그 정도의 무공을 터득하지 못하였을 텐데.”
혁지석은 누구일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
“설마, 반로환동을 한 노고수는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