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77)
구룡전기-77화(77/217)
구룡전기 (77)
구룡장은 산양현에서는 가장 큰 장원으로 담장의 길이만 해도 일반 가정집 서너 채의 담장을 합친 것보다 더 컸다.
이러한 담장이 정사각형으로 장원의 건물을 둘러싸고 있으니 외부에서는 내부를 쉽게 볼 수가 없었다.
또한 옛날 권세가 더 높았던 단리세가의 터라 주변에는 구룡장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 담장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는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런 구룡장의 좌측 담을 넘는 자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붉은 옷에 붉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이들은 담을 넘자마자 구룡장의 사방으로 흩어졌다.
“꺄아악!”
곧이어 비명이 들려왔는데 여인의 비명으로 보아 구룡장에서 일을 하는 식솔인 듯하였다.
이 비명을 시작으로 구룡장 곳곳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붉은 복면을 쓴 자들은 눈에 보이는 구룡장의 식솔들을 향해 살수를 펼쳤는데 그 살수가 너무나도 잔인하였다.
“아악!”
붉은 복면을 쓴 자를 발견한 여인이 두려워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는 곧장 여인을 향해 성큼 다가왔다.
여인은 주저앉아 몸을 오돌오돌 떨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날카로운 비수가 날아와 성큼 다가오는 사내의 가슴에 박혔다.
“커어억!”
이게 무슨 개 같은 일이냐는 눈으로 여인을 바라보니, 여인은 당연하다는 듯 자리에서 털고 일어났다.
사내가 앞으로 꼬꾸라지자, 여인은 그의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았다.
“살미호 님, 반대쪽에서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이 또 담장을 넘어왔다고 합니다.”
“이 새끼들이 미쳤나? 그놈들은 누구냐?”
“알아봐야 하겠지만 종주와 원한 관계가 있는 자들인가 봅니다. 그런데 그놈들은 이들처럼 사파로 가장한 놈들이 아닌 진짜 사파인들입니다.”
좌측 담장을 넘은 자들과 우측 담장을 넘은 자들은 서로 다른 소속의 침입자들이었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시각에 구룡장의 담을 넘었다.
“그래? 그럼 그쪽이 더 위험한 거 아닌가?”
“당주께서는 붉은 복면인들을 상대하셔야 할 것 같으니 살미호 님께서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 넌 당주님을 도와줘. 내가 가서 놈들의 목을 딸 테니까.”
살미호는 섬서성의 제일살수문파인 사당의 당주인 문소의 여동생으로 본명은 문소희였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살미호라 불렀다.
그 이유는 여인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대상을 죽이는 모습이 꼭 여우가 남자를 홀릴 때와 비슷하다고 하여 살미호라 불렀고, 문소희 역시 자신의 그런 무호가 싫지 않아 이름보다는 살미호라 불리기를 좋아하였다.
살미호는 반대쪽으로 이동하면서 매캐한 냄새를 맡았다.
“이 ✕발 것들이!”
건물에 불을 놓은 것이었다.
“불이야! 불이야!”
불을 끄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구룡장에서 일하는 식솔들이 나와야 했고, 그들을 보호하면서 싸운다면 살수인 사당의 무인들이 불리해지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살미호가 외원의 앞뜰을 빠르게 지나가는 순간 세 사람이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누구냐!”
살미호가 대문을 통해서 안으로 들어온 세 사람을 향해 물었다.
만약 이들이 복면을 쓰고 있었다면 당장 공격하였겠지만 복면을 쓰지 않았고, 이남 일녀의 젊은 사람들이라 혹시 몰라 물었다.
“이곳 장주의 친구들이오. 난 사도준이라고 하고, 이쪽은 남궁진, 남궁연아요. 그러는 당신은 누구요?”
“남궁진? 십룡팔봉에 속한 그 남궁진?”
“그렇소. 당신이 누구인지 물었소.”
“일단 잘되었군. 주군의 집에 두 분류의 침입자가 있다. 한쪽은 막고 있지만 이쪽을 통해서 들어온 자들은 이처럼 건물에 불을 놓고 건물을 다 태우려고 한다. 그대들이 좀 도와주었으면 한다.”
“주군?”
“말을 길게 할 시간이 없으니 일단 도와라. 가자!”
살미호는 세 사람에게 명령을 하듯 말하고는 불이 난 별채가 있는 곳으로 갔다.
“이놈들!”
별채로 가니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이 보였고, 살미호는 그들을 향해 앞뒤 재지도 않고 달려들었다.
그녀가 비록 살수라고는 하나 지닌바 무력도 상당하였다.
체에에엥!
그런 그녀의 공격을 복면인 한 명이 나와 간단하게 막아 냈고 반격까지 하자, 살미호가 당황하였다.
‘이놈들 보통이 아닌데.’
그러한 생각을 하는 동안에 복면인은 살초를 사용하여 살미호의 가슴을 노렸다.
‘여인의 가슴을 스스럼없이 노리는 걸로 보아 이놈들은 사파인들이다. 음사문의 놈들인가?’
섬서성 제일의 사파 문파인 음사문을 떠올리고 있을 때, 남궁진과 사도준 그리고 남궁연아가 별채에 도착하였다.
“이놈들 뭐야?”
사도준이 나서서 살미호를 공격하는 복면인의 전신요혈을 노렸다.
갑작스러운 살기에 복면인이 살미호를 공격하는 것을 멈추고 물러났다.
“가서 연아를 보호해 주시오. 이놈들은 나와 저 친구가 맡을 터이니.”
“네가…….”
“가, 어쭙잖은 실력으로 저놈들과 싸우다 시간만 지체하면 별채 다 태울 테니까.”
살미호가 뭐라고 말을 할 때, 전신을 옭아매는 살기에 흠칫하였다.
“그게 당신의 주군에게도, 나의 친구에게도 좋은 일이야. 그러니 가서 연아를 지켜.”
사도준이 말을 하고 남궁진을 불렀다.
“진아, 넌 왼쪽을 맡아.”
사도준의 말에 남궁진의 몸이 먼저 반응하였다. 남궁세가의 소가주를 나타내는 창궁검을 빼 들고 복면인을 향해 남궁세가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창궁무애검법을 펼쳤다.
남궁세가의 검술에는 제왕지기가 담겨 있었다. 제왕지기를 얻느냐, 그러지 못하느냐 때라 남궁세가의 검술은 천양 차이가 났다.
남궁진은 십오세에 제왕지기를 몸에 받아들일 수 있었고, 지금까지 그 제왕지기를 이용하여 남궁세가의 검술을 익혀 오늘날의 십룡 중 검룡이 될 수가 있었다.
“커어억!”
남궁진의 검은 매서웠다. 실전 경험도 제법 있는 것처럼 사람을 베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다만 사도준처럼 단번에 적의 목숨을 끊어 버리는 단호함은 조금 부족하였다.
남궁진은 사도준과 달리 적을 무력화시켰는데 사혈은 피해서 상처를 입혔다.
“야, 미쳤어? 그렇게 상대 괴롭히지 말고 차라리 한 번에 죽여. 그리 병신 만들어 놓으면 저놈이 좋아할 것 같아?”
사도준은 남궁진에게 소리쳤다.
“무인이 적을 만났을 때, 최대의 미덕은 고통 없이 단번에 목숨을 끊어 주는 거야.”
그러자, 남궁진도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 난 이자들을 통해서 뭔가 알아낼 것이 있나 해서 그랬지.”
남궁진의 검에 살기가 띠자, 그 기세는 곱절이 되었고, 제대로 된 남궁세가의 창궁무애검법이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을 압박해 들어갔다.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의 수가 많았지만 두 사람에 의해서 더 이상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저년들을 붙잡아라.”
뒤로 물러나 있는 살미호와 남궁수연을 보고 몇 명의 복면인이 따로 떨어져 움직였다.
“어딜!”
사도준은 그런 자들을 향해 품에서 비수를 꺼내어 던졌다.
쉐이이익!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날아오는 비수를 피한 복면인들이 살미호와 남궁수연의 앞에 도착하였을 때, 갑자기 몸이 앞으로 기울면서 꼬꾸라졌다.
이들이 의 등에 사도준이 던진 비수가 박혀 있었다. 비수가 허공에서 선회를 하여 이들의 등을 노리고 날아와 박힌 것이다.
그때, 한 복면인이 사도준을 노리며 검을 뻗었고, 검은 사도준의 가슴을 관통하였다.
“준 오라버니!”
그 모습에 깜짝 놀라 남궁연아가 소리쳤다. 그런데 검에 관통당한 사도준의 모습이 흐릿해지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복면인은 당황하여 몸을 재빨리 돌렸지만 사도준의 검이 그의 허리를 베고 지나갔다.
“윽!”
허리에서 화끈함을 느끼는 순간 가슴에서도 커다란 고통이 느껴졌다.
사도준의 검이 그의 가슴을 꿰뚫어 버렸다.
사도준이 복면인을 상대함에 있어 조금 변칙적이라면 남궁진은 정직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복면인들이 남궁진의 검술을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남궁진의 무공은 뛰어났고, 가문의 무공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많은 실전을 통해서 얻은 경험이 더해지니 당대 후기지수들 중에서 왜 천룡과 검룡 그리고 살룡을 최고라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하여간 저 친구도 대단해.’
사도준은 남궁진이 복면인들과 싸우는 것을 보고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구룡장의 입장에서는 크게 피해를 볼 수도 있었지만 뜻하지 않은 세 명의 방문자들로 인해서 다행히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별채로 한 사람이 더 왔는데, 그는 구룡장의 총관인 서대영이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서대영은 남궁연아와 함께 있는 살미호에게 다가가 물었다.
“주군의 친우분들이라 합니다. 두 분으로 인해서 큰 어려움을 넘긴 것 같습니다.”
서대영은 복면인들과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이 남궁진과 사도준이라는 걸 알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좌측으로 침입한 붉은 복면을 쓴 자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그들의 수가 얼마 되지 않아 쉽게 제압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럼 저들만 제압하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별채의 건물이 더 타기 전에 저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서대영도 싸우고 있는 현장으로 투입되었다.
서대영은 전직 동창의 고수로 무림에서도 통할 만큼 무공이 대단하였다.
여기에 화린이 가르쳐 준 호령제천십팔검으로 인해 황궁에서 나올 때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서대영이 합류하자, 안 그래도 사도준과 남궁진 두 사람과의 싸움이 버거웠던 복면인들은 더 힘들어졌다.
남궁진의 검에는 제왕지기가 담겨 있어 힘을 느낄 수가 있었고, 사도준의 검은 가벼워 수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여기에 서대영의 검은 간결하고 단순하였다.
서로 다른 검술을 구사하는 세 사람은 묘하게 어울렸고, 그러한 조화 속에서 검은 복면을 쓴 자들을 하나둘씩 제압해 나갔다.
콰지지직!
그러는 와중에 별채 한 동이 불에 타며 화마의 위력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발, 너희들은 뭣 됐다고 생각해라. 우리 장주님은 빚지고 못 사는 사람인데…….”
서대영은 별채 한 동이 무너졌으니 아마도 침입자들이 장원을 통째로 태워 버릴 것이라 생각하였다.
“남은 전각에도 불을 질러!”
“그거 안 하는 것이 좋을 건데.”
서대영이 다른 별채의 건물에 불을 놓으려고 하는 자들에게 경고를 하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막아라.”
그 순간 서대영의 검이 움직였다. 이제까지 보여 주었던 간결한 검술이 아닌 사도준과 비슷한 무수한 변화를 일으키는 변검이었다.
그뿐 아니라 서대영의 신형도 잔상을 남길 정도로 빠르게 이동하였다.
“허억!”
호령제천십팔검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호령공과 호랑이가 먹이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모습을 본떠서 만든 호령신주라는 신법이었다.
서대영을 막아선 자들은 마치 호랑이가 적을 향해 발톱을 휘두른 것처럼 가슴에 세 개의 검상을 입은 후에 피를 흘리고 쓰러졌다.
이 모습을 본 남궁진과 사도준 역시 조금은 놀란 모습이었다.
‘결코 나의 아래가 아니다. 아니, 내가 상대할 수 없는 고수다.’
서대영이 보여 준 한 수로 인해서 두 사람은 새로운 강자가 이곳 구룡장에 숨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화린 그 친구도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강해 보였는데 서 총관도 무시할 수 없는 강자였구나.’
구룡장은 잠룡지처, 혹은 용담호혈과 같은 곳임을 알게 되었다.
“건물 새로 짓는 데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데 불을 지르려고 해? 안 그래도 시커먼 그을음으로 건물 도색을 해야 할 판인데.”
불을 지르려고 하는 자들을 사정없이 죽여 버린 후 몸을 돌려 복면인들에게 말하였다.
“불을 지르려면 나를 죽이고 질러. 그러지 못하겠다면 포기해라.”
남은 복면인들은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더 이상 뜻을 이룰 수 없다 판단하였고, 지금은 계속 싸우기보다 달아나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 듯하였다.
“잔머리 굴리지 마. 너희들의 뜻에 따라 담을 넘어 들어왔겠지만 다시 나가는 건 우리의 뜻에 달려 있으니까.”
파아앗!
복면인들은 서대영의 무시하고 사방으로 몸을 날렸지만 그들은 얼마 가지 못해 다시 돌아와야 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암기들로 인해서였다.
좌측 담을 통해서 넘어온 자들을 정리한 후에 이곳으로 온 살막곡의 살수들과 사당의 살수들이 복면을 쓴 자들을 막고 있어서였다.
“자, 그럼 우리 이제부터 진한 대화를 한번 나누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