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78)
구룡전기-78화(78/217)
구룡전기 (78)
화린은 중경의 일을 끝낸 후에 화산파로 왔다. 화린은 화산파에 오기 전에 공간 주머니에 보관을 하고 있던 쌀가마니와 같은 걸 하나 꺼내었다.
화린은 밤을 이용하여 참선동을 찾았고, 그곳에서 태태사조인 명율을 찾았다.
“야심한 밤에 이렇게 찾아온 걸 보면 일을 처리한 모양이구나.”
명율은 화린이 오자, 그가 구주사망혈루대를 멸했을 것이라 생각을 하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러니 화산파에서 약속을 지켜 주실 차례입니다.”
쌀가마니를 내려놓고 말을 하였다.
“피 냄새가 나는 걸 보니 목을 치고 머리를 가지고 온 것이냐?”
명율이 인상을 쓰며 말하였다.
“믿을 만한 증거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러니 놈들의 수장들 머리를 잘라 왔습니다.”
“놈들의 수장들?”
“뜻하지 않게 놈들이 모여 있는 바람에 사령혈마대와 적령혈사대 그리고 구주사망혈루대 수장들의 머리를 잘랐고, 놈들을 모두 때려잡았습니다.”
명율은 화린은 보며 눈을 깜빡였다.
“그들을 모두 때려잡았다고?”
“그렇습니다. 지금쯤이면 정천맹으로 시신을 보내지 않았을까 합니다.”
화린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다.
“알겠네. 자네가 보통은 아니라 생각하여 매산 장문인께 일을 믿고 맡겨 보라 하였는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구먼.”
“과찬입니다. 먹고사는 일이라 그저 최선을 다하였을 뿐입니다. 그럼 전 장원으로 돌아가서 화음에 객잔과 포목점을 열고 영업을 할 이들을 선별하여 보내도록 할 터이니 화산에서 잘 보살펴 주십시오.”
“약속을 하였으니 그리하겠네. 장사가 잘 안 된다면 자네의 포목점에서 우리 화산의 제자들에게 필요한 옷감을 사도록 시키겠네. 화산을 오가는 속가제자들의 부모나 혹은 관련된 이들의 숙식이 필요할 경우에도 자네의 객잔을 이용하게 할 것이니 화음에서만큼은 손해 보며 장사하지 않을 걸세.”
“감사합니다.”
화린이 고개를 숙였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그들을 다 때려잡았나? 이야기나 좀 해 주시게.”
“사람을 잡는 일은 그리 자랑할 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네. 그리고 상대가 사령혈마대와 적령혈사대, 구주사망혈루대이지 않나? 그냥 싸움만 해도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구중사망혈루대를 찾아 사천으로 이동할 때,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한 생각?”
“제가 무림에 대해서 잘 모르고 아무리 강해도 한 사람에게 이 일을 맡길 수가 있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화린은 자신이 사천과 중경에서 겪었던 이야기를 명율에게 모두 해 주었다.
명율은 화린의 말을 들으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몇 번이고 크게 뜨고는 물었다.
“제갈 총관이 그러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 의아하군.”
“화산이 개방을 통해서 나의 행적을 유추할 수 있었던 것처럼 그 역시 그리하였을 것입니다.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으니 화산에 연락을 하였겠지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정말 그랬다면 정파의 어른으로서 자네에게는 미안하네.”
“아닙니다. 제갈탁이라는 사람이 나에 대해서 몰랐으니 그러한 계획을 허술하게 세웠겠지요.”
“알았다면?”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저도 지금까지 제가 알고 있는 걸 다 풀어 보지 못했으니까요.”
속에 능구렁이가 몇 마리는 앉아 있으니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그럼 말일세, 지금까지 자네가 상대한 자들 중에서 가장 강했던 자가 누구인가?”
“대초원 혈랑대마적단의 단장인 암흑대칸 율랍파와 철사자성의 성주인 해리손이었습니다. 사실 해리손은 다른 자의 손을 빌려 죽이긴 하였지만 그자와 싸웠더라면 못해도 삼 주야는 싸워야 했을 겁니다.”
명율은 잠깐 동안 멍한 표정으로 화린을 보았다.
“혈랑대마적단과 철사자성? 그럼 혹시 월하의 암흑마탑도 자네의 솜씨인가?”
“그렇습니다.”
“흑룡강성의 아수라혈마와 서장의 혈마불도를 죽인 사람도?”
“모두 제 손에 죽은 자들입니다.”
“허허…….”
명율은 화린의 대답에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네놈의 말에 거짓이 하나 섞이지 않았단 말이지?”
“그런 걸로 거짓말할 정도로 헛된 영웅심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일 년 후면 남궁세가의 여식 한 명이 저와 같은 부대에서 전역을 할 터이니 그녀에게 물어보면 사실 확인이 가능할 겁니다.”
“남궁세가의 여식?”
“남궁수연이라고 자격지심에 가출한 여식이 한 명 있습니다. 그녀가 살아서 전역을 한다면 저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을 겁니다.”
명율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화산에서 저와 한 약속은 지켜 주리라 믿습니다.”
포목점과 객잔뿐만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두고 말하는 것이다.
화린이 이처럼 자신에 대해서 명율에게 소상히 말하는 건 정천맹처럼 자신을 상대로 장난을 치지 말라는 경고도 담겨 있었다.
“알겠네. 자네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 화산파도 자네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네. 그러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일세.”
* * *
화린이 화산파에서 산양현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의 안부를 물었다.
그만큼 화린이 이곳 산양현에서만큼은 현감, 성주보다 영향력이 더 높은 사람이 되었다.
“아이고, 장주님, 이틀 전에 큰불이 났다고 들었는데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불이요? 나의 장원에 불이 났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시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참으로 다행입니다. 저희는 큰불이 난 후에 장주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무슨 일이 생겼나 크게 걱정을 하였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다행히 그 자리에 없어 화를 면하였습니다. 장원으로 먼저 가 봐야 할 것 같으니 이야기는 다음에 나누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하십시오. 얼른 가 보십시오.”
화린은 서둘러 장원으로 향하였고, 장원에 들어서자, 아직 불에 탄 매캐한 냄새가 별채가 있는 곳에서 퍼져 나오고 있었다.
“장주님!”
화린을 발견한 식솔들이 그를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였다.
“큰불이 났다고 들었습니다. 어디 다친 곳은 없습니까?”
“저는 괜찮지만 몇몇 식솔들이 죽거나 다쳤습니다.”
“죽어요? 냄새로 보아 불이 별채에서 난 것 같은데…… 별채에는 아이들이 있지 않았습니까?”
“다행히 불이 난 곳에는 아이들이 없었고, 다른 동에 모여 있어 큰 화를 면할 수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나쁜 놈들이 장원의 담을 넘었습니다.”
“나쁜 놈들?”
“검은 복면을 쓴 놈들이랑 붉은 복면을 쓴 놈들이었는데 서로 다른 소속인 걸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장주님의 친우들이 오셔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그러지 않았다면 이곳은 물론 아이들도 불에 타 죽을 뻔하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서 총관은요?”
“장원에 있습니다.”
“서 총관에게 별채로 오라고 전해 주십시오.”
“그리하겠습니다.”
그가 화린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물러나자, 화린은 별채로 갔다.
별채 한 동이 전소되었고, 다른 한 동은 불에 그슬려 벽이 시꺼멓게 변해 있었다.
“검은 놈, 빨간 놈들이 와서 내 집을 이렇게 만들어 놓았단 말이지.”
짜증 난 표정으로 전소된 건물을 바라보고 있는 화린에게 서대영이 와서 고개를 숙였다.
“두 군데라며?”
“한쪽은 석천파이고, 다른 한쪽은 하남성의 혈사파였습니다.”
“석천파? 그놈들이 왜?”
혈사파는 이해가 되어도 섬서성의 정파 문파인 석천파가 장원의 담을 넘었다는 사실은 조금 의아해하였다.
“화명상단의 사주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화명상단이란 말을 듣자, 인상이 절로 일그러졌다.
“그렇군. 그럼 석천파에 대한 조치는?”
“장주님께서 돌아오시면 결정을 내리실 것 같아 사고 수습만 하는 중이었습니다.”
“똑같이 돌려줘. 놈들의 문파를 싹 태워 버려. 그리고 아이들이 충격받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해. 나중에 후유증으로 불을 무서워하면 안 될 테니까.”
“그럴 리는 없을 것입니다.”
“장담하지 말고 세세하게 살펴. 네가 편해지려면 결국 아이들이 똑똑하게 잘 성장해야 할 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친구들이 왔다고 하던데 누가 왔어?”
“남궁진과 사도준입니다. 남궁연아 소저 역시 함께 왔습니다. 지금 안채에서 쉬고 있습니다.”
“그래. 이왕 이렇게 타 버린 거 저 건물도 밀어 버리고 새로 건물을 올려. 더 많은 사람들이 거할 수 있도록.”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요?”
“돈은 벌어서 쓰면 되지. 그리고 이번에 화음에서 포목점과 객잔을 열기로 했어. 화산파에서 확실하게 밀어준다고 했으니까 웬만하면 말아먹지는 않을 거야. 그렇다고 대충 영업을 할 수는 없으니 객잔을 운영할 수 있는 놈으로 골라서 나에게 추천해 봐.”
“그 친구 있지 않습니까?”
“누구?”
“단리혁진 말입니다. 요즘 기루에서 착실하게 일 열심히 하고 있던데 그 친구에게 맡겨 보십시오.”
화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 포목점은 단리소소에게 말하면 알아서 일할 사람을 추천해 주겠지.”
“포목점은 우리보다 단리소소 소저가 잘하니 그녀에게 맡기면 잘될 겁니다.”
“그럼 화음현의 문제는 해결된 것 같고, 석천파와 화명상단 일만 처리하면 되겠군.”
“석천파는 방금 불태워 버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럼 난 화명상단을 손봐 줘야겠군. 손님들을 만난 후에 움직일 터이니 넌 사당의 당주 문소에게 석천파의 건물을 불태워 버리라고 전해.”
“석천파의 문도들은 어찌합니까?”
“내버려 둬. 건물을 불태우는 데 거치적거리는 놈들만 처리하라고 해.”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용할 짐수레 오십 대 정도를 구할 수 있는 곳을 알아봐.”
“짐수레를 오십 대나요? 그건 목공소에 주문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수레를 끌 말도 필요하니 준비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수레를 하루에 다섯 대씩 만든다고 하여도 열흘이 걸립니다. 그리고 말을 오십 필이나 구하려면 이 또한 시간이 걸릴 것이니 아무리 못해도 한 달은 걸릴 겁니다.”
“열흘이면 수레 오십 대가 된다며?”
“목공소가 우리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다른 제작 주문을 받을 것이고, 그걸 만들어 주고 하려면 실제로 시간은 더 오래 걸릴 것이니 한 달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럼 한 달 동안은 내가 오가며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는 건가?’
팔로수로군에 곡물을 납품하려면 수레가 많이 필요하니 그걸 위해서 준비하려는 것인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니 자신이 공간 주머니 안에 곡물을 넣고 오가며 배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래 걸리면 아예 수레 백 대는 만들어 달라고 그래.”
“백 대나요? 그 많은 돈은 어디서 구합니까?”
“돈은 내가 알아서 만들 테니까 짜는 소리 하지 말고 수레나 튼튼하게 만들어 달라 그래.”
“알겠습니다. 나중에 제 월봉 깎는단 말씀만 하지 마십시오.”
“아주 매를 벌지. 장원도 제대로 못 지킨 놈이. 확, 황궁으로 보내 버린다.”
황궁으로 보내 버린다는 말에 서대영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나온 황궁인데.’
“알겠습니다. 시키는 일 할 테니까 제발 황궁으로 돌아가라는 그런 유치한 겁박은 좀 하지 마십시오.”
“겁박? 어디 진짜 한번 보내 줘?”
“아니, 아닙니다. 얼른 안채로 가십시오. 친우분들께서 기다립니다.”
“불리하면 말 돌리지.”
“정말입니다. 친우분들께서 무공이 높아서 이 호법님의 역용도 통하지 않습니다.”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지. 알았으니 일단 시키는 거 해. 난 상황 봐서 움직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