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79)
구룡전기-79화(79/217)
구룡전기 (79)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화린은 내원의 안채에서 쉬고 있는 남궁진과 사도준 그리고 남궁연아를 만나 장원이 기습을 받은 이야기를 해 주었다.
“구룡루를 노리는 자들이야.”
“구룡루? 자네가 공사를 하고 있다는 그 기루 말인가?”
“그래. 섬서성의 성주님께 합법적으로 도박장 승인을 받아 도박장 개설이 가능해. 여기에 기루까지 겸하니 큰돈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눈독을 들이는 자들이 제법 있어.”
“도박장이라……. 그건 아무리 높은 관료라고 해도 쉬이 허가를 받지 못할 텐데.”
“그렇지. 성주의 허가를 받아도 황제의 인가가 없으면 불가능하니 말이야.”
“그럼 화린 오라버니가 정말 대단한 일을 한 거네요?”
남궁연아의 말에 남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건 대단하다 못해 다른 성에도 영향을 미칠 큰일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누구인가, 자네의 구룡루를 노리는 자가?”
사도준이 물었다.
“많아. 자네들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알아서 처리할 문제이니 내가 알아서 하지. 지금은 공사 중이라 파리들이 꼬이지만 공사가 끝나고 영업이 시작되면 꼬인 파리들은 사라질 것이네.”
“완공되기 전이 문제이니 그렇지.”
“그런데 화산지회가 끝나려면 아직 이틀이 남지 않았나?”
화린이 묻자, 남궁연아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사천과 중경의 일로 인해서 빨리 끝났어요. 이번 화산지회에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비무 대회를 보지 못하여 참 아쉬워요.”
그녀의 얼굴에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는데 체질적으로 감정을 숨길 줄 모르는 듯하였다.
“그래서 화산파에서 내려와 갈 데가 없어 자네를 만나려고 왔는데 쓸데없는 시비에 얽혀 고생을 좀 했지.”
“친구 도와주는 건 쓸데없는 일이 아니지. 그럼 당분간은 어디 갈 곳이 없나?”
화린이 묻자, 남궁진이 말하였다.
“정천맹에 들렀다가 본가로 돌아갈 생각이야.”
“정천맹?”
“부친께서 정천맹에 전해 주라는 것이 있어서 말이야.”
“그래. 그럼 사도준, 자네는?”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는데 자네를 만난 후에 급하게 알려야 일이 생겨서 문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아.”
“문? 사도준 오라버니는 어느 문파 소속이에요?”
“있어. 아주 무시무시한 곳!”
“무시무시한 곳? 설마 마교?”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덜 무서운 곳이지.”
“혈교?”
“조금 아래.”
“사사혈천?”
“조금 더 아래.”
“소뇌음사?”
사도문은 남궁연아의 질문에 자신의 문파인 천사곡이 그리 나쁜 곳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음……. 연아, 너의 말을 들어 보니 우리 본문은 착한 곳 같아.”
“치잇, 그게 뭐야. 또 나 약 올리려고 그런 거지.”
“그건 아닌데 너의 말을 들어 보니 우리 문파보다 무시무시한 곳이 많이 있잖아.”
사도준이 말은 이렇게 하지만 천사곡은 중원 최고의 살수 집단으로 우는 아이도 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중원에서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화린이 너, 혹시 피리 하나 들고 있어?”
사도준이 물었다. 화린은 품에서 검붉은빛이 감도는 피리를 꺼내어 사도준에게 보여 주었다.
“우와, 피리의 색이 너무 아름다워요.”
사도준은 이미 짐작을 하였다는 듯 입술을 닫고 고개를 끄덕였고, 남궁연아는 피리가 예쁘다고 말을 하였다.
“오라버니, 피리 연주할 줄 알아요? 알면 한 곡만 연주해 주세요.”
화린은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인 후에 피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심호흡을 한 후에 입을 피리에 끼워 놓은 겹서에 가져다 놓고는 입바람을 불자, 피리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화린은 익숙한 동작으로 손가락으로 지공을 막거나, 열거나 하면서 여러 음을 소리 내었는데 한 노무사가 무림을 떠나면서 불렀다는 소호강호의 음율이 흘러나왔다.
화린이 능숙한 솜씨로 소호강호를 연주하자, 사도준은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내심 놀랐다.
‘살황묵혈소를 불어 소리를 내려면 못해도 이 갑자의 내공이 있어야 하는데. 소리가 저리 부드러운 것으로 보아 못해도 삼 갑자 이상의 내공을 지니고 있구나.’
살황은 살수들의 종주로 살수들이 그에게 따로 복종의 맹세를 한 것은 아니지만 살수들에게 그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아버님께 말씀을 드리고 노선을 명확하게 정하시라고 해야겠구나.’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해?
그때 화린의 전음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
―깊게 생각하지 마. 네가 천사곡주님의 아들이라고 해도 나에게는 친구니까.
놀라 눈을 감고 피리를 연주하고 있는 화린을 보았다.
―알고 있었어?
―나의 주변엔 살수들이 많아. 그들 중 너를 알아본 이가 있어.
사도준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화린의 연주에 감명을 받아 고개를 끄덕이는 것처럼 보였다.
“준 오라버니도 화린 오라버니가 피리 연주를 잘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어…… 어, 그래. 잘하네.”
―그런데 화린이 넌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나? 무림에서 이름을 크게 떨칠 생각이야.
―십왕에 이름을 올리고 싶은 거야?
사도준이 말하는 십왕은 일마이황삼왕사제를 두고 하는 말인데, 중원십대고수를 달리 부르는 말이었다.
―그건 과정에 불가해. 난 무림의 왕이 되고자 하니까.
―무림의 왕?
―사내가 한쪽 세상에 몸을 담았다면 그 세상에서 왕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부친께서 알려 주셨거든.
―무림의 왕이라……. 그 전에 살인검제 백정인을 넘어야 할 거야.
그는 사제 중 한 명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원 최고의 살수로 일각에서는 그를 살황과 비교하며 그가 더 대단한 살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도 소문은 들었는데, 시간 나면 한번 만나 봐야지. 직접 검을 겨루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테니까.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화린을 보고 사도준은 걱정이 되었다. 아직 화린은 살인검제의 무서움을 알지 못하여 이리 말한다고 생각을 하고 그에 대해서 알려 주려고 할 때, 화린의 연주가 끝이 났다.
“우와! 화린 오라버니, 정말 대단하세요.”
남궁연아가 박수를 치며 칭찬을 하자, 화린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연습하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리 칭찬을 해 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구나.”
“저는 현을 배우려고 얼마나 많이 노력했는데요. 그런데 안 되던데요.”
“그건 연아가 간절함이 없어서 그렇겠지. 그냥 배우고 싶어서 배웠을 뿐이라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간절함요?”
“누군가에게는 취미로 배우는 일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삶의 수단으로 배우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두 사람의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지.”
“그렇겠군요.”
“수연이 나에게 그러더구나.”
“언니가 뭐라고 그랬는데요?”
“가문에서는 목숨을 걸고 무공을 익힐 수가 없어 가출하였다고 말이다.”
“네에?”
화린의 말을 들은 남궁진 역시 조금은 어이가 없었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내가 함께 있으면서 지켜본 수연은 무공을 익히는 일에 목숨을 건 것처럼 누구보다 열심히 하였다.”
“그래서 그 성과는 있었나?”
남궁진이 물었다.
“내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지금의 너보다 강했어. 그게 일 년 전이니 지금 살아 있다면 얼마나 더 강해졌는지 알 수가 없지.”
남궁진은 화린의 말에 조금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고, 연아는 활짝 웃으며 화린에게 물었다.
“그럼 언니가 돌아오면 연아에게 무공을 많이 가르쳐 주겠네요.”
“그건 수연의 뜻이겠지.”
“언니는 연아를 좋아하고 예뻐해 주시니 가문으로 돌아오시면 분명 무공을 가르쳐 주실 거예요.”
남궁연아는 언니가 무공을 가르쳐 줄 것이라 말하지만 화린이 아는 남궁수연은 남에게 무공을 가르쳐 줄 만큼 인자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 그때가 되면 수연에게 많은 것을 배우도록 하여라.”
“네.”
“그럼 자네는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장원을 공격한 자들을 보고 묻는 것이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지. 난 아직 군인의 습성을 버리지 못해서 말이야. 받은 것의 열 곱으로 되돌려 줄 거야.”
“듣기로는 두 곳에서 장원을 공격하였다고 들었는데 홀로 감당할 수 있어? 내가 손을 빌려줘?”
사도준이 말하자 화린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제까지 상대한 자들에 비하면 본 장을 공격한 자들은 개, 돼지보다 못한 자들이야.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터이니 자네들은 푹 쉬었다가 돌아가.”
“그래. 그럼 할 수 없고.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한달음에 달려올 테니까.”
“고마워.”
“화린 오라버니, 본가에서도 도움을 드릴 테니 어려우면 지체 없이 본가에 연락을 주세요.”
“그렇게 할게. 그보다 장원에 와서 이곳에만 있었지?”
“네.”
“그럼 오늘은 나가서 내가 운영하고 있는 영업장들을 보여 줄게.”
“기루랑 객잔요?”
“포목점도 있고, 대부업도 있지. 섬서성에 오면 내가 운영하는 객잔이나 기루를 찾아와서 쉬어. 돈은 받지 않을 테니까. 그러려면 오늘 가서 점장들과 안면을 익혀 놓는 게 좋을 거야.”
“좋아요. 얼른 가요. 집 안에만 있었더니 좀이 쑤셨거든요.”
“연아는 언제나 밝아서 좋아.”
사도준이 활짝 웃으며 말을 하였다.
―사도준이 연아를 마음에 들어 하는 모양인데.
화린이 남궁진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알아서 하겠지. 어린아이들도 아니니까. 강제하는 일이 아니라면 난 상관치 않을 거야.
―사도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모양이네.
사도준은 정사지간 살수 문파의 후계자였다. 정사지간이라고 하나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는 살수들은 사파인 취급을 당하기 때문에 명문 정파라 할 수 있는 남궁세가에서 사도준을 인정해 줄 것인지 이 또한 문제였다.
―잘 모르지. 하지만 저 친구 눈을 보면 거짓으로 연아를 대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확신할 수 있지.
화린은 사도준의 신분을 알려 주려다 그만두었다.
―그게 저 친구의 장점인지도 모르지.
“화린 오라버니, 얼른 가요.”
남궁연아가 화린을 재촉하자, 화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함께 나가 밖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오지. 우리 객잔 숙수가 음식 하나는 끝내주게 잘하거든.”
화린은 이들과 함께 방을 나섰다.
―주군, 사당의 당주 문소가 밤이 되면 석천문을 불태우기 위해서 움직일 것입니다.
이도문의 전음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들려왔다.
―그래. 놈들의 건물이 불에 타면 눈이 돌아가 우리 장원으로 쳐들어올 거야. 그때는 한 놈도 살려 두지 마.
―명령을 받습니다. 그런데 혈사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거긴 일단 둬. 알아보니 산동성의 백마사가 그 뒤에 있다고 하던데.
―이란 부인의 본가가 백마사입니다.
―그러니까 혈사파를 공격하면 백마사가 움직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 그냥 둬. 한두 번 더 장원으로 자객들을 보내겠지. 그들만 잡아도 혈사파의 세력이 많이 약해질 것이니 하남성의 다른 문파에 잡아먹힐 거야.
―알겠습니다. 그럼 석천파의 일에 집중하겠습니다.
―그렇게 해. 혹시 모르니 호법의 식구들도 대기시켜 놔.
―명령을 받습니다.
이도문의 전음이 끝나자, 서대영이 이들에게 다가왔다.
“어디 나가십니까?”
“친우들이 왔으니 영업장 구경을 시켜 주려고. 밥은 밖에서 먹고 들어올 테니까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알아보니 화상상단에서 사천, 운남, 귀주, 광서 성에서 곡물을 확보하기 위해 사람들을 보내었다고 합니다.
서대영의 전음에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수레와 말 구하는 거나 천천히 알아봐.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