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8)
구룡전기-8화(8/217)
구룡전기 (8)
“크아아악!”
대초원의 마적단들 중 일정한 거처가 있는 무리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자들도 있다.
일정한 거처가 있는 마적단은 대체로 어느 정도의 규모를 이룬 마적단으로 대초원에서는 힘깨나 쓰는 그런 마적단이었다.
혈랑대마적단은 그런 마적들을 하나하나 흡수하여 거대한 세력을 이루며 대초원의 거대 부족들을 능가하는 힘을 지니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중원의 특수부대인 맹호사사혈전대의 기습을 받았지만 앞선 정보를 얻어 오히려 그들을 함정에 몰아넣고 퇴패를 시켰다.
맹호사사혈전대는 소문대로 강했다.
함정에 빠진 상황에서도 많은 마적단들을 괴멸시켰고, 일부 대원들은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가는 데 성공까지 하였다.
그로 인해서 피해를 크게 입었지만 중원의 특수부대이자, 변방 세력에는 공포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맹호사사혈전대에 괴멸과도 가까운 타격을 준 것만으로 혈랑대마적단의 명성은 높아졌다.
그런 혈랑대마적단 아래 있는 마적단들은 혈랑대마적단의 이름 아래에서 대초원의 부족들을 약탈하며 자신들을 배를 채우기 바빴다.
그런데 맹호사사혈전대의 공격이 있은 후, 보름이 흐르자 대초원의 마적단에 큰 변고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들이 누군가의 공격을 받아 하루아침에 괴멸되는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었다.
맹호사사혈전대와 전투를 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네 개의 마적단이 괴멸당한 상태였다.
홍건마적단은 혈랑대마적단 아래에 있는 마적단으로 그들은 대초원의 호특이란 지역에 활동하고 있었는데 야심한 밤 누군가에게 급습을 당해 피해를 보는 중이었다.
“놈이다.”
비명이 자신들의 군막에 울려 퍼지자, 이들은 근래에 나타나 마적단을 공격하여 괴멸시키는 자임을 알고 마적들은 소리치며 서둘러 움직였다.
마적들이 무장을 하고 막사를 나오자, 한 사내가 동료들과 싸우고 있었다.
화린이었다.
화린은 아직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였기에 홀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대초원에서 마적단과 싸우는 중이었다.
마적들은 화린이 달아나지 못하도록 넓게 포위를 하였지만 화린은 달아날 생각이 없는 듯 마적들을 한 명씩 죽여 나갔다.
체에에엥!
화린의 검과 마적의 검이 서로 부딪치자, 검이 자석이라도 된 것처럼 붙어버렸다.
“허엇!”
화린의 검이 마적의 검신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며 마적을 베어 버렸다.
달빛에 꽃잎이 떨어진다는 뜻을 가진 ‘월광낙화’라는 초식이었다.
마적은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는 눈으로 화린을 보았지만 이미 화린의 신형은 그 자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화린이 움직이자, 무수한 잔상을 남기며 마적들 사이를 파고 들어가며 검을 휘둘렀다.
“커어억!”
화린이 지나간 자리에 혈화가 피어올랐다.
오래전 마교에게 멸문당한 공공문의 독문 보법인 환환공공미리보였다. 여기에 화린이 배교의 술법을 더하여 환영에 환영을 더하고, 허상인 것 같으면서도 실체가 존재하게 만들었는데 전장에서 빛을 발하는 중이었다.
화린은 허리춤 꼽아 놓은 비검 세 개를 왼손으로 뽑아 포위하고 있는 놈들을 향해 던졌다.
화르르르륵!
비검들이 날아가면서 화염에 휩싸였고, 그대로 포위하고 있는 마적들을 향해 날아가 덮쳤다.
퍼어어엉!
마적들을 향해 날아가는 비검이 폭발하면서 화염의 불길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마적들을 덮쳤다.
“크아악!”
불이 몸에 옮겨붙자, 마적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리저리 날뛰고 바닥을 굴렀지만 꺼지지 않는 염화의 불꽃처럼 그들에게 큰 고통을 주며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화린에게 접근을 한 마적의 검에 푸른 기운이 서려 있었는데 내공으로 검을 보호하는 한편, 검의 절삭력을 증가시키기 위함이었다.
이를 두고 검기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일류 고수를 넘어 내공의 수발이 자유로운 초일류의 고수만이 가능한 상승 검술 중 하나이기도 하였다.
홍마적단의 마적들 중에는 이러한 초일류의 무인들이 즐비하였고, 홍마적단의 단주는 초일류를 넘어선 절정의 무인이기도 하였다.
체에에에엥!
화린 역시 검기를 두른 검을 막기 위해서는 검기로 검을 보호하여야 했다.
서로 공방을 주고받는 사이 화란의 검이 다른 한 명의 무인이 끼어들었고, 두 사람이 연수합격으로 화린을 공격하였다.
그러다 세 명, 네 명…… 합류하는 홍마적단 마적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검진을 이루었고, 검진 속에 갇힌 화린은 이들이 뿜어내는 기운의 압력을 견뎌 가며 싸워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린은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듯 이들의 공격을 뿌리치고 반격하며 반대로 검진을 부숴 나갔다.
“요상한 사술을 사용하는구나.”
마적은 화린이 검으로 검기는 물론, 화공, 빙공, 수공, 뇌공 등 음양과 오행의 기운을 검에 깃들게 하여 싸우는 모습을 보고 무공이 아닌 사술이라 생각을 하였다.
화린의 검이 마적의 검을 쳐 낸 후에 반대 손바닥을 펼쳐 놈의 얼굴 앞에 가져다 놓았다.
‘퍼어엉!’ 하는 소리와 함께 크게 고개가 뒤로 젖혀졌고 바닥을 나뒹굴며 동료들과 부딪쳤는데 강력한 풍압에 의해 목이 꺾여 그 자리에서 즉사를 하였다.
화린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더니 조금 떨어진 곳에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이형환위다!”
화린의 모습을 본 마적이 놀라 소리쳤지만 그 소리는 그리 멀리까지 퍼져 나가지 못하였다.
화린의 검에 허리를 베인 그가 무릎을 꿇었고, 화린의 손안에서 검이 빙글 돌아가더니 역수검을 쥐고는 목을 한 번 더 그어 버렸다.
화린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는 홍마적단을 단 한 명도 살려 둘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묵묵하게 홍마적단의 마적들을 베어 넘겼다.
“크아아악!”
화린이 또 한 명의 마적을 베어 넘겼을 때,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강맹한 기운이 있었다. 그 기운이 얼마나 사나운지 공간마저 찢어발길 것 같았다.
화린은 이형환위를 사용하여 그 자리를 피한 후에 환환공공미리보를 밟아 잔상을 남기며 마적들과 떨어졌다.
쿠아아아앙!
마치 화포에서 쏜 화탄이 터지는 것처럼 화린이 서 있던 자리에 거대한 폭음과 함께 넓고 큰 웅덩이가 생겼다.
화린이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 붉은 늑대의 가죽으로 만든 옷을 입고 양손에 붉은색의 단부를 하나씩 든 사내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화린은 그 사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듯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홍마쌍적부 타이단!
홍마적단의 단주이자, 이곳 대초원의 백대무인 중 한 명으로 절정의 고수라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초절정의 고수로 그의 쌍도끼에 죽은 자들만 수백 명이라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강한 무인이기도 하였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 홍마적단의 마적들은 화린에게 오는 길을 열어 주었고, 그는 당당하게 걸어 화린과 마주 서서는 물었다.
“네놈은 맹호사사혈전대의 잔당이냐?”
대초원의 마적단은 자신들이 맹호사사혈전대를 물리쳤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리 물었다.
화린은 타이단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그를 향해 움직였다.
“서로 죽이러 왔으니 문답무용이란 뜻이냐?”
화린이 검을 휘두르자, 그는 한쪽 도끼로 검을 막아 내고 다른 손의 도끼를 휘둘렀다.
기운을 두른 도끼는 실제보다 그 살상 범위가 넓어졌는데 화린은 이를 감안하여 더 뒤로 물러났다.
타이단은 크게 한 발 앞으로 내디디며 오른손에 든 도끼를 화린을 향해 던졌다.
쉐이이익!
바람 소리와 함께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는 도끼를 고개를 돌려 피한 후에 타이단의 품으로 파고 들어가려고 하는 순간, 등 뒤에서 살기를 머금은 강한 기운을 느끼고 이형환위를 사용하여 옆으로 물러났다.
얼굴 옆을 지나쳐 날아간 도끼가 허공을 선회하여 날아와서는 화린의 등 뒤를 노린 것이다.
타이단은 도끼를 피한 화린을 보고 아쉽다는 표정을 짓더니 곧장 달려와서는 양손에 든 도끼를 휘둘렀다.
무작정 휘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를 대초원 백대고수의 자리까지 올려 준 쌍부술이기도 하였다.
화린은 그의 도끼를 막으면서타이단의 쌍부술을 파악하였다.
그의 쌍부술은 압도적인 힘으로 펼치는, 패도적이고 강력한 파괴력을 지닌 그런 무공이었다.
화린이 타이단의 쌍부술에 밀리는 듯 보이던 것도 잠시, 내공의 힘을 빌려 화린이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자 순식간에 역전이 되어 버렸다.
“으윽!”
타이단가 한순간에 밀리자, 홍마적단 마적들의 얼굴빛이 변하였다.
화린은 타이단의 쌍부술을 파악한 후에 그를 손쉽게 몰아붙였는데 황궁 보고에서 보았던 파훼무공이 큰 도움이 되었다.
타이단의 쌍부술을 제압하기 위해서 화린이 사용하는 무공은 그리 대단한 무공이 아니었다.
오래전에는 어떠했는지 몰라도 지금은 삼류 무공이라 알려진 삼재검법으로 그를 제압해 나갔다.
물론 화린의 무공 경지와 막강한 내공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겠지만 타이단의 쌍부술을 삼재검법으로 제압하는 건 대단한 일이기도 하였다.
화린의 검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자, 타이단의 오른팔이 어깨에서 떨어졌다.
그는 무리하게 수세를 공세로 전환하다 빈틈을 보였고, 화린은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태산압정의 초식으로 타이단의 팔을 날려 버린 것이었다.
“크아악!”
팔이 어깨에서 떨어져 나가며 피를 뿌리자, 그의 입에서는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고, 화린은 아래로 떨어진 검을 비틀어 사선으로 올려 그으며 타이단의 가슴을 베었다.
화린의 검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의 왼팔까지 어깨에서 떼어 버린 후에 뒤로 물러났다.
양팔이 날아간 타이단은 길게 베어진 자신의 가슴을 보며 무릎을 꿇었다.
“내가…… 네놈에게…….”
자신이 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눈으로 화린을 노려보다 그대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화린은 죽은 타이단를 잠깐 내려다본 후에 시선을 마적들을 향해 옮겼다.
마적들은 단장인 타이단이 죽자, 잠깐 고민을 하였지만 그들은 화란과 싸우기보다는 도망을 택했다.
마적들에게 의리를 바라는 건 무리였고, 용권풍과 맞서 싸우기보다는 잠시 피해 있는 것이 상책이라는 사실을 마적들은 잘 알고 있어서였다.
화린은 마적들이 달아나자,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적들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단장을 죽였으니 홍마적단은 와해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다른 마적단에 들어가서 활동을 해도 상관은 없었다. 화린의 목적, 아니…… 맹호사사혈전대의 목적은 혈랑대마적단이 중원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는 걸 막는 것이니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고수들만 제거하면 그만이다.
화린은 마적들이 다 달아나자, 그들의 거처 안으로 들어가 이들이 모아 둔 보물과 식량 그리고 가축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화린이 허공에 손가락으로 점을 찍자, 그곳에 검은 점이 생겨나더니 점점 확장되었다.
검은 점이 어느 정도 확장되었을 때, 화린은 보물과 식량을 점 안으로 던져 넣었다.
술법으로 만들어 낸 공간으로 물건을 무한으로 보관할 수 있는 공간 주머니였다.
장점은 무한으로 물건을 보관할 수 있지만 단점은 시전자가 죽으면 그 안에 들어 있는 물건과 함께 소멸된다는 것이다.
보물과 식량을 공간 주머니에 보관한 후에 양을 비롯한 소와 돼지를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혼자서 많은 가축을 데리고 다닐 수 있는 것은 내공이 있었기 가능하였다.
가축들은 화린이 타고 있는 말 뒤를 따라 줄을 지어 왔는데 한 마리도 이탈하는 놈이 없었다.
화린은 이들을 데리고 호특 아래 있는 서토란으로 갔다. 서토란은 대초원에서 제법 부족들이 모여 도시를 이룬 곳으로 중원의 상인들을 비롯하여 색목국의 사람들도 와서 교역을 하는 곳이기도 하였다.
화린은 홍마적단에게 약탈한 가축을 이곳 부족민들에게 팔아서 돈으로 바꾸었다.
화린은 그 돈을 가지고 대륙전장이라는 전장을 찾아가 돈을 맡기고 전표를 받았다.
대륙전장은 중원제일상단인 대륙상단에서 운영하는 상단으로 돈을 맡겼다는 전표만 가지고 있으면 중원 어디에서든 돈을 찾을 수가 있었다.
화린은 돈을 맡기고 받아 든 전표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화린이 대륙전장을 나와 객잔에 들러 허기진 배를 채웠다.
문득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마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객잔을 찾아 밥을 먹는 자신이 조금 우습기도 하였다.
“이대로 탈영해 버릴까?”
화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자신에게 세가에 남겨 두고 온 동생들을 부탁한 조장 단리혁광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탈영을 하면 군부의 군무관들에게 쫓겨 다녀야 하니 오 년을 채우고 제대를 한 후에 자신의 동생들을 찾아가라고 말하듯 표정이 일그러졌다.
“알았다고. 전역한 후에 찾아가서 내가 보살펴 줄게. 걱정 말고 그곳에서 편히 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