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80)
구룡전기-80화(80/217)
구룡전기 (80)
열 곱으로 돌려주지
달빛도 구름에 가려 어두운 밤에 한 장원의 담을 넘는 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약속이라고 한 것처럼 각자의 일을 하기 위해서 사방으로 흩어졌다.
쉐이이익!
비검이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어둠을 가르며 장원의 경계를 서는 자들의 가슴을 꿰뚫었다.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비검이라 경계를 서는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툭.
기습한 자들이 떨어진 횃불을 집어 들었는데 장원의 경계 근무를 서는 이들과 복장이 똑같았다.
그들은 죽인 자들을 둘러메고 가까운 건물로 가서는 내려놓았다. 그런 후에 준비해 온 무언가를 건물에 뿌렸는데 발화를 촉진시키는 인화성 물질인 듯하였다.
그들이 건물을 돌며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손에 든 횃불을 지체 없이 건물에 가져다 놓자, 불이 삽시에 건물로 옮겨붙어 건물을 태우기 시작하였다.
건물에 불을 붙인 복면인들은 자신의 일을 다 했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그 건물을 시작으로 장원의 다른 건물들에 불길이 솟구쳤다.
“불이야! 불이야!”
장원에 불이 붙은 후, 일각 정도가 지나서야 사방에서 ‘불이야’를 외치며 일부 사람들이 건물을 빠져나왔다.
일각이라는 짧은 시간에 불길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솟구쳐 올랐고, 일부 건물들은 타고난 잔해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얼마 가지 않아 건물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이 위태위태하게 보였다.
“아이고, 이를 어째.”
밖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는 여인들과 물을 떠 오기 위해서 서둘러 우물이 있는 곳으로 가는 남자들로 나뉘었다.
“뭣들 하느냐? 서둘러 물을 길어 와서 불을 끄지 않고!”
호통 소리에 발을 동동 구르던 여인들도 우물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석천파의 장문인인 석대영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머리카락은 불에 거슬러 듬성듬성 타 있었고, 얼굴에는 약간의 화상을 입은 듯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옷을 입을 시간도 없이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는 바람에 속옷 하나 걸치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불이 난 건물을 바라보며 강한 분노를 드러내더니 일하는 식솔들, 문파의 무인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며 식솔들을 움직였다.
콰지지직.
거세진 불길에 견디지 못하고 쓰러지는 건물은 잔해와 함께 거대한 불길을 만들어 내며 ‘활활’ 타올랐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을 때, 삼 일 전 산양현에 있는 구룡장의 장주를 비롯하여 식솔들을 모두 죽여 버리고 건물을 불태우도록 사람을 보내었다는 것을 사실을 떠올렸다.
‘사파인들이 한 것처럼 꾸미고 며칠 쉬었다 오라고 하였는데. 그들이 모두 당한 건가?’
그래서 보복을 하기 위해 구룡장의 무인들이 와서 건물을 불태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놈들이 어쭙잖은 보복을 하였단 말이지. 이놈들을 당장 요절을…… 잠깐. 그런데 나와 식솔들은 그냥 두고 왜 건물에만 불을 놓은 거지?’
활활 타오르는 건물을 보며 눈을 좁히는 석대영은 자신을 향한 다른 음모가 깔려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나를 감당할 수 없으니 불만 놓았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져. 내가 두려웠다면 애초에 불을 놓지 않았을 테니까.”
석대영이 생각이 잠겨 있을 동안 장원의 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불을 놓기 위해서 뿌렸던 인화성 물질로 인해서 역한 냄새와 검은 연기가 장원을 가득 채웠고, 식솔들은 불을 끄기 위해서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멈추어라!”
갑작스러운 석대영의 외침에 불을 끄려던 사람들이 일제히 행동을 멈추었다.
“물을 뿌린다고 꺼질 불이 아니다. 그냥 홀라당 타도록 내버려 두어라. 가서 나와 무인들이 입을 옷을 구하여 오너라.”
석대영은 불을 잡을 수가 없다고 판단하여 불을 끄는 일을 멈추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분노를 표출할 곳을 찾는 것을 택했다.
한 시진 정도가 지났을 때, 장원의 건물들은 모두 타서 주저앉았다.
건물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제법 되었는데 일하는 식솔들뿐만 아니라 무인들도 다수 포함이 되어 있었다.
날이 밝아 올 때쯤, 장원에서 일하는 식솔들이 어디서 구해 왔는지 옷을 가지고 왔다.
석대영을 비롯한 석천파의 무인들은 옷을 갈아입고, 잿더미가 된 곳에서 자신들이 사용할 병장기를 챙겼다.
“가자!”
석대영은 무인들을 이끌고 불타 버린 석천파를 나섰다.
* * *
콰지지직…… 퍼퍼어엉!
구룡장의 대문이 사정없이 산산조각 나면서 장원 안으로 파편들을 날아들었다.
“한 놈들 남겨 두지 말고 모두 죽여라.”
석대영이 무인들을 이끌고 직접 구룡장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사나운 기세를 뿜어내며 구룡장 안으로 들어와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게 무슨 짓이오!”
갑작스러운 침입에 총관 서대영이 소리쳤고, 그런 그를 향해 석천파 무인들은 다짜고짜 검을 휘둘렀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검을 몸을 비틀어 피한 후에 손날을 이용해 놈의 목을 강하게 가격하여 목뼈를 부숴 버렸다.
서대영은 떨어진 놈의 검을 주워 들고는 석천파의 무인들과 싸웠는데 다른 무인들은 그를 넘어 내원으로 들어갔다.
“아주 죽으려고 환장을 한 모양이구나.”
내원에서 구룡장주의 친우로서 잠시 쉬고 있던 사도준과 남궁진, 남궁연아가 내원으로 들어오는 석천파의 무인들과 맞서 싸웠다.
“이게 무슨 짓이오!”
사도준은 이들을 향해 살수를 바로 펼쳤지만 남궁진은 이들에게 왜 구룡장을 공격하느냐고 연유를 물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이들이 만약 석천파의 무복을 입고 있었다면 석천파의 무인이라는 것을 단숨에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애석하게도 이들은 빌려온 각양각색의 옷을 입고 있었기에 남궁진은 석천파의 무인이란 것을 알지 못하였다.
결국 남궁진 역시 이들을 향해 살수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어정쩡한 자세를 취한다면 남궁연아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서였다.
서대영, 사도준, 남궁진이 석천파의 무인들과 맞서 싸우는 동안 살막곡의 살수들과 당문의 살수들은 은밀하게 움직이며 흩어진 석천파의 무인들을 제거하였다.
석천파의 무인들은 설마 장원 안에 살수들이 몸을 숨기고 암습을 노릴까 생각지 못하고 방심을 하다 손 한 번 섞어 보지 못하고 살수들의 날카로운 검에 목숨을 잃어야 했다.
석천파의 장문인인 석대영은 이와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구룡장의 입구에서 한 사람과 마주하고 있었는데, 바로 화린이었다.
“네놈이 이곳의 장주이더냐?”
“그런 네놈은 석천파란 덜떨어진 문파의 장문인인 석대영이냐?”
“뭣이!”
화린이 자신의 반문에 분노하는 석대영을 보고 피식 웃었다.
“욕심이 목구멍까지 차올랐구나. 여기가 자신이 누울 곳이란 것도 알지 못하고 이렇게 찾아온 걸 보면 말이야. 병신같이 화명상단 화정수의 꼬임에 제대로 놀아난 모양이군.”
눈살을 찌푸리는 석대영을 보며 화린이 말했다.
“설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이 우리 식솔들의 비명이라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럼?”
“이 정도의 장원을 꾸릴 사람이 한두 수 앞도 내다보지 못할까? 그리고 네놈이 화정수의 꼬임에 넘어갔을 때부터 넌 이미 그자에게 당했어. 네놈이 나에게 죽고 나면 네놈의 재산은 화정수가 다 정리해서 챙길 테니까.”
“뭐라?”
“멍청한 놈. 무림이 아닌 상림에 속해 있다고 하나 나의 경험상 화명상단의 무력이 너의 석천파보다 더 높아. 그럼에도 왜 너에게 나를 죽여 달라고 부탁을 했을까?”
석대영의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건 나에게 널 죽였다는 걸 뒤집어씌우기 위해서야. 그래야 그놈도 나를 칠 명분을 얻어 종남파 혹은 화산파에 도움을 구할 수 있거든.”
“그 말은?”
“너와 석천파는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거지.”
석대영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내가 이리 자세하게 알려 주는 이유는 죽더라도 왜 죽는지 이유는 알고 죽으라는 뜻에서야.”
“네놈이 나를 어찌…….”
순간 화린이 석대영의 눈앞에서 사라지더니 그의 코앞에 나타나 복부에 강하게 주먹을 찔러 넣었다.
“커어어억!”
내부의 장기가 뒤틀리면서 꼬이는 고통과 함께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어졌다.
“네가 대단하다 생각하나 본데, 내가 지금까지 상대한 자들 중에서는 가장 약한 놈이 너야.”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였지만 복부에서 전해지는 고통으로 인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네놈은 죽어 더 이상 볼 수 없겠지만 화정수 그놈은 아주 좋아하겠군.”
“헉…… 헉…….”
이제야 숨을 쉴 수 있게 된 것처럼 숨을 거칠게 몰아쉬던 석대영은 화린을 올려다보았다.
“그게 사실이라면 왜, 처음부터 말을…….”
“내가 왜? 그리고 방금 알려 줬잖아. 모르고 죽으면 억울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억울한 척하지 마. 어차피 너도 구룡루가 완성되면 그곳에서 나오는 수입의 일부를 먹기로 하고 화정수를 도왔을 테니까.”
석대영은 화린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세상에 웃긴 놈들 참 많지. 자신의 것도 아닌데 마치 자신의 것이 된 것처럼 선심을 쓰고 다니니 말이야. 안 그래? 그런데 너희들이 모르는 게 있어.”
“그게 무엇이오?”
“내가 죽으면 구룡루의 도박장 개설 허가가 그대로 유지될까? 섬서성의 성주가 바보가 아니라면 그걸 그냥 둘 것 같아?”
“그럼 화명상단에서…….”
“그게 가능했다면 구주팔황에 도박장이 성행했겠지. 지들이 못 하는 것이니 내 것을 빼앗으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
그제야 석대영은 헛물만 켰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껏 무림에서 살아남았다면 과한 욕심은 자신을 망치게 하는 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
석대영은 올려다보고 있는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화정수, 그놈에게 당했구나.’
석대영이 화정수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울 때, 화린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머지않아 화정수도 너의 뒤를 따라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어.”
화린이 손날이 아래로 떨어졌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석대영이 목이 꺾였다.
“이 호법, 이놈 치워. 남궁진이 알아보면 골치 아플 테니까.”
“알겠습니다.”
언제 나타났는지 화린의 곁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고개를 숙인 후에 죽은 석대영을 둘러메고는 구룡장 밖으로 나갔다.
“대문 고치려면 돈 많이 들 텐데. 이참에 철문으로 바꿔 버려?”
* * *
석대영과 석천파의 무인들은 문파가 불에 탄 분노를 구룡장에 터뜨렸지만 그들 중 단 한 사람도 살아서 구룡장을 나서지 못하였다.
이들의 죽음은 소리 없이 은폐되었지만 하오문을 비롯한 개방의 정보망까지 온전히 피해 갈 수가 없었다.
당시에는 사건을 은폐했지만 석천파가 불에 탄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서 하오문과 개방이 은밀히 조사를 진행하였고, 석대영과 석천파의 무인들이 구룡장으로 쳐들어갔다는 사실과 구룡장에서 나온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개방은 이러한 사실을 정천맹의 섬서성 지부와 종남, 화산파에 알렸다. 섬서성 지부장인 청명은 최근 들어 섬서성에서 소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구룡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이를 의논하기 위해서 화산파와 종남파에 서신을 보내었다.
화산파와 종남파에서 섬서성 지부로 사람들을 보내었는데 이전에 산문을 내려왔던 화산파의 화영 진인과 종남파의 송철 장로가 각 문파의 무인 네다섯을 데리고 정천맹의 섬서성 지부로 왔다.
“소식은 들어 알고들 계시겠지만 석천파가 멸문을 당했습니다.”
정천맹의 지부장인 청명은 화산파의 사람이 아닌 무당파의 사람으로, 정천맹의 지부장은 그 성의 소속 문파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규율에 따라 무당파의 사람이 선출되어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 송철 장로과 화영 장로는 조금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송철 장로의 경우 화린과 같은 군부대 출신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대충 짐작하고 있었고, 화영은 이곳으로 올 때 장문인인 매산에게 구룡장주인 화린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특명을 받았다.
석천파가 섬서성에서 정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문파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서 구룡장과 오해를 쌓게 되면 화산파나 종남파의 입장에서는 손해를 보는 셈이니 이 사건에서 빠지고 싶은 것이 솔직한 이들의 심정이었다.
하지만 마음처럼 하고 싶다고 하고, 하기 싫다고 하여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이들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좋은 쪽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 정천맹의 섬서성 지부장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저희도 산문을 내려오면서 장문인께 들었습니다. 배후에 구룡장이 있다면서요?”
“그건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구룡장으로 간 석대영 장문인과 문파의 무인들이 단 한 명도 구룡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개방의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구룡장에서 다 죽었다는 말이군요.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구룡장에 무인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구룡장주와 총관만이 무공을 알고 있다고 들었는데.”
“두 사람이 석 장문인을 비롯하여 석천파의 무인들을 다 죽였단 말씀입니까?”
송철 장로는 화린의 능력이라면 식은 죽을 마시는 것보다 쉬운 일이라는 걸 알지만 모른 척 물었다.
송철 장로의 입장이나, 화산파의 입장에서는 화린과 척을 지고 대립한다는 자체가 매우 껄끄러웠다.
특히 화산파의 경우 화린 혼자서 사혈맹의 세 무력 단체를 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면 하였지 싸울 생각은 없었다.
“그건 알 수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석천파가 구룡장을 공격하였을까요? 석천파는 산양현에 연고가 없어 마찰이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게 의문이긴 합니다. 그래서 구룡장주를 이곳으로 불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