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82)
구룡전기-82화(82/217)
구룡전기 (82)
화린은 섬서성 정천맹의 지부에서 조사를 받고 친우들과 함께 정천맹을 나섰다.
“앞으로 곤란한 일이 생기면 나에게 연락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종남파와 화산파가 구룡장의 우산이 되어 줄 테니까.”
“그런데 오라버니, 송철 장로님과 선후배 사이 같던데, 그분과는 어떤 인연이세요?”
남궁연아가 묻자 화린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같은 군부대 소속이었어. 그리고 남궁수연 역시 나와 같은 부대 소속이니 선후배 사이가 되겠지.”
“아, 듣기로 종남파는 실전 경험을 하기 위해서 무림행이 아닌 군 입대를 한다고 그랬는데 송철 장로님께서도 군대를 전역하셨구나.”
“종남파의 제자들은 대부분 다 군 입대를 하는 걸로 알고 있어. 다만 어느 부대에 속할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하는데, 대부분 전투가 많이 일어나는 쪽으로 지원을 한다고 송철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어.”
“그래서 종남파의 무인들이 사납구나.”
“그들이 사나워?”
“네. 얼마나 사나운데요. 후기지수를 갓 벗어난 사람들은 엄청 사나워요.”
남궁연아는 종남파의 무인들을 몇 번 만나 보았는지 몸을 가늘게 떨며 엄살을 부렸다.
“그럼 그 사람들을 피하면 되지.”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그러니 더 수련을 해야지. 육체의 강함은 정신까지 강건하게 만들어 주니까 수련을 통해서 더욱 단단해져야지.”
“네. 본가로 돌아가면 저도 열심히 수련할 거예요. 화산지회에서 만난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점이 많았어요.”
“그럼 우리는 그만 본가로 돌아가려고 하네.”
“나도 갑자기 급하게 처리할 문제가 생겨서 이쯤에서 헤어져야 할 것 같아.”
다들 돌아간다고 말하자,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게 해. 혹여 섬서성에 들를 일이 있으면 본장에 들러서 쉬었다 가도록 해. 자네들 식솔들에게도 그리 말해. 내가 은도 열 곱으로 갚아 주는 사람이거든.”
“정말 그렇게 해도 돼요?”
“그럼. 본장뿐만 아니라 본장에서 영업하는 객잔, 기루 등에서 쉬어 가도 돼. 친구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을 테니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친구를 사귄 것 같아. 화린이 너도 도움이 필요하면 주저하지 말고 우리 가문을 찾아와.”
“그렇게 할게.”
―화린아!
사도준이 화린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말해.
―혹시 나 때문에 너 곤란해질 수도 있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다고 네가 나의 친구임은 변하지 않아.
사도준은 화린의 전음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쩌면 살인검제가 너의 소식을 들으면 너를 찾아올지 몰라. 그는 정말 조심해야 해.
―살인검제? 사제 중 한 명인 그 살인검제를 말하는 거야?
―그래. 그는 현재 살수들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야. 그런데 네가 중원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나면 살수들의 심경에 변화가 생길 거야.
―알았어. 그 문제는 내가 당면하면 처리할 테니까 걱정 마.
―그래도 조심해. 살인검제는 우리와 격이 다른 사람이니까.
“난 갈 길이 멀어 먼저 간다. 연아야,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네, 준 오라버니도 조심해서 가셔요.”
사도준이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
“우리도 가 봐야 할 것 같아.”
“그렇게 해. 갈 길 바쁜 사람들이 먼저 가야지.”
화린은 남궁진과 남궁연아가 안휘성으로 떠나는 모습을 지그시 바라보다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몸을 돌렸다.
“사천, 운남, 귀주, 광서라고 그랬지.”
화린은 화명상단에서 곡물을 거두어 드릴 곳을 잠시 생각한 후에 사천으로 향했다.
* * *
“구룡장으로 보낸 무인들이 모두 당했단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그 당시 구룡장을 공격한 무리가 우리 말고도 또 있었는데 석천파였다고 합니다.”
“석천파?”
“섬서성의 정파 문파로 종남과 화산파를 제외하고는 정파 문파 중에서 세가 가장 큰 문파입니다.”
“그들이 왜?”
“그건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구룡장을 공격한 대가로 멸문을 당했습니다.”
멸문을 당했다는 말에 혈사파의 안주인인 이란 부인의 눈꼬리가 살짝 좁혀졌다.
“석천파와 우리와 비교를 하면 어떤가?”
“같은 일류 문파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석천파가 멸문을 했다? 그럼 우리가 구룡장을 상대로 무인들을 다 동원해도 이길 수가 없다는 말인가?”
“무공의 강함은 절대 비교가 아닌 상대 비교이고, 상생과 상극이 존재하는 만큼 확언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다만?”
“구룡장과 싸우면 우리가 많이 힘들어질 것은 분명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무림에서는 고수 한 명이 차지하는 비중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영향을 미칩니다. 석천파에서는 장문인인 석대영이 있었음에도 멸문을 당하였으니 지금 우리 혈사파의 입장에서는 석대영을 상대한 구룡장의 고수를 상대할 수 있는 무인이 없습니다.”
이란 부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 또한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었기에 고수의 역할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아버님께 고수를 보내어 달라고 연락을 하면?”
“조금 나을지는 몰라도 그리하여도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이란 부인은 총관인 나중기의 말에 수긍을 하였다.
“그리고 구룡장의 장주가 형님과 장로, 조카들을 죽였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우리가 구룡장의 담장을 넘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면 우리 측에서도 마땅히 내세울 명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알아보신 후에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고 담장을 넘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문으로 들어가 사건의 진실을 물어보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유리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란 부인은 대답 없이 홀로 생각을 하였다. 나중기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지만 자신의 부군과 아들들만 죽었다는 사실이 뭔가 꺼림칙하였다.
‘이놈이 남편과 아이들을 죽이고 구룡장에 뒤집어씌운 건 아니겠지.’
“형수님,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긴 그렇지만 구룡장을 공격하기보다는 백마사의 도움을 받아 문파를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을 합니다.”
“아버님의 도움을 받아?”
“그렇습니다. 지금 문파에는 제대로 된 고수가 형수님 말고는 없습니다. 주변의 문파들이 상황을 살피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빼앗기 위해서 물밑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감히, 어떤 놈들이!”
그녀의 분노가 고스란히 드러나자, 집무실 전체가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온수파와 적지문입니다.”
나중기가 언급한 두 문파는 사파의 문파로 혈사파의 힘에 밀려 이인자의 위치에 있는 문파들이었다.
“그놈들은 형님과 문파의 고수들이 죽자, 사혈맹에 본 파가 가지고 있는 하남성 지부 자격을 박탈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감히 근본도 없는 놈들이.”
위기 때에 가장 크게 위협하는 자들은 적이 아닌 아군일 경우가 허다하였다.
특히 약육강식의 세상에서는 남을 밟고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밟고 일어나야지, 그러지 못하면 평생을 남에게 밟히면서 살게 된다.
적지문과 온수파 역시 이와 같은 생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힘이 줄어든 혈사파가 다시 정비하고 힘을 갖추기 전에 짓밟아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형수님, 그들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날 그들은 발톱을 숨겨 왔고, 상처 입은 우리를 향해 지금에서야 그 발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단순히 이 문제를 감정적으로 생각하셔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백마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형수님의 생각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백마사의 도움을 받아 힘으로 적지문과 온수파를 눌러야 합니다. 그리고 사혈맹에 요청하여 지원도 받아야 합니다.”
이란 부인은 나중기의 말을 듣고 한참을 고민하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내가 아버님께 서신을 보내지. 사혈맹에 사신을 보내어 지원을 받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영천상단에 대해서 알아보라는 건?”
“알아보고 있습니다. 영천상단의 동서독의 행적을 조사 중입니다. 그리고 곧 보고가 올라올 것입니다.”
이란 부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나가 보라는 시늉을 하였다.
나중기가 고개를 숙인 후에 집무실을 나가자, 그녀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왜 아버님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는 거지?”
남편과 자식을 죽인 자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기에 이란 부인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설마 아버님이 여길 노리고 총관을 부추긴 건 아니겠지.’
* * *
“맹으로 돌아오는 이가 한 명도 없었단 말인가?”
중원 무림을 양분하고 있는 사혈맹의 심처에서 사혈맹의 맹주 사황 백무기와 총관 사마맹이 독대를 하고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분위기 자체도 무거워 일반인이라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을는지도 모른다.
“송구합니다. 일이 이렇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하였습니다.”
“나도 보고를 듣고 나를 놀리기 위함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는 중이다.”
백무기의 말이 끝나자, 잠깐 동안 침묵이 흘렀다. 이 침묵은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을지세가도 멸하지 못하였으니 우리의 완패나 다름이 없군.”
“죄송합니다. 정천맹의 현무단과 사천무림에는 타격을 어느 정도 주었지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사령혈마대, 적령혈사대, 구주사망혈루대를 각개 격파할 수 있는 정천맹의 무력 단체를 파견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단 한 명도 돌아오지 못하였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 중간이 우리가 모르는 다른 누군가의 개입이 있었던 건가?”
중간에 마교의 십이마군을 만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일은 일어날 수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파악하고 있지만 살아서 돌아온 자가 아무도 없어 확인하는 데 시간이 제법 걸릴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정보원들을 동원하여 정천맹의 내부를 살피고 있지만 그들 역시 이 사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
“다만 그 현장에 있었던 자들이 단체가 아닌 한 사람이 한 일이라 증언했다고 합니다.”
“한 사람?”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사마맹은 올라온 보고를 토대로 백무기에게 알려 주었다.
“믿을 수가 없군. 혼자 우리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무력 부대 셋을 괴멸시켰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게 가능한 것인가?”
“저 역시 믿지 못하여 다방면으로 알아보았지만 분명 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가 괴멸 직전인 현무단을 구했고, 옥화산에 홀로 남아 싸웠다고 하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음…….”
백무기는 자신이라면 사령혈마대, 적령혈사대, 구주사망혈루대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럼 못해도 나와 비슷한 수준의 무력을 지닌 자들 중 한 명이 나선 건데…….’
사황 백무기와 비슷한 수준의 무인이라면 중원 천하에 단 열 명만이 존재한다.
일마이황삼왕사제라 불리며 중원십대고수로 무림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어 버린 그들이었다.
‘그럼 검황인가?’
백무기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침묵했고 그 침묵은 좀처럼 끝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그럴수록 심처의 공기는 무거워졌고, 사마맹 역시 그러한 분위기에 압도되어 입을 굳건하게 닫고 백무기가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반 시진 정도가 흘러서야 백무기의 굳게 닫힌 입술이 움직였다.
“그럼 그들의 빈자리를 채울 대책은 마련하고 있나?”
“이렇게 된 이상 숨겨 둔 이들을 꺼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뿐 아니라 후기지수들을 모아서 하나의 무력단을 만들고 그들을 훈련시켜 현장에 투입할 예정입니다.”
“후기지수들을? 그럼 계획을 앞당긴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맹에 보관이 된 무공서 세 권 정도를 나누어서 익히게 한 다음, 묘강과 월하의 부족민들을 상대로 실전 훈련을 거친 후에 정규군에 편성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황 백무기의 마음에 드는 계획은 아니지만 당장 정파와 싸울 수 있는 무인들의 수가 부족해졌으니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일로 정천맹보다 약간 우위를 점하던 것이 비슷해졌으니 다시 질적, 양적으로 무인들의 수를 늘려야 했다.
삼십 년 전 배교의 멸망 이후, 정파에선 양적인 성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택하여 내실을 다진 반면 사파는 양적 성장을 이루어 내면서 세력을 엄청나게 확장하였다.
정파가 아무리 질적인 성장을 이루었다고 하지만 세력에서 압도되어 사파에 함부로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그 균형이 비슷해져 버린 것이다.
물론 중원 전역에서 자생하고 있는 사파 문파를 동원하면 사혈맹이 정천맹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지만 고수가 부족한 사혈맹의 입장에서는 싸움이 장기간으로 흘러가면 불리해질 것이니 쉽게 도발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일단 그렇게 일은 추진하고 옥화산에 나타났다는 그자에 대해서 최대한 빨리 알아내 대비책을 세워. 그만 한 고수가 나타났다는 건 우리 쪽에서는 반길 일은 아닐 테니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사마맹이 백무기를 보았다.
“일마이황삼왕사제의 최근 행적을 최대한 빨리 파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