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91)
구룡전기-91화(91/217)
구룡전기 (91)
거래
‘도대체 이런 놈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호중산은 화린을 죽이기 위해서 자신의 독문 검법인 진명십이검을 펼치며 화린을 압박하였지만 통하지 않았다.
쩌어어엉!
호중산이 공격할 때마다 검에서 퍼져 나오는 소리가 커졌다.
화린은 호중산의 검을 막거나 피하면서 검에서 울리는 소리로 인해서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니 혹시 모를 기습에 대비해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뿐 아니라 두 사람이 싸우는 곳은 강물 위였기에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만들어 내는 기운의 파장으로 강물이 소용돌이치며 거칠어지자, 주변에 정박했던 배들도 덩달아 출렁였다.
“어, 어, 배가 끌려간다. 밧줄을 단단히 붙잡아 매!”
선박 위에서 선원이 급하게 소리치자, 선착장에 있던 선원들이 느슨하게 묶었던 줄을 다시 단단히 고정시켜 배가 두 사람이 만들어 낸 소용돌이 속으로 끌려가지 않도록 대비하였다.
“무림의 고수들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보네. 이게 무슨 일이야!”
하늘은 분명 맑은데 싸우고 있는 두 사람의 주변에선 날씨가 사납게 요동을 치는 듯 강물은 소용돌이치고, 허공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하늘은 찢어지는 것처럼 쩌억, 쩌억, 소리를 내니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이러다 하늘이 무너지는 거 아니야?”
“무림의 고수들이 신인이라고 하나 하늘이 무너질까?”
일반인들은 두려움에 저마다 한마디씩을 하였지만 강물 위에서 싸우는 무림 고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는 무림인들의 심정은 또 달랐다.
평생에 한 번 볼 수 있을까 하는 고수들의 싸움을 현장에서 두 눈으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었기에 두 사람의 전투에 집중하며 바라보았다.
호중산의 검에서는 맑고 청아한 검명을 넘어 이제는 귀명처럼 날카롭고, 찢어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는군.”
화린은 호중산을 비웃으며 말하고는 발을 가볍게 튕겼다.
수면을 살짝 차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반동을 얻어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 마치 수면 위를 빠르게 나는 제비와 같았다.
“허엇!”
호중산은 그런 화린의 모습을 보고 헛바람을 들이마시며 황급하게 검을 들어 올렸다.
체에엥!
화린은 조금 전과 달리 호중산을 상대로 맹공을 퍼부었다.
화린의 검에서 무수한 변화가 일어나면서 호중산의 눈을 어지럽게 하였는데 호중산은 화린의 검술을 온전히 막지 못하였다.
‘윽!’
몸에 자잘한 검상을 입으면서도 치명상만큼은 피하고 있었다.
“네놈이 나를 속였구나.”
“뭘 속여? 난 너랑 제대로 싸운 적이 없는데.”
“그럼 왜?”
“네놈의 검 속에 갇힌 원혼들을 풀어 주기 위해서 연기를 조금 했을 뿐이야.”
허공에서 검과 검이 서로 맞부딪치자, 호중산의 검에 실낱같은 금이 생겨났다.
체에엥. 체에에엥…… 체에에에엥……!
화린은 호중산에게 자잘한 상처를 입히면서도 그가 가진 검을 부숴 버리려고 마음먹었는지 무거움의 묘리가 담긴 중의 기운을 검에 잔득 불어넣어 호중산의 검을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검과 검이 부딪칠수록 실낱같은 금은 점점 뚜렷해졌고, 그럴수록 호중산의 검에서는 괴이한 소리가 크게 흘러나왔다.
선착장에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는 일반인들은 호중산의 검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가 아프고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끼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소리에 영향을 최대한 받지 않으려고 행동하였다.
무림인들 역시 마찬가지!
내공이 강한 사람들은 그 소리에 저항할 수가 있어 싸움을 지켜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무인들은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나야 했다.
‘잘못되었다. 이곳에서 달아나야 한다.’
호중산이 달아날 궁리를 할 때, 화린이 입을 열었다.
“탈명혼을 익힌 자들의 최후는 늘 비참했다고 하지.”
“뭐?”
“죽은 자들의 혼을 가둔 검이 부서진다면 어떻게 될까?”
호중산은 화린의 말에 눈을 찌푸렸다. 그러는 와중에서도 화린은 호중산의 검을 부숴 버리기 위해서 그의 검을 노렸다.
“원혼이 검에서 빠져나와 널 집어삼킬 거야.”
“헛소리 마라!”
“헛소리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되겠지. 나도 나의 머릿속에 심어 둔 술법을 통해서 탈명혼을 알고 있을 뿐이니까.”
고오오옹!
화린의 검에 푸른 기운이 감돌았다. 그 기운은 검신을 따라 검 전체로 퍼져 나갔고, 얕은 막을 만들어 검을 보호하였다.
그렇게 화린의 검이 호중산의 검과 부딪쳤을 때, 호중산의 검은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으윽!”
호중산은 검이 부서지면서 손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화린의 말대로 검이 부서지면서 강한 빛과 함께 수많은 원혼들이 검에서 빠져나오며 기이한 울음소리를 내었는데, 그 소리가 꼭 고양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흡사하였다.
검에서 빠져나온 원혼들이 일제히 호중산을 공격하였는데 그 모습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지 않았다.
희뿌연 연기와 같은 원혼이 호중산의 몸을 관통하자 호중산은 고통스러워하며 소리를 질렀다.
“크아아악!”
그의 비명과 동시에 강맹한 기운이 화린을 덮쳤다.
화린은 검을 들어 기운을 막음과 동시에 반발력을 이용하여 몸을 뒤로 빠르게 물렸다.
호중산이 화린에게 당하는 모습을 모습을 본 적염천은 그를 살리기 위해서 둘의 싸움에 개입하였다.
화린은 이때를 기회라 생각하고 곧장 몸을 돌려 손에 든 검을 앞으로 강하게 던진 후에 몸을 날렸다.
검이 강물 위로 떨어지는 순간 화린이 검신을 밟고 섰고, 자신의 내공으로 검을 움직여 강물 위를 쏜살같이 비행해 그 자리를 벗어났다.
비천도 적염천이 그 모습을 보고 쫓아가려고 하였으나 진명검 호중산의 상태가 위중하여 그를 쫓는 걸 포기하고 호중산을 데리고 선착장으로 나왔다.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선착장에 내려놓자, 호중산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치며 강한 살기를 드러내었다.
호중산의 눈에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원귀로 보였다.
“이보게, 정신 차리게!”
적염천이 호중산을 말려 보았지만 원귀들에게 사로잡힌 호중산은 주변인들을 향해 소리만 칠 뿐이었다.
“물러나, 저리 가란 말이야. 안 가면 당장 네놈들을 쳐 죽여 버릴 것이다.”
미친 사람처럼 소리치는 호중산이 이상하다 생각한 적염천은 혹여 그가 난동이라도 피울까 싶어 목 뒤를 강하게 때려 기절시킨 후에 숨을 길게 내쉬었다.
호중산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 보인 반응을 보면 다른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았으나 적염천은 곧 자신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 생각하여 뒤처리를 화명상단에 맡겨 버렸다.
“충격이 큰 것 같으니 데리고 가서 푹 쉴 수 있게 배려해 주게.”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상단주님께서 적 대협을 찾으십니다.”
“알겠네. 이 친구를 부탁하네.”
적염천은 호중산을 넘긴 후 주변의 무인들에게 말하였다.
“이곳을 정리한 후 배에 승선한다.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최선을 다하도록!”
무인들에게 주변 정리까지 맡긴 후에야 그는 화정수를 만나기 위해서 선박이 있는 곳으로 되돌아갔다.
* * *
현장을 무사히 빠져나온 화린은 강의 기슭에서 뭍으로 나왔다.
변용을 하고 있던 화린의 모습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입고 있던 옷 역시 다른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화린이 뭍으로 나와 검을 회수하여 허공으로 던지자, 검은 거짓말처럼 공간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품에서 살황묵혈소를 꺼내어 한 손에 들고 걸음을 옮겼다.
화린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분위기가 바뀌었는데 일곱 걸음을 걸었을 땐 유유자적하는 한량의 모습처럼 보였다.
조금 전 격렬하게 싸웠던 사람이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분위기, 기질이 달라져 있었다.
화린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반 시진 걸어가니 무한의 선착장이 나왔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았지만 여전히 조금은 어수선하게 보였다.
“아직 출항하지 않았나?”
화명상단의 배 두 척이 그 자리에 정박해 있었다. 목수들로 보이는 이들이 부서진 선박의 선미를 수리하고 있었는데 나무를 덧대어 임시방편으로 수리를 하는 모양이었다.
화린은 그 모습을 보곤 아직 털지 않은 한 척의 선박을 바라보았다.
‘지금 털어 버려?’
그리하면 시간도 많이 아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두 척의 배에 나누어 타고 있던 무인들이 한 척의 배에 모두 타고 있어 쉽지 않아 보였다.
“일단 배부터 채운 후에 느긋하게 생각해 보자.”
화린은 선착장이 보이는 노천객잔으로 가서 가벼운 음식을 주문하였다.
“만두 두 개랑 소면 한 그릇. 그리고 삶은 계란 세 개 주세요.”
주문을 받은 점소이가 주방으로 가자, 화린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정박해 있는 배로 향했다.
“정말 무시무시하더군. 무림의 고수들은 산도 허물고 하늘도 벤다고 그러잖아. 난 사실 믿지 않았거든. 그런데 오늘 내가 그러한 사람들을 두 사람이나 보았잖아.”
화린과 호중산의 싸움을 지켜본 일반인들은 마치 자신이 그렇게 한 것처럼 그 싸움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랑삼아 떠들었는데, 사실보다는 과장이 심해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화린이 실소를 흘렸다.
‘이제 한 사람의 입을 거쳤을 뿐인데 저리 과장이 심하면 열 명의 입을 거쳤을 때 나는 삼두육비의 괴물이 되어 있겠군.’
“정말이라니까,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
“예끼, 이 사람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늘이 갈라졌다 붙었다는 어떻게 해? 하늘이 문에 붙이는 창호지 같은 종이인 줄 아나?”
“다른 사람들도 보았을 것이네. 여보게들, 그 싸움 본 사람 있소? 있으면 손 좀 들어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고 말해 주시오.”
“나도 보았소. 하늘이 갈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미세하게 금이 가는 것처럼 그리 보였소.”
“봤지. 저기, 저분도 그랬다고 하잖아!”
“금이 갔다고 그랬지, 찢어졌다고 그러진 않았어.”
“마, 그게 그거지. 금이 간 거나, 찢어진 거나. 어, 찍힌 거나 부서진 거나 그게 그거지.”
사내는 일부러 소리를 더 크게 내어 자신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알았네. 내 그리 알고 있을 터이니 소리 좀 낮추게.”
“분명히 알았다고 했네!”
“그래.”
“그럼 오늘 술 자네가 사.”
술을 사라는 말에 사내가 친구를 보았다.
“이런 이야기를 어디서 들을 수 있겠나? 나 아니면 들을 수 없다고! 왜, 설표들도 이야기해 주고 술 얻어먹고 그러지 않나.”
“하아…… 알겠네. 내가 그동안 자네에게 얻어먹은 술도 제법 되니 오늘은 내가 사겠네. 그래서 그 뒤에 이야기나 해 보게”
사내는 이야기가 더 듣고 싶은지 이야기를 더 해 달라고 하였고, 그의 친구는 쉴 새 없이 자신이 본 것에 뼈와 살을 붙여 이야기하였는데 객잔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내가 현장을 지키고 있는 무인들에게 들었는데 검이 부서진 그 사람이 무림백대고수 중 한 명인 진명검 호중산이라는 사람이었고, 나중에 싸움에 개입한 사람이 비천도 적염천이라는 사람이라더군. 그도 무림백대고수라고 하던데, 하여간 물 위를 육지에서 걷는 것처럼 걸어 다니는 걸 보니 참말로 신기하더구만.”
“그럼 진명검 호중산과 싸웠던 사람은 누구요?”
“그 사람? 나도 모르지. 무림인들도 모른다던데. 그 사람이 화명상단의 곡물을 훔쳐서 달아나다 진명검 호중산에게 발각되어 싸운 거라고 하더군.”
객잔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화린은 피식 웃었다.
‘얼마 가지 않아 삼두육비의 괴물이 무림에 등장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