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92)
구룡전기-92화(92/217)
구룡전기 (92)
화린은 선착장에서 배가 떠나는 걸 확인한 후, 곧장 섬서성으로 갔다.
빠른 이동을 할 필요가 있어 말을 한 필 구입하여 섬서성으로 이동하였는데 이로 인해 많은 시간을 단축할 수가 있었다.
화린이 구룡장에 도착하였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그를 맞아 주었는데 바로 남궁수연이었다.
“화린 선배.”
“너 살아 있었어? 동춘이 말로는 죽었을 것이라고 하던데.”
반가움보다는 놀람이 더해 물었다.
“선배, 나 남궁수연이야. 고작 그런 놈들에게 칼 맞아 죽을 것 같아? 그 새끼들, 배때기를 따서 내장을 꺼내 뿌려 주니까 겁먹고 도망치던데.”
예나 지금이나 입에 걸레를 물었는지 말을 참 맛깔스럽게 하였다.
화린은 자신이 있을 때보다 더 상태가 안 좋아진 것 같아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남궁세가에 갈 것이지,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야?”
“선배가 구룡장에 있다고 연아가 말해 줘서 알았지. 내가 알긴 어떻게 알아.”
“오셨습니까?”
서대영이 뒤늦게 화린을 반겼다.
“수연이 넌…….”
화린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나서 남궁수연에게 말하였다.
“수연이 너 트라빌 왕국이랑 악연은 없지?”
자신이 트라빌 왕국에서 난리를 쳤을 때는 남궁수연이 맹호사사혈전대에 들어오기 전이었다.
“트라빌 왕국에 갈 일이 있어야 연을 맺고 하지.”
“그럼 너 나와 거래 하나 하자.”
“거래? 무슨 거래?”
“트라빌 왕국에서 생산되는 곡물이 필요해. 팔로수로군에 납품할 곡물이야.”
“팔로수로군에?”
“그렇게 될 것 같아. 이 년 정도는 납품할 곡물을 확보하였는데 그다음이 문제야. 그러니 네가 트라빌 왕국으로 가서 곡물 상인들과 구룡장의 이름으로 곡물 계약을 좀 해 줘야겠다.”
남궁수연은 잠깐 생각하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가는?”
“네가 원했던 거.”
“내가 원했던 거? 난 화린 선배만 있으면 되는데.”
“그거 말고. 군대에서 네가 나에게 배우려고 했던 무공!”
갑자기 남궁수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정말? 조화십삼공을 가르쳐 준다는 거야?”
“계약에 성공해서 오면 계약 기간은 십 년이고, 계약 기간 동안 서로에게 손해가 없으면 다시 십 년 연장하는 걸로 해서 트라빌 곡물 상인들과 계약을 해 오면 알려 주지.”
“선배가 조화십삼공을 내어놓는 걸 보면 보통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
“그건 네가 하기 나름이겠지. 분명한 건 서로에게 손해가 있어서는 안 돼.”
“좋아. 곡물이 얼마나 필요한데?”
“십만에서 십오만 가마니.”
“음, 그 정도면 웬만한 곡물상인 한 명으로는 부족하겠는데.”
“한 명과 계약을 하든, 두 명, 세 명과 하든 상관은 없어. 그건 전적으로 너에게 맡길 테니까. 확실하게 계약만 하고 와.”
“그런데 선배, 계약을 했는데 저쪽에서 틀어 버리면 어떻게 하지?”
남궁수연의 말에 화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겼고,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남궁수연은 오싹함을 느끼면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하지.”
“어…… 그래. 그럼 언제 갈까?”
“준비되면 출발해. 경비는 서 총관이 알아서 줄 거야. 사람이 필요하면 데리고 가도 좋아.”
“귀찮아. 혼자 움직이는 게 낫지. 분명 약속했다, 조화십삼공 전수해 준다고!”
화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궁수연 역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잠시만 기다려. 서 총관이랑 이야기를 조금 나누고 올 테니까.”
“그렇게 해.”
화린이 서대영과 자리를 옮기자, 남궁수연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
“저 양반 웃는 모습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네. 군대 있을 때보다 더 강해진 것 같은데? 제대하고 나서도 싸움박질을 하고 다니는 건가? 어떻게 더 강해질 수가 있지?”
남궁수연은 알다가도 모를 표정을 지었다.
“뭐, 나도 선배에게 조화십삼공을 배우고, 제왕검형을 익히면 선배와 함께 걸어갈 수는 있겠지. 떠나기 전에 가문으로 돌아가서 제왕검형을 달라고 한 번 더 생떼를 써야겠어.”
* * *
화린은 구룡장의 사업장에 대해서 전반적인 상황을 서대영에게 들었다. 그리고 곧 구룡루가 개장하면 구룡루 내에서 소란이 일어날 것을 대비해 구룡루 식솔들의 안전과 시설 보호 차원에서 무인들을 고용해 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이후 모집 공고를 통해서 무인들을 모집하고 화린이 직접 심사를 통해서 고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고 구룡루의 완공이 다가오자, 상남현의 객잔과 기루를 팔고자 하는 객주, 루주들이 장주님을 만나 뵙고자 합니다.”
“팔라고 할 때는 안 팔더니.”
“장주님께서 개업하기 전까지라 말씀하시어 그동안 간을 보았을 것입니다.”
“그럼 그건 내가 강소성에 다녀온 뒤 처리하지.”
“알겠습니다.”
“내가 또 알아야 할 것은?”
“화산파와 종남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왜?”
“그건 제가 알 수 없습니다. 화산파의 장문인께서 만나자고 연락이 왔고, 종남파에서는 송철 장로님이 만나기를 청하였습니다.”
화린은 두 사람이 왜 자신을 만나고자 하는지 영문을 알지 못하였다.
“만날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일단 그 둘도 강소성에 다녀와서 처리할게. 그건 그렇고, 화음현으로 간 단리 남매는 좀 어때?”
“단리소소 님께서는 워낙 성실하시고, 일머리가 좋아 포목점을 잘 운영하고 있고, 단리혁진은 아직은 시행착오를 경험해 봐야 할 듯 보입니다. 하지만 단리혁진 역시 피 속에 상인의 기질이 숨겨져 있는지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리고 남궁수연, 저 친구 본가에 있는 동안 심기 거슬리게 하지 마.”
서대영은 왜 그래야 하는지 묻는 듯한 눈으로 화린을 보았다.
“성격이 아주 개차반이야. 인생 쉽게 산 사람들의 특징이 뭔지 알지?”
“아…… 알겠습니다. 각별히 주의하고, 식솔들에게도 알려 놓겠습니다.”
“서 총관도 무공 열심히 수련하고, 남궁수연을 이기지 못하면 앞으로 계속해서 끌려다녀야 할 거야.”
“장주님이 계시지 않습니까?”
“음…… 내가 손을 쓰다간 죽여 버릴까 걱정이 되어서 그렇지. 난 남궁세가랑 척을 지긴 싫거든.”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 내가 없는 동안 일은 그렇게 처리하는 걸로 해.”
화린은 서대영과 이야기를 끝낸 후에 별채에 머물고 있는 남궁수연을 찾았다.
“어떻게 된 거야? 동춘이 말로는 기습을 받았고, 네가 시간을 벌어 줬다고 하던데.”
두 사람은 가운데 가벼운 주안상을 놓아두고 지난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솔직히 나도 그곳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정신이 없었어. 그러니까 그게…….”
남궁수연은 당시의 상황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그럼 네 생각에는 용친왕부와 손을 잡고 맹호사사혈전대의 정보를 넘겨준 사람이 대장일 가능성이 높단 말이지.”
“그래. 기습을 받았을 당시에 대장은 출타 중이었고, 대원들 모두가 각자의 숙소에 있었어. 그리고 놈들은 정확하게 그 많은 숙박 시설들 중에서 우리가 숙박하고 있는 곳만 골라서 기습을 했으니까. 이거 한두 해 지켜본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 선배가 더 잘 알고 있잖아.”
“음…….”
“내가 그놈들 때문에 속옷도 제대로 입지 못하고 그 거리에서 가슴 드러내 놓고 칼춤을 춘 걸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용친왕부로 쳐들어가서 한바탕 지랄을 떨고 싶다니까.”
화린은 순간 고개를 흔들었다.
“선배, 방금 무슨 생각 한 거야?”
“어? 무슨 생각? 난 생각 같은 거 안 하는 사람인데.”
“아닌데. 방금 뭔가 떠올린 것 같았는데.”
“네 기분 탓이겠지. 내가 생각이 없는 놈이라는 건 우리 대원들이 더 잘 알고 있잖아.”
남궁수연은 화린을 추궁하였지만 화린은 끝까지 부인하였다.
‘만식이 말이 맞군. 일단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면 된다고 하더니, 그게 통했어.’
화린은 안도하며 남궁수연에게 물었다.
“얼굴의 상처는 그때 난 거야?”
아무리 선머슴 같은 여인이라고 해도 여인은 여인이었고, 여인에게 있어 얼굴에 난 상처는 그만큼 스스로를 위축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지금까지 남궁수연은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생활하였기에 잘 느낄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면 얼굴에 난 상처로 인해서 마음을 많이 다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임무 나갔다가 들개들에게 물렸지.”
“들개?”
“길림성에서 위세를 떨치던 백랑천이라는 놈들이 있었는데, 백랑천의 천주와 싸우다 얻은 상처야.”
“네가? 천주랑 싸워? 다른 놈들은 뭐 하고.”
“지들 목숨 귀한 건 알아 가지고, 다들 꽁무니 빼던데. 그리고 선배가 재대한 후에 나를 반기는 자들보다 눈엣가시로 여겼던 자들이 더 많았거든.”
“네가 남궁세가의 여식이라고?”
남궁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침묵을 통해서 화린은 그녀가 얼마나 부대 안에서도 고생을 하였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사파에 속한 무인들이 많았던 맹호사사혈전대에 정파의 무인, 그것도 십대세가 중 한 곳인 남궁세가의 사람이 들어왔으니 얼마나 눈엣가시였을까? 잘 때 암살을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일 것이다.
“그래도 용케 살아남았네.”
남궁수연이 화린을 향해 활짝 웃었다.
“죽을 만하면 선배 얼굴이 떠오르고, 죽었다 싶으면 선배 얼굴이 떠올라서 이를 악물고 버텼지. 그러다 용친왕부 특수부대의 기습을 받았어.”
“그 상황에서 내가 왜 떠올라?”
“조화십삼공 배우려고. 내가 그것만 배우면 가문으로 돌아가서 조부, 부친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화린은 앞에 놓은 술잔을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그런 후에 술잔을 놓고는 손을 앞으로 내밀어 남궁수연의 머리를 엉클어뜨렸다.
“끝까지 강한 척은.”
남궁수연은 기분이 좋은지 활짝 웃어 미소를 보여주었다.
“야, 너는 그 꼴이 되었는데도 웃음이 나와?”
“어. 선배가 앞에 있잖아. 그리고 선배가 조화십삼공도 가르쳐 준다고 그랬잖아. 그러니 웃을 수밖에.”
“이 모지리.”
“어, 오랜만에 듣네. 모지리.”
“어디 얼굴 한번 자세히 보자.”
화린은 가운데 둔 주안상을 치우고 남궁수연과 마주 앉았다.
“왜? 방금 이상한 생각 했지?”
“안 했거든. 이리 얼굴이나 들이밀어.”
화린의 말에 남궁수연이 화린의 얼굴 앞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놓았다.
“그냥 여기서 이승 하직할래?”
“들이밀라며.”
반대로 남궁수연이 역정을 내자, 화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상처 보자고!”
“아, 그거였어?. 에이 씨, 난 또 나 혼자 좋은 생각 했네.”
“아주 죽으려고 환장을 했지.”
화린이 남궁수연의 얼굴에 난 상처를 살폈다.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뭘?”
“예쁜 얼굴에 상처 난 거 보기 그렇잖아.”
남궁수연의 얼굴에 난 상처를 만지는 화린의 손에서 은은한 빛이 흘러나오더니 손끝을 통해 남궁수연의 얼굴로 전달되었다.
“선배, 이거 뭐야? 간질간질거리는 것이 좀 이상한데.”
“조금 참아. 더 늦으면 영원히 상처를 가지고 살아야 하니까.”
남궁수연은 화린의 말에 참고 기다렸다.
화린의 손끝에서 전달되는 이질적인 기운이 남궁수연의 얼굴에 난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하였다.
배교의 술법 중에 고위 술법에 속하는 치료술이었다.
화린이 가볍게 손으로 남궁수연의 상처를 치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화린의 입장에서는 실로 막대한 내공과 집중력을 요하는 술법이었다.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재생 능력을 극대화시켜서 온전한 모습을 갖추도록 하는 술법인데, 재생 능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어야 시술이 가능한 술법이기도 하였다.
무공의 고수이기도 한 남궁수연은 일반인보다 뛰어난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고, 내공을 사용할 수 있어 상처를 입었을 때 몸이 반응하여 치료하거나, 악화되는 것을 막는 능력이 뛰어났기에 지금 가능한 것이었다.
화린의 치료에 의해서 흉터가 완전히 사라지고, 새살이 돋아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이 되었다.
그래도 새살과 원래의 피부색이 조금 달라 완전해지려면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분으로 조금 치장을 한다면 가까이에서 자세히 바라보지 않는 이상 쉽게 찾아낼 수 없을 만큼은 완벽하게 치료가 되었다.
화린의 손이 남궁수연의 얼굴에서 떨어지자, 얼굴의 가려움도 조금씩 사라졌다.
“선배, 괜찮아?”
심력을 많이 소비한 것처럼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을 보곤 남궁수연이 말을 하였다.
“선불을 줬으니 너 꼭 트라빌 왕국으로 가서 곡물 거래 계약 마치고 돌아와야 한다.”
남궁수연은 화린의 말에 손으로 상처 난 얼굴을 만져 보았다. 까칠하던 상처가 있던 곳에서 매끈한 살이 만져졌다.
“서…… 선배…….”
“계약 실패하고 돌아오면 아주 죽을 줄 알아라. 알겠어?”
남궁수연은 활짝 웃으며 두 팔로 화린을 안으려고 하였다.
“에이 씨.”
하지만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는지 입에서는 거친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이럴 때 한번 안아 주면 안 돼? 사람이 왜 그리 정이 없어.”
“내 마음이지.”
화린은 한쪽으로 치워 두었던 주안상을 다시 남궁수연과 자신 사이에 두고 술병을 들어 그녀의 잔을 채워 주었다.
“하여간 전역 축하한다.”
화린이 따라 주는 술을 받는 남궁수연은 활짝 웃었다.
“고마워. 선배!”
“아 참. 동춘이 말을 들어 보니 전역이 아니라 탈영이지.”
“아 씨, 전역이라니까. 선배도 만기 다 안 채우고 제대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