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93)
구룡전기-93화(93/217)
구룡전기 (93)
화린은 구룡장에서 일을 다 본 후에 산양현의 하오문 분타주인 미옥을 만났다.
명목상은 구룡루를 개업하는 데 있어 기녀들의 교육이 잘되어 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요즘 많이 바쁘신 모양입니다. 예전처럼 찾아 주지 않으시니 말입니다.”
“저보다 미옥 님께서 바쁘시니 시간을 빼앗기 뭐해서 그런 것이죠.”
“안으로 드십시오.”
화린은 미옥의 안내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기녀들의 교육은 어떻게, 잘되어 가고 있습니까?”
“차질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주를 파는 가인과 몸을 파는 화인을 구별하여 각기 손님을 대하는 예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이 찾아오는 손님들의 직업을 묻지 않는 것입니다. 손님이 먼저 이야기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일절 삼갈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그리 교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룡루에 찾아온 손님을 다른 기루로 안내하여 그곳에서 만나 자신의 잇속을 챙기지 않도록 해 주시고요.”
“그것도 세뇌시킬 정도로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 찾아오시는 손님이 술에 곯아떨어졌다고 매상을 올리기 위해서 거짓으로 술을 더 놓거나, 혹은 그러한 일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 주세요.”
화린은 미옥과 대화하면서 그녀에게 술법을 사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얻으려 하였다.
“최근 들어 배교의 술법을 익힌 자들이 한두 명씩 보이는 것 같은데, 혹시 이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삼십 년 전 정, 사, 마가 배교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그들을 공격하여 멸문시켰습니다.”
“그건 들어 알고 있습니다.”
“당시 배교의 술법을 찾아 모두 태웠지만 그건 일부에 지나지 않았고, 일부 술법은 무림인들이 은밀하게 빼돌려 익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요?”
“당시 참관했던 정, 사, 마의 무인들이 배교의 술법을 찾기 위해서 배교의 본산 주춧돌까지 다 뒤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화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지만 배교의 진산 술법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찾은 후에 알리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장주님의 말씀대로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무림백대고수 정도의 실력자라면 굳이 술법이 없어도 될 텐데요.”
화린이 배교의 진산 술법들을 익히고 있어 이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본문에서 막힌 벽을 넘기 위해서 술법을 연구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배교의 진산 술법들은 무림백대고수들이라고 해도 쉽게 접근할 수가 없으니 그들이 탐을 내는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렇군요.”
화린 역시 술법을 먼저 익힌 후에 무공을 익혀서 그런지 무공의 성취에 있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였고, 무공을 익힌 지 십 년 남짓 되어 일가를 이룰 만큼 성취를 얻었으니 분명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잘 알겠습니다. 지금 무림은 어떻습니까?”
화린의 물음에 미옥은 자신이 아는 걸 숨김없이 모두 알려 주었다.
“사혈명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세 개의 단체가 괴멸되자, 조금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상한 방향요?”
“무림은 사혈맹, 마교, 정천맹 순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습니다. 사혈맹이나 마교의 영향력 차이는 크게 없었지만 정천맹과는 조금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화린은 미옥이 하는 말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사혈맹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세 개의 단체가 괴멸되니 자연스럽게 사혈맹과 정천맹의 영향력이 비슷해졌고, 마교의 위상이 조금 더 올라갔습니다.”
“드러난 것이 전부는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건 마교도, 정천맹도 마찬가지이니 논외로 치고,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따지면 그렇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화린은 계속하란 뜻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정천맹 안에서 조금은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묘한 기류?”
“정천맹은 당분간 사혈맹이 얌전할 것이라 생각하였는지 내부적으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대립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군요. 기존의 정천맹 세력과 구파일방, 십대세가의 대립인가요?”
“구파일방은 딱히 정천맹의 세력 판도에 신경을 쓰지 않는지라 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천맹과 십대세가라……. 정천맹의 세력이 조금 불리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십대세가에서는 무림 서른여섯 개의 장원과 육십일곱 개의 대문파를 끌어들여 세를 키웠고, 그 결과 정천맹 안에서 그들의 발언권이 강해졌습니다.”
“양쪽으로 나뉘어 있는 것보다는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것이 큰 단체를 이끌어 가는 데 유리하니 그것도 나쁘지는 않군요.”
“지켜보아야겠지만 정천맹 안에서는 그리 반기는 건 아닌 듯합니다.”
“사혈맹은요?”
“내실을 다지는 중입니다. 사파의 고수들을 모집하고 있는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옛날 정천맹의 추적을 받던 자들을 십수 명 받아들였다고 하던데 그중에 음수마적도 있다고 합니다.”
‘표두산 그놈이 무림에서 음수마적이라 불렸다고 그랬지. 그럼 그 십수 명은 맹호사사혈전대에서 도망친 놈들일 가능성이 크겠군.’
“이래저래 사람들을 영입하면 일시적으로는 큰 도움이 되겠군요.”
“그럴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혈맹에서 은밀하게 상인들과 접촉을 하고 있습니다.”
“상인들과요? 전쟁에 사용할 물자를 확보하기 위함인가요?”
이게 아니라면 사혈맹에서 따로 상인들을 만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기존에 지원하는 상인들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영업점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그리고 사혈맹 안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에게 받는 임대료로 충분히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으로 파악을 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상인들이 정천맹에 붙지 못하도록 막는 한편, 상인들을 간자로 사용하려고 하는 건 아닐까 짐작하고 있습니다.”
화린은 하오문의 판단력에 내심 감탄을 하였다.
‘하긴 그동안 많은 경험들을 해 왔으니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겠지.’
“그럼 정천맹에서는 어찌하고 있습니까?”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정천맹의 입장에서는 상인들을 만나 물자를 확보하는 것보다 사천과 중경에서 사령혈마대, 적령혈사대, 구주사망혈루대를 괴멸시킨 기인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그를 왜요?”
“힘을 모으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당시 살아서 복귀한 현무단의 단장 혁지석의 말에 의하면 자신을 도와준 사람은 단 한 사람이었다고 하였지요.”
“그러니까 그를 찾아 앞세우면 어느 정도의 세력을 만들 수 있다는 그런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정천맹의 입장이나 십대세가의 입장이나 아마 같을 겁니다. 물론 조금 더 절실한 쪽은 정천맹입니다.”
화린은 알았다는 듯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마교는요? 여전히 변방과 새외의 세력을 규합하는 중인가요?”
“아닙니다. 저희도 최근에 알아낸 것인데 변방과 새외에서 내로라하는 문파들은 의문의 세력에 의해 거의 괴멸되다시피 하였습니다.”
미옥이 말하는 의문의 세력이라는 것이 맹호사사혈전대를 뜻하는 말임을 잘 알고 있었다.
“마교는 그들이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세력을 확장하는 것을 멈추고 특무대를 창설하여 특수 교육을 시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무대? 특수 교육?”
“거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저희 역시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지만 아마도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화린은 잠깐 동안 홀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배교를 멸망시킬 당시 마교에서는 어떤 자들이 왔죠?”
“마교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십이마군과 이십사마영 그리고 오대마가 중 혈천마가와 악지마가가 참가하였습니다.”
“그럼 당시 배교를 공격하였던 사혈맹이나 정천맹의 무력에 비하면 어느 정도인가요?”
“사혈맹과 정천맹 역시 대단한 인원들을 보내었지만 마교가 파견한 무력에 비하면 한 단계 아래라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럼 배교의 술법을 사혈맹이나 정천맹보다는 많이 확보할 수 있었겠군. 특무대와 특수 교육이라, 어쩌면 배교의 술법을 뜻할 수도 있겠어.’
아니면 자신처럼 무공과 술법의 합일을 이루려고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럼 서로 내실을 다지는 중이니 당분간은 조용하겠군요.”
“아마도 그리되지 않을까 합니다.”
“상림은 좀 어떤가요? 그들에 대한 정보도 하오문에서 취급을 하나요?”
“물론입니다. 지금 상림은…….”
* * *
화린은 미옥을 통해서 대충 무림과 상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화린은 미옥과 헤어져 말을 타고 강소성의 성도인 남경에 도착하였지만 곡물을 실은 화명상단의 배는 이미 도착해서 곡물을 하선한 후였다.
곡물이 수레에 실려 관도를 따라 소주로 향했다는 말을 듣고 화린은 다시 소주로 향했다.
강소성의 소주는 담수호인 태호가 있는 곳으로 많은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가인들의 노랫소리와 함께 태호의 웅장함을 논하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였다.
화린은 소주에 도착하여 화명상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객잔을 찾았다.
화명상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객잔은 태호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주변에 기루도 많이 자리 잡고 있어 주변은 불야성을 이루고, 낮과 밤이 바뀌어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하하, 호호…….”
화린이 이곳에 도착하였을 때는 늦은 밤이었지만 객잔, 기루에서 밝힌 유등으로 인해서 대낮처럼 환하였다.
객잔을 찾아 방을 얻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화명상단에서 운영하는 객잔은 손님을 받지 않았기에 다른 객잔에서 방을 빌려야 했다.
“지금 방이 없습니다.”
“왜요? 손님들이 다 찼나요?”
“화명상단의 사람들이 객실을 다 빌렸습니다.”
“화명상단에서요? 저기 건너편에 있는 객잔은 화명상단의 객잔이 아닌가요?”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저 객잔에는 사람이 아닌 곡물을 방마다 채워 놓았다고 합니다. 아마 인근 객잔의 객방은 화명상단에서 다 빌렸을 것입니다.”
“아, 그렇군요.”
“방을 얻으시려면 뒤쪽으로 돌아가 보셔야 할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린은 객주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돌아서며 인상을 썼다.
‘몇 번 당했다고 잔머리를 제법 굴리는 모양인데. 하긴, 그렇게 당하고 학습 효과가 없으면 그건 사람도 아니지.’
화린은 객잔을 찾아 말을 끌고 객주가 말해 준 곳으로 가며 생각에 잠겼다.
‘곡물을 팔로수로군에 납품한다고 해도 양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곡물을 가지고 올 수 있으니 잔소리 듣고 야단 좀 들으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납품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나에게 기회가 온다.’
영친왕 주영운과 한 약속이었다.
‘그렇다면 중간에서 곡물을 훔쳐야 하는데, 이번만큼은 화정수가 곡물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 거란 말이지.’
화정수가 동원한 무인들과 싸운다고 해도 질 것이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싸움으로 인해 자신의 존재가 노출되는 것을 꺼려 할 뿐이었다.
‘이동 중에 훔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닌데.’
강소성 소주에서 팔로수로군이 있는 절강성의 해염현까지는 늦어도 한나절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아침에 출발한다고 해도 밤이 되면 납품할 수 없을 테니 하룻밤을 절강성에서 보내야 한다.’
곡물을 훔치려면 그때가 마지막 기회이고, 그 기회를 놓치게 되면 곡물은 보급창으로 납품될 것이 분명하였다.
‘확 불을 질러 버릴까?’
가질 수 없다면 불을 질러 납품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아니지. 돈이 얼마인데. 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화린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머리가 굳었군. 일단 객잔을 찾아 방을 빌린 후에 천천히 생각해 보자.’
화린은 객주가 가르쳐 준 곳으로 가서 객잔을 찾아보았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객잔이 눈에 들어왔다. 화린이 객잔 안으로 들어서자, 노인이 다가와 물었다.
“식사하시려거든 지금 시켜야 합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할망구가 잠이 많아서 정리하고 자야 해서요.”
“아, 혹시 방은 있나요?”
“물론입니다. 방이 필요하십니까?”
“네. 방 하나 주시고요. 음식은 할머니께서 잘하시는 걸로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이 말에게도 먹이를 좀 주세요.”
화린은 말을 하면서 노인에게 금전을 하나 꺼내어 주었다.
“지금 거스름돈을…….”
“안 주셔도 됩니다. 그러니 먼 길을 온 말에게 좋은 먹이를 좀 많이 주십시오. 내일 하루는 푹 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