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96)
구룡전기-96화(96/217)
구룡전기 (96)
개업
“구룡루란 도박장이 건설되고 있는 현장이 저기인가?”
“그렇습니다, 마군 님. 운영이 제대로 된다면 제법 큰돈을 굴릴 수 있고, 본교의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법 넓은 부지에 건물은 모두 올라간 상황이고, 건물 안을 꾸미는 중인 듯 공사를 하는 인부들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의 주인이 구룡장이라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자는 아닌 듯합니다.”
“그래?”
“이런 도박장을 개설할 정도이면 어느 정도 담력도 있어야 하고, 또 노리는 자들이 많을 터이니 일신의 무공이나, 혹은 수하들 중에서 제법 고강한 자들이 있을 것이라 사료되옵니다.”
“그래 봐야 이곳 섬서성에서 통하는 정도겠지. 구룡장주를 만나 봐야겠군.”
“제가 모시겠습니다.”
수하인 듯 사내가 앞장서자 마군이라 불린 자가 그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의 뒤를 따라 검은 그림자의 인영들이 함께 움직였는데 대략 열 명은 되어 보였다.
이들이 공사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구룡장에 도착하여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화린과 서대영이 이들 앞을 막아섰다.
“무슨 일이야?”
어리게만 보이는 화린이 뜬금없이 말을 놓자, 앞선 사내가 인상을 썼다.
“구룡장주를 만나러 왔다.”
“내가 장주인데, 누구지? 일면식도 없는 자들인데?”
화린은 말을 하면서 서대영을 보았고, 서대영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혹시 무인 모집 광고를 보고 온 것이 아닐까요?”
“그래?”
화린은 서대영의 말을 듣고 시선을 사내에게 고정시킨 후에 말을 하였다.
“우리 구룡장의 무사로 일하려고 온 거야?”
“뭐? 무사? 어린놈이 장원의 주인이라고 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냐? 혼이 좀 나야 고분해지겠구나.”
“혼? 말하는 걸 보니 우리 집에 일하러 온 사람들은 아닌데. 기분 나쁜 기운을 풍기는 걸 보면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도 않고.”
조용히 서 있던 마군이라는 자가 화린에게 물었다.
“우리 어디서 한번 만나지 않았소?”
화린은 그의 말에 마군이라는 자를 자세히 보다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놈이군. 철사자성 해리손의 옆구리를 쑤신 놈.”
화린의 말에 흠칫하는 그는 그제야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때는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경지를 뛰어넘었구나.’
“이번에는 내 옆구리를 쑤시러 온 건가?”
“아니오. 거래를 위해서 왔소.”
수하에게 맡겨 두었다간 큰일 날 것 같아 직접 나섰다.
“나는 마교의 음서마군이라 하오.”
“음서마군?”
“그렇소. 본교에서 각 성에 거점을 만들…….”
“잠깐!”
화린이 중간에 말을 끊었다.
“어디서 개수작을 부려. 지금 팔다리 하나씩 잘라 줘?”
화린이 갑자기 화를 내는 영문을 모르겠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너네들 계획 들어서 뭐 하게? 그걸로 나를 협박할 생각이야? 이것들이 아주 뿌리째 뽑히려고 작정을 했지. 한번 뽑아 줘?”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오해? 너희들 계획을 나에게 말해 주고, 내가 동참 안 하면 계획을 들었으니 다 죽어 줘야겠다, 뭐, 이런 식으로 나올 거잖아.”
“아니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사정을 말하고 도움을…….”
“이 새끼들이, 황군이 우습지?”
“그게 아니라…….”
―장주님, 황군이랑 우리랑은 관련이 없습니다.
서대영이 황급하게 화린에게 전음을 보내었다.
―그럼 마교랑 싸울 거야?
―그건 아니지만…….
―그럼 가만히 있어. 나서지 말고.
“그럼 앞뒤 다 자르고 필요한 말만 해.”
“알겠소. 본교에 돈을 좀 대어 주시오. 대신 본교도들이 구룡루의 안전을 책임져 주겠소.”
“안전? 그러니까 용역을 할 테니 돈을 달라는 말이냐?”
“그, 그렇소.”
“필요 없어. 당신들 용역으로 썼다가 정파와 사파에 풍비박산이 날 텐데, 내가 미쳤다고 당신들을 용역으로 써.”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본교도들이지만. 마공과 상관…….”
“거기까지. 자꾸 당신들의 비밀 같지도 않은 비밀을 나에게 말하려고 하는데 한 번만 더 어설프게 말했다간 그냥 쳐 죽여 버릴 거니까 그리 알아.”
“이 어린놈의 새끼가 듣자 듣자 하니 예의를 지나가는 개새끼한테 던져 줬나, 입이…….”
짜아악!
말을 하던 사내의 고개가 크게 돌아가며 입안에서 이물질이 몇 개 튀어나왔다.
“어디서 어른들이 이야기하는데 끼어들고 그래.”
‘못 봤다.’
음서마군은 소름이 돋으며 등줄기를 따라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마교를 도와줄 돈도 없고, 도움도 필요 없어. 황군이 미쳤다고 도박장 운영을? 그대들에게 자세하게 말해 줄 수는 없지만 황군 역시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음서마군은 화린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였다.
“팔백만 황군을 상대할 자신이 있거나, 중원대륙에서 황군의 정보망을 피해 달아날 수 있다면 너희들 뜻대로 해도 상관치 않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포기하고 다른 곳을 알아봐. 서 총관!”
“옛, 장주님.”
“이들을 돌려보내고 소금 뿌려.”
화린이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자, 서 총관은 이들을 대문 앞에서 쫓아내었다.
“웬만하면 우리 장주님 기분 잡치게 하지 마십쇼. 성격이 개차반 같은 양반이라 물불 안 가리고 죽이려고 덤벼들지 모르지 말이오.”
끼이이이…… 쿠우웅!
대문이 닫히자, 음서마군은 잠깐 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몸을 돌렸다.
“다른 곳을 알아보자. 이 주변으로는 얼씬도 하지 마라.”
“마군 님.”
“황군과 싸울 수는 없다.”
“거짓말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가 군인이었다는 건 내가 더 잘 알고 있다. 몇 해 전 철사자성에서 그를 보았고, 또 그가 철사자성을 무너뜨리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까. 성도인 서안으로 간다. 그곳에서 거점을 확보한다.”
음서마군이 구룡장을 떠나자, 검은 인영들이 그의 뒤를 따라 이동하였다.
* * *
“잠잠하고 있던 마교가 움직였다는 건 어느 정도 세력을 모았다는 말이 아니겠습니까?”
서대영과 이도문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앉아 화린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호법의 말대로 어느 정도 준비가 끝났겠지. 돈 타령을 하는 걸 보면 그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지원 세력을 흡수했다는 말이기도 하고 말이야.”
“마교가 천산을 벗어나면 무림은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겠군요.”
“그렇다고 금방 전쟁이 일어나진 않을 거야. 마교가 사혈맹과 정천맹을 동시에 상대할 수 없을 테니까.”
“음서마군이 한 말 중에서 마공과 상관없는 자들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중간에 말을 끊긴 하였지만 분명 그렇게 말을 했어.”
“혹시 그들을 이용해서 정파와 사파의 싸움을 부추기는 건 아닐까요?”
“정천맹과 사혈맹을?”
“상대할 수 없다면 상대할 수 있을 때까지 힘을 줄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일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우리 구룡루를 선택한 것이 아닐까요?”
“왜 구룡루에서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데?”
“술 먹고 도박하는 놈들 중에서 제대로 된 놈이 있습니까? 인생의 반을 개차반으로 산 놈들인데 말입니다. 여차하면 배때기에 칼 쑤셔 넣을 놈들입니다.”
“그러니까 서 총관의 말은 돈 잃고 술 처먹고 나의 가게에서 행패를 부린다는 말이지?”
“다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행패를 부릴 수 있는 자들 정도는 되어야겠지요.”
“무인인?”
대답은 안 하지만 그 사람이 무림을 뜻하는 말이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무림에서 왕 노릇을 하려고 한다니까.”
그 말에 서대영이 피식 웃었다.
“왜 웃어?”
“장주님 성격에 무림에서 왕 노릇을 하시면 남아 있는 무림인이 있겠습니까?”
“왜 없어. 내가 얼마나 어질고 현명한 사람인데. 너 지금 나 비웃는 거지?”
“아니, 아닙니다.”
“비웃는데?”
“아닙니다. 결코 비웃는 게 아닙니다.”
화린은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킨 후에 다시 서대영의 눈을 가리켰다.
내가 지켜보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그런데, 장주님.”
“왜?”
“장주님께서는 혼례 안 올리십니까? 사내 나이 스물다섯이면 많이 늦은 편입니다.”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니 안 할 뿐이야. 어느 정도 이루고 나면 하지 말라고 그래도 할 거야. 나는 신경 끄고, 너나 만나는 사람 있으면 데리고 와. 자기도 없으면서.”
이도문은 가끔 두 사람이 말장난을 하듯 싸우는 걸 보면 재미있기도 하면서 또 부럽기도 하였다.
“그런데 서 총관님의 말씀대로 혼례를 올리시고 대를 이을 자손을 얻는 것도 큰일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알고 있어. 그런데 그게 나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니까. 지금은 아니야. 내가 없어도 이 장원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역량이 되었을 때, 그때 생각해 볼 거야.”
“주군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 훗날 그때가 되었을 때 말씀해 주십시오.”
“왜?”
“그래야 주변에 좋은 처자들을 알아볼 것이 아닙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돼. 시간이 지나면 나의 매력에 빠질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그 말을 듣는 순간 서 대영은 손가락으로 귀를 파며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안 그렇더니 갈수록 유치해지는 것 같습니다.”
“조용히 안 해? 다시 황궁으로 보내 버린다.”
“툭하면 황궁으로 보내 버린다고 하질 않나. 그런 유치한 협박 좀 그만하십시오.”
“우리도 나름대로 방법을 간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화린과 서대영이 유치한 말다툼을 하는 중에도 이도문은 앞날을 위해서 물었다.
“해야지. 그건 서 총관이 알아서 할 거야. 조금 부족해 보여도 능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서대영이 능력이 있다는 건 이도문이 화린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살수들을 불러 장원을 지키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살수를 부르는 순간 하오문과 개방에 들통이 날 거야. 지금은 이대로가 좋아.”
“하지만 공격을 받으면…….”
“재빨리 도망칠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거지. 장원은 시간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찾을 수가 있고, 장원을 공격한 자들을 처벌할 수도 있어. 그런데 장원에 이런저런 것들이 많이 있으면 쉽게 장원을 버리고 달아날 수가 없어.”
“아…….”
“압도적인 무력의 우위를 점하지 않는 이상 거점은 그냥 거점으로 활용해야지, 본가로 활용을 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 알고 있어.”
훗날은 어찌 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화린에게 있어 구룡장은 거점의 역할을 하는 장소이지 정착하고 이곳을 기반으로 무엇인가를 이루려고 하는 본가의 개념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호법도 수하들에게 적이 침입하였을 때, 이기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굳이 목숨 걸고 싸우지 말라고 전해 둬.”
“그리하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개인의 판단이 다 다를 텐데.”
“그러니까 이 호법이랑 서 총관이 있는 거잖아. 흐름을 빠르게 읽고 잠시 물러날 수 있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 말이야.”
이런 모습을 보일 때면 대충 사는 것 같아도 모든 것이 그의 계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이 호법은 수하 한 명에게 일러서 마교가 활동을 시작했다는 걸 하오문에 흘려.”
“그러다 그놈들이 장원으로 쳐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서대영이 물었다.
“안 와. 그리고 하오문에서 외부로 발설하지 않을 거야. 먼저 자신들의 안전을 확보하려고 하겠지.”
두 사람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만 해도 몇 달은 훌쩍 지나갈 테니까 우리가 이 사실을 알렸다는 걸 마교에서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을 거야. 그 몇 달이라는 시간이면 하오문이 마교의 움직임을 포착하고도 남을 시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