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97)
구룡전기-97화(97/217)
구룡전기 (97)
“구룡장에서 무인들을 모집한다는데. 그 소문 들었어?”
“들었지. 이제 곧 구룡루가 개장하니까 구룡루의 경비를 맡길 무인들이 필요한 모양이던데.”
“우리 같은 사람들도 채용을 해 줄까?”
“아서라. 최소 일류 고수는 되어야 채용해 준다고 하니까.”
“일류 고수? 그런 고수들이 고작 경비를 한다고?”
“그건 모르지. 보수만 많이 주면 그보다 좋은 보직이 어디 있을까? 들어 보니 이번에 어린아이들도 많이 뽑았고, 절색의 여인도 몇 있다고 그러던데.”
“누가?”
“요 아래. 옛날 오송루의 루주 미옥이가 구룡루에서 일할 기녀들을 교육시키고 있잖아.”
“그건 나도 들어서 알고 있지.”
“구룡장에서 인수한 기루들을 찾아가면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지금부터는 기루에서 손님을 받는다고 왕자춘이 그러더군.”
“왕자춘이?”
“그래. 시범 운영 같은 거로 생각하면 된다고 그러던데. 다른 기루의 기녀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하더군.”
“최근에 기루의 주인들이 기루를 다 구룡장에 팔았잖아.”
“그러니까 그 몇 개의 기루에서 시범 운영 같은 걸 한다고.”
“노름은?”
“그건 안 하지, 불법인데. 그런데 듣기로는 고위관료들이나 유지들에게는 은밀하게 제공한다는 소문이 있긴 있더군.”
“그럼 이번에 산양현에 일자리가 많이 생기는 거지?”
“아마도 그렇게 될걸. 지금 구룡루 주변의 상인들은 많이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던데.”
“구룡장이 산양현에 들어서고 나서 이곳이 정말 좋아졌지.”
“그렇지. 왈패들을 쫓아냈지, 적호문도 망해 버렸지, 현에서 어려운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처리해 주지. 구룡장주가 버릇이 없다는 소문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현을 위해서 노력하면 버릇은 조금 없어도 되지. 안 그래?”
“그래도 장원의 식솔들에겐 잘해 준다면서.”
“어디 장원의 식솔들뿐일까? 기루에서 일하는 기녀들은 물론 객잔의 점소이까지 다 챙긴다고 하더군. 단리소소 님과 단리혁진이 최근에 화음현에서 포목점과 객잔을 열었는데 그게 구룡장에서 열어 준 것이라고 하더군.”
“그래? 그럼 그들이 운영하던 상점은?”
“밑에 있는 아이들이 받아서 관리하는 모양이던데. 점소이 요삼이 객잔의 점주가 되었잖아. 아주 열심이야. 적호문이 있을 땐 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는데 지금은 팔자 폈지.”
그때, 이들의 이야기를 한쪽에서 듣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뭔가를 생각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구룡장이라……. 어쩜 괜찮을지도.’
* * *
구룡루에서 일할 무인을 뽑는 데는 인원이 찰 때까지 기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렇기에 하루에 한두 사람씩 찾아와 자신의 무공을 뽐내며 구룡루에서 일하기를 원했지만 화린의 눈에 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제일 자신 있는, 혹은 강한 무공으로 한 식경 안에 나의 옷깃이라도 스치면 합격.”
화린의 시험 방식은 단순하였지만 합격하는 사람은 며칠 동안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화린이 마음만 먹고 피해 다니면 무림백대고수가 와도 합격을 하지 못하겠지만 화린은 무공 시험을 핑계로 개인의 잠재력을 보는 것이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이들이라면 삼류, 혹은 이류 무인이라고 해도 받아들여 기본적인 무공을 가르쳐 키우면 된다. 그렇기에 처음부터 구룡루를 지키는 무인이 아닌 구룡장의 무인으로 만들기 위해서 가능성이 있는 이들을 위주로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는 단 한 명도 화린의 마음에 드는 이가 없었다.
“어째, 장주님의 옷깃을 건드는 사람이 한 명도 없누.”
“그러게 말입니다. 우리 장주님의 무공이 대단한 모양입니다. 아니면 저들이 시원찮은 건지.”
“저들이 시원찮겠지. 무공을 익힌 사람들은 하늘도 막 날아다니고, 강 위로 뛰어다닐 수도 있다던데.”
“에이, 사람이 어떻게 그래요?”
“소문 못 들었어? 장강 위를 뛰어다니면서 싸움도 했다고 하던데.”
구룡장의 식솔들이 구룡장의 무인이 되기 위해서 찾아온 이를 보고 안타깝다는 듯 말하였다.
“그만 훔쳐보시고, 석식 준비를 하시지요. 저 사람은 장주님의 옷깃을 만질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서대영이 조용히 나타나 식솔에게 말하자 그들은 서대영에게 고개를 숙인 후에 그 자리를 떠났다.
“성격도 참 고약하시지.”
서대영은 마치 쥐를 가지고 노는 고양이를 보듯 화린을 보았다.
“살살하지. 저러다 한 사람도 못 구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그때, 한 사람이 구룡장의 대문을 넘어 들어섰다. 서대영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어쩌면 한 명은 고용하겠네.”
서대영은 발길을 옮겨 구룡장 안으로 들어온 사내에게 다가갔다.
“구룡장에서 총관을 맡고 있는 서대영이라고 합니다. 무슨 일로 본 장원을 찾아 주셨습니까?”
“구룡루의 경비를 책임질 무인을 뽑는다고 하여 찾아왔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마침 지원자가 있어 장주님께서 시험을 보고 계십니다.”
“시험?”
“옷깃을 건들면 합격이라고 하는데 지금까지 성공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내가 시선을 돌려 대련하고 있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제가 질문을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일신의 무공이 고강하여 구룡루가 아니라 다른 문파, 세가에서도 서로 초빙을 할 것 같은데, 왜 여기에 지원을 한 것입니까?”
“사실 지금까지 한 단체에 몸을 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전 중에 많은 수하들을 잃었고, 내 자신이 참으로 못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의 성과를 얻어 우쭐하다 수하 수십 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자괴감에 더 이상 그곳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 그러한 일이 있었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아픈 곳을 건드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에게 있어 아픈 손가락이 되는 일임을 서대영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역시 동창 출신으로 임무 중에 많은 동료들을 잃어 본 경험이 있었다.
―총관님, 그자는 정천맹 현무단의 단장 혁지석입니다.
이도문이 구룡장을 찾아온 혁지석에 대해 서대영에게 알려 주었다.
―그런 자가 왜?
―그건 알 수 없지만 소문에 의하면 현무단이 중경에서 사혈맹의 무력 부대와 격돌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괴멸되었다고 합니다.
―아, 잘 알겠습니다. 우리 장주님께서 뜻하지 않은 큰 힘을 얻게 되었군요.
―혁지석이라면 주군께 큰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끝난 것 같은데 함께 가 보시지요.”
서대영은 혁지석과 함께 화린에게 갔다.
“구룡루의 무인이 되고자 찾아온 사람입니다.”
화린은 그를 보고 활짝 웃으며 말하였다.
“합격!”
“아니, 장주님, 저 사람은 왜 시험도 안 보고 합격을 시켜 줍니까?”
떨어진 무인이 억울한 듯 물었다.
“장맛을 꼭 찍어 먹어 봐야 아나?”
“그런데 전 왜 찍어 먹어 봅니까?”
“넌 의심스러웠거든. 똥인지 장인지 말이야.”
똥이라는 말에 사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왜, 기분이 나빠? 어디서 사주를 받아서 왔는지 모르겠지만 익힌 무공을 숨기고 어설프게 정파인 척 행동하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사내가 흠칫하였다.
“보아하니 익힌 무공이 흑도의 무공 같은데, 하오문의 사람이라면 돌아가. 당신 같은 사람 몇 명 왔다가 그냥 돌아갔거든. 그래도 또 오겠지? 아마 백 번 와도 백 번 다 결과는 같을 거야.”
“나는 하오문의 사람이 아니오.”
“그럼 말고. 하여간 당신은 불합격, 저 사람은 합격. 불만 있으면 한 번 더 해도 좋고, 단 이번에는 나도 공격할 테니까 어디 하나 부러질 각오 하고 시험을 봐.”
화린이 공격한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숙였다.
한 식경 동안 공격해도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는데 그가 공격하면 꼼짝없이 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저는 정말 시험을 안 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내가 그 정도는 사람을 볼 줄 안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안 봐도 돼.”
화린은 이미 그를 본 적이 있었기에 굳이 시험 같은 건 필요가 없었다.
“굳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잖아. 서 총관.”
“네.”
“난…… 저기, 이름이?”
“혁지석이라고 합니다.”
“아, 난 혁 단장이랑 구룡루에 다녀올 테니까 그렇게 알아.”
혁지석은 갑자기 자신을 단장이라 부르는 화린 때문에 조금은 얼떨떨하였다.
“앞으로 우리 구룡루의 안전과 무인들을 이끌어 줘야 하니 그 정도의 직함은 있어야지.”
“아…….”
“밥은 혁 단장이랑 객잔에서 먹을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알겠습니다.”
“새로운 일터를 구경하러 가 봅시다.”
화린이 걸음을 옮기자, 혁지석은 영문을 몰라 하는 표정이었고, 서대영이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가끔 저리 엉뚱한 면이 있습니다. 함께 지내다 보면 적응하게 될 것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얼른 가 보십시오. 기다리는 건 딱 질색인 사람이니 말입니다.”
혁지석은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 화린을 따라나섰다.
안으로 들어와서 본 구룡루는 멀리서 눈으로만 보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구룡루는 오 층 전각이 가운데 세워져 있고, 삼 층 전각들이 부채 모양으로 위치해 있었다.
부채 모양으로 위치해 있는 삼 층 전각과 중앙의 오 층 전각 사이에는 다리가 놓여 있었는데 중앙 전각과 삼 층 전각을 오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였다.
“여기가 구룡각.”
중앙에 있는 오 층 전각의 이름은 구룡각이었고, 부채 모양으로 위치해 있는 삼 층 전각들의 이름은 사군자를 뜻하는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이름을 따왔다.
“구룡각의 일 층은 전장과 휴게실 그리고 가볍게 차를 마실 수 있는 다향으로 구성되어 있어.”
화린은 혁지석에게 구룡루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려 주었다.
“일반 도박장과 달리 우리 도박장은 하루에 도박할 수 있는 돈을 제한할 거야. 그리고 돈은 우리 도박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도박 전용 화폐로 교환해서 그 돈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거야.”
“돈이 있어도 더 못 한다는 것입니까?”
“하루에 금 열 냥으로 제한할 거야. 그럼 돈 잃은 놈은 행패를 부리고 그러겠지. 그런 놈들을 조용히 타일러서 다음 날에 또 와서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우리 식솔들이 하는 일이고, 그런 가운데 시비가 일어날 수 있으니 그걸 해결하는 일이 혁 단장을 비롯하여 무인들이 해야 할 일이야.”
“알겠습니다.”
“그럼 이 층으로 올라가지.”
이 층은 식당으로 이곳에 도박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러 오는 손님들을 위해서 마련된 곳이었다. 삼 층부터가 객잔과 기루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모두가 방으로 꾸며져 있었다.
한 층에 객실이 스무 개씩 준비되어 있었고, 삼 층에 매, 난, 국, 죽으로 갈 수 있는 다리가 연결되어 있었다.
“외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 모두 방으로 만들었어. 안에서 먹고 자는 것이 가능하도록 가구를 배치했지.”
“작은 집과 같겠군요.”
“그리 생각하면 편하겠지. 이곳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주로 도박장에서 돈을 따거나, 잃거나 하시는 분들이겠지.”
혁지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화린은 다리를 통해서 매화각으로 갔다.
“여기는 도박장. 도박은 일 층과 이 층에서 이루어지고, 삼 층은 간단하게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음식을 조리할 주방이 마련되어 있지.”
“다른 곳도 같은 구조입니까?”
“어. 그런데 용도가 달라.”
“용도가 다르다는 건……?”
“매화각은 친구들과 함께 도박을 할 수 있는 곳이지.”
“친구들?”
“멀리서 친구들과 함께 찾아오신 분들도 있겠지. 그런 사람들은 처음부터 낯선 사람과 어울려 도박을 하는 게 어색할 거야.”
화린은 각 전각에 대한 특징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매화각은 친구들과 함께 재미로 도박을 하는 곳으로 도박의 종류도 다양하게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럼 친구들 중에서 한 명이 돈을 따게 될 거야. 그 돈으로 그 친구가 구룡각에서 술을 살 수도 있겠지.”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이래저래 조금씩 버는 거지.”
난초각은 혼자 도박장을 찾는 이들을 위해서 도수들이 직접 그들을 상대하여 도박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주사위, 짝패, 화패, 마작 등 나름대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준비한 곳이었다.
국화각은 전문 도박꾼들, 즉 도수들이 자존심을 걸고 도박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둔 곳이었다. 물론 전문 도박꾼이 아닌 일반인이 이곳에서 도박을 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사전에 이런 사람들이 도박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공지하고, 전문 도수들에게 돈을 걸어 이기고 지는 걸 맞추는 도박도 함께 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한 곳이었다.
“예상하기엔 국화각에서는 차와 술이 많이 팔릴 것 같아. 도박의 고수들이 명예를 걸고 도박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꽤나 재미가 있을 테니까. 그리고 우리가 인정한 꾼들에 대해서는 금액 제한을 하지 않을 생각이야.”
“그건 왜 그렇습니까?”
“그들은 돈을 따기 위해서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도박을 할 테니까.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들은 큰돈이 오가는 걸 보면서 흥분하겠지.”
혁지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지막으로 죽각은 신분의 비밀을 지켜 달라고 하시는 손님들에 한정해서 개방되는 곳으로 혁 단장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곳이기도 해.”
“신분의 비밀을 지켜 달라는 건?”
“황족, 왕족, 고관대작, 무림 문파의 수장들 등 도박한다고 소문나면 안 되는 사람들 말이야. 그럴 리는 없겠지만 화산파의 장문인이 도박을 한다고 소문이 나면 좀 그렇잖아.”
“아, 그렇군요.”
“여기는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가면이 제공되고, 전문 도수가 그들이 즐길 수 있도록 보조해 주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
“그럼 도수들과 손님들 간의 거래도 있을 수 있겠군요.”
“그렇지. 그런 놈들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손목과 발목을 날려 버려.”
“발목까지 말입니까?”
“상과 벌은 늘 과해야 하는 법이야. 그래야 다른 생각을 못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