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es of the Nine Dragons RAW novel - Chapter (99)
구룡전기-99화(99/217)
구룡전기 (99)
“구룡루가 개업을 하였다고?”
“그렇습니다. 개업을 한 지 보름이 지났는데 구룡루의 소문을 듣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고 있는 중입니다. 우스개로 섬서성의 돈은 구룡장에서 다 벌어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섬서성에 뿌리를 내린 사파의 문파 중에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음사문은 구룡장과 얽힌 일이 잘 풀리지 않자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있었는데, 구룡루의 개업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인다는 소문을 듣고 다시금 관심을 가졌다.
“그뿐 아니라 구룡루로 인해서 인근 일대에 사람이 북적거려 다른 영업을 하는 상점들도 매상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산양현에는 우리 쪽 문파가 아직 없지?”
“그렇습니다. 흑사방이 멸문하고, 인근 상남현의 적호문도 멸문하는 바람에 산양, 상남, 상주 현 이 세 곳에는 우리 쪽 문파뿐만 아니라 왈패 패거리도 없습니다.”
“거리의 왈패들도?”
“구룡장에서 그들을 정리한 후에 일체 뿌리를 내리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왈패 패거리가 생겼다는 소리만 들어도 가서 박살을 내어 쫓아버린다고 합니다.”
“그래. 구룡장, 구룡장이 있었지.”
음사문의 문주 사도형은 총관인 사마우의 보고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들과 엮여서 현 장로와 음살대가 당했지.”
사도형은 옛날에 일어난 일을 떠올리며 볼을 씰룩였다. 실제로 구룡장과 연관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으니 적호문이 멸문당하면서 그 일로 보낸 이들이 숨은 고수들에게 목숨을 잃었으니 구룡장의 인연은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그렇습니다. 그 일로 계속해서 알아보고 있지만 그 당시에 나타났던 자들은 종적을 감추고 지금까지 오리무중입니다.”
“구룡루가 돈을 많이 벌면 파리들이 많이 꼬이겠지?”
“그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크게 소란이 일어나진 않고 있답니다.”
“그래?”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정천맹의 현무단 단장이었던 혁지석이 구룡루의 경호 책임자로 있다고 합니다.”
“뭐?”
사도형은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되물었다.
“혁지석이 왜?”
혁지석은 자신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그런 고수였다.
“사천과 중경에서 있었던 정사전으로 인해 현무단이 와해되고, 그 자괴감에 정천맹을 떠나 구룡루로 간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니, 내 말은 절정의 고수가 자신의 문파를 세우거나 다른 문파에 가지 않고 왜 기루의 경비를 하기 위해서 갔느냐는 말이다.”
“그건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사도형은 생각이 깊어졌다.
혁지석이 구룡루에 있다면 구룡장주를 협박하여 구룡루에서 나오는 수익의 일부를 얻기 힘들어서였다.
“가까운 사파 문파는?”
“현중현에 자리 잡고 있는 백중파입니다.”
“백중파보다는 우리가 더 가깝지?”
“그렇습니다. 실질적으로 그 일대는 정파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가 사파의 활동이 힘들 겁니다.”
“왜 그리 생각하는 거지?”
“서쪽으론 종남파가 있고, 위로는 화산파가 있습니다. 사파의 도움을 받으려면 섬서성보다는 하남성이 더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남성?”
“그렇습니다. 지난날 하남성의 사혈맹 지부인 혈사파의 장문인 혈수무정 나성기가 죽은 후에 혈사파는 그 흉수를 구룡장으로 지목한 적이 있습니다.”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그쪽은 적지문과 온수파가 혈사파의 위치를 노리고 있다고 그러던데.”
“최근까지 그런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이란 부인이 직접 나서자 두 문파의 도발이 조금 사그라졌습니다.”
“하여간 대단한 여인이야. 그 아비에 그 여식이 아니랄까 봐.”
사도형은 당연하다는 표정과 함께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밑을 살살 간질였다.
뭔가 생각할 때면 나오는 버릇이었다. 이 버릇을 잘 알고 있는 사마우였기에 그가 생각을 정리할 때까지 기다렸다.
“나성기가 죽은 이상 제아무리 혈사파라고 해도 혁지석을 상대할 수는 없을 테지.”
“이란 부인의 무공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그녀가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아닙니다. 못해도 그녀의 부친인 백마사의 이천국 문주 정도는 되어야 혁지석을 상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뜻하지 않은 복병이군. 나와 이란 부인이 손을 잡으면 혁지석을 상대할 수는 있겠지만 피해가 크겠지.”
“문주님께서 당하지만 않으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나만 아니면 된다?”
“협맹을 맺고 구룡루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다 이란 부인이 다치거나 죽게 되면 그 명분으로 그녀의 아비인 이천국이 나설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사도형은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 보았다.
“이천국이 나서면 혁지석을 제압할 수 있다고 확신해?”
“그렇습니다. 이천국은 무림백대고수 중 한 명입니다. 운이 없게도 산동성에는 황보가를 비롯하여 악가를 비롯하여 제가, 열혈문과 같은 세가 강한 문파들이 공존하고 있어 산동성의 패자라고 단언할 수 없을 뿐입니다.”
“그럼 이란 부인이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겠군.”
“그리하면 좋겠지만 이상함을 느끼고 조사가 들어올 수 있으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혁지석이 이란 부인을 죽이는 상황을 만들어 내는 것이 좋습니다.”
“어떻게?”
“일단 이란 부인에게 협력할 것인지 서신을 한 장 보내 보시지요. 그 안에 그럴싸한 계획을 만들어 내겠습니다.”
“좋아. 그렇게 해. 그리고 자네는 나와 함께 구룡루에 가 보세. 얼마나 장사가 잘되는지 두 눈으로 봐야 할 것이 아닌가?”
사마우는 사도형의 결정에 고개를 숙였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 * *
구룡루가 개업한 지 보름이 되었지만 단 한 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었다. 구룡루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인해서 열두 시진을 쉬지 않고 영업을 하여서였다.
이로 인해 구룡루는 밤이면 불야성을 이루었고, 낮이면 인산인해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이 북적였다.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드니 자연스럽게 소매치기와 같은 도수들도 모여들고, 구걸하는 거지들도 모여들었다.
“정말 대단하군. 개업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사람들이 북적이다니.”
사도형과 사마우는 산양현의 구룡루를 찾아왔다.
본시 소문이란 과장되기 마련인데 지금의 구룡루를 보면 오히려 소문이 조금 축소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도 안으로 들어가 왜 이리 사람들이 많은지 구경해 보세.”
두 사람은 구룡각 일 층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십시오.”
입구에서 안내하는 점원이 두 사람을 환한 미소와 함께 반갑게 맞아 주었다.
“우리 구룡루에는 처음 오십니까?”
“그렇다네.”
“저희 구룡루는 본각인 구룡각과 부각인 매, 난, 국, 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내가 필요하시면 안내인을 배정해 드리겠습니다.”
“안내인?”
“저희 구룡루는 일반 기루와는 그 성격이 조금 달라서 안내를 받으시면 조금 더 빠른 이해를 도울 수가 있고, 그게 아니면 천천히 구경하시면서 알아 가도 됩니다.”
“그런가? 그럼 안내인에게 안내를 받으면 값을 치러야 하는 건가?”
“정해진 값은 없습니다. 다만 안내가 만족스러워 주는 수고비는 손님들의 넓은 마음에서 지급하는 것이니 저희가 딱히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사마우는 사도형을 보았다. 그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사마인은 안내인을 소개해 달라고 말하였고, 점원은 곧 한 여인을 불렀다.
“두 분을 안내해 드릴 자영이라고 합니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자영이라는 여인이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그들을 안내하였다.
두 사람이 자영을 따라가자 곧 점원을 향해 한 사람이 걸어왔는데, 구룡루의 경호를 책임지는 혁지석이었다.
“저 두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
“모릅니다.”
“저 두 사람이 음사문의 문주와 총관이야. 얼굴 잘 기억하였다가 앞으로 저 두 사람이 찾아오면 안내하고 나부터 찾아.”
점원은 놀란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저 두 사람을 살필 터이니 자네는 경호 무사들에게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쓰라고 전해.”
“알겠습니다.”
혁지석은 심호흡을 크게 한 후에 두 사람의 뒤를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두 사람의 안내를 맡은 자영은 걸어가며 물었다.
“혹여 놀이를 즐기시렵니까?”
“놀이?”
“노름을 말하는 것입니다. 노름, 도박이라는 말은 어감이 안 좋다고 놀이란 말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괜찮군. 왔으니 한번 해 봐야 하지 않겠나?”
“그럼 돈을 놀이에 사용되는 돈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저희 구룡루에서 놀이를 할 때는 한도 금액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습니다.”
“한도 금액?”
“그렇습니다. 하루 최대 금전 열 냥으로 그 이상은 할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런가?”
“너무 도박에 몰입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루주님께서 생각하신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 대부분은 놀이를 하기 위해서 찾아오시는데 돈이 있다고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다른 손님들이 즐길 수가 없으니 그러한 조치를 한 것입니다.”
“그럼 돈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저희 구룡루의 규칙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다시 금전 열 냥의 돈으로 놀이를 즐길 수 있으니 큰 불만은 없을 것입니다.”
“돈 잃고 자리에서 일어나면 화병이 날 텐데.”
“그런 분도 계셨지만 천천히 설명을 해 드리면 또 이해해 주시곤 합니다.”
“설명?”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말들이지만 결국에는, 지금 돈을 잃어 흥분을 하신 상태이고 본전을 찾기 위해 더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것이니 잠시 쉬면서 놀이에서 패한 이유를 천천히 생각해 보신 후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놀이를 즐기면 잃었던 돈을 되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말들입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어 크게 화를 낼 수는 없을 듯하다.
“그래도 끝까지 도박을 하겠다고 하면 어찌 되느냐?”
“쫓아내 버립니다.”
“쫓아내?”
“네. 어디를 가든 규칙이라는 것이 있고, 그 규칙을 지키지 않을 때는 내보내는 것이 많은 사람들이 놀이를 즐기는 데 더 유익하다고 판단을 하여서입니다.”
“그렇군. 그럼 어디 도박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을 바꿔 보세. 여기 금전 열 냥이 있네.”
“저에게 주시는 것이 아니라 저를 따라 오십시오.”
자영은 이들을 데리고 환전소로 갔다.
“이곳에서 환전하시면 됩니다.”
이들은 자영의 말대로 각 금전 열 냥씩 환전을 하였는데 구룡루에서 쓰이는 돈은 구리로 만든 사각형 모양의 작은 표처럼 생겼는데 그 위에 일, 십, 백, 천이라는 글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고, 색깔도 달라 한눈에 이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구분이 명확하였다.
“조금은 생소하군.”
“그럼 돈을 따면 어찌 되는 건가?”
“이곳으로 와서 가진 금표를 주시면 금액대로 환전을 해 줍니다.”
“아, 이걸 금표라 부르는가?”
“그렇습니다.”
“나쁜 마음으로 외부에서 이걸 만들어서 안으로 가지고 오면 어찌 되나?”
“제작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서 만들면 손해라고 들었습니다.”
“아, 그럼 몰래 가지고 나가서 팔면 어찌 되나? 더 큰 이득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저도 그리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루주님께서 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뭔가?”
“고물 값은 반의 반도 받지 못한다고 말입니다.”
그 말을 들은 사도형이 소리를 내어 크게 웃었다.
“그게 정답이군. 밖에서 만들면 돈이 많이 들고, 이걸 팔면 환전하는 것보다 덜 받으니 만들 사람이 없다는 그런 말인가?”
“그렇습니다. 뭐, 간혹 미친놈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만들 수는 있겠지만 재미로 한두 번이지 지속적으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사도형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런 걸 보면 구룡장의 장주가 머리를 제법 잘 굴렸다는 생각을 하였다.
“환전을 하셨으면 저를 따라오십시오.”
자영은 구룡각의 이 층 시설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 준 뒤에 이 층으로 올라갔다.
이 층에도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먹고 있었는데 모두가 구룡루에 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생각보다 장사가 잘되는 모양입니다. 여기서 먹은 요리 값만 해도 돈이 제법 될 텐데 말입니다.
“이곳은 식당입니다. 먼 곳에서 오신 손님들께서 끼니를 거르셨거나 혹은 놀이 중에 출출할 때 이곳에서 음식을 주문하여 배를 채우는 곳입니다.”
띠리리리링…… 띠리링…….
식당 한쪽에서는 기녀들로 보이는 여인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이 층에서 식사를 하는 이들은 연주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듯하였다.
“저건 그다지 흥미롭지 않은 것 같은데.”
“루주님께서 식사를 하시는 손님들이 편안하게 음식을 드실 수 있도록 배려한 것입니다.”
“저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바쁜 모양이네.”
“그렇긴 하지만 식사를 마칠 때까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수는 없으니 저들 중에서 음악을 듣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루주의 생각이 깊군. 이곳의 루주가 구룡장의 장주님이신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구룡루를 실제로 운영하시는 분은 미옥 님이십니다.”
“미옥?”
“이전 오송루라는 기루를 운영하셨던 분이신데 그분이 구룡루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그럼 구룡장주는?”
“신경은 많이 쓰시지만 기루에 대해서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으니 지금 많은 공부 중이십니다.”
알려 주지 않아도 될 이야기까지 자세하게 말하는 자영이 마음에 들었는지 두 사람은 자영에게 십이라 쓰여 있는 금표를 하나 주었다.
“자네의 안내는 오늘 하루만 받을 수 있는 건가?”
“아닙니다. 저를 지명하시면 내일도 제가 두 분의 놀이에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