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0)
먼치킨 길들이기 10화
* * *
“입맛에 맞으세요?”
세이어가 머그잔을 든 키네미아에게 웃으며 물었다.
입맛에 맞느냐니? 키네미아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거 그냥 우유잖아.”
“아, 설탕이라도?”
“아니, 됐어.”
“라나! 대공녀께서 설탕은 필요 없으시다잖아!”
챙그랑!
키네미아는 들고 오던 설탕을 다시 집어 던져 버리는 라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대공녀, 덥진 않으시죠? 부채라도 부쳐 드릴까요?”
“뭘 귀찮으시게 그런 걸 물어봐. 언제까지 시킨 것만 하면서 수동적이게 살 거야? 그냥 알아서 부쳐 드려.”
라나가 어디선가 부채를 가지고 와서 묻자 세이어가 지시했다.
키네미아는 간지럽히는 것처럼 부는 바람을 맞으며 눈을 흐리게 떴다.
“그런데 대공녀께서는 베히모스에 뭘 의뢰하려고 하시는지.”
“저희는 제작 전문인데- 읍.”
세이어가 라나의 입을 틀어막고 고개를 젓더니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
“고양이도 찾습니다.”
손을 끄집어 내린 라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고양이 찾기 전문가들입니다.”
“얘가 한 번 울기만 해도 고양이들이 아주 자지러져서 달려옵니다.”
“얘가 한 번 살랑거리기만 해도 고양이들이 아주 미쳐서 달려옵니다.”
뭐든 시켜만 준다면 무릎이라도 꿇을 것 같은 둘을 보며 키네미아는 눈시울을 붉혔다.
……배 많이 고팠구나.
“고양이는 없고…….”
키네미아가 운을 띄우자 라나가 말을 바꿨다.
“그럼 개도 잘 잡습니다.”
세이어가 라나를 팔꿈치로 치며 말을 고쳤다.
“잘 ‘찾습’니다.”
그에 라나는 세이어를 가리키며 빙긋 웃었다.
“얘가 개도 잘 ‘모십’니다.”
툭, 툭, 팔꿈치로 서로를 치던 둘은 결국 눈짓으로 서로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저 여자들, 미친 것 같은데.”
지켜보던 에이얀이 키네미아에게 커다랗게 귓속말을 했다.
“다 들려…….”
조용히 말한 키네미아는 에이얀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저 언니들이 저래 봬도 엄청난 능력자에, 미래에는 돈을 갈퀴로 쓸어 담으실 분들이란다.
키네미아는 도로록 눈을 굴려 세이어와 라나를 한 번씩 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리온은 베히모스에 투자를 하려고 해.”
“투, 자요?”
예상치 못했던 말인지 세이어가 말을 버벅거렸다.
“투자 비용은 아끼지 않을 거야. 대신 리온은 베히모스와의 독점 계약을 원해. 아예 리온의 산하 길드로 운영했으면 하는데.”
호록, 말을 끝내고 우유를 마신 키네미아가 둘을 관찰했다.
굽실거리던 라나가 허리를 편 채 팔짱을 꼈고, 세이어는 배 위에 두 손을 깍지를 껴 모은 채였다.
‘방어적이네.’
아마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일 것이다.
갑자기 투자를 해 주겠다니, 누군가가 애들을 앞세워 사기라도 칠 생각인지도 모른다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너무, 갑작스러운 제안이시네요.”
키네미아의 예상처럼 세이어는 방어적으로 말을 돌렸다.
“저희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아마 알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어머니는 영웅 아이리아 리온이었어.”
“아……!”
“아!”
세이어와 라나가 탄성을 내질렀다. 제국민이라면 아이리아 리온이 키네미아의 어머니라는 건 몰라도, 그녀 자체를 모를 리가 없었다.
“어머니는 이곳저곳에서 검을 사 모으시면서 장인을 발굴하는 게 취미셨는데, 대공 성에 너희가 제련한 검도 들어온 적이 있어. 그때 그 검, 굉장히 흡족해하셨지.”
베히모스를 데려오기 위해 하는 거짓말은 아니었다. 아이리아 리온은 묻혀 있는 신인 발굴을 위해 힘썼고 실제로 베히모스의 검도 창고에 있으니까.
“물론 아쉽게 묻힌 장인들을 발굴하려는 취지도 있지만, 내게는 다른 목적도 있어.”
키네미아가 두 손으로 머그잔을 잡고 휘휘 돌리다가 눈을 들어 올렸다.
“나는 마물에 대항할 수 있는 검을 만들고 싶어.”
“마물이요?”
“정확히 말씀해 주세요.”
라나가 고개를 갸우뚱하는 데 반해, 세이어는 무언가를 감지한 듯 흥미를 보여 왔다.
“요즘 던전도 늘어나고, 새로운 고위 마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는 건 들어 봤지?”
“아, 예. 이런 시골에도 종종 나타나긴 하더라고요.”
“아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고위 마물의 피에는 독이 있거든. 문제는 독에 철이 녹아 버려서 검을 자주 갈아 주어야만 해.”
“아, 그렇군요.”
세이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마물의 독에 버틸 수 있는 검. 마물의 뼈로 제련한 검을 만들고 싶어.”
“뼈로요?”
“마물의…… 뼈?”
“응, 보통 대장장이들은 마물의 뼈를 제련할 수 없겠지만, 너희는 대장장이면서 오러를 쓸 수 있잖아.”
“그걸 어떻게…….”
“엄마가 알려 주셨어. 이건 오러를 사용해 제련한 검이라고.”
“그런…….”
세이어가 말을 흐렸다.
옆에 서 있던 라나는 키네미아에게 빨려 들어가듯이 몸을 가까이 들이민 채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있었다.
걸려든다, 걸려들어. 키네미아는 빙긋 웃음을 지었다.
“계약 조건은 나쁘지 않을 거야. 길드에서 필요한 장비와 재료는 바로 조달해 줄 테고…… 으?”
한참 낚시질을 하던 키네미아는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누군가에게 그녀를 달랑 들어 발이 허공에서 덜렁거리는 상태였다.
“엥?”
에이얀이었다.
무슨 얘기를 하든 상관없다는 기색으로 앉아 있던 에이얀이 돌연 일어나 키네미아를 달랑 들고 서 있었다. 그러고는 당황스러워하는 키네미아를 제 옆자리로 옮겼다.
뭔데? 뭔데? 갑자기 뭔데? 키네미아가 갑작스러운 자리 이동에 에이얀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
그러나 에이얀은 태연자약한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아 다리를 꼬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맞은편의 세이어와 라나는 둘의 눈치를 살피며 눈을 굴렸다.
“……그으러니까…….”
키네미아는 말을 늘였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어…… 음…….”
너무 당황하다 보니 방금 어디까지 얘기했는지도 모르겠다.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키네미아가 입을 벙긋거리면서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하는데, 에이얀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자꾸 거슬리는데, 저건 너희들 취향인가?”
“뭔 소리야?”
라나가 의아한 기색으로 되물으니 에이얀이 창가를 가리켰다.
“윽!”
커튼 너머로 보이는 것은 당황한 듯 어깨를 움찔대는 어떤 남자의 그림자였다.
3명의 시선이 창가로 모이자 남자가 후다닥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를 바꾼 건 저것 때문이었나. 키네미아가 얼굴을 구기는데 짚이는 곳이 있었는지 라나가 망치를 쥐었다.
“이 개새끼가 또……!”
말릴 새도 없이 그녀가 쏜살같이 뛰어나갔고 세이어가 소리를 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라나!”
뭔가 일이 벌어졌음을 눈치챈 키네미아가 에이얀에게 눈짓을 했다.
“에이얀.”
고개를 끄덕인 에이얀이 라나의 뒤를 쫓았다.
“죄송해요, 대공녀.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세요…….”
그나마 이성적인 세이어가 키네미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따라나서려는데 키네미아가 세이어를 붙잡았다.
“저거야?”
“예?”
“저걸 처리해 주면 돼?”
세이어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 있자 키네미아가 방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