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06)
먼치킨 길들이기 106화
* * *
A급 길드 중에서도 S급을 바라보는 최상위 길드로 꼽히는 곳은 단연 셋이다.
에렉시나와 가디언, 세라핌.
‘개중에 S급에 제일 가까운 건 바로 에렉시나지.’
인원 제한은 7명. 따라서 정예 공격대를 추려 온 에렉시나는 2층에서 5개로 갈라진 길 중 1구역으로 들어온 참이었다.
‘숲인가.’
1층은 건물 안의 형태를 고스란히 갖추고 있었으나 2층부터는 풍기는 기운부터 환경까지 모든 것이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바뀐 환경이 당황스러울 만도 하건만, A급 길드답게 에렉시나는 나무들 속에 숨은 식물형 마물 떼를 쉽게 베어 내며 움직였다.
탑 밖의 식물형 마물과 형태는 비슷했지만 속도와 힘, 경도의 차이는 거의 3배 이상.
“시련의 탑이라더니, 이름값은 하나 보네.”
꿈틀거리며 다가온 나무줄기를 피한 케이릴은 히죽 웃으며 달려 나갔다. 길드원들이 나무줄기를 막아 내는 사이, 그는 중앙에서 나무들을 컨트롤하는 보스급 마물의 핵을 베어 냈다.
모든 것이 찰나에 일어난 일이었다.
에렉시나 길드원들은 기대에 찬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탑의 메시지가 바뀔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저건 플로어 마스터를 죽여야 갱신되는가 봐?”
길드원 중 하나가 에이얀 크로츠를 가리킨 후에 바닥에 가래침을 뱉었다.
“별것도 아닌 게 영 거슬리게 하네.”
A급도 아닌 잔챙이의 이름을 2층 공략 내내 보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닌가.
이 고대 유물은 호승심을 어떻게 자극하는지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단장, 플로어 마스터는 언제 처리할 거야?”
“그러게 말이야. 머리 위에 저거, 보기 싫어 죽겠는데.”
마물의 사체에서 마정석을 뽑아낸 케이릴이 위를 힐긋 올려다보았다.
“우선 공략부터 신경 써.”
“그럼 달링인가 하는 후작 나리의 의뢰는?”
“부업 하려고 본업에 소홀할 수는 없잖아? 무려 200플라티나야, 자식들아. 쓸데없는 생각 집어치우고 공략에 집중이나 해.”
“그렇지만 저 녀석이 벌써 1층 플로어 마스터 공략을-”
케이릴은 그의 말을 끊으며 사납게 말했다.
“고작 38,000점 정도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 같아? 에렉시나 최고의 공격대가?”
“아니…….”
“그만 투덜대고 움직여.”
케이릴이 망고슈를 휙 돌려 허리춤에 꽂았다.
“우선 점수부터 올려야 해. 가디언이랑 세라핌이 참가했는데, 요정인지 뭔지 하는 오합지졸 사칭 길드에게 괜한 시간을 빼앗길 수는 없잖아.”
탑은 1층과는 난이도가 상이했다. 그런 애송이들 따위, 2층부터는 힘을 쓰지 못하고 고꾸라지리라.
* * *
한편, 흑야의 뒤를 쫓아 2층 5구역으로 들어선 프로스트는 멍하니 입을 벌렸다.
담뱃대에 오러를 불어 넣은 쉔 티엔이 단번에 급소를 찔러 넣자 식물형 마물은 단말마를 내지르며 쓰러졌다.
‘저렇게 간단히?’
아무리 오러를 씌웠다고는 하나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검도, 창도 아닌 평범한 담뱃대였다. 순수한 오러 그 자체의 힘으로 마물의 단단한 껍질을 파고든 것이다.
그뿐인가. 다른 쪽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표범 같은 인상의 로우는 맹수처럼 민첩하게 움직였고, 푸르스름한 검의 움직임은 제 시야로는 차마 잡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프로스트 자신도 어느 정도 수련을 마친 검사였으므로 그의 검술이 제가 판단할 수준을 아득히 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둘만 해도 충분히 놀라웠을 텐데.
‘그런 놈이 하나 더 있다니…….’
프로스트의 시선이 심드렁한 얼굴로 마법을 쓰는 에이얀에게로 향했다.
혼자서 1층 플로어 마스터를 잡았을 때부터 예사 인물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떠한 제스처도 없이 마법을 쓰는 마법사라고?
프로스트가 어디서 그런 마법사를 보았다 말해 봤자 누구도 믿지 않으리라.
무슨 전설적인 존재라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아닌가.
그는 무의식적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들이 튀어나왔는지.
하나도 보기 힘들 것 같은데 셋이나, 그것도 무슨 요정이란 길드명을 달고서…….
의심의 여지 없이 그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강자들이었다.
그들 개개인의 능력을 본다면 누구도 이들이 흑야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리라.
‘대체 이들을 거느리고 있는 키네미아 리온이라는 인물은 얼마나 괴물인 거지…….’
프로스트가 어깨를 떨었다.
아마 이들이라면 이번 길드전의 우승을 손쉽게 얻어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엄청난 팀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하나 존재했다.
“아…….”
프로스트는 담뱃대를 들고 유려하게 움직이던 쉔 티엔이 로우의 목에 장침을 꽂는 것을 보며 안타까운 신음을 흘렸다.
“왜 또 제 발로 와서 침을 맞는 게냐. 이건 몸에 좋은 침이 아니다, 상놈아.”
“제 발로 가서 맞은 게 아니라 제 발로 날아와 꽂힌 겁니다.”
우뚝 선 둘이 잠시 시선을 마주쳤다.
이내 쉔 티엔은 성을 내며 장침을 뽑아내고는 다시 품에 넣어 버렸다. 근접 전투를 하는 로우에게 자꾸 장침을 꽂게 되자 아예 침을 봉인한 모양이었다.
개개인의 반응 속도가 무척 빠른 것이 오히려 이들에게는 독이었다. 마물을 잡기 위해 움직이려다 서로의 공격 범위 안에 제 발로 들어가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까.
‘영 합이 안 맞네.’
무심코 옆을 돌아보자 기사단장도 마찬가지라고 여겼는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사실 같은 길드가 아닌가?’
이 정도면 갓 팀을 꾸려 공략에 나선 F급 길드 수준이었다.
뭐, 그래도 어찌어찌 전진은 하는 중이지만.
저 미친 괴물들은 엄청나게 단합이 안 되는 터라 서로가 서로를 방해하면서도, 각자의 능력으로 어떻게든 마물을 잡아 나가고 있었다. 제 눈으로 보면서도 참으로 신묘한 일이었다.
‘저렇게 동선이 엉망인데.’
개개인의 능력이 워낙 출중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지금까지 마물 한 마리 잡는 것조차 어려웠으리라.
그때 마침 쉔 티엔이 알코올 충전을 위해 술병을 기울였다. 쉔 티엔의 시야가 가려진 그 순간, 그의 바로 옆으로 중간 보스급 마물이 나타나 쩌억, 입을 벌렸다.
“쉔 티엔 님!”
이를 발견한 비주의 검이 쉔 티엔의 머리카락을 쏜살같이 스치고 지나갔다.
“음?”
쉔 티엔이 상황을 파악한 순간, 머리카락이 하늘하늘 흘러내렸다.
“…….”
“……!”
찰나에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쉔 티엔은 흘러내리는 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으아악! 쉔 티엔 님! 머리카락이!”
검을 떨어트린 비주가 당황해 소리를 질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마물이 촉수를 휘날려 비주를 잡으려 하자, 가공할 만한 반사 신경으로 움직인 로우가 검을 움직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에이얀의 폭발 마법이 날아갔다.
챙!
폭음과 함께 로우의 검이 밀려났다.
얼결에 에이얀이 로우의 검을 막아 버린 꼴이 되자, 순식간에 나무줄기에 잡혀 버린 비주가 소리를 내질렀다.
“끄아아아악!”
“비주!”
붙잡힌 비주를 구하기 위해 마렌과 다른 크샨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제 불찰입니다. 사과드리겠습니다, 에이얀 님.”
그사이 로우가 허리를 숙여 사과했고.
“……다 부수고 미아나 보러 갈까.”
에이얀은 짜증스러움을 참아 냈으며.
“머리카락이…….”
쉔 티엔은 머리카락을 붙들고 가만히 중얼거렸다.
그렇게 그들이 한눈을 파는 때였다. 붙잡힌 비주를 제외한 3명의 크샨이 무슨 허수아비라도 베어 내듯 쉽고 빠르게 중간 보스를 죽이고 그들 옆에 나란히 섰다.
가면 너머로 저 진상들을 어쩌면 좋을지 쩔쩔매는 눈빛을 나누는 크샨들이 보였다.
……난장판이네. 이를 지켜본 프로스트가 침음을 삼켰다.
파죽지세로 나아갈 것 같던 이들은 이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발목이 잡힌 채였다.
지금 저 괴물들의 걸림돌은 그들 자신이었으니까.
* * *
‘잘하고 있으려나.’
키네미아가 문득 드는 걱정에 앓는 소리를 냈다.
모의 공성전 때처럼 탑 안의 상황을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마탑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니 지금 키네미아로서는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다고 따라갈 수도 없고…….’
자신이 가 봤자 괜히 짐만 될 테니까.
‘사고만 안 치면 좋을 텐데.’
키네미아는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듯 조마조마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걱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대신 그녀가 한 일은 제국사의 중심이라 불리는 황립 도서관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도서관 입구에서 신분패 확인이 끝나니 고위 귀족들을 전담하는 사서가 나와 키네미아를 맞이했다.
“리온의 날개를 뵙습니다. 레이지 켄드릭입니다.”
통통한 몸에 푸근한 인상의 사서가 예를 갖추자 키네미아가 마주 미소를 지었다.
“만나서 반갑네.”
“레이지라고 불러 주세요, 대공녀. 특별히 찾는 책이 있으신가요?”
“실록을 열람하려고 하는데, 가능한가?”
“그럼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역사관은 이쪽입니다.”
“고맙네.”
키네미아가 안내에 따르려고 하는 그때였다. 레이지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
“저…… 이 아이는 대공녀께서 데려오신 개인가요?”
“개라니?”
그녀가 레이지를 따라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컁!”
엥.
언제 쫓아왔지. 분명 방 안에 묶어 놨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