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08)
먼치킨 길들이기 108화
때마침 수백의 해골 병사들을 발견한 다른 참가자들이 쉔 티엔과 에이얀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이봐! 어디들 가는 거야!”
“혼자 멋대로 가다가 죽고 싶어?!”
저 군단을 향해 혼자 뛰어드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 아무리 각자의 소속이 다르다지만 지금은 다 같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이었다. 그런데 하나씩 정반대 방향으로 찢어지겠다고?
“저 멍청한 것들이! 죽으려고 작정했어?!”
그들의 눈에는 미친 짓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행위였다.
“시끄럽네.”
작게 중얼거린 에이얀이 눈을 내리깔았다.
그 말과 동시에 그의 걸음마다 새카만 마력이 확 피어올랐다.
턱, 숨까지 차오를 정도의 마력에 분개하던 참가자들이 한두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그사이 에이얀은 공중에 계단이라도 있는 것처럼 천천히 걸음을 옮겨 하늘로 올라섰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구름처럼 몰려든 해골 병사들이 보였다.
‘흠.’
어림잡아 120여 마리. 생각보다 많은 숫자였다.
해골 병사 개개인의 전투력은 4층의 마물보다 낮은 편이지만, 참가자 14명 대 120여 마리의 싸움이었다.
개개인이 A급 길드 소속의 정예들이라고는 하나, 수적 열세는 쉬이 메꾸기 어려울 터.
그때 공중에 떠 있는 에이얀을 향해 화살 수십 개가 날아왔다.
에이얀이 손을 들자 투명한 결계가 화살을 막아 냈다. 화살들은 결계를 후두둑, 두드리며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시선을 돌리니 뒤쪽에서 활을 든 해골 병사들이 그를 향해 활시위를 겨눈 채였다.
‘까다롭네.’
근접전 중심인 로우 일행이 괜찮을지, 잠깐 생각하던 에이얀은 쉔 티엔을 바라보았다.
엄청난 스피드로 군단 사이로 쏘아 들어간 쉔 티엔은 저를 향해 덮쳐 오는 창을 능숙하게 막아 내고 있었다.
그 순간 화살 몇 개가 쉔 티엔에게로 날아갔다.
담뱃대로 창을 막던 그는 제 머리 위로 날아오는 화살을 반대쪽 손을 들어 품이 큰 소매로 툭, 툭, 툭, 튕겨 냈다. 곧이어 그는 담뱃대로 해골 병사 둘의 목을 단번에 베어 냈다.
“흐음.”
에이얀은 제법 놀란 눈으로 목을 울렸다.
알코올 중독자가 저만큼 하는 걸 보면 덜 진화한 영장류 쪽은 걱정 없을 것이다.
‘미아한테 혼날 일은 없겠어.’
이내 쉔 티엔이 선 곳을 끄트머리로 해서 거대한 결계를 친 에이얀이 그에게 전음을 보냈다.
– 결계 밖으로 벗어나지 마, 연금술사.
에이얀의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쉔 티엔이 알았다는 듯 손을 한 번 흔들어 보였다.
이를 확인한 에이얀은 주변 참가자들에게 죽고 싶지 않으면 물러나는 게 좋을 거라면서 가벼운 충고를 건넸다.
2차 각성 이후부터 가벼운 마법은 어떤 제스처 없이도 숨 쉬는 것처럼 구현이 가능했지만, 이 정도 마물들을 상대할 대규모 공격 마법은 아무래도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무리였다.
‘아직 갈 길이 멀었나.’
에이얀이 손을 튕겼다.
딱-
그와 동시에 크고 작은 원구 형태의 빛이 화살을 든 해골 병사들 사이에 나타나더니 점점 형태를 늘려 가기 시작했다.
해골 병사들의 신형은 빛에 먹혀 버리는 것처럼 빨려 들어가더니 곧 먼지로 소멸되어 갔다.
‘오.’
결계가 끝나는 아슬아슬한 곳에 서서 해골 병사의 목을 날리던 쉔 티엔은 빛무리를 보며 후, 연기를 내뱉었다.
‘저건 정말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된단 말이야.’
다중 마법의 구현이나 시전 속도까지는 그렇다 쳐도, 저 정도의 광범위한 마법을 난사하는데도 지친 기색 하나 보이지 않다니. 대체 지니고 있는 마력이 어느 정도란 말인가.
이는 에이얀의 결계 안에 서 있는 모두가 느끼는 바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길드 소속의 주술사들이 마물의 공격을 막아 내기 위해 작은 크기의 결계를 겨우 만들어 내거나, 공격 마법을 위해 뒤에서 술식을 그리며 긴 시간을 들이는 것에 반해, 에이얀은 결계부터 다중 마법까지 쉽게 시전하고 있었다.
‘저자는 마탑주라도 되는 건가?’
아까까지만 해도 멍청한 자살 지망자들을 막으려던 참가자들은 전부 말을 잃은 채였다.
그들은 쉔 티엔 뒤에서 결계의 보호를 받으며 서 있다가, 가끔 해골 병사가 하나씩 튕겨져 나오면 그것을 베어 내는 정도로만 움직였다.
화살촉을 막다가 찢어진 소매를 펄럭인 쉔 티엔은 침울하게 연초 연기를 내뱉으며 구시렁거렸다.
“나이도 먹을 대로 먹어서 이런 고생이라니. 서대륙 길드 놈들은 뒤를 믿고 맡길 수가 없군. A급이라고 하더니, 전부 쭉정이들만 모여 있었을 줄이야.”
참가자들은 노인네처럼 구시렁거리는 쉔 티엔에게 차마 무어라 한 마디 대꾸해 주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콰과과과광!
그때 강렬한 폭음이 귀를 내려치듯 달려들었다.
어느새 설원은 에이얀의 마지막 마법으로 깔끔히 마무리가 되어 있었다.
이내 설원 중앙에 길쭉한 직사각형의 실루엣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5층의 플로어 마스터에게로 향하는 문이었다.
에이얀은 설원 위로 가볍게 착지한 후에, 몸을 돌려 곧바로 문으로 향했다.
“쯧.”
다른 참가자들을 위아래로 응시하며 혀를 차던 쉔 티엔도 에이얀의 뒤를 따랐다.
다른 이들은 문을 보고서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내내 문 안으로 사라지는 둘의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 * *
마지막 해골 병사를 잡자마자 케이릴은 무리 중에서 제일 먼저 문을 열고 들어섰다.
몹시 지쳐서 혼자서는 잡을 수 없음이 자명했지만, 일단 다른 이들보다 먼저 플로어 마스터에 도달해야 했다.
‘뺏길 수 없지!’
그러나 그의 앞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플로어 마스터가 아니었다.
“벌써 잡으셨습니까?”
놀란 투로 묻고 있는 로우였다.
‘무슨 소리지?’
자신보다 먼저 도착한 것이 흑야라는 것과 벌써 잡았다는 이야기에 두 번 놀란 케이릴이 눈을 크게 뜨고 정면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거대한 뿔이 난 곰의 형체. 작은 언덕으로까지 보이는 저것은 분명 5층의 플로어 마스터이리라.
“늦길래.”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한 이는 플로어 마스터의 사체 위에 걸터앉아 있던 에이얀 크로츠였다.
세라핌이나 가디언이 아닌 이에게 플로어 마스터를 빼앗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두 번째군.’
1층에서도 저 애송이가 멋대로 플로어 마스터를 잡았으니까.
‘우연? 요행?’
어떤 이유로든 짜증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격한 감정에 케이릴이 이를 악물었다.
“거기, 다친 이는 이쪽으로 오게.”
그때 쉔 티엔이 새빨간 속살이 드러난 크샨 하나에게 손짓했다. 상처를 살핀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
“참 나, 팔에 화살이 박혔던 걸 그냥 뽑아낸 건가?”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 미련한 짓을…….”
혀를 찬 쉔 티엔이 소매에서 손가락 크기만 한 시험관 형태의 병을 꺼냈다. 안에는 하얗고 걸쭉한 농축액이 들어 있었다. 그가 농축한 포션을 한 방울 흘리자 팔에 깊이 팬 상처가 삽시간에 아물었다.
이를 지켜본 케이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디서 저런 포션을 구한 거지……?’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효능이었다.
‘저런 포션이 있다면 플로어 마스터를 잡는 것도 무리는 아닐 수도 있어.’
케이릴이 그렇게 판단하는데, 문을 열고 속속들이 들어온 에렉시나의 길드원들이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그 외에도 문 안으로 들어선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의 길드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이번 플로어 마스터는 누가 잡은 거야?”
“세라핌? 가디언?”
뒤늦게 등장한 그들의 궁금증은 단연 이번 플로어 마스터를 잡은 이의 정체였다.
왁자지껄 떠드는 이들 사이로 케이릴이 입을 다물었다.
화르륵.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 주듯 때마침 탑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10. 에이얀 크로츠 : 571,000점] [‘에이얀 크로츠’에 의해 6층 개방 완료.]“뭐?”
“왜 또 저 녀석이?!”
군데군데에서 놀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에렉시나, 세라핌, 가디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플로어 마스터를 두 번이나 잡은 셈이었으니까.
‘이게 말이 되는 일인가?’
단숨에 10위까지 올라왔다고? 케이릴은 다급히 탑의 메시지를 확인했다.
흑야의 다른 길드원들도 급속도로 순위가 치고 올라와 있었다.
그 수많은 해골 병사들을 독점하지 않았다면 설명되지 않는 상황이 아닌가.
그러나 그것도 현실적이지는 않았다. 그 많은 마물을 독점해 처리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케이릴과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각 길드에서 기묘한 침묵이 감돌았다.
6층으로 가는 게이트가 열릴 동안 에렉시나의 정비를 기다리던 케이릴이 입을 열었다.
“흑야에서는 무슨 비열한 꼼수라도 쓰나 보군.”
한순간 타깃이 된 흑야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에이얀은 자신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케이릴과 지그시 눈을 마주쳤다.
소년은 곱게 눈을 접어 웃었다.
무심코 왈칵 짜증이 날 만큼 매혹적으로 생긴 소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