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1)
먼치킨 길들이기 11화
* * *
“악!”
도망치던 브라이언은 목뒤를 잡아채는 거친 손길에 힘없이 나동그라졌다. 그가 엉덩이를 움켜쥐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를 잡은 이는 검은 머리카락의 미소년이었다. 베히모스의 건물 안에 있던 바로 그 소년.
소년은 심드렁한 얼굴로 브라이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게, 이게 무슨 짓이야!”
그 뒤로 망치를 든 라나가 그림자가 짙게 진 얼굴로 브라이언 앞에 다가왔다.
“내, 내가 무슨 짓을 했다고 이래!”
“미친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하네.”
“미, 미친 새끼? 너는! 여자가 이렇게 난폭하게 굴어서 시집은 어떻게 가려고, 어?!”
“시집가도 너한테는 안 가니까 신경 끄고. 너 대체 뭐야?”
“뭘!”
“왜 자꾸 훔쳐보냐고, 이 새끼야!”
라나가 망치로 바닥을 내려찍었다. 그와 함께 쿵 소리가 나면서 단단한 바닥에 금이 갔다.
브라이언은 엉덩이를 슬그머니 뒤로 물렸다. 그러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훔쳐봐? 너를? 너 따위를?”
“너 따위? 이 개새끼가 말하는 본새 보소. 콱 그냥.”
망치를 가볍게 휘둘러 때리는 시늉을 하자 브라이언이 신음성을 흘리면서 몸을 움츠렸다.
망치를 다시 바닥에 쿵, 떨어트리듯 박아 버린 라나가 그의 추한 꼴을 보며 어이가 없다는 듯 숨을 내뱉었다.
“야, 변태. 잘 들어 봐. 이건 네가 쳐다보라고 달려 있는 가슴이 아니거든? 저기 저것도 네가 훔쳐보라고 달려 있는 창문이 아니다, 이 말이지. 근데 왜 자꾸 오셔서 눈깔을 요렇게 뜨고 보느냐 이거예요. 기분 더럽게.”
라나가 망치의 손잡이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음산하게 말했다. 바닥에 박힌 망치 머리에서는 라나가 불어넣은 오러가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브라이언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다 어느새 사람들이 라나와 브라이언을 둥그렇게 둘러싸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브라이언은 이리저리 눈동자를 굴리다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내가 언제?”
“언제에? 내가 언제에에?”
라나가 비꼬듯 되묻자 브라이언이 눈을 부라렸다.
“너, 너, 지금 나한테 돈 뜯어내려고 이러는 거지?”
“뭐?”
라나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돈? 저 새끼가 내 가슴을 훔쳐보다 들켰는데, 갑자기 돈 얘기가 왜 나오는지. 라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거야?”
“요즘 일이 잘 안 들어오니까, 그래서 날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고 이러는 거잖아, 지금!”
“야!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내가 가게 좀 안 된다고 너한테 그런 짓을 왜 해!”
라나가 망치를 집어 들자 주변에서 짧게 비명 소리가 들렸다. 망치를 들고 가만히 멈춰 선 그녀가 입술을 깨물었다. 참자. 참아야 하느니라.
그리고 그때였다.
“진짜 돈 때문이었어?”
“역시, 의뢰가 안 들어오는데 어떻게 먹고사나 했지.”
돈, 돈, 거리는 수군거림이 들리기 시작한 건.
“……?!”
다들 뭐라는 거야! 라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바로 뒤에서 누군가가 주위 사람들에게 속삭였다.
“저번에도 돈 뜯으려고 브라이언한테 당했다고 거짓말한 거 아냐?”
라나는 황망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에이얀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얼굴로 서 있었고, 나머지는 모두 이 지역의 주민들이었다.
브라이언이 기세를 몰아 이죽거렸다.
“가증스러운 년. 돈 때문에 사람을 변태로 몰아?”
“이 개 같은 새끼가! 내가 무슨 돈 때문에 널 변태로 몰아!”
“증거 있어?”
“뭐?”
“증거 있냐고. 내가 훔쳐봤다는 증거!”
“베히모스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봤는데, 아닌 척할 셈이야?”
“하! 내 돈 노리고 다 작당한 한패인지 어떻게 알아?”
이 개새끼가 입만 살아 가지고……!
“그럼 너는 내가 네 돈을 노렸다는 증거 있어? 있어서 지금 이러는 거야?”
라나의 반박에도 브라이언은 그저 웃었다. 답할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
라나가 불안한 눈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라나가 돈을 노리고 작당을 한 거란 생각이 감염력 높은 전염병처럼 퍼져 있었다.
순간 라나는 꾹 주먹을 쥐었다. 질식할 것처럼 목이 답답하고 속이 메스꺼웠다.
아무리 돈이 없다 한들, 자신이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러나 이 사람들에게는 브라이언이 변태 짓을 했다는 것보다 라나가 돈을 노리고 누명을 씌웠다는 이야기가 더 타당한 것처럼 들리는 모양이었다.
이 동네 사람들이라면 다들 알 것이다. 저놈이 여자들 앞에서 얼마나 눈을 굴리고 다니는지. 저놈이 아니더라도 치안이 좋지 않은 이 동네에서 변태들이 얼마나 날뛰고 다니는지.
그럼에도 라나를 향한 눈빛은 차가웠다. 확률상, 상황상 라나의 말이 맞다 하더라도 그녀를 의심해야 하는 양.
라나가 망치를 쥐었다.
‘한 방 거리도 안 되는 새끼가……!’
맞아. 한 방 감도 안 되는 변태 놈.
순간적으로 망치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새끼, 그냥 죽일까?
군침이 도는 생각이었지만 망치를 가로막은 건 현실이었다.
죽여? 사람들이 전부 보고 있는 앞에서? 마을 유지의 아들을?
이 새끼의 가문은 작위만 없었을 뿐이지, 준귀족이었다. 그런 자를 죽이면 나는, 그리고 세이어 언니는 어떻게 될까.
기분이 절망적일 정도로 바닥으로 처박혔다. 그렇게 라나가 처참한 기분으로 돌아서려던 그때였다.
“봐. 속내를 들키니 할 말 없지?”
“……뭐?”
브라이언이 히죽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네 언니도 한패지? 그쪽도 반반하게 생겼던데. 같이 몸으로 돈 벌려고 여기 왔어?”
“너……!”
브라이언은 이제 세이어의 이름까지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언니는 놔둬라…….”
이를 악문 채로 말하는 라나의 손이 떨려 왔다. 다시 몸을 훑는 브라이언의 시선이 벌레처럼 달라붙었다.
세이어, 저런 게 과연 살 가치가 있을까? 망치를 쥔 손은 이제 축축할 정도로 젖어 들었다.
“와아, 생각해 보니 무섭다. 자매가 작정을 하고 덤비려고 했었던 거네? 어쩐지, 이런 시골에 여자 둘이 무슨 어울리지도 않는 대장간을 여나 했지. 몸으로 돈 좀 벌어 보겠다고 온 거였네. 아, 이미 어디서 한탕 하고 온 건가?”
그러자 ‘맞네, 맞아.’ 하면서 동조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릴 적, 자매가 망치를 들기로 할 때부터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는 편견에는 지겨울 정도로 면역이 되어 있는 줄 알았다.
이런 시골에 정착하게 된 이유도 무기를 만드는 일은 여자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선 탓이었다. 누구도 무기를 만들어 달라는 의뢰를 하지 않아 생계를 이어 나가기 어려울 정도였기 때문에.
“나도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여자 둘이 무슨 대장간을 한다고. 그것도 이런 시골에서…….”
선동에 휘말려 사람들은 쉽게 모욕에 모욕을 덧씌웠다.
그러자 브라이언은 마치 제 세상이라도 된 양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말했다.
“너나 그년이나, 쉽게 돈 벌려고-”
“닥쳐.”
라나가 망치 손잡이를 바꿔 쥐었다. 그러고는 손에 흥건한 땀을 닦아 냈다.
“……?”
“닥치고 잠자코 죽어.”
라나가 망치를 하늘로 들어 올렸다. 라나의 오러가 폭사하듯 망치에 깃들었다.
그런데 그때-
“그래, 변태. 말해 봐. 돈 얼마나 갖고 있는데?”
자그마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