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2)
먼치킨 길들이기 12화
“뭐, 뭐야. 넌 또.”
키네미아가 당황한 브라이언 앞으로 종종걸음으로 다가가 말을 이었다.
“돈이 얼마나 많은지 말해 보라고. 내 사람들에게 합당한 가격을 치러 준다면 네 죄에 대한 합의도 고려해 볼 테니.”
브라이언이 이를 악물었다.
“이 꼬맹이가 미쳤나! 나는 그런 적이 없다니까! 저년이 돈에 눈이 멀어서 내게 누명을 씌운 거라고!”
그가 꽥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키네미아가 고개를 모로 기울였다.
“그건 이유가 안 되는데, 못생긴 변태. 세이어와 라나는 내게서 엄청난 투자금을 받기 위해 계약을 하던 중이었어. 그런데 굳이 너 따위의 푼돈을 받기 위해서, 굳이 너 같은 걸 변태로 몰아세우는 번거롭고 불합리한 짓을 한다고?”
“저년들은 그러고도 남을 년들이라고! 언제나 가슴을 출렁거리면서 몸으로 빌어먹는 주제에. 씨발, 사람을 뭘로 보고!”
“뭐? 진짜 이 좆같은 새끼가……!”
라나가 다시금 망치를 거세게 쥐었다. 당장에라도 그의 머리를 깨부수고 감옥에 갈 것 같은 모양새였으나, 브라이언은 이제 그녀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사그라들어 있었다.
라나는 그럴 힘이 있어도 하지 못할 것이다. 길드 건물도 그의 소유였고, 언니인 세이어도 걱정이 될 테니.
그걸 증명하듯 라나는 씩씩거리면서도 눈만 매섭게 쏘아볼 뿐 직접 실력 행사를 하지는 못하는 중이었다.
‘문제는 이 꼬맹이지.’
내 사람? 투자금? 고작 여자 둘이 운영하는 작은 공방인데 무슨 개소리를. 브라이언이 욕설을 짓씹었다.
어디 귀족의 딸이라도 되나? 잘되고 있었는데, 이런 작달막한 게 나타나서는…….
방금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하던 브라이언은 키네미아가 나타난 이후 마음 한편이 계속 불안했다.
저 오만한 눈. 분명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한껏 깔아보는 듯한 저 눈이 걸렸다.
하지만 브라이언의 부모님은 마을의 유지고 저 윗사람들과도 연이 닿아 있었다. 그도 지역에서 귀족 가문의 파티가 있을 때면 얼굴을 비춰 인사를 나누곤 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꼬맹이는 한번 봤다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예쁜 얼굴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초면이라면 그만큼 위세가 있는 귀족은 아니겠지.
귀족이 아니라 돈 좀 있는 상인의 딸년일 수도 있다.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
한미한 가문의 귀족 가문의 딸이든, 상인의 딸이든 어찌 됐든 간에 자신이 깔아뭉개지 못할 급은 아니란 뜻이다.
그제야 안심한 브라이언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지려던 그때였다.
“그래서, 합의금으로 얼마를 제시할 거냐고, 변태.”
그 말과 함께 키네미아가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브라이언의 머리에 던졌다.
딱-!
“악! 이게!”
와, 명중! 키네미아가 까르륵 웃으며 좋아했고, 브라이언은 자신의 머리를 강타한 은빛 금속을 집어 들었다.
꼬마라고 봐주려고 했더니,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짓을 해? 고작 이딴 은화로…… 브라이언이 은화를 들고 꼬마를 비웃어 주려던 차였다.
“이, 이건……!”
“그래. 백금화, 플라티나야.”
백금화 1개의 가치는 금화 100개. 금화 100개면 커다란 저택을 하나 살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이건 단위가 너무 커서 발행도 잘되지 않는데, 이걸 그냥 품에 들고 다닌다고……?
놀란 것은 브라이언뿐만이 아니었다. 키네미아와 에이얀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숨을 들이켜고 있었다.
“그러니 어서 말해 봐, 변태야.”
방긋 웃은 키네미아가 2번째 백금화를 그의 머리에 맞췄다.
“너한테서 받아 낼 수 있는 금액이 아주 거액이라는 걸 증명해야지. 그래야 네가 내 사람을 거짓으로 몰아세운 게 아니라는 방증이 될 텐데.”
3번째 백금화가 브라이언의 머리에 명중했다.
“돈도 없는 네 호주머니를 털겠다고 몸을 던질 여자가 세상에 몇 명이나 될지는 모르겠다만.”
4번째 백금화가 그의 머리를 맞췄다.
이젠 고통도 느껴지지 않았다. 브라이언은 지금 자신에게 던져지고 있는 돈의 가치에 머리가 혼미해질 정도였다.
“어느 멍청한 놈들은 자기 주머니가 그리 대단한 줄 아는지, 돈을 노리고 접근할 여자들에 대한 두려움에 치를 떨던데.”
“악!”
5번째 백금화가 명중한 곳은 브라이언의 코끝이었다. 브라이언이 비명을 지르며 코를 가렸다.
“그 꼴이 아주 우스워서 한번 묻고 싶어지더라고? 그러니 해 봐. 얼마나 꺼낼 수 있는지 보자. 얼마나 대단한 호주머니를 가지고 계시기에 그런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이 넘치는지.”
키네미아가 다시 백금화를 들자 브라이언이 코피를 흘리면서 두 손을 내저었다.
“뭐 하고 있어? 변태. 누군가가 너에게 거짓 모함을 씌우면서까지 돈을 갈취할 만한 부자라는 걸 증명해야 할 것 아니야.”
그럴 돈이 있을 리가!
고작 동네의 유지였다. 이런 시골의 건물을 다 팔아 봤자 지금 키네미아가 돌멩이처럼 던진 백금화 1개의 값도 안 될 것이다.
“기다려! 잠깐!”
브라이언이 두 팔로 제 머리를 가렸다. 키네미아는 웃으며 라나에게 백금화를 던져 주었다.
라나는 백금화를 한 번 튕기더니 손에 오러를 가득 담아 음산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새겨 둬라, 이 개새끼야. 나는 네깟 놈의 푼돈에 관심 없다는 걸.”
라나의 오러가 가득 담긴 백금화가 브라이언의 배에 명중했다.
“컥!”
브라이언이 침을 토해 내며 배를 움츠렸다. 라나가 그 꼴을 보며 깔깔깔 웃음을 터트렸다.
“이, 이러고도! 이러고도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그가 눈을 치켜뜨며 키네미아와 라나를 향해 소리쳤다. 이제는 권력으로 찍어 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폭행죄다! 날 폭행한 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때, 세이어가 말을 탄 남자와 병사들을 데리고 인파를 가르며 다가왔다.
브라이언은 눈을 빛냈다. 말을 탄 남자는 이 지역을 다스리는 브륀 백작이었다.
“배, 백작님! 백작님, 아주 오랜만입니다. 따님은 잘 계시지요?”
그러나 브륀 백작은 브라이언에게는 관심도 두지 않은 채 키네미아를 보며 입을 벌렸다.
“대……!”
키네미아가 별말 없이 고개를 까딱였다.
그에 브륀 백작이 서둘러 말에서 내려왔다.
“지금 뭣들 하는 것이냐!”
“배, 백작님! 제가 이 무도한 자들에게 폭행을 당했……!”
브륀 백작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크게 울렸다.
“예를 표해라!”
“……예?”
브륀 백작이 브라이언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큭!”
브라이언이 정강이를 잡으며 바닥을 뒹굴었다.
“자네는 무얼 하고 있는 겐가! 무도한 자들이라니! 이분께서는 키네미아 리온 대공녀시다!”
“예…… 예?”
브라이언은 저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를 냈다.
“대공녀?”
“지금 대공녀라고 하신 거야?”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멍청한 얼굴로 되묻기를 반복했다. 어수선한 소란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대공녀라고?”
“어디?”
“누가?”
쿵!
백작이 발을 굴렀다. 그러고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이들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대공녀께 예를 표하라!”
그제야 술렁임이 멈췄다. 그리고 인파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조아리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의 인사가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무…… 무슨…….”
브라이언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모두가 허리를 굽힌 가운데, 고개를 들고 있는 이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브라이언과 키네미아뿐이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키네미아가 오만한 눈초리로 그를 깔아보았다.
‘대공녀라고? 저 꼬마가?’
키네미아 리온 대공녀. 자신에게는 까마득한 저 브륀 백작조차 허리를 숙이는 이였다.
브라이언은 잽싸게 엎드리고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하필 대공녀가 여기에는 왜! 왜!’
키네미아가 브라이언에게 다가가자 그의 눈동자가 절망으로 얼룩졌다.
“변태. 이제 벌 받을 시간이야.”
키네미아는 작은 악마처럼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