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24)
먼치킨 길들이기 124화
울프만이 좀처럼 말을 잇지 않자, 키네미아가 두 손을 포갠 채 진지한 얼굴로 물어 왔다.
“마탑에서 있었던 파티에서, 에이얀의 계약 마법을 보수한다고 하셨었죠.”
울프만은 난처한 기색으로 턱을 긁었다.
“그 얘기를 들었었구나.”
“다음 계약을 보수할 때가 언제인지 알 수 있을까요?”
“흠?”
예상외의 물음에 울프만이 제법 놀란 듯 말꼬리를 올렸다.
키네미아는 망설이지 않고 직언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제 계약을 보수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보수’라는 말은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고친다는 뜻일 터.
그렇다면 보수하지 않는다면? 계약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겠지.
보수가 다가오는 기간이 계약이 끝나는 시점일 것이다.
키네미아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읽어 낸 울프만이 혀를 내둘렀다.
키네미아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을 치던 에이얀도 설핏 놀란 표정으로 울프만과 눈을 마주쳤다.
울프만의 ‘네가 말했느냐.’라는 눈빛에 에이얀이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울프만이 한동안 말을 잃자 키네미아가 눈썹을 늘어트렸다.
“제 생각이 틀렸나요?”
그에 울프만은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
“너는 언제나 날 놀라게 하는구나.”
그는 그렇게 긍정의 뜻을 밝혔다.
“네 말이 맞아. 지금도…….”
시전자인 울프만은 제 계약이 잔뜩 늘어난 고무줄처럼 팽팽해져 있는 것을 줄곧 느끼는 중이었다.
“에이얀은 마력이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시전자의 힘을 먹어 버리지.”
에이얀의 성장세가 자신을 아득히 뛰어넘으려 한다는 뜻이었다.
보통 2차 각성이 끝나면 마력의 성장은 멈추는 법이지만, 에이얀은 다르다.
마탑주의 마법을 잡아먹을 정도라니.
“어디까지 성장하려는 건지.”
조만간 에이얀에게 저 어둠이 아니라 마력이 문제가 될 시기가 올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저 골칫덩이…….’
위가 다시 쓰려 와 윗배를 살살 쓸어내린 울프만이 제 얘기에도 심드렁한 에이얀을 향해 혀를 찼다.
그때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키네미아가 물었다.
“그럼 다음 변형이 일어날 때는 언제인가요?”
“성장 추세로 볼 때 대략 한 달 정도 후겠지. 넉넉잡아도 두 달은 넘지 않을 게다.”
“그렇다면-”
“그렇지만.”
키네미아가 화색이 되자, 울프만이 말을 끊었다.
“당장 긍정적인 답변을 해 주기는 힘들겠구나.”
말을 고른 그가 피아노를 치듯 팔걸이를 두드렸다.
‘표정을 보아하니 에이얀에게서 이야기는 들은 모양인데.’
그는 풀이 죽은 키네미아의 얼굴을 살폈다. 키네미아도 자신이 왜 그래야만 했는지 이제 알고 있으리라.
아이 하나가 한순간에 한 왕국을 사라지게 했다. 그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이고, 제어할 수 없는 거대한 힘은 수많은 희생을 초래할 터.
“내가 매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는 생각지 않아요.”
키네미아가 손을 내저었다가 눈을 내리깔며 조그맣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보다는 저도 관계자인데, 저만 쏙 빼놓고 내내 말씀해 주시지 않아서 서운했을 뿐이지.”
“……!”
역시 아직 화가 안 풀렸나! 울프만이 눈을 홉떴다.
그가 마법사들을 불러 사과 이벤트를 할 때가 지금인지 에이얀과 수없이 시선을 교환하고, 벤자민이 제발 둘 다 가만히 있으라며 시선을 차단하려고 할 때쯤이었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던 키네미아가 질문했다.
“만약 에이얀이 힘을 잃는다면요?”
“……잃는다면?”
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에이얀이 가진 힘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셀테어 말이니?”
“셀테어가 모종의 방법으로 힘을 잃었다면, 같은 방법으로 에이얀의 힘도 잃을 수 있겠죠.”
흠, 울프만이 진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키네미아의 추론은 일견 타당하게 들렸다. 셀테어는 힘을 잃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살아 있었으니까. 힘만을 분리해 낼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나 세간에 알려진 게 없으니…….”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거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제약을 두지 않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했다.
울프만이 말꼬리를 흐리며 키네미아와 시선을 마주했다. 믿어 달라는 듯 자그마한 강아지처럼 초롱초롱 쏘아 대는 눈빛에, 그는 연신 헛기침할 수밖에 없었다.
“큼, 흠.”
“저희가 방법을 찾아도 안 될까요?”
“아니, 그건…….”
“네?”
키네미아가 두 손을 포개고 입매와 눈썹을 늘어트렸다.
“안 되나요? 할아버지.”
애원하듯 조르자 울프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키네미아에게 살가운 부탁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던지라, 면역이 없는 울프만은 당장 뭐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에 손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속절없이 무너지는 마음은 금세 평정심을 되찾았다.
줄곧 못마땅한 기색으로 지켜보던 에이얀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손으로 키네미아의 눈을 덮어 버렸기 때문이다.
“……!”
키네미아가 당황한 사이에 울프만이 어렵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저놈의 마력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무용지물이 됐을 테니…….”
어차피 다른 방법을 강구하려던 차였다고 말하는 동안, 키네미아가 에이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이번에 건 계약 마법이 깨진다 해도 보수는 하지 않으마.”
키네미아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하니 울프만이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신 유예 기간을 두자.”
“유예 기간이요?”
“그래, 그동안 도저히 방법을 찾지 못하면 하나는 선택해야만 할 게다. 에이얀 스스로 계약 마법을 걸든지, 마탑으로 돌아오든지.”
돌아가는 것을 선택한다면 다시는 마탑 밖으로 나올 수 없겠지. 에이얀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결국에는 제 손으로 목숨을 건 계약을 다시 걸라는 뜻이었다.
“그건-”
그에 키네미아가 반박하려는데, 에이얀이 그녀의 손등 위를 포개 잡았다. 긴 손가락이 키네미아의 손을 들어 깍지를 꼈다. 엄지로 손을 쓸면서 그가 빙긋 웃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키네미아는 불만에 가득 차 보였지만, 에이얀은 답을 번복하지 않았다.
행여라도 제 힘 탓에 키네미아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선택은 절대 하지 않을 테니까.
“기간은요?”
에이얀의 물음에 울프만이 턱을 괴었다.
“……그건 차차 생각하마. 한 달이 될지, 일 년이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대답을 들은 에이얀이 멀거니 눈을 깜빡였다.
“무르시군요.”
그게 할 소리야? 벤자민과 키네미아가 탄식했고, 울프만이 짜증스러운 듯 목소리 톤을 높였다.
“그게 스승한테 할 말이냐, 이놈아!”
“지, 진정하십시오, 탑주님.”
울프만은 만류하는 벤자민에게서 혜민원산 위장약을 받아 들고 쪽 빨았다.
그 모습을 보며 키네미아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어찌어찌 시간은 벌었네. 앞으로 어찌한다…….’
제국을 연 초대 영웅은 셀테어의 영혼과 몸과 힘을 분리했다.
그리고 미래에 있을 위협에 대비해, 후대를 위한 힘을 남긴 후 먼지가 되었다.
셀테어의 힘은 에이얀에게 이어졌고, 초대 영웅의 유지는 책의 형태로 그녀에게 이어졌다.
셀테어의 몸은 어찌어찌 죽여 버렸고.
‘그럼 영혼은?’
알 수 없다. 사라졌을지도.
그 영혼을 가진 이가 초대 영웅이 예지한 위협인 걸까?
‘그게 대체 누군데.’
알려 줄 거면 처음부터 다 알려 주셔야지요…….
거기까지는 능력 부족이었나. 키네미아는 슬픈 눈으로 생각을 이어 갔다.
왜인지 초대 영웅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서, 현재로서는 그의 고대 유물에 대해 알고 있을 법한 인물은 워맥 자작밖에 없었다. 원작에서 초대 영웅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리고 황제인가. 원작에서 한 번도 나오지 않았고, 고대 유물을 중간에서 가로챘는데도 워낙 반응이 없어 긴가민가하지만.
둘 중 쉽게 접근 가능하며 정보를 가졌을 가능성이 큰 인물은 워맥 자작이었다. 에이얀이 행방을 알아보고 있으니 곧 만날 수 있겠지.
후- 키네미아가 소파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시선을 내렸다. 한숨 놓긴 했지만 아직 위험이 남아 있었다.
원작의 설정대로라면 에이얀의 힘을 이용하려는 누군가가 나타날 텐데.
지금으로서는 누군지 알 수도 없고.
그게 누구든 에이얀이 순순히 당할 것 같지는 않지만.
키네미아가 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
에이얀은 키네미아의 머리끝을 만지작거리며 생글생글 미소를 지었다.
지금 그는 목숨을 건 계약이 걸린 몸이었다. 그저 강하다는 이유만으로는 방심할 수 없었다.
‘괜찮겠지. 길어도 두 달이니까. 그사이에 별일만 없다면…….’
키네미아는 시선을 내려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인공이고 뭐고 다 필요 없고, 유용하게 써먹기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아니던가. 그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고대 유물을 쓰려고 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되짚는 사이에, 에이얀이 볼 위에 손을 포갰다.
“미아.”
“응?”
키네미아가 고개를 들자 그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엄지로 볼을 쓸었다.
“아무 일 없을 거야. 약속할게.”
“……응.”
그녀가 시선을 돌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에이얀이 처연하게 말했다.
“대공비 되기 전에는 죽었다가도 살아 돌아올 거야.”
키네미아가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뭐?”
“대공비가 되기 전까지는 못 죽어.”
진심 반, 장난 반이 담긴 헛소리에 화들짝 놀란 그녀가 울프만과 벤자민을 힐긋거렸다.
“대, 대, 대공비라니!”
에이얀의 어깨를 흔드는 키네미아의 새파란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렸다.
“무, 무슨, 무슨 소리야!”
“응?”
에이얀이 키네미아의 우악스러운 손놀림에 앞뒤로 흔들리면서 물음표를 띄웠다.
“아직 대공비 자리는 안 돼?”
“가, 갑자기 여기서 무슨 소리냐고!”
울프만과 벤자민은 얼굴이 사과처럼 새빨개져서 더듬거리는 키네미아를 측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렇게 필사적으로 감출 필요 없는데. 저 둘이 연인 사이라는 건, 제 본가의 옆집에서 키우는 푸들도 알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