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33)
먼치킨 길들이기 133화
곧장 황궁으로 찾아가려 했으나, 타이밍 좋게 마차에서 내린 키네미아가 혜민원의 문을 열었다.
“에이얀!”
새파란 눈동자가 그를 찾아 이곳저곳을 탐색하자 조여 왔던 목의 근육이 느슨해졌다.
“미아.”
에이얀이 순한 강아지처럼 고분고분 키네미아의 옆으로 잽싸게 다가갔다. 다친 곳은 없는지 키네미아를 살피는 사이에 그녀의 주변에는 혜민원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무서워요, 선녀님.”
“뭔 일이래요.”
“눈 깜짝하는 사이에 갑자기 성이 생겼다 이 말입죠. 이게 바로 서대륙의 신기술인가?”
저마다 한마디씩 던지면서 웅성거렸다. 키네미아는 진정하라며 흥분한 사람들을 만류했다.
“나도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아니야. 하지만 위험하니 가급적 다들 혜민원 밖으로는 나가지 않는 게 좋겠어.”
“예.”
다들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키네미아는 쉔 티엔과 눈을 마주쳤다.
“오라버니께서는 혜민원에서 사람들을 지켜 주세요. 상황이 심상치 않아요. 흑야는 리온 성으로 가서 내 전언을 전해 줘. 영지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야 해. 그리고 에이얀.”
“응.”
키네미아가 평정을 가장하는 에이얀을 향해 무언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었다.
왜 그래? 에이얀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나랑 함께 가. 제국 안을 좀 둘러봐야겠-”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에이얀이 키네미아를 끌어안고 하늘을 바라봤다.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모두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하늘에서는 기묘한 장막이 내려앉고 있었다.
속이 비쳐 보이는 하얀 천 같은 것이 세상을 감싸듯 둘러쌌다.
마력의 근원은 바로 모르간의 성. 거리낌 없는 선전 포고에 호승심이 차올랐다.
에이얀이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었다.
“어딜 감히.”
으르렁거리듯 말한 그가 손을 들었다. 공기가 흔들리며 그의 주위로 마력이 넘실거렸다.
에이얀이 당장 그것을 밀어내려 하는 순간, 장막은 힘을 피해 몸을 흐트러트렸다.
작게 나눠진 모양은 마치 민들레의 씨앗처럼 보였다.
위협을 가할 정도의 힘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무엇을 전하러 온 것이었다.
키네미아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녀를 제외한 모두에게 씨앗들은 갖가지 말들을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하는 자들의 손을 잡으라.”
“문과 창을 열고 왕의 사자들을 기꺼이 맞이하라.”
“찬양하라.”
“새로운 왕의 탄생을 경배하라.”
24장 고치
피막 같은 날개가 하늘을 덮었다. 하늘을 빙 돈 와이번이 기괴한 울음소리를 냈다.
제게 달려들던 거미 마물의 목을 치던 기사 애들러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또?”
누군가 신음처럼 그리 말했다.
기사는 칼자루를 쥔 손이 저려 오는 것을 느꼈다.
하루아침에 멸망했던 왕국이 다시 하루아침에 되돌아온 지 이제야 일주일.
고작 일주일이었지만 경계가 맞닿은 모든 땅을 초토화시키는 데에는 아주 충분한 시간이었다.
항간에 도는 소문처럼 정말 지옥문이라도 열린 것이 아닐까.
모르간의 성은 마치 마물들의 둥지라도 되는 것처럼 온 세상에 마물을 뿜어 대면서 쉼 없이 그들을 다그치는 중이었다.
특히나 이곳은 제국의 경계에 자리 잡은 최전방이었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컸다.
“전선을 정비해!”
애들러가 소리쳤다.
와이번이 위협하듯 날개를 재차 펼치자 그들은 긴장 속에서 대치했다.
추적추적 비가 계속 내리며 전선의 분위기를 내려앉게 했다. 다들 걱정과 시름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도, 도망쳐야 합니다.”
어린 기사는 애들러의 옆에서 울먹이며 말했다.
“검날이 다 나갔어요. 이런 검으로는 아무것도 벨 수 없다고요. 가망이 없어요. 인간들은 신에게 버려진 거예요. 다 끝났다고요.”
일주일간의 이상 현상과 끊임없는 전투는 어린 기사의 정신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았다. 그가 횡설수설하며 눈물을 흘리자 애들러가 이를 악물었다.
“정신 차려!”
큰소리로 고함을 친 그녀가 어린 기사의 뺨을 후려쳤다.
“우리가 도망치면 우리의 가족들은 누가 지키지?”
바로 뒤에 그들이 지키던 영지가 있었다. 가족들도 함께.
“살아 돌아온 친구들을 모두 벤 건 가족들을 지키기 위함 아니었나?”
그녀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오열하는 어린 기사의 어깨를 밀쳤다.
“겁쟁이는 빠져 있어!”
애들러가 비장한 얼굴로 자세를 잡았다. 사실은 그녀도 알고 있다.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는 걸. 하지만 싸우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지 않던가.
“조금만 더 버티면 지원이 올 것이다! 그때가 오기 전에 죽기 싫으면 어서 움직여!”
애들러는 와이번보다 먼저 땅을 박차고 움직였다. 그녀에 맞추어 다른 이들도 함께 움직였다.
텅!
“윽! 제기랄!”
강력한 비늘에 검을 때려 박듯 휘두르던 애들러가 이를 악물었다.
“지랄 맞게 단단하군.”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약점을 노려야 한다. 그녀는 기사들에게 고갯짓을 한 후에 마물의 등을 타고 올라갔다.
다른 기사들이 와이번의 시선을 끌었다.
등은 울퉁불퉁했고 빗물이 흐르는 비늘은 미끄러웠다. 손으로 짚고 검을 박아 허우적거리듯 애써 머리까지 올라간 순간이었다.
“끼이이이이이-”
이상을 감지한 와이번이 길게 울며 꿈틀거렸다. 겨우 유지하고 있던 중심이 무너졌다.
‘떠, 떨어진다!’
낙하를 예감한 그녀가 눈을 찡그렸다.
퍽!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
조심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니 새하얀 원피스 자락이 팔랑거리는 게 보였다. 그 모습에 얼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어-”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을 만큼 아름다운 소녀였다. 전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와 행색이긴 했지만. 심지어 소녀는 강아지를 품에 안아 든 채였다.
“경, 괜찮은가?”
답지 않게 소녀는 말투가 꽤나 고압적이었다.
기사로서의 자부심이 앞섰던 애들러가 제법 강한 어조로 답했다.
“난 괜찮다. 그보다 너, 영지민인가? 누가 여기로 들여보냈지? 여긴 위험하니 당장 돌아가-”
-라고 하려던 참이었다.
끼익!
와이번이 소녀의 발에 밟힌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직 안 죽었네.”
소녀는 아무렇지 않게 품에 든 강아지를 내리꽂았다.
순간 강아지가 발을 가지런히 모으는 것과 동시에 뒷발에 검처럼 날카롭고 기다란 발톱이 자라났다.
이내 와이번의 약점인 머리에 강아지의 날카로운 발톱이 박혔다.
“끼에에에에에!”
와이번이 고통에 찬 괴성을 내질렀다.
“역시 너, 쓸 만하네.”
“컁!”
소녀가 강아지를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강아지는 좋다는 듯 꼬리를 흔들거렸다.
애들러는 기이한 일행에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 개는…….”
“아, 이건 내 비장의 무기지.”
소녀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곧이어 와이번이 힘없이 쓰러졌고, 휘청거리는 와중에도 중심을 잘 잡은 소녀는 박혀 있던 강아지(비장의 무기)를 뽁 뽑아냈다.
“그대로는 위험해 보이는데 괜찮겠나?”
소녀는 고작 이런 마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게 퍽 걱정스럽다는 투였다. 품 안에 강아지 하나만 달랑 들고 온 소녀가 무장한 기사를 걱정하는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대체 너는-”
애들러는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대체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로 왔는지. 개중 제일 궁금한 건 그 강아지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거였지만.
애들러가 재차 입을 열려던 때였다.
“……!”
무형의 힘이 애들러의 머리를 억지로 잡아 내렸다.
“리온 대공녀시다. 머리를 조아려야지.”
어느새? 가슴 한편이 선뜩해진 기사가 눈동자를 돌렸다. 목소리가 들린 곳은 소녀의 뒤였다.
검은 머리를 가진 수려한 외모의 소년이 생긋 웃고 있었다.
“리온 대공녀?”
얼굴이 어정쩡하게 내려간 상태로 기사가 얼빠진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대공녀의 미모에 대한 이야기가 자자했던 건 익히 알고 있는 바였다.
무심결에 ‘소문이 괜한 소리는 아니었구나.’ 생각한 그녀가 허리를 굽혔다.
“리온의 날개를 뵙습니다. 대공녀께서 전장에는 어쩐 일로 오셨는지.”
이곳은 최전방이었다. 기사들조차 꺼려 해, 쓰다 버릴 병사들이 살아 있는 방패 역할을 하게 되는 곳. 그만큼 생사가 오가는 곳이었기에 제법 담력이 있는 고위 귀족들이라도 여기보다는 조금 더 뒤에서 움직였다.
괜히 귀찮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는 기색의 애들러가 키네미아에게 말했다.
“이곳은 위험합니다. 피하셔야 합니다, 대공녀.”
그러나 에이얀이 기사의 걱정 섞인 말을 끊었다.
“리온에서 보내는 지원이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전투를 벌이고 있는 모든 병사들의 귀에 박혔다.
“지원?”
“지원이라고?”
치열한 싸움을 이어 가던 병사들의 시선이 그들에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