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35)
먼치킨 길들이기 135화
그와 함께, 먹구름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카맣게 몰린 것은 실제 구름이 아닌 까마귀였다.
에이얀에게서 거대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지자 울프만은 오싹함을 느끼며 입꼬리를 틀어 올렸다. 갈수록 말도 안 되는 능력이다.
지금 이 순간, 에이얀의 마력을 느낀 세상의 모든 마법사들이 넘을 수 없는 벽으로 인해 비관에 빠질 터였다.
‘대체 저 녀석은 어디까지 강해지는 건지.’
마력을 끌어모은 에이얀이 딱, 손가락을 튕겼다.
굉음이 들려왔다.
퍼어어어엉!
대지를 뒤덮는 바람이 몰아친 건 그 후였다.
솨아아아악!
흙먼지가 자욱하게 휘날렸다.
거대한 버섯 모양의 연기가 사라질 때쯤이었다. 멀쩡한 모습의 성에서 돌연 소용돌이가 하늘과 땅을 반으로 가를 만큼 길게 몰아치기 시작했다.
“……!”
예상치 못한 상황에 에이얀이 빠르게 성 주위로 결계를 생성했다.
– 무슨 일입니까!
– 성이 멀쩡합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 뭔가, 뭔가가 잘못된 게 아닙니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호들갑스럽게 말을 뱉어 냈다.
성을 물끄러미 보던 에이얀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 저거, 깨려면 힘을 더 크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스승님.
그러나 울프만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된다.”
아무래도 성을 둘러싼 고치는 자신을 공격하는 마력을 머금고 다시 뱉어 내는 형태로 만들어진 듯했다. 저것을 깨려면 얼마나 더 큰 힘이 필요할지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섣부른 시도는 위험했다.
결국 돌파구가 다시 무로 돌아갔다. 수장들의 걱정 어린 푸념이 시작됐다.
– 그, 그리하면 이를 어찌하면 좋습니까.
– 결국 전면전인가.
– 삽시간에 왕국을 세우고 결계를 친 자들입니다. 과연 우리 쪽에 승산이 있을까요?
그때, 세만의 왕이 중얼거리듯 말했다.
– 먼저 제국에서 나서야지요.
– 그게 무슨 뜻입니까?
누군가 묻자 그녀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 아시다시피 저희 국경은 ‘저것’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변이 생기자마자 저희는 조사에 착수했고, 주변 마을 주민들에게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기사들 한 무리를 이끌고, 가시관을 쓴 올빼미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안으로 들어갔다고요. 가시관을 쓴 올빼미는 에버렛 공작가의 문양이 아닙니까?
– 아니, 그렇다면 에버렛이…….
– 확언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단서가 있으니 제국에서도 조사에 나서야 할 일이 아닌지, 제안드리는 것뿐입니다.
그녀는 한 발짝 물러서듯 말했지만 제국에서 나서길 재촉하는 모양새였다. 뒤이어 다른 이들도 한마디씩 거들기 시작했다.
– 그 의견에는 저도 찬성입니다.
– 맞습니다. 먼저 철저한 조사를 거쳐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야지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닙니까, 책임을.
울프만은 그 어느 것도 책임지지 않으려 드는 그들의 태도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종국에는 모두가 황제 프랜시스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녀의 결단을 기다리는 모양새였다.
결국 프랜시스가 나서려던 때, 키네미아의 목소리가 긴 침묵을 갈랐다.
“폐하, 허하신다면 리온이 출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군가 ‘저 아가씨가 그 유명한 리온인가.’라며 중얼거리는 소리에 키네미아가 보란 듯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프랜시스가 모른 척 대꾸했다.
– 리온에게는 방법이 있나 보군.
마력이 통하지 않는 힘. 이는 시련의 탑에서처럼 결계를 무효화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황제도 알고 있겠지.
예상대로 프랜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 대공이 나서 주겠다니 마다하지 않겠네.
대공? 예상했던 대답 속 예상치 못한 단어에 키네미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각국의 수장이 모인 자리였다. 여기서 대공을 언급했다는 건 공식적 작위 계승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황실과 리온의 비화를 알음알음 알고 있던 영상구의 몇몇이 놀란 기색을 보였다. 누군가 제 옆의 보좌진에게 리온의 악명과 통설을 속닥거리자 한꺼번에 수군거림이 시작됐다.
그 모습에 프랜시스가 짜증스럽게 인상을 찌푸렸다.
분별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는 어리석은 치들. 한평생 위기라고는 사교계 망신밖에 겪어 보지 않은 바보들은 지금에 와서도 코앞에 닥친 일보다 사사로운 가십이 중요한 모양이었다.
그녀가 작위를 미룬 이유는 전대 황실과 리온의 불미스러운 관계 때문이 아니었다. 저치들의 버러지 같은 목숨을 구해 보고자, 저 소녀에게 막중한 임무를 떠넘기기 위해서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소녀가 바랄 만한 유인책을 쥐려고 했기 때문이었지.
황제가 된 이후로는 좀처럼 참는 법이 없었던 그녀가 대처를 고민하던 때였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렸다. 자리에서 일어선 울프만이 모두에게 보란 듯이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키네미아에게 인자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마탑에서는 리온 대공의 즉위를 진심으로 축하하네.”
어느새 수군거림은 적막으로 바뀌어 있었다. 수군거리던 이들은 그제야 키네미아 리온이 왜 마탑주와 함께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모양새였다.
울프만은 계속해서 박수를 치며 날카롭게 이야기했다.
“사람은 하나가 아닐 터인데, 어찌 된 일인지 박수 소리는 하나뿐이군?”
그의 말이 방아쇠가 된 듯 무수한 박수가 터졌다.
원치는 않았으나 박수 세례를 받게 된 키네미아가 짧게 인사를 표했다.
그렇게 소동이 진정될 때쯤, 프랜시스는 진심을 담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 리온 대공. 부디, 이 위협에서 사람들을 지켜 주길 바라네.
이 말을 하기 위함이셨구나.
대번에 부담을 잔뜩 짊어진 키네미아가 씁쓸한 미소를 보였다. 그래도 무를 필요는 없었다. 최선을 다해 그녀의 바람에 응할 생각이었으니까.
“예, 폐하.”
* * *
마탑의 최상층 회의실.
돌연 나타난 왕국으로 인해 마탑 또한 대비에 여념이 없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왕국의 결계를 처리할 방법에 대해 의논을 하던 중이었다.
아니, 거의 울프만의 독단적인 통보였다.
때문에 원로들은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린 탑주를 멍하니 바라보는 중이었다.
“지금 제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지요? 결계를 깨기 위해 저 리온 대공께서 가신다고요?”
원로가 키네미아를 지목했다.
그러자 울프만의 옆에 앉아 있던 키네미아가 순진하게 웃어 보였다.
마법사들이 자신을 믿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마력이 없다 못해 둔해서 손톱만큼도 느끼지 못하는 어딜 봐도 평범한 인간이었으니까.
“탑주님, 이미 결계의 위험성을 알고 계시잖습니까. 쉬이 결정하실 일이 아닙니다.”
원로들이 전부 고개를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그들은 마탑주가 미쳐서 산 제물이라도 바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는 눈초리마저 보냈다.
원로 중 하나는 키네미아를 구출해서 제 옆으로 빼 오려고 그녀에게 눈빛까지 보내고 있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바라본 에이얀이 손을 튕겨 원로의 의자를 뒤로 미는 것과 동시에, 울프만이 원로의 눈빛을 손바닥으로 차단하고는 입을 열었다.
“아직 미치지 않았으니 허튼수작 부리지 마시게. 주디스, 가지고 들어오게나.”
울프만이 주디스를 부르자 문밖에서 나타난 그녀가 카트를 들여왔다.
“원로님들도 아시겠지만, 얼마 전에 들여온 마도 기계의 코어입니다. 마력이 아주 실하게 들어차 있죠.”
원로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미아, 보여 줄 수 있겠니?”
“네.”
키네미아가 일어서서 카트 위에 올려진 붉은 구체에 손을 올렸다. 주디스가 말한 마력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그녀는 눈을 감고 힘을 모아 연결을 끊는 상상을 한 후에 손을 뗐다.
‘된 건가?’라고 생각하는 사이였다. 붉은 구체에 금이 쩌저적 가기 시작했다.
해냈다! 뿌듯하게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엥.’
키네미아는 자신을 향한 시선이 아주 매서워졌다는 걸 알아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겁니까!”
“마력을 상쇄하는 마법인가?”
원로들이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키네미아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다들 느끼지 않았습니까. 마력은 한 톨도 쓰지 않았다는걸!”
“이런 건, 생전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마력을 상쇄하는 마법이 아니라면 일종의 아티팩트처럼 구동하는 걸까요?”
“그것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들은 원로이며, 마탑의 마법사였다.
마탑에서도 특히 연구에 미친 자들을 뽑으라면 빠짐없이 포함될 자들.
미친 연구귀들은 쉴 새 없이 자신들의 생각을 늘어놓으며 두 손은 키네미아를 향했다.
히익. 키네미아가 뒷걸음질 쳤다.
“생물체에게 힘이 깃든 사례가 있던가요?”
“제가 알기로는 전혀-”
“그렇다면-”
“제가 아는 한 대공은 첫 번째 사례입니다.”
그들의 번들거리는 눈이 말하고 있었다. 저 진귀한 연구 자료를 가지고 싶어 미치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