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37)
먼치킨 길들이기 137화
쉔 티엔은 ‘그렇다는데.’라는 얼굴로 키네미아를 돌아보았다.
“위험할 수도 있어요.”
“위험? 지금 우리에게 하는 소리냐?”
“모래의 전사들은 위험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더 이상 입씨름을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무엇보다 그들의 실력을 익히 알고 있던 키네미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키네미아의 허락이 떨어지자 다들 일어서서 바로 무기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반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던 에이얀이 한껏 어깨를 늘어뜨리며 키네미아에게 속닥거렸다.
“우리를 따라오면 위험할 텐데, 차라리 내가 안전한 곳으로 보낼까?”
절대 안전한 곳으로 보내지 않을 사람의 물음이었다. 키네미아가 떨떠름하게 되물었다.
“……어디로 보내려고.”
“미아가 걱정하지 않게, 마물에게 습격당하지 않을 곳으로.”
“솔직하게 말해.”
두리뭉실하게 넘겨 보려던 에이얀이 옆으로 눈을 굴렸다.
“저 술로 만든 호수 밑이라든가.”
연금술사는 행복해할걸. 생긋 웃은 에이얀은 호수 밑바닥이 퍽 안전하단 소리를 참 예쁘게도 말했다.
“되겠어?!”
“쯧.”
에이얀은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일어섰다.
“그럼 시간이 없으니 지금 바로 출발하지.”
그가 손을 튕기자 길쭉하게 공간이 갈라졌다. 너머로는 어딘가의 하늘이 이어져 있었다.
일행들이 바로 하늘을 향해 발을 놀렸다. 입구가 좁아지자 륜이 폴짝 뛰어넘어 그들과 함께했다.
25장 BAD BLOOD
염소에게 걸린 목줄을 쥐고 아이는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메에에에에-”
얼마나 걸었는지 알 수 없었다. 목이 마르고 힘이 드는지 염소는 야속하게 울어 댔다. 염소의 머리를 쓰다듬은 아이는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 냈다.
모든 것은 마을 근처에 성이 나타난 이후에 일어났다.
마을에서는 무서운 이야기들로 가득했다. 지옥이 나타났다, 세상이 멸망한다, 온갖 흉흉한 낭설이 떠돌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떠나는 이들도 부지기수였다.
혼돈과 혼란이 가득한 시기. 죽은 동생이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무척이나 오래, 꺽꺽 소리를 내며 펑펑 울었다. 무척이나 그리웠노라며 동생을 꼭 끌어안은 채로.
동생뿐만이 아니라 온 마을에 죽은 자가 살아 돌아와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엄마는 아이에게 전 재산인 염소를 쥐여 주었다. 염소를 데리고 멀리멀리 가서 돈이 있어 보이는 어른들에게 염소를 팔라고. 그러면 당분간은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아이는 같이 떠나자고 했지만 엄마는 동생의 손을 꼭 붙잡았다.
“미안, 미안해, 슈제트. 그런데 엄마는 에리를 두고 갈 수가 없어. 엄마는 말이야, 에리의 엄마잖아.”
하지만 엄마, 저건 에리의 모습을 한 괴물이잖아. 겁에 질린 슈제트의 눈동자 속에서 에리는 엄마의 팔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슈제트, 가! 뛰어! 어서!”
슈제트는 뒷걸음질하다 점차 세차게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염소가 메에에 거리며 뒤를 따랐다. 마을 입구를 벗어날 때는 엄마의 비명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아이는 한참을 내달렸다.
그리고 지금.
슈제트는 어딘지 모를 곳에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정신없이 달리느라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눈앞을 가로막은 것은 성벽이었다.
여기로 올 생각은 아니었는데. 겁에 질려 돌아가려던 때였다.
일순 인기척이 들려왔다.
마을에서 소식에 밝은 청년 하나가 말하길, 나무처럼 성이 자라난 뒤부터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마을 밖으로 나온 적도 없고, 마물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손에 땀이 흥건해졌다.
도망치려고 해도 발이 제대로 떨어지질 않았다.
“메에에에에에-”
염소가 길게 울며 땅을 발로 찼다.
“조, 조용히!”
슈제트가 염소의 목을 안고 진정시키려는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그것은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
기괴하게 생긴 마물의 커다란 눈이 동서남북으로 구르면서 슈제트 앞에서 콧김을 뿜어 댔다.
“히익!”
슈제트가 놀라 숨을 들이켰다.
동시에 단도가 쏜살같이 날아왔다.
“끼익!”
단도에 목이 뚫린 마물은 길게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슈제트는 차마 놀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거친 숨을 골랐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아이야, 이런 위험한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거니?”
아주 다정한 목소리였다.
슈제트는 상대를 확인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어디에서도 본 적 없었을 정도로 잘생긴 사람이다. 마을에서 제일 잘생긴 오빠도 그와는 비견할 수 없으리라.
남자는 슈제트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빙긋 웃어 주었다.
“저, 전 어른들을 찾으러, 가고 있어요.”
슈제트가 더듬거리며 답하자 그가 그렇구나, 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 여긴 위험하니 자리를 피하자.”
그는 슈제트의 손을 잡고 움직였다. 남자를 따라간 슈제트는 이상하게 주위 환경이 확확 변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5분가량을 잠자코 따라가던 아이는 남자가 걸음을 멈추자 따라서 자리에 섰다.
“저런, 널 더 돕고 싶지만 지금은 시간이 나지 않는구나. 하지만 곧 내 일행들이 올 거야. 그쪽으로 가 보렴. 염소는 내 일행들이 사 줄 거란다.”
이 사람은 내가 염소를 팔려고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아,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는데 들어주겠니?”
슈제트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아이의 손바닥에 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얇은 비늘 같은 것을 건넸다. 자세히 보니 무언가의 손톱처럼도 보였다.
“이건 부적이야.”
그는 아이가 이것이 무엇인지 묻기도 전에 설명했다.
“사실 일행 중에 내 아들이 있어. 여기저기서 재난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 걱정이 많이 되는데, 내 아들은 통 이런 미신에는 관심이 없거든. 마음만이라도 알아줬으면 하는데 쉽지 않구나.”
부적이라면 슈제트도 알고 있다. 마을에서도 수도로 나가 기사가 되겠다는 오빠들에게 아줌마, 아저씨들이 꼭 가져가라며 품에 안겨 주는 것이었다. 보통은 받아 가곤 하지만, 이런 건 필요 없다면서 객기를 부리는 이들도 종종 있었다.
“내 얘기는 하지 말고 몰래 전해 줄 수 있을까?”
“네.”
생명의 은인을 저버리는 짓은 하지 않는다. 그건 어른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영웅담에 나온 미덕이었다.
슈제트는 꼭 전하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자가 가리킨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우웨에에엑-”
누군가 나무를 붙들고 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그 무엇보다 추하십니다, 스승님.”
그 뒤로 덩치가 큰 사내가 따라와 핀잔을 주었다.
“나는 새가 아니다!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다니는 일에 면역이 있을 리가 없거늘! 말로는 스승이라 부르면서 멸시가 하늘을 찌르는구나!”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
“잠깐 쉴까요?”
뒤이어 청아한 목소리로 소녀가 물었다.
부드러운 실크로 된 티셔츠와 긴 가죽 부츠를 신은 가벼운 차림새였지만, 반짝이는 금발과 예쁜 얼굴이 마치 무도회에 선 공주같이 화려한 언니였다.
“시간이 촉박합니다. 마탑에서 바로 뒤따르고 있으니 조금 무리하더라도 바로 진입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책에서나 볼 법한 긴 로브를 입은 마법사 같은 남자가 말했다.
“됐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 늑장 부려 봐야 술맛만 버릴 뿐이지.”
“어차피 더 움직일 필요도 없어. 결계는 바로 여기니까.”
여우 같은 얼굴의 남자가 괜찮다고 나서자, 그에 답하듯 새카만 머리칼을 가진 잘생긴 오빠가 말을 맺었다.
여우남은 빨리 말하라며 투덜거렸고, 잘생긴 오빠는 안 물어보지 않았느냐며 심드렁하게 핀잔을 주었다.
나무 뒤에서 이를 모두 지켜본 슈제트는 잘생긴 오빠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찾았다, 은인 아저씨의 아들. 슈제트는 일행에게 단숨에 달려갔다.
“저, 저기요, 나리! 제 염소를 사 주시겠어요?”
“염소?”
여우같이 생긴 남자는 긴 나뭇가지 같은 것을 입에 물고는 되물었다.
슈제트는 보란 듯이 염소를 보여 주었다.
“저랑 엄마가 매일 밥을 주고 튼튼하게 키웠어요. 젖도 잘 나오고 병도 없어요.”
자랑스럽게 어필을 해 보았지만 일행은 저마다 의아한 얼굴로 묵묵부답이었다.
“여긴 어떻게 온 거야? 엄마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자 금세 슈제트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가 시큰해졌다.
“엄마는, 집에 동생이, 히끅, 돌아왔어요. 그래서 엄마가, 동생 혼자 두고 가지 않을 거라고, 흑. 나만, 나만 멀리 도망가라고.”
흐아아앙. 긴장이 풀린 목소리에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키네미아가 아이를 안고 등을 토닥거렸다. 아이의 이야기를 들은 에이얀은 무얼 생각하는지 굳은 얼굴이었다.
“엄마아아아아아, 엄마아아, 보고 싶어-”
“울지 마.”
답지 않게 아이를 달랜 에이얀이 슈제트의 눈물을 닦아 주며 허리를 숙였다. 그러고는 마치 악마가 ‘세상에 산타는 없단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달콤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세상에 혈연만으로 이어진 가족만큼 부질없는 관계는 없어.”
“이 오빠 말은 안 들어도 돼!”
둘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보던 키네미아가 아이의 앞을 막아섰다.
아이는 더 큰 울음을 터트렸고 아이의 등을 두드리며 키네미아가 에이얀을 무시무시하게 노려보았다. 에이얀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떨어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