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38)
먼치킨 길들이기 138화
결국 키네미아는 일행을 따라온 마법사에게 말했다.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 주세요.”
“하지만, 탑주님께서 걱정이 많으십니다.”
여러 가지로. 마법사가 에이얀을 눈짓했다.
“오히려 걱정할 일이 없을 거예요.”
키네미아도 에이얀을 눈짓했다.
“……?”
둘이 자신을 두고 눈짓으로 대화하자 에이얀이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나이에 비해 제법 똑똑했던 슈제트는 저 잘생긴 오빠가 문제구나, 라며 상관관계를 파악했다.
“탑주님께서 금방 오시기로 되어 있잖아요.”
“그렇긴 합니다만.”
키네미아 일행은 일단 결계를 깨는 역할이었다.
결계 안이 어떤 상태일지 알 수 없으니, 먼저 키네미아 일행이 결계를 깨고 대기하면 탑주가 병력을 이끌고 함께 성을 칠 것이다.
키네미아가 마법사와 상의하는 사이, 슈제트는 에이얀에게로 바짝 붙어 섰다. 꼭 쥔 손에는 그에게 전해야 할 것이 남아 있었다.
“오빠.”
슈제트가 조심스레 에이얀의 로브를 잡아당겼다.
“오빠의 아버지는요, 오빠를 무척 걱정하실 거예요.”
이 정도는 말해도 되는 거겠지? 표정을 굳힌 에이얀이 멈칫하는 동안 슈제트는 그의 주머니에 손톱을 넣었다.
상의는 금방 끝이 났고, 마법사는 슈제트와 함께 마을로 돌아가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마법사는 일행 바로 뒤에서 공간 이동 마법진을 그리고 주문을 영창했다. 염소의 목줄을 꼭 쥔 채 슈제트가 뒤를 돌아보았다.
마임이라도 하는 것처럼 어딘가를 만지던 예쁜 언니가 찾아냈다는 듯 일행에게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때, 마법사가 이제 가야 한다며 슈제트를 인도했다.
네, 대답한 후에 그를 따라 마법진 위로 올라서던 슈제트는 키네미아 일행을 확인했다.
‘……!’
눈이 멀 것같이 강렬한 빛이 일행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어?’
그리고 슈제트는 분명히 보았다. 빛 속에서 잘생긴 오빠를 이끌고 가는 누군가의 손을. 그 손에는 손톱이 하나 빠져 있었다.
* * *
한동안 저항하는 것처럼 내뿜던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키네미아가 고개를 들었다.
결계는 가닥가닥 금이 가 있었다. 아주 작은 힘에도 부서질 것처럼.
키네미아는 검지를 들어 금이 간 곳을 톡, 건드렸다. 곧 부스스 싸라기눈처럼 결계가 흩날렸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이걸 마을이라고 해야 할까?
빛이 가시자 보인 것은 마을 모양새의 모형이었다. 겉만 그럴듯하게 흉내 낸 공간.
키네미아는 인기척이 전혀 없는 주위를 대강 살핀 후에 일행에게 말했다.
“일단 여기서 대기하죠.”
‘에이얀, 너도 당장은 가만히 있어.’라고 말하려는 차였다. 수긍하는 일행들 사이에서 이상하게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에이얀은?”
일행들도 에이얀이 사라진 것을 지금 안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엥, 설마 혼자 다 때려 부수러 간 건 아니겠지. 워낙 제멋대로인 인간이니 그럴듯한 가정이었다.
“에이얀!”
키네미아가 에이얀을 찾으며 집의 대문을 열고, 우물 안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상하다. 아무리 제멋대로라고는 하나 위험할 수 있는 곳에 나를 두고 움직이지는 않을 텐데. 잘못 끼운 태엽을 억지로 돌리는 것처럼 기묘한 조바심이 들었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일행들도 그녀를 따라 움직였다. 흑야의 길드원들이 그림자처럼 흩어져 주변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돌아온 그들은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사람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습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에이얀!”
크게 불러 보아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에이얀이 이런 상황에 나를 혼자 두고 움직일 리가 없는데.
그때 로우와 쉔 티엔이 키네미아의 앞을 막아섰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십시오.”
“미아, 뒤에 서거라.”
“……?”
잔뜩 경계한 그들은 저마다의 무기를 쥔 채 언덕배기를 응시했다.
착, 착, 착, 네 다리로 질서 있게 움직이는 소리가 적막을 가르고 매섭게 들려왔다.
붉은 사냥개라 불리는 마물의 무리였다. 군단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까마득한 숫자가 그들에게로 몰려오고 있었다.
* * *
에이얀은 줄곧 조급한 기분이 가시질 않았다.
모르간이 재등장했을 때부터 무엇이든 그에게 접근해 오리라 여겼는데 그저 착각이었을 뿐일까?
하지만 그가 관련되어 있지 않다면, 어째서 모르간이었을까. 지나친 우연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엄마가, 동생 혼자 두고 가지 않을 거라고-”
문득 칼날처럼 슈제트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베고 지나갔다.
아이의 엄마는 죽었을 것이다.
‘바보같이.’
이미 죽은 아이에게 마음을 빼앗기다니.
모성애라고 하던가.
그러나 정말 그 모든 것을 이겨 내는 부모의 사랑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걸까?
제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목숨을 걸고 죽은 아이를 놓지 못할 정도의 사랑이 있을까?
그런 사랑이 존재한다면 왜 내게는 나타나지 않았을까?
내가 문제였을까, 아니면 아버지가 문제였을까?
이제는 알 수 없는 물음이었다. 아버지는 어둠 속으로 영영 사라져 버렸으니까.
다시금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려고 하자 에이얀은 키네미아를 떠올렸다.
키네미아는 그가 쥔 유일한 안정제였다.
괜찮아. 키네미아만 내 옆에 있어 주면 돼.
‘그런데, 여긴 어디지?’
무언가를 자각함과 동시에 짙은 숲의 내음이 밀려왔다.
“-60, 59, 58, 57, 56.”
누군가 숫자를 거꾸로 세고 있다.
“55.”
누군가?
“54.”
누군가라니.
“53.”
이건 내 목소리가 아닌가.
에이얀이 눈을 떴다.
“52.”
아이가 선 곳은 어두운 숲속이었다.
에이얀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시야가 낮다.
천천히 두 손을 들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은 아이의 손이었다.
“하!”
에이얀이 손으로 입부터 눈을 지나 머리를 쓸어 올렸다.
이건 그때였다.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미련스레 기다리며 병신같이 숫자를 세던 그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목 바깥으로 치밀어 올랐다.
“죽여 버리겠어.”
그게 누구든.
구역질이 치밀어오를 정도로 짜증스러운 장난질이었다.
이런 재미없는 짓을 저지른 자가 누구든, 형체가 남지 않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어 버릴 것이다.
아마도 이는 과거를 보여 주는 환영일 터. 환영 마법을 깨고 반작용으로 상대의 뇌를 깨 버릴 생각이었다.
이에 그가 마력을 끌어 올리려던 순간이었다.
자박자박 수풀을 헤치고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얀.”
에이얀이 홀린 듯 고개를 돌렸다.
이게 그의 과거를 비추는 환영이라면, 절대 들려서는 안 될 목소리였다.
이 빌어먹을 이야기의 결말은 누구보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으니까.
에이얀을 부른 남자는 한달음에 그 앞으로 다가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많이 무서웠지.”
처음으로 듣는 다정한 목소리였다.
숲속 어디선가 물까치가 비명을 질러 댔다.
눈앞에 선 이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젊은 남자였다.
한때, 그렇게나 사랑을 갈구했던 사람.
그리고 한때, 눈앞이 새카맣게 물들 정도로 증오했던 사람.
“늦어서 미안.”
그가 곧장 에이얀을 끌어안았다. 한 번도 안겨 보지 못했던 품 안에서 어린 에이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버지.”
이건 분명, 질 나쁜 꿈이었다.
* * *
“끼익!”
키네미아가 제 덩치만 한 붉은 사냥개에게 박힌 검을 빼내고는 피를 털어 냈다. 주변에서는 저마다 밀려오는 잡졸들에 발이 묶여 있었다.
결계를 깨자 성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결계를 깨고 들어온 순간을 기다린 듯, 수많은 마물들이 일행에게 곧장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이대로는 끝이 없겠어.’
빙글 돌아선 키네미아가 재차 검을 찔러 넣었다.
“끼에에에엑-!”
일행들 전부 실력자였다. 하위급 마물들이야 기계적으로 베어 내며 앞으로 나아갔지만, 소수 인원이 이런 대규모 물량전에 쉬이 대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물론 에이얀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으나-
키네미아가 오른발로 앞을 지탱하며 검을 깊게 찔러 넣었다.
“끄으윽!”
그녀는 검 끝에 꽂힌 마물을 발로 차 떨어트리고 소리쳤다.
“에이얀!”
어디에도 에이얀이 보이지 않는다. 결계를 깨고 빛에 잡아먹히던 순간부터.
키네미아에게는 에이얀이 자신을 두고 말도 없이 혼자 움직일 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으로 진입한 순간 에이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
‘여기에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데.’
그러나 키네미아의 희망을 꺾으려는 듯 공간이 갈라졌다. 아공간 안에서 수많은 마물들의 눈이 희번득거리며 그들을 응시했다.
그때였다.
붉은 마력이 사막의 모래바람처럼 차올랐다.
펑! 펑! 펑!
마력에 휩싸인 마물들이 불꽃놀이처럼 한 마리, 한 마리씩 터지기 시작했다.
펑! 펑! 펑! 펑!
“영창을 시작한다!”
울프만의 외침이 들리자 마법사들이 한목소리로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화살처럼 마력의 비가 후두둑 쏟아지고 마물들이 괴성을 질러 댔다.
울프만을 위시한 마탑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