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39)
먼치킨 길들이기 139화
“할아버지!”
키네미아가 울프만에게 한달음에 달려갔다. 울프만이 팔을 들어 그녀를 반겼다.
“미아, 다친 곳은-”
그의 걱정 어린 말을 뒤로하고 키네미아는 냅다 본론부터 던졌다.
“에이얀이 사라졌어요!”
“뭐?”
너를 두고 사라졌다고? 에이얀이? 그는 생전 처음으로 맞이한 난제에 당혹한 기색이었다.
“설마 그놈, 어디선가 죽은 건-”
그는 죽음이 아니고서야 에이얀이 그럴 리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키네미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렇진 않을 거예요.”
그랬다가는 세상이 멸망했을 테니까.
“결계를 깬 바로 그 순간부터 보이지 않아요. 빛이 감싸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는데, 그때 일행과 떨어져서 어딘가에 갇힌 게 아닐까요? 자력으로 탈출할 수 없는 그런 곳이요.”
“흐음-”
울프만이 침음을 삼키다 키네미아를 잡아당기고 발을 굴렀다.
펑! 펑!
달려오던 고블린 두 마리가 터지며 피를 튀겼다. 울프만이 키네미아의 얼굴에서 피를 닦아 주며 말했다.
“짚이는 곳이라면 있긴 하다만. 저 성의 첨탑으로 갈수록 마력의 흐름이 이상해지고 있어.”
“그렇다면-”
그곳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그놈이 널 혼자 둔 걸 알고 미쳐 버리기 전에 빠르게 가야겠구나.”
키네미아가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성은 멀지 않다. 마을 바로 앞에 선 성벽만 넘어서면 될 터였다.
한데 잠잠하던 성벽에서 한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엄하도다.”
부채를 팔랑이는 그것은 긴 뿔을 가진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왕에게 경배하라, 인간.”
어느 곳을 본들 마물 그 자체였으나, 그녀는 인간 정도의 지능을 가진 듯했다.
“어지간히도 고위급인가 보군.”
울프만이 혀를 차며 읊조렸다.
그녀는 귀밑까지 길게 입을 찢어 웃었다.
“왕은 더럽혀진 땅을 정화할 것이고, 너희에게 사랑하는 자를 되돌려 줄 것이다.”
“엄마는, 집에 동생이, 히끅, 돌아왔어요. 그래서 엄마가, 동생 혼자 두고 가지 않을 거라고, 흑. 나만, 나만 멀리 도망가라고.”
슈제트의 말을 떠올린 키네미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을 두고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돌아왔다고 말할 수 있던가?
당장 저 새로운 왕이란 놈을 잡아다 모든 걸 멈추라 하고 싶었다.
‘쉽지 않겠지만.’
용사가 보내 준 기억에 따르면 저 마물의 이름은 부활의 발레리.
주변의 마물들에게 제 힘을 나누어 주는 서포터이자, 3개의 목숨을 가진 마물이었다.
쉽지 않지만 이겨 낼 수는 있을 것이다. 두 번의 부활을 거친 후에 마지막 변태를 끝으로 죽음을 맞이할 테니까.
발레리를 죽이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다만 문제는…….
‘암살자 본.’
본은 언제나 발레리와 함께하는 외눈의 마물이었다. 그는 낫을 들고 다니며 제일 약한 적을 찾아가 전력을 잘라 내기 시작한다.
흑야라면 몰라도, 마법사들이 직접 그를 마주하게 된다면 큰일일 것이다. 이에 키네미아가 직접 마법사들이 있는 후방으로 뛰어들려던 순간이었다.
“……!”
그녀는 목으로 다가오는 기척에 반사적으로 검을 빼 들었다.
챙!
커다란 낫이 튕겨 나갔다.
“제법이군.”
가래가 끓는 듯한 낮은 목소리.
날렵한 인간의 몸을 하고 있었으나, 얼굴에 박힌 커다란 눈은 하나뿐이었다.
본?
키네미아가 눈을 굴렸다. 본이 날 찾아왔다? 그렇다면 일행 중에 제일 약해 보이는 사람이…….
“나였어?!”
본이 튕겨 나간 낫을 휭휭 돌리고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잠깐 생각에 빠졌다가 심호흡을 한 키네미아가 손바닥을 보이며 세웠다.
“잠깐만, 본.”
본의 이름을 부르자 그가 멈칫하며 눈매를 좁혔다.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그러거나 말거나 키네미아는 제일 중요한 문제를 꺼냈다.
“내가 여기서 제일 약해 보인단 말이야?”
내가? 무려 제국의 영웅에게 검술을 전수받은 내가? 검술이라면 리온 최고의 기사와도 대련을 펼칠 수 있는 내가?
내가 제일 약하다는 것. 그것은 리온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본은 뻔한 질문을 묻는다는 듯 말했다.
“그것은 당연하다, 인간 소녀여.”
하! 대번에 짜증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내가 어리고 예쁘다고 해도 그거 편견이야!”
본은 잠시 망설이다 답했다.
“……예쁘다고는 하지 않았다. 인간 소녀여.”
“시끄러워!”
날 얕보다니. 키네미아가 자세를 잡고 검을 다시 쥐었다. 후회하게 해 주지.
그 기세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본도 긴장한 채 허리를 더 낮추었다.
짧은 탐색이 끝났다. 곧이어 첫 합이 이루어지려는 순간.
찰나에 나타난 기다란 손가락이 낫을 사뿐히 잡았다.
“미아에게 볼일이 있다면-”
울프만이었다. 대체 언제? 본의 샛노란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들을 전부 거쳐야 한다네, 불청객.”
어느새 수많은 마법과 검 끝이 본을 둘러싼 채였다.
마치 이 쇼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일대의 모든 시선이 본을 향하고 있었다.
‘타깃을 잘못 골랐다.’
꿀꺽, 죽음을 앞두고 마른침을 삼키자 본의 목울대가 올라갔다 내려왔다.
“미아는 후방으로 빠지는 게 좋겠구나.”
울프만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많은 검 끝이 본의 몸을 꿰뚫었다.
“네…….”
위압감에 눌린 키네미아가 얌전히 대답했다.
키네미아에게 다가왔던 위협이 사라지자 깜짝쇼라도 됐던 것처럼 모두들 원래 진형으로 돌아갔다.
졸지에 최약체로 찍히고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 키네미아는 촉촉해지는 눈가를 닦았다. 슬퍼하지 말자. 긍정적으로 생각해.
후방은 지원 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키네미아는 한데 뭉쳐 영창을 반복하는 마법사들 사이를 가로질렀다. 날개가 달린 작은 마물들이 마법 시전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검으로 마물을 단숨에 베어 낸 후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래, 슬프지만 뒤에서도 도움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어린 마법사 하나가 얼굴을 쭉 빼 들고 수풀 속을 유심히 응시하는 게 보였다. 무언가를 감지한 듯싶었는데 두려움에 확인하기를 주저하는 듯했다.
“뭐가 느껴졌어?”
어린 마법사가 우물쭈물 답했다.
“저, 그게, 저쪽에서 마력이 움직였습니다.”
“내가 확인해 볼 테니 안심하고 계속 진행해.”
검을 휙 돌려 잡은 키네미아가 미소를 지어 주자 어린 마법사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귀여워라. 마법사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후, 키네미아는 나무가 빽빽이 서 있는 숲으로 발을 들였다.
‘이상한 건 모르겠는데.’
오감을 예민하게 세우고 휘휘 둘러보던 중이었다. 멀지 않은 공터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두 명의 남자가 마차와 함께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가시관을 쓴 올빼미의 문양이 새겨진 중갑을 보아하니 저 둘은 에버렛의 기사일 터.
둘 중 나이가 지긋하게 든 기사가 보석을 들어 아공간의 문을 닫았다.
‘저건…….’
익숙한 생김새였다. 만약 저것이 울프만이 주었던 마탑으로 향하는 보석과 비슷하다면, 성안으로 향하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노려볼 만해.
기사에게서 보석을 갈취하기 위해 키네미아가 조심스럽게 검을 쥐었다. 기회를 노려 움직이려던 때였다.
덜컹! 끼이익-
멈춰 있던 수송 마차 안에서 누군가의 움직임이 들려오며, 바퀴가 앞으로 짧게 움직였다.
“……!”
순간 기사들이 사색이 되어 멀찍이 거리를 두었다. 젊은 기사는 검집에서 검을 빼어 들기까지 했다.
‘저건 뭐지?’
검을 든 기사 둘이 겁을 먹기에는 기묘한 상황이었다.
수송 마차의 창살 안에서 무언가가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어찌나 두려웠던지, 얼굴은 검은 두건으로 가렸으며 온몸은 쇠사슬로 결박된 채였다.
주변 공기에 떠도는 칼날처럼 흉흉한 기운은 상대가 고위급이라는 것을 의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
기사들도 이를 알고 있는지 멀찍이 떨어져서 서로 문을 열라며 순번을 미루었다.
결국 경력이 미천한 젊은 기사가 나섰다. 그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검집으로 걸쇠만 깔짝거렸다.
‘여기다 풀어놓으려는 건가?’
여긴 전선의 후방이었다. 울프만과 일행들은 마물과 대적하기 위해 최전방에 있을 터였고.
저런 위험한 것이 뒤에서 밀고 들어온다면 전열은 바로 붕괴될지도 모른다.
‘그렇게는 놔둘 수 없어.’
재빠른 판단이 이어졌다.
‘걸쇠를 풀기 전에 막아야 해.’
키네미아가 땅을 박차고 기사의 등 뒤로 달려들었다.
“……?!”
순식간에 검날이 목에 닿은 채 제압당한 젊은 기사가 꽥 소리를 질렀다.
“너, 넌 누구냐!”
“뭐, 뭐야!”
“질문은 내 쪽에서 해.”
키네미아는 기사의 검을 빼앗아 멀리 내던졌다.
“아직 기사도가 살아 있다면 동료가 산 채로 목이 잘리는 걸 보고 싶지는 않겠지?”
그녀가 눈짓으로 늙은 기사의 허리춤에 있는 검을 가리켰다. 그가 망설이자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핏줄기가 흐르고 통곡 소리가 커지자 그는 욕지기를 내뱉으며 제 검을 풀어서 수풀로 던졌다.
“그래서, 저건 대체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