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44)
먼치킨 길들이기 144화
“으잉?!”
끔찍한 광경에 쉔 티엔이 입을 벌렸다. 로우가 침울하게 고개를 저었다.
“보십시오.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까.”
“나 때문이라고?!”
그는 어이가 없었다.
“예, 그러니 부디 입조심하십시오.”
로우가 다시 자세를 잡았다.
그들의 앞에서 되살아난 발레리가 머리를 돌려 끼우며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툴툴댔다.
“아, 머리를 떨어트리면 어떻게 해! 진짜 아프다고!”
쉔 티엔이 이를 갈았다.
“젠장!”
불사의 마물이라니. 동대륙에 내려오는 전설로밖에 들어 본 적이 없다.
이렇게 된 거, 몇 번이고 목을 베어 주리라.
쉔 티엔이 결심하던 그때였다. 바로 뒤에서 낯선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발레리의 약점은 심장이란다, 쉔 티엔.”
쉔 티엔이 쏜살같이 몸을 피했다. 그가 있던 자리에는 홀연히 나타난 사내가 서 있었다.
“지원이야.”
지원을 나온 거라 밝힌 그는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창백한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 시체 같은 낯빛에 도무지 멀쩡해 보이는 곳이 없는 그는 사령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
“환자는 썩 꺼지시게!”
쉔 티엔이 소매 안에서 포션을 꺼내 야생동물을 쫓듯 그에게 내던져 버렸다.
“앗.”
종이 인형 같은 남자가 포션을 머리에 뒤집어쓰고서는 입에서 주르륵 피를 흘렸다.
포션을 맞고 피를 왜 흘리는 거야?! 놀란 쉔 티엔이 그아앗 소리를 질러 댔다.
옆에서 지켜보던 로우가 경멸하듯 말했다.
“이제 불법 체류자에 이어 독살범까지 되시겠군요.”
로우를 따르던 흑야의 길드원들마저 그를 흘기며 수군거렸다.
“내 탓이 아니다! 모함이야!”
“그래, 쉔 티엔의 탓이 아니란다. 쿨럭!”
환자가 웃으며 피를 뿜어 댔다.
소매에서 명주 천을 하나 꺼내 던져 주며 쉔 티엔이 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파리한 안색하며, 멈출 줄 모르는 토혈까지.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남자가 이 전장에는 왜 따라왔단 말인가.
“거기 환자여, 내 이름은 어떻게 아는 거지?”
“하하, 유명한 혜민원의 약사라고 명성이 자자하신 분이잖아.”
그는 자신을 우진이라 소개하며, 만나서 영광이라면서 쉔 티엔의 양손을 붙잡고 위아래로 붕붕 흔들었다.
흔드는 것은 우진이었다만 어찌나 몸뚱이가 팔랑거리는지, 쉔 티엔은 자신이 우진을 잡고 흔드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악수하다 죽는 거 아닌가? 제 탓이 될까 두려웠던 쉔 티엔은 식겁하는 표정으로 그에게서 멀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자는 바로 말을 돌렸다.
“즐거운 자기소개는 끝났으니 이제 내 말을 들어 주렴.”
이자는 말투부터 맛이 갔군. 혹시 환자가 포션병에 머리를 잘못 맞은 게 아닐까 쉔 티엔이 의심할 때였다.
그가 키네미아의 토끼 모양 단검을 꺼내 보였다.
“리온 대공 전하의 명이야.”
그러는 사이 발레리가 다시 완전한 형태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세상에 죽지 않는 생명체는 없어. 공략이 조금 까다로울 뿐.”
남자의 검지가 발레리의 첫 번째 급소, 심장이 있는 오른쪽 가슴께를 가리켰다.
일견에 제 급소를 지목당한 발레리가 긴장한 기색을 내보였다. 남자에게서는 숱하게 발레리를 쓰러트려 본 것 같은 기묘한 능숙함이 느껴졌다.
로우와 쉔 티엔이 서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남자의 말에 응해 자세를 잡았다.
* * *
“에이얀!”
몽롱한 정신 너머로 날카로운 고성이 뇌리에 박혔다.
‘누구지?’
눈이 부실 정도로 예쁜 소녀였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누군가를 부르는 듯했으나 그의 귀까지 닿지는 않았다.
아주 소중한 걸 잃어버린 것 같은데. 그의 세상 전부였던 것 같은데.
뭐였지.
그게 뭐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착각인가.
자꾸만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그의 생각을 방해하는 것처럼 요제프가 에이얀에게 속삭였다.
“내 친구가 저기에 있구나.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데, 도와주겠니?”
에이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에버렛은 돌연 제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힘을 느끼며 두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 하하하하하! 이거군, 이거였어. 몸이 가벼워. 살아 숨 쉬는 기분이야.”
이제야 완벽해지는 느낌이었다.
그와 동시에 어디선가 나타난 어둠이 용의 몸통처럼 기다란 형상으로 키네미아를 향해 입을 벌렸다.
제기랄. 몸을 굴려 공격을 피한 키네미아가 창틀이 있는 벽에 기대며 일어섰다.
쐐애애액-
다시금 어둠이 달려들자 키네미아는 용의 등을 밟고 샹들리에 위로 점프했다.
그때였다.
두근-
커다란 고동과 함께 전방의 모든 것이 흔들렸다. 성에서 돌덩어리들이 부서져 떨어졌다.
‘뭐지?’
줄리안이 천장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이 모든 것을 음미하듯 눈을 감고 있었다.
“드디어- 내 왕국이 깨어난다.”
그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새벽의 달빛이 새어 들어오던 창이 급격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키네미아는 황급히 밖을 확인했다. 기다랗게 뻗은 창 너머로 바깥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성의 첨탑에서 시작된 밤보다 깊은 어둠이 대륙의 하늘을 잡아먹고 있었다.
* * *
얼음 칼날에 급소가 꿰인 마물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갑자기 마물들의 공세가 더욱 거세졌다.
“……부화하는군.”
예상은 하고 있던 바였다. 그저 부화가 조금 더 늦어지기를 바랐을 뿐.
기실 부화도 부화지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울프만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확인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새벽의 하늘이었건만, 돌연 빛은 온데간데없이 아주 새카만 물감을 부어 놓은 것처럼 하늘이 온통 검게 물들고 있었다.
이 어둠은 에이얀의 것일 터. 결국 제일 걱정하던 일이 터지고 만 것인가.
그가 비통한 한숨을 감추는 사이, 감이 좋은 마법사들도 이 탁하고 서늘한 기운을 알아차렸다.
“탑주님, 이 어둠은 대체…….”
“다른 곳에 신경 쓰지 말고 지금 앞에 둔 일을 하시게.”
“하지만 탑주님. 저건 그저 사사로운 힘이 아닙니다.”
마법사가 어둠을 가리켰다. 그의 말은 타당했다. 다른 이들도 불안함을 달래지 못하고 있었다.
안색이 변한 마법사들의 면면을 둘러본 울프만이 속내를 숨기고 그들을 다독였다.
“걱정 말게나. 여차하면 내가 해결할 테니.”
마탑주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에 마법사들은 곧 낯빛을 되찾았다.
한편 울프만은 표정을 굳혔다. 한 젊은 마법사의 얼굴 위로 에이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종종 모진 말을 하곤 했지만 그래도 아이를 사랑했다.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면 저만한 손주가 있었겠지. 아직은 이르다고 여기면서도, 언젠가 그 아이가 자신 대신 혼인을 하고 아이를 낳는 행복을 느끼길 바랐다.
하지만 그에게는 탑주로서, 인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었다. 어둠으로부터 종의 절멸을 막는 것.
‘더 큰 불상사가 생기기 전에, 제약을 발동시켜야 해.’
마력을 재차 사용한 탓에 코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이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마력은 화수분이 아니다. 마탑주조차도 지난하고 힘든 레이스였기에 일반 마법사들이 버티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그 와중에도 성에서는 수많은 가고일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문득 시야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그는 꼿꼿하게 허리를 폈다.
* * *
하필 이때 나타나다니. 키네미아가 샹들리에 반대편으로 움직이며 이를 악물었다.
키네미아는 눈이 멀어 버릴 것 같은 분노를 애써 삼키며 생각을 전환시켰다.
‘에이얀.’
분명 눈이 마주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다른 먼 곳을 보는 듯했다. 그는 꿈을 꾸는 듯한 얼굴로 키네미아를 바라보며 에버렛에게 얌전히 힘을 나누어 주는 중이었다.
옆에 선 검은 머리의 남자가 에이얀에게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 분명했다. 그가 자신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
키네미아는 저를 잡으려는 어둠의 몸짓을 피해 재빠르게 움직이면서 머리를 굴렸다.
‘뭘까. 세뇌? 최면?’
어떤 방식인지 알 수 없으나 하나는 확신할 수 있다. 에이얀에게 걸려 있는 것이 만약 마법이라면-
‘내 손으로 풀 수 있을 거야.’
물론 에이얀에게 다가갈 수만 있다면!
‘젠장!’
어둠의 용이 그녀를 잡아먹을 듯 입을 벌리고는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일순 몸을 돌리던 키네미아의 발끝이 미끄러졌다.
“읏!”
키네미아가 샹들리에의 끄트머리를 잡고 매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