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45)
먼치킨 길들이기 145화
“하하하! 하하하하하하!”
발밑에서는 에버렛이 허리를 젖히며 미친 듯이 웃어 젖히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힘을 가지고 재미있는 사냥놀이를 하는 것처럼 굴었다. 아까 그를 능멸한 자신을 오래 가지고 놀고 싶기에 벌이는 짓거리임이 틀림없었다.
분해. 목이 꽉 막힐 정도의 답답함과 분함에 속이 타들어 갈 것만 같다. 제기랄. 제기랄! 입술을 깨문 키네미아가 샹들리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한편 에버렛은 숨을 헉헉대며 키네미아를 응시했다. 줄곧 저 일그러지는 얼굴이 보고 싶었다.
다만 내 힘은 이 정도가 아닌 것 같은데. 요제프는 그에게 모든 힘을 건네지 않았다. 아주 갈증이 날 만큼만 적게. 사막을 헤치고 온 목마른 자에게 단 한 방울의 물만 건넸다.
그사이 요제프는 기묘한 시선으로 제 아들을 바라보았다. 에이얀은 몽롱한 얼굴로 저 소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키네미아라고 했던가?
지난 연회에서 스쳐 지나가듯 본 적이 있다. 귀한 혈통에 아름답기까지 했는데.
에이얀이 저 소녀에게 푹 빠져 있다는 소문은 듣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어쩐지 기묘한 예감이 들어 당시에는 자리를 물렀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그의 감은 틀린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에이얀은 소녀를 마주한 순간부터 줄곧 무언가를 떠올리려 부단히 애를 쓰고 있었으니까.
에이얀의 정신을 뒤흔들고 더없이 깊이 파고들었건만, 아주 깊은 중심부에 남아 있는 한 줌의 자아가 마법을 밀어내는 듯했다.
지금은 자리를 물러야 할까?
아니면 저 소녀를 이용해 더욱더 뒤흔들어 볼까.
그가 짧게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어느새 다가온 에버렛이 요제프의 손목을 잡아챘다.
키네미아는 어둠의 용에 의해 두 손을 결박당한 채로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에버렛에게로 흘려보낸 힘은 아주 미약했다. 셀테어의 영혼을 깨울 정도로만. 때문에 힘이 모자란 모양이었다.
“좀 더, 힘이 좀 더 필요해.”
씩씩거리는 숨소리에서 품위라고는 티끌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본능에 잠식당한 짐승처럼 다급하게 보챘다.
“하층민들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군.”
요제프는 에버렛 앞에 거울을 두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 누가 하층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지.
“이봐! 네 목적을 잊었나?! 어서 내게 힘을 넘겨!”
슬럼가 뒷골목에서 술과 약을 갈망하며 밑바닥을 기는 이들처럼 그는 안절부절못하며 요제프를 다그쳤다.
요제프는 그런 에버렛을 유심히 관찰한 후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렸다. 더 미룰 필요 없겠지.
“내 말 듣고 있는 건가?!”
영혼은 이미 개화한 것 같으니.
마땅히 하나여야 했을 에이얀의 힘에 반응해 셀테어의 영혼은 완전히 깨어났을 터였다.
“빨리!”
요제프는 그의 손을 탁 쳐 냈다. 그러고는 더러운 것이라도 닿은 것처럼 털어 냈다.
에버렛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품위 없게.”
요제프는 짓이기듯 말하고서는 그동안 꽁꽁 숨겨 놓았던 속셈을 내비쳤다.
“내가 네게 바란 것은 네 영혼뿐이었다. 보잘것없는 사생아 같으니.”
“뭐, 뭐?”
“이젠 모든 힘을 내 손으로 쥘 수 있는데 내가 왜 너 같은 사생아의 명에 따라야 하지?”
에버렛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 영혼? 그걸 갖기 위해, 날, 속였다고?”
요제프는 즐거운 듯 입을 찢어 웃었다.
“영혼을 빼앗는 데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알아서 그 얕디얕은 힘을 다 소비해 줄 줄이야!”
낄낄대던 요제프가 고개를 까딱하며 신호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에버렛의 등 뒤에서 거대한 마물의 손이 튀어나왔다.
“……!”
경악도 잠시, 에버렛이 이죽거리듯 말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내가 하층민의 말 따위를 온전히 믿을 줄 알았더냐?”
그가 마지막 힘을 짜냈다. 키네미아를 결박하고 있던 어둠의 용이 마물의 손 위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마물의 피가 온 사방으로 튀었다.
“이제 너는 필요 없어. 본래 있던 지옥으로 돌아가라!”
에버렛이 힘을 다른 곳에 쓰는 사이, 결박에서 풀린 키네미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분열?’
몰라! 키네미아는 오래 생각지 않고 바로 에이얀 쪽으로 무작정 달리기 위해 일어섰다. 어찌 되었든 에이얀의 정신만 돌아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테고, 그러려면 지금이 기회였으니까.
“윽!”
그러나 높은 곳에서 아무런 방비 없이 떨어진 탓일까. 발목이 부러진 듯 엄청난 고통이 엄습했다.
“크윽!”
재차 발을 옮기려 해 보았지만 마음대로 따라 주지 않았다. 어떻게든 움직이려 하자 바들바들 떨리는 몸이 기우뚱 기울었다. 키네미아는 숨을 몰아쉬며 벽을 짚었다.
고개를 들자 에버렛이 요제프와 각축을 벌이고 있었고, 에이얀은 고통스러워하는 제 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제발. 키네미아가 발을 끌면서 움직였다.
에이얀이 손을 뻗어 주면 곧 닿을 것 같은데.
키네미아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에이얀의 팔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마주 잡아 주려는 것처럼.
‘조금만 더.’
키네미아가 화색이 된 순간.
“……!”
에이얀의 손을 잡은 것은 요제프였다.
그는 에이얀을 제 쪽으로 끌어당긴 후, 곧장 명령했다.
“에이얀, 아버지에게 마력을 빌려주렴.”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바닥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한 팔이 없는 거대한 마물의 상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성의 기둥처럼 크고 우람한 마물의 팔이 에버렛의 등을 뚫고 지나갔다.
에버렛이 천천히 가슴팍으로 시선을 내렸다.
곧이어 울분에 찬 노성이 터져 나왔다.
“너……! 요제프 크로츠! 네가 감히!”
요제프가 즐거운 기색으로 소리쳤다.
“마지막으로 줄리안 에버렛의 육신을 제물로 바치겠다!”
그와 함께 거대한 마물이 사라지면서 아공간에서 튀어나온 아귀들이 에버렛의 몸에 달려들었다.
“크아아아악!”
아귀들은 고통에 찬 비명 소리는 아랑곳없다는 듯 그의 살점을 뜯기 시작했다.
“끅! 끄윽!”
키네미아는 산 채로 찢기는 에버렛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에버렛의 신음 소리 너머로 아귀들의 찹찹, 거리는 소리가 선뜩하게 들려왔다.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비참한 최후였으나 이를 똑똑히 지켜보는 것이 들끓던 분노를 잠재우고 이성을 되살아나게 했다.
도망칠까? 아니면 정면으로 상대해 볼까?
검의 위치를 확인하던 키네미아는 욱신거리는 발목을 쓸었다. 발목은 삽시간에 부어올라 있었다. 당분간 운신이 불가능할 정도의 부상이었다.
승부를 보는 것보다는 요제프를 잘 구슬려 에이얀과 닿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요제프는 자신이 이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지 못할 테니. 잘만 하면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생각을 마치고 요제프를 확인하자 그는 넝마 같은 줄리안의 시체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했다.
‘뭘 하는 거지?’
그가 무언가를 찾아 입 안에 넣었다.
키네미아가 미간을 찌푸렸고, 요제프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며 그것을 삼켰다.
* * *
“아아, 이런 기분이군?”
요제프는 웅크렸던 몸을 크게 펼쳤다. 힘이 고동쳤다. 에버렛에게 건넸던 작은 힘과는 차원이 달랐다.
완전히 깨어난 혼을 삼킨 아버지에게 에이얀은 엄청난 양의 힘을 건네주고 있었다.
두근-
동시에 왕국의 두 번째 고동이 울렸다.
진동으로 성이 좌우로 흔들리며 발목에 충격을 주었다. 키네미아가 작게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
“읏!”
불시에 요제프의 새카만 눈동자가 키네미아를 향했다.
흠칫한 키네미아가 몸을 굳혔다. 그녀가 대비할 새도 없이 요제프가 힘을 운용했다.
“……!”
키네미아는 다시금 손목이 결박된 채 하늘로 들어 올려졌다.
요제프가 터벅터벅 키네미아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네가 우리 아들의 친구구나.”
저 아이를 이용해야겠다. 무의식중에도 그녀를 보겠다며 발버둥 치는 아들이 영원히 꿈에서 빠져나올 수 없도록.
“아들?”
키네미아의 되물음에 요제프는 여느 자상한 아버지처럼 대꾸했다.
“내가 우리 에이얀의 아버지란다.”
그가 마치 자랑스러운 것을 내보이는 것처럼 옆에 선 에이얀의 어깨를 두드렸다. 에이얀의 눈은 텅 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다.
마법이든, 세뇌든, 최면이든, 에이얀에게 걸린 게 그 어떤 것이든, 전부 그의 수작일 터였다.
키네미아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잠잠해졌던 분노가 삽시간에 들불처럼 번졌다.
“낯짝 한번 뻔뻔하군. 자식을 버리는 부모가 되려면 그 정도 뻔뻔함은 가져야 하나 보지?”
저런, 요제프가 혀를 찼다.
“작은 오해가 있나 보구나. 나는 에이얀을 버리지 않았어. 이렇게 다시 찾으러 왔는걸. 이것 보렴.”
그가 보란 듯이 에이얀을 향해 물었다.
“안 그러니, 에이얀?”
에이얀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키네미아가 애달프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에이얀.”
이에 대답하는 것처럼 에이얀이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이를 느낀 듯 요제프가 에이얀의 어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얀, 손을 들어 올리렴.”
그는 에이얀을 통해 마력을 끌어 올렸다.
“네 친구도 우리와 함께 행복해지는 게 좋겠지?”
저 계집애의 자그마한 머리를 헤집어서 아들의 영원한 꿈에 박제시켜 놓으리라.
에이얀이 손을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