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5)
먼치킨 길들이기 15화
4장 동대륙의 연금술사
슬라임이며, 검이며 사업은 무척 성공적이었다.
무척!
그에 따라 키네미아는 덩달아 바빠지기 시작했다.
‘왜지?’
포켓몬 마스터처럼 뒤에서 응원이나 하고 달콤한 결실만 받아먹으려고 했던 당초의 계획은 정말 안일했던 모양이다.
가신들은 대장간을 더 키우는 것부터, 검에 양각할 문양을 결정하는 것까지 일일이 키네미아에게 결재받기를 바랐으니까.
‘왜죠……!’
어제도 밤늦게까지 가신들에게 시달린 키네미아는 베개를 꼭 끌어안았다. 눈꺼풀 위로 가을의 햇볕이 쨍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으…….”
빛이 쏟아지자 키네미아가 눈을 질끈 감았다.
“일어나세요, 아가씨.”
그런 키네미아를 부드러운 손길로 깨우는 건 유모 바네사였다.
“우웅…….”
“더 주무실 거예요?”
“아니이…….”
“우리 아가씨, 오늘따라 더 힘드시구나. 그냥 주무시는 건 어떠세요?”
“일어날래에…….”
“그럼 어서 물 식기 전에 세안하세요.”
바네사가 키네미아의 엉덩이를 통통 두드렸다.
“우웅…….”
바네사의 볼 키스를 받으며 일어선 키네미아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세숫물에 얼굴을 담갔다.
난처한 듯 웃은 하녀 셰인이 꾸벅꾸벅 조는 키네미아를 일으켜 세워 거품으로 부드럽게 닦아 주었다.
키네미아는 바네사가 입혀 주는 옷을 입고 몽롱한 얼굴을 삐딱하게 기울이며 방을 나섰다.
“리온의 날개를 뵙습니다. 아가씨, 오늘도 연무장에 가십니까?”
방 앞을 지나던 로메오 남작이 허리를 숙였다. 그는 아직도 눈을 못 뜨는 작은 아가씨를 보며 걱정 반, 사랑스럽다는 마음 반으로 두 손에 얼굴을 문질렀다.
“우리 요오오오정님, 오늘 얼굴이 조금 부으셨네요. 좀 더 쉬시죠.”
“안 돼에…… 엄마가 하루도 빼먹지 말랬어어어…….”
“눈도 못 뜨시면서. 그러면 제가 연무장까지 모실까요?”
“아아니…… 갈 수 있어어어…….”
손을 팔랑팔랑 흔든 키네미아가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연무장으로 향했다.
드르륵-
개인 공간으로 쓰이는 곳이라 연무장 안에는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키네미아는 비틀비틀 벽으로 향했다. 벽에는 키네미아의 성장 순에 따라 길어진 목검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엄마아…….’
옛날에는 엄마랑 같이 나왔었는데.
피곤이 쌓여서인지 문득 치고 올라오는 그리움에 입꼬리를 축 내린 키네미아가 제일 오른쪽에 걸린 목검을 들었다.
그리고 휘청거리는 몸을 이리저리 흔들면서 연무장 중앙에 겨우 도착했다.
‘피곤해…… 피곤해, 으에에엥-’
하지만 이내 고개를 세차게 내저은 키네미아가 조용히 눈을 감고 목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10여 번 휘둘렀을까. 갑작스레 손목이 누군가에 의해 잡혀 움직임이 멈추었다.
……엥?
직후 양 볼이 꾸욱 눌린 그녀가 눈을 번쩍 떴다. 눈앞에 생글생글 웃는 소년이 있었다.
에이얀이었다.
하루하루 부쩍 크는 그는 커다란 손으로 키네미아의 얼굴을 한 손에 잡고 말랑한 볼을 장난스럽게 꾹꾹 눌렀다.
그가 사르르 눈웃음을 쳤다. 날이 갈수록 놈에게서는 요사스러움이 더해지고 있었다.
“대공녀 아가씨, 눈 떠야지. 위험하게.”
키네미아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그를 쏘아보았다. 아침부터 왜 눈앞에 나타나는 거야? 심장에 안 좋게.
“나 검 들고 있다.”
“그러니까 위험하지.”
“위험하지. 네가.”
미간을 와락 구긴 키네미아가 볼이 꾹 눌린 채로 목검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자 에이얀이 가볍게 웃으며 목검을 빼앗았다.
“원래 아침에는 그렇게 약해?”
“저혈압이야…….”
“응?”
“그런 게 있어어어……. 어젯밤에 미카엘라가 계속 괴롭히기도 했고…….”
키네미아가 기지개를 켰다. 아, 계속 찌뿌둥하네.
이윽고 그녀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쭉 펴고 허리를 굽혔다. 에이얀은 뒤에서 허리를 누르며 스트레칭을 도왔다.
으그그그그……!
후- 숨을 내쉬며 키네미아가 허리를 폈다. 이제 좀 정신이 깨는 것 같았다.
“근데, 에이얀.”
“언제 얀이라고 부를 거야?”
“음?”
“얀이라고 언제 불러 줄 거냐고 물었는데.”
언제부턴가 이 녀석은 자신을 애칭으로 불러 달라고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평생 안 부를 건데.”
우리가 그럴 사이는 아니잖아?
“난 미아라고 불러도 돼?”
키네미아의 삐딱한 대답에도 에이얀은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것 때문이었구만. 숙부가 편지에서 키네미아를 애칭으로 부르는 걸 그가 가만히 지켜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키네미아가 홱 고개를 돌리자 에이얀이 또 시무룩한 얼굴을 꾸며 냈다. 점점 과하게 스킬이 늘어서 이젠 정말 가련한 미소년이 또르륵 눈물이라도 흘릴 것 같았다.
“안 돼?”
으익! 불시에 시무룩 공격을 당한 키네미아가 두 손으로 에이얀을 밀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눈에 좋은 남자는 몸과 마음과 재산에 나쁘다는 걸, 아빠를 통해 이미 경험해 본 바가 있으니까.
“어, 어차피 네 맘대로 할 거면서 묻긴 왜 물어?”
“이런, 들켰네.”
그동안 에이얀과 함께하면서 알게 된 것은, 이 녀석은 제 맘에 드는 것만 들리는 척한다는 점이었다.
에이얀이 매끄럽게 웃으며 제 얼굴을 밀어내는 손가락을 깨물었다.
히이익! 키네미아가 엉덩이 걸음으로 물러났다.
“뭐, 뭐, 뭐야.”
하지만 에이얀은 그저 두 손으로 얼굴을 받친 채 생긋 웃을 뿐이었다.
키네미아는 깨물린 손을 심장께에 갖다 댔다. 아, 놀라라. 심장 벌렁거려.
“너…… 하지 마.”
“뭘?”
“그거.”
“그게 뭔데?”
“아, 몰라. 하여간 그거!”
에이얀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안 돼. 안 되겠어. 빨리 쫓아내야겠어.
“에이얀.”
“응.”
“넌 언제 나아?”
“뭘 나아?”
“옆구리.”
키네미아가 손가락으로 그의 옆구리 부근을 가리켰다.
처음 만났을 때가 4월이었으니까, 그때 이후로 벌써 5개월이나 지났잖아! 진심 무섭다. 이 은근슬쩍.
“5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 아픈데.”
“뭐?”
“볼래?”
“봐 봐.”
멀어졌던 키네미아가 다람쥐처럼 뽈뽈뽈 다가오자 에이얀이 나지막이 웃었다.
“맞지?”
에이얀의 말이 거짓은 아닌지 붕대에는 아직 피가 짙게 배어 있었다.
“뭐야. 왜 아직도 이래? 뭐 잘못된 거 아냐?”
“글쎄?”
“붕대 풀어 봐도 돼? 한번 보자.”
키네미아가 붕대 끝을 찾아 잡는데 에이얀이 웃음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미아.”
역시 부르지 말라고 해도 그렇게 부를 거잖아.
“왜.”
키네미아가 퉁명스레 대답하니 에이얀이 애교 넘치는 목소리로 물어 왔다.
“내가 그렇게 걱정돼?”
갑자기?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들자 눈이 마주친 에이얀이 달콤하게 웃었다.
“아아니!”
키네미아의 짜증이 가득 담긴 답에 에이얀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걱정하고 있으면서. 그렇게 싫은 티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불쌍한 소년을 내버려 두지는 못한다.
“아!”
키네미아가 불시에 그의 상처를 매만지자 에이얀이 한쪽 눈을 찌푸렸다.
“이상하잖아. 상처가 너무 오래가는데. 혹시 곪기라도 했으면…….”
“고위 마법사가 낸 상처니까. 저주가 담겨 있어서 아무는 것도 더뎌. 시간이 약이지.”
“흠…….”
수긍한 듯 키네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귀여운 아가씨. 에이얀은 살포시 제 옆구리의 상처를 살피는 키네미아를 내려다보았다.
‘이 정도면 됐을까?’
정신계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가 시전자에 대한 경계심을 풀어야 한다.
부쩍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난 다음 날, 그에 대한 염려를 숨기지 못하는 이 시간.
지금 키네미아는 정신계 마법이 먹힐 만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에이얀이 마력을 끌어 올린 채로 입을 열었다.
“미아.”
“자꾸 왜-”
딱!
둘의 눈이 마주치려는 순간, 에이얀이 손을 튕겼다.
그러자 키네미아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바다처럼 새파란 눈동자가 에이얀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었다.
이제 물을 차례였다. 네가 숨기고 있는 게 무엇인지, 네가 가진 특별함이 무엇인지.
이것이면 제 지난한 의문도 끝이 날 것이다. 정말 마력에 예민한 것뿐인지, 아니면 그에게 숨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건지.
그러나 에이얀은 물을 수 없었다. 그가 입을 떼기도 전에 키네미아가 눈을 깜빡이며 물었으니까.
“방금 뭐 한 거야?”
“……?”
에이얀이 표정을 굳혔다.
‘안 걸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