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19)
먼치킨 길들이기 19화
5장 여우와 표범
신전의 폐쇄 소식 이후, 대공 성 내에서는 파란이 일기 시작했다.
“신의 이름을 빌려 권세를 쌓은 자들이 어찌 이렇게 매정할 수 있단 말이오!”
“간악한 신전 녀석들……!”
브륀 백작과 데니스 백작이 테이블을 두드리며 화를 내자 일라이 후작이 나직이 답했다.
“요즘 교단은 예전의 교단이 아니지 않소.”
로메오 남작은 두 손을 모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큰일입니다. 이대로 영지에 어떤 치유사도 두지 않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가신들이 그렇게 걱정스러워할 때, 키네미아도 다른 걱정에 빠져 있었다.
‘아직 마음을 못 정했나.’
키네미아는 회의실 상석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
미카엘라에게서 재료는 쉬이 얻을 수 있었다. 이 시기부터 마물이 들끓기 시작하면서, 자주 출몰하지 않았던 개체들도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신의 술.
원작 내에서 쉔 티엔 싱하이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술의 비밀은 마물에 있었다.
신수 투구꽃이 변이한 마물, 사슴뿔 투구꽃에서.
사슴뿔 투구꽃의 깊은 핵에서 나오는 독은 시간이 지나면 딱딱하게 굳어 동그란 환약 형태를 띠는데, 조금만 입에 대도 죽을 수 있을 정도로 독성이 강해 굉장히 위험도가 높았다.
한데 이 독환에는 기묘한 특징이 하나 있었다. 이걸 물이나 술에 타면 특유의 향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낸다는 것이었다.
이런 탓에 사슴뿔 투구꽃 독환의 맛은 목숨을 걸지 않고서야 먹을 수 없는 그림의 떡 같은 존재가 됐지만-
키네미아가 아는 이들 중에 단 한 사람, 이를 음용하는 게 가능한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쉔 티엔 싱하이.
그는 독을 먹어도 바로 해독해 버리는 미친 건강체였으니까.
원작에서도 주인공의 마물 토벌에 따라나섰던 쉔 티엔이 아무거나 주워 먹다가 우연히 발견된 것이었다.
후후후- 이렇게 써먹게 될 줄이야.
아주 좋아, 이런 상황. 마음에 딱 들어. 키네미아가 음흉하게 웃으며 배 위에 두 손을 올리고 깍지를 꼈다.
마치 마피아 보스라도 된 양 앉은 키네미아가 제 발로 찾아올 포켓몬을 떠올리며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내렸다.
‘술에 미친 남자였으니 반응은 올 텐데.’
원작에서 표현된 쉔 티엔을 떠올려 보면 오지 않는 게 더 이상하리라.
‘그냥 여관으로 마차를 보내 줄 걸 그랬나?’
일단 며칠 기다려 보다가 안 오면 그렇게라도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키네미아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가신들이 쩔쩔매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요오오오오정님을 걱정하게 만들 거요?!’
‘아니, 나만 그랬소? 다들 걱정스러워하지 않았소!’
‘아직 아가씨께 짐을 지게 해 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브륀 백작과 데니스 백작, 로메오 남작이 연달아 눈으로 이야기했다.
그들이 무슨 말이라도 해 보라는 듯 일라이 후작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일라이 후작이 자상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 심각하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공녀.”
“이, 일라이 공의 말씀이 맞습니다, 대공녀.”
“그럼요, 그럼요.”
일라이 후작의 말에 데니스 백작과 브륀 백작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대공녀, 저희들이 일단 어떻게든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예, 대공녀. 아직 그렇게 큰일은 아닙니다.”
가신들은 키네미아가 불안하지 않도록 애를 썼다.
그렇게 그들은 각자 아는 신전 측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상황은 비관적이었지만, 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이 대공 성을 찾아온 건.
* * *
이들을 제일 처음 발견한 것은 대공 성의 문 앞을 지키던 두 명의 문지기였다.
‘여우랑…… 표범?’
일행 중 두어 발자국 앞에 선 이는 이국적인 옷을 입은 호리호리한 미남자였다.
긴 머리를 굵게 땋아 옆으로 내리고 쌍꺼풀 없는 기다란 눈이 여우 같아 보이는 남자는 거만한 태도로 연초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뒤에 선 자는 고개를 들어야 할 정도로 큰 장신. 옷 너머로도 단단함이 보이는 몸은 전부 근육이었으며 까무잡잡한 피부에 인상은 표범처럼 사나운 미남자였다.
“야옹-”
그때, 표범이 안고 있던 고양이가 문지기들을 향해 귀엽게 울었다.
“……?”
“……으음.”
문지기들은 일행을 빤히 바라보다가 서로 눈을 마주쳤다.
“…….”
“…….”
고개를 한 번 끄덕인 그들이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래도 모른 척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이리 오너라.”
뭔 오너라? 자꾸 뭘 오너라, 육너라 하는지. 대공 성의 문 오른편에 서 있던 문지기가 오만상을 찌푸렸다.
“내 말 안 들리느냐?”
호리호리한 여우가 연초를 들이마시더니 연기를 내뿜었다.
“이리 오너라. 게 아무도 없느냐.”
“앞에 있잖습니까.”
표범이 말했다.
“넌 좀 가만히 있어라.”
투덜거린 쉔 티엔이 문지기 앞으로 저벅저벅 다가가 그의 눈을 빤히 응시하면서 다시 소리쳤다.
“이리 오너라!”
“……?”
그가 아예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소리를 지르자, 눈이 마주친 문지기가 하는 수 없이 물었다.
“누구냐. 여긴 리온의 대공 성이다.”
“내 잘 찾아온 건 맞나 보군.”
“대공 성이라니, 정말 이런 곳에서 사부님을 부르신 게 맞습니까?”
“맞다니까. 이 몸은 네놈들의 주인을 만나러 왔다. 문을 열어라.”
문지기는 그들의 행색을 한 번 살피더니 엄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대공녀께서는 정신 이상자들을 만나지 않으신다.”
“저…… 정신 이상자!”
“뭐? 정신 이상자?”
표범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이채를 빛냈다. 헙, 문지기가 그의 매서운 눈빛에 놀라 입을 다물었다.
“문지기여, 묻고 싶은 게 있다.”
“무, 무엇인가.”
“그 정신 이상자에 나도 포함되는가?”
“지금 그게 중요해?!”
“아주 중요합니다.”
쉔 티엔이 짜증스럽게 소리쳤으나 로우는 단호하게 대꾸할 뿐이었다.
“다시 묻겠다, 문지기여. 나도 정신 이상자에 포함인가?”
“아…… 아니오.”
문지기가 조금 쫄아 든 목소리로 답했다. 그에 표범이 손을 펴 들었다.
“그럼 됐다.”
“뭐가 됐는데!”
표범이 다시금 무뚝뚝한 얼굴로 돌아가 고양이를 쓰다듬자 옆에서 여우가 씩씩거렸다.
이제 더 이상 두 사람을 모른 척할 수 없게 된 문지기는 들고 있던 창을 휙 돌려 잡았다.
“수상한 자들은 신분 패를 보여라.”
“……!”
신분 패! 놀란 얼굴로 쉔 티엔이 연초를 머금었다.
“다시 한번 말한다. 수상한 자들은 신분 패를 보여라.”
“…….”
눈을 데구루루 굴린 쉔 티엔은 연초의 연기를 후 내뿜으면서 답했다.
“……없다.”
쉔 티엔 싱하이는 불법 체류자였다. 신분 패 따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공 성의 문을 넘을 수 없다.”
“하!”
코웃음을 친 쉔 티엔이 품을 뒤적였다. 그에 문지기들이 펄쩍 뛰면서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품에서 손을 빼라!”
“손을 빼고 물러서라!”
쉔 티엔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아니, 나는…… 초대를 받은…….”
성주가 보낸 편지를 꺼내려던 것뿐이었는데, 무기를 꺼내리라고 착각한 문지기들이 뿔피리를 쥐었다. 여차하면 성의 모든 기사들을 불러낼 기세였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때, 순찰을 돌던 기사 둘이 성벽 위에서 물었다.
“저놈들을 잡아야 합니다!”
“수상한 자입니다!”
“뭐?!”
문지기들의 말을 들은 기사들이 잽싸게 성벽에서 뛰어내렸다. 그들은 쉔 티엔과 로우를 훑어보더니 정말 척 봐도 수상해 보이는 행색에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