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0)
먼치킨 길들이기 20화
기사들이 검을 보이면서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는 리온 대공가의 기사들이다. 신분 패를 보여라.”
“……없다.”
없는 걸 자꾸 보이라고 하면 쉔 티엔에게는 방도가 없었다.
“그럼 잠자코 따라와야겠군.”
기사들이 검을 잡으려 칼자루에 손을 올렸다.
“……!”
이에 쉔 티엔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무례한 놈들! 내가 누구인 줄 알고! 이 상놈들이 함부로 자신에게 손을 대도록 내버려 두진 않으리라.
그렇게 결심한 쉔 티엔이 품 안에서 장침을 꺼내려는데, 팔꿈치가 턱 막혔다. 로우였다.
“정말 큰일로 만들 셈이십니까?”
“내 몸에 손대게 놔두란 말이냐!”
“그냥 끌려가시지요. 제 발로 가나, 끌려가나 어차피 안으로 들어가는 건 매한가지인데.”
“뭐?!”
이 어처구니없는 상놈의 자식을 봤나!
“끌려가면 뭐 어디 극락이라도 보내 준다더냐? 감옥으로 갈 게 빤하지 않느냐! 감옥은 이제 지긋지긋해!”
동대륙 위가에서 그는 황제의 폭거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감옥 생활을 거쳤었다. 대귀족이었으니 모진 고문도, 모욕도 없었으나-
‘감옥에서는 술을 못 마신다고!’
감옥에서 술을 제공할 리가 있나!
그러나 로우는 묵묵히 고개만 젓는 게 아닌가. 이 상놈이 설마 그걸 노린 건가?
그사이 사나운 기사들의 시선이 둘에게 꽂혔다.
품에 손을 꽂아 넣고 있던 쉔 티엔은 빠르게 양손을 빼냈다.
“기다려! 이 몸은 정말 초대를 받았-!”
하지만 신분 패가 없는 불법 체류자의 목소리는 그들의 귓전에도 스치지 못하고 스러졌다.
“야옹-”
둘은 기사들의 매서운 칼자루 끝에 쿡쿡 찔려 가며 지하 감옥으로 내려갔다.
철컹-
절박해진 쉔 티엔이 철창살 사이에 머리를 끼웠다.
“자, 잠깐!”
“얌전히 있어.”
간수가 팔짱을 낀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 이보게! 이 몸은 감옥에 얌전히 있을 걸세.”
“그래. 그렇게 얌전히 있으라고.”
“얌전히 있을 테니, 술만 주게.”
“……술?”
“술.”
“그, 마시는 술?”
“그 술.”
“…….”
“…….”
쉔 티엔은 경멸로 가득 찬 간수와 눈을 마주쳤다. 어떻게 살면 저 나이에 알코올 중독자까지 됐는지 모르겠지만 참으로 한심하다는 눈빛이었다.
그리고 로우는 소리 없이 간수의 눈빛에 수긍했다.
에잇! 이판사판으로 쉔 티엔이 콜록거리기 시작했다.
“윽, 술이 없으면…… 이 몸은 죽을 걸세……. 성주의 손님이…… 자네는 큰 문책을 당할 게야…….”
“…….”
“……콜록.”
간수가 몸을 돌렸다.
“이보게! 내 말 안 들리나? 장난으로 하는 말이 아니야! 진짜라고!”
쉔 티엔이 절박하게 철창살을 흔들었다.
“이 몸은 진짜 성주의 초대를 받았다고! 술! 술을 줘!”
* * *
키네미아가 지하 감옥에서 손을 떨고 있는 알코올 중독자와 고양이를 안고 있는 거구의 사내를 만나게 된 건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였다.
“여기입니다, 아가씨.”
“술…… 술을 주어……. 수울…….”
거구의 사내는 알코올 중독자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얼굴로 간수에게 말했다.
“야옹이가 먹을 사료 좀 주십시오. 계속 사람 밥을 먹이는 건 안 좋습니다.”
“술…… 수울…….”
멀쩡한 로우에 반해 쉔 티엔은 거의 죽어 갈 듯 퀭한 얼굴을 하고서는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수울…….”
세상에, 그의 처참한 모습에 충격을 받은 키네미아가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저건 알코올 중독 증세……!’
쉔 티엔 싱하이의 몸은 건강 체질이었으나 알코올 중독은 정신적 문제였다. 그 같은 건강체도 심리적 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밥도 물도 꼬박꼬박 줬는데 하루 만에 저 꼴이 되더라굽쇼.”
키네미아는 난처해하는 간수에게 괜찮다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간수의 잘못이 아니라, 저 인간이 밥과 물로 사는 생물이 아니라서였을 뿐이니까.
“이래 봬도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니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양이를 쓰다듬던 로우가 말했다. 병에 걸린 건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낫는 과정이지. 이대로 감옥에 며칠 더 있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데, 말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방으로 옮겨야겠어.”
로우가 고개를 들자 간수 뒤에 가려져 있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
귀여움을 감지하는 로우의 회색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그사이 키네미아가 철창 안으로 들어와 쉔 티엔의 얼굴을 찰싹찰싹 때리며 중얼거렸다.
“정신을 못 차리는데…….”
‘저게 아가씨란 생물인가?’
단풍잎 같은 작은 손으로 사부의 얼굴을 가차 없이 때리는 모습마저 아기자기해 보였다.
‘……귀여워!’
“유모, 들것과 사람을 좀 불러 줘. 실어서 날라야 할 것 같아.”
그녀가 깜찍한 고양이같이 작고 예쁜 입술로 말했다.
‘……요정!’
로우가 격침당한 것처럼 심장을 움켜쥐었다.
* * *
시름시름 앓던 알코올 중독자는 입가에 술을 대 주자마자 거짓말처럼 되살아났다.
쉔 티엔은 입가를 적셨던 신의 술을 할짝거리면서 번쩍 눈을 떴다.
평생을 찾아 헤매던 바로 그 맛. 그 맛이 다시 입가에 맴도는데 누워 있을 수는 없었다.
한데 벌떡 일어나 앉으니 자신은 웬 고급스러운 방 침대 위에 있었고, 그 옆에선 로우와 한 금발의 소녀가 그가 하는 양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신이 드세요?”
키네미아가 연신 입술을 할짝대는 쉔 티엔에게 물었다. 눈은 또렷한데 혀에는 아직 이상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거기 아가.”
아가?!
“행색이 심상치 않은 걸 보아하니 성주의 가족인 듯한데, 성주는 어디 계시는고. 내 꼭 물어야 하는 것이 있어서.”
키네미아는 자꾸 할짝거리는 혀 놀림을 흐린 눈으로 응시하며 물었다.
“제가 보낸 술의 비밀을 물으시려고요?”
“그래. 그 신의 술……!”
쉔 티엔이 눈을 빛냈다. 아까도 조금 맛보았지만, 정말이지 그건 신의 술이라 칭해도 과하지 않은 맛이었다.
입 안을 화하게 달구는 첫맛, 그리고 입 안을 적시는 부드러운 무게감. 향미는 풍부하다 못해 입 안에서 숲이 자라는 것 같았고, 매끄러운 목 넘김에 끝 맛은 달콤하면서도 오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이는 술의 신 게바도 인정하리라. 아니, 게바의 술일지도 모른다.
쉔 티엔은 군침을 다시다가 돌연 드는 위화감에 되물었다.
“제가 보낸?”
그러자 키네미아가 치맛자락을 들고 왼쪽 다리를 뒤로 돌려 무릎을 숙였다.
“제 성까지 와 주신 데 감사를 표합니다, 쉔 티엔 싱하이 공. 제가 성주인 대공녀 키네미아 리온이라고 합니다.”
상대가 불법 체류자라고는 하나, 쉔 티엔 싱하이는 본래 위가의 대귀족. 키네미아는 그에게 예를 차려 인사했다.
“흐음…….”
그에 쉔 티엔은 조금 누그러진 눈으로 소녀를 응시했다.
“어디 상놈들과는 다르게 예의범절이라는 걸 아는 것 같군.”
게다가 대공녀는 ‘쉔 티엔 싱하이’이라는 제 이름도 또박또박 깨끗하게 발음할 줄 알았다. 줄곧 같이 지냈던 로우조차 쉔을 쉥으로 발음하기 일쑤였는데.
짤막한 칭찬에 키네미아가 배시시 웃었다.
‘귀엽긴 또 무지막지하게 귀엽네.’
대륙이 달라 이국적 외모가 익숙진 않았지만, 대공녀의 작고 오뚝한 코, 예쁘게 그려진 듯한 입술, 고양이처럼 커다랗고 바다처럼 새파란 눈은 그마저도 빠져들게 하는 정석적인 경국지색의 상이었다.
“그래서, 아가 대공녀께서는 내게 뭘 바라나?”
키네미아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쉔 티엔 공께서는 동대륙 제일의 연금술사이시지요?”
“뭐, 뭐. 그렇지.”
쉔 티엔이 저절로 으쓱 올라가는 어깨를 내리눌렀다.
“서대륙까지 내 명성이 자자했었나.”
“그럼요.”
“하, 역시 낭중지추로구나.”
그가 들뜬 기색을 숨기지 않자 키네미아가 빙긋 웃었다.
“그렇다면 아가 대공녀께서는 내 연금술이 필요한 거군.”
“예, 동대륙에서도 서대륙에서도 군계일학이신 쉔 티엔 공의 연금술을 빌려 제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습니다.”
호오, 군계일학이라.
동대륙의 말을 제법 알고 있는 키네미아에게 놀란 쉔 티엔이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여우같이 올라간 실눈 안에서 작은 홍채가 이채를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