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ming a Munchkin RAW novel - Chapter (21)
먼치킨 길들이기 21화
“공. 저는 자그마한 공방이 아니라, 지금 신전 부지의 건물을 모두 사용해 연금술 단지를 만들 계획입니다.”
연금술 단지라……. 쉔 티엔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려면 연금술사들이 많이 필요할 테고, 때문에 날 원하는 거였군.
“그래서 날 머리로 세운 후에 다른 연금술사들을 모으겠다?”
“예. 물론 그에 상응하는 값은 치를 생각입니다. 대공령에 적을 둘 연금술사 모두에게 적절한 신분과 거처, 일자리를 보장할 테니까요.”
신분! 불법 체류자 신세인 연금술사들에게 신분 보장은 그 어떤 것보다도 군침이 도는 보상이었다.
제게도, 다른 연금술사들에게도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흠.”
하지만 쉔 티엔은 괜히 고민에 빠지는 척 목을 울렸다. 그가 원하는 것은 하나가 더 있지 않던가.
신분 보장이며 거처, 일자리까지 전부 다 보장받지 못할지라도 원하는 단 한 가지.
신의 술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
쉔 티엔은 입을 축였다. 레시피까지 준다고 말해 주지 않으려나.
그러나 이 아가 대공녀는 가만히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제 대답을 기다리고만 있었다.
한번 튕겨 볼까. 쉔 티엔이 그리 생각하는데, 로우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는 키네미아의 손을 꼭 잡고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하겠습니다.”
“뭐?!”
“사부님, 하루하루를 술과 연초로 낭비하지 마시고 좋은 일 좀 합시다. 요정님이 부탁하시는데.”
“저 상놈이!”
화가 난 쉔 티엔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앗, 좋은 사람……! 반대로 키네미아는 눈을 빛냈다.
키네미아와 로우는 반짝이는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면서 손을 꼬옥 맞잡았다.
“우리 잘해 보자.”
“예, 요정님!”
“내 말은 안 듣고?”
그렇게 막무가내로 스리슬쩍 계약 체결을 하려던 순간이었다.
딱-
갑작스레 뒤쪽에서 손을 튕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슉-
그러자 키네미아가 꼭 잡고 있던 로우의 손이 훅 빠지더니, 그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
키네미아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 왔는지 에이얀이 옆에 바짝 붙어 앉아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언제 왔어……? 아니, 방금 뭐야?”
“온 지 얼마 안 됐어. 워프 마법.”
에이얀은 연이은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했다.
“워프 마법?!”
갑자기 왜?!
“어, 어디로 보냈어?”
에이얀이 키네미아를 향해 빙그레 웃어 보였다.
“이름 없는 어두운 숲.”
‘이름 없는 어두운 숲’은 고위 마물의 최대 자생지였다. 던전보다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 이 숲은 인간이라면 절대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 3대 금역 중 하나였다.
“빨리 다시 데려와!”
“왜?”
“그렇게 위험한 곳으로 사람을 보내면 어떡해!”
“그야 난 호위고, 네가 수상한 사람한테 잡혀 있으니까?”
이 미친…… 키네미아의 얼굴은 거의 백지장처럼 하얘지는 중이었다.
“화났어?”
에이얀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빨리 다시 데리고 와!”
“알았어. 알았으니까 화내지 마.”
그가 키네미아의 볼을 가볍게 쓸고는 애교스럽게 말하면서 손을 튕겼다.
딱-
그러자 방금 그 자리에 로우가 다시 나타났다. 격투를 하듯 자세를 잡은 채 불려 온 그는 짧은 시간 사이에 무슨 일을 겪은 건지, 옷은 모조리 찢겨 있었고 머리는 산발을 한 채였다.
“괘…… 괜찮은 거야?”
키네미아가 조심스레 묻자 로우가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렸다. 로우는 걱정이 그득한 눈의 키네미아와 방을 확인하곤 자세를 풀었다.
“엇, 요정님.”
“괜찮아?!”
“그럼요. 이 정도야…… 그런데…….”
미소를 짓던 로우가 속삭이듯 말했다.
“조심하십시오. 여기 사악한 마법사가 있습니다.”
“으응…….”
어설피 대답한 키네미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직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않았는데 벌써 에이얀의 속성을 완벽히 파악하다니.
“셰인, 리리네.”
키네미아가 하녀들을 불러 로우에게 욕실과 옷가지를 준비해 주라고 일렀다.
고개를 기울인 에이얀은 아쉽다는 듯 멀쩡히 돌아온 로우를 눈으로 좇았다.
그리고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쉔 티엔은 테이블에 놓인 연초를 머금었다.
‘저놈.’
눈에 확 띄는 미려한 외모보다도 쉔 티엔이 소년에게서 느낀 건…….
‘저놈…… 눈이 맛이 갔는데?’
동대륙의 제국 위가에서 지내던 시절, 진성 또라이였던 폭군 싱 카칸과 마주했을 때의 그 느낌-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할지도 모르겠다.
“실수였어. 이제 안 그럴 테니까 화내지 마. 응?”
쉔 티엔은 저 맛이 간 놈이 맛이 안 간 척하면서 대공녀에게 애교 부리는 모습을 보며 연기를 뿜어냈다.
‘저런 놈이 들러붙어 있어서 우리 아가 대공녀가 고생 좀 하겠군.’
키네미아는 그런 에이얀을 멀찍이 떼어 놓고서는 쉔 티엔에게로 다가왔다.
“쉔 티엔 공.”
뒤편에서는 또라이가 고개를 숙인 채 벽을 보고 서 있었다. 얘기가 끝날 때까지 그렇게 서 있으라는 키네미아의 명 때문이었다.
쉔 티엔이 에이얀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서 턱을 매만졌다.
‘……아니, 아가 대공녀가 잘 조련 중인가.’
쉔 티엔은 제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온 키네미아를 보며 헤 벌어지는 입을 가다듬었다.
“아가 대공녀, 아까 제안 말인데…….”
“레시피는 한 가지 조건만 지켜 주시면 알려 드릴게요.”
“……!”
쉔 티엔이 미소를 띠었다. 당돌한 아가군.
“그 조건이란?”
“리온 가문과의 종신 계약이요.”
“종신 계약?”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에 쉔 티엔이 눈을 깜빡였다.
키네미아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신성력은 강하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신관 1명이 병자 1명을 긴 시간을 들여 치유해야 하니까.
반면 포션은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원작에서도 연금술사들이 모여 실력 발휘를 시작하자 교단의 위세가 한풀 꺾이면서 너도나도 연금술사들을 스카웃하기 위해 발을 동동 굴렀다.
‘내 포켓몬들을 빼앗길 수는 없지.’
연금술사들을 빼 가지 못하게 하려면 쉔 티엔을 잡아 두어야 한다.
어떻게? 종신 계약으로!
키네미아가 조마조마한 얼굴로 그의 답을 기다리는 때였다.
“허-”
쉔 티엔이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서대륙에서는 보편적이지 않은 연금술에 종신 계약이라니. 너무 모험적인 거 아닌가? 그러나 키네미아의 눈빛에는 연금술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엿보였다.
그래, 믿을 수 없다면 애당초 이런 계획을 짜지도 않았으리라.
게다가.
‘신의 술을 만들 수 있는 레시피……!’
쉔 티엔이 술을 배운 것은 그의 사부에게서부터였다.
“싱하이, 분명 세상 어딘가에 신의 술은 존재한단다.”
하지만 그런 사부마저 돌아가실 때까지 찾지 못했던 신의 술. 이 아이는 그 신의 술을 만드는 레시피를 가진 단 한 사람이 아닌가.
평생을 찾아 헤매던 바로 그 레시피의 주인.
종신 계약과 동대륙, 그리고 레시피를 떠올리던 쉔 티엔에게 결론은 금세 내려졌다.
제국 위가가 망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동대륙으로 다시 돌아갈 일은 요원하다.
신분과 신의 술만 있다면 그는 어디에서 살든 상관없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 가지.
끙, 가볍게 앓는 소리를 내며 일어선 쉔 티엔이 방을 휘 둘러보았다.
“좋아, 아가 대공녀. 이 몸이 어디에 인을 찍으면 되는고?”
그러자 키네미아의 얼굴이 화색이 되면서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귀엽군.’
쉔 티엔은 소매를 들어 올려 키네미아의 머리를 매만졌다. 키네미아가 볼을 붉히며 방긋 웃음을 지었다.
“계약서는 제 부관이 곧 가지고 올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오냐.”
“무리한 청이라 여겼는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쉔 티엔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가 대공녀는 싹싹하기도 하지. 이런 아가와 함께하게 되어 나도 기분이 좋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사람이 그렇게 하하 호호 좋은 담소를 나눌 때였다.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 선 에이얀이 도무지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얼굴로 둘을 지켜보았다.
‘연금술사라고?’
리카샤인 에이얀은 다른 이들보다는 연금술에 대해 더 잘 알고 있었다.
신전에서 대공령을 모른 체한다면 연금술사가 좋은 선택- 아니, 굉장히 영리한 선택임은 맞다.
하지만 에이얀은 키네미아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연금술사를 지금 당장이라도 보내 버리고 싶어서 근질근질한 손을 매만졌다.
그 덜 진화한 영장류가 키네미아와 손을 맞잡고 있는 걸 본 순간 걷잡을 수 없는 껄끄러움이 심장께에 응어리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뿐만 아니라 키네미아가 저 남자 앞에서 방긋방긋 웃으며 귀여움을 받는 모습 자체가 왜인지 마음에 차지 않았다.
키네미아의 일을 방해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는데.
에이얀이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었다.
가슴께를 답답하고 짜증스럽게 만드는 이게 뭔지, 갈비뼈를 열어서 들어내고 싶을 정도였다.
“아, 계약서를 가지고 왔나 봐요. 잠시만요.”
키네미아가 밝은 목소리로 말하면서 총총 움직였다.
공연스레 주먹을 꾹 쥐었다 펴던 에이얀이 휙 몸을 돌렸다.